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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구려 강서대묘 사신도
    지켜야할 우리역사 고구려 2025. 2. 16. 00:04

     

    7개월 간의 대규모 개편 끝에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과 고구려실이 2월 14일 재개관했다. 기다리던 개관이라 일반개관일인 다음 날 곧바로 찾았다.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은 고구려실이었다. 위상에 비해 턱없이 작았던 고구려실이 약 2배로 확장되고 한번 도 공개되지 않았던 고구려 유물이 진품으로 전시된다는 사전 보도도 기대가 됐거니와, 한동안 볼 수 없었던 강서대묘의 사신도(四神圖)를 다시 보게 되어 기뻤다. 강서대묘 사신도가 전시된 공간에 들어서면 흔히 말하는 '기(氣)를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사신도는 1907년 한 프랑스 학자가 중국 집안에 위치한 연화문총 고구려 고분에서 처음 발견한 후 이를 학계에 보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학계에서는 도교의 영향으로 등장한 고급진 채색벽화로 평가했다. 즉 고구려 사람들은 이 사신도를 통해 도교의 극락세계를 무덤 안에 구현한 것이다. 이후 일제강점기인 1912년 평안북도 남포시 삼묘리의 강서대묘와 강서중묘에서 사신도가 발견되었고, 그 밖에도 다수의 고구려 벽화 무덤에서 사신도가 발견되었다. 

     

     

    일제강점기의 강서대묘 / 1915년 <조선고적도보>에 실린 사진
    지금의 강서대묘
    강서대묘 무덤방 투시도
    3D로 재현된 강서대묘 무덤방
    동쪽의 청룡도
    서쪽의 백호도
    남쪽의 주작도
    북쪽의 현무도

     

    1912년 강서대묘가 일본인 관학자들에 의해 주목을 받았을 때 이미 내부는 깨끗이 도굴당한 상태였다. 고구려 무덤은 대부분 통로, 전실, 현실(무덤방)의 형식으로 조성돼 있어 무덤 입구만 찾으면 칩입하기 매우 쉬운 구조이다. 그래서 온전히 남아 있는 무덤이 없는데, 강서대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벽화는 도굴이 어려운 까닭에 거의가 그대로 남아 있는 바, 천만 다행히도 대제국 고구려의 위상과 기상이 전해지게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실 벽화는 마치 강서대묘의 것을 그대로 떼어온 듯 생생하나 당연히 진본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진을 전시한 것도 아니니, 이 그림들은 1913년 화가이자 도쿄미술학교 조교수였던 오바 쓰네키치(小場恒吉, 1878~1958)가 모사한 것이다. 강서대묘를 처음 발굴한 일본 관학자인 세키노 다다시(關野貞)는 무덤의 벽화가 주는 감동과 충격에 이를 모사해 일본에 보내기로 마음먹고 총독부에 자신의 의도를 알렸다.

     

    총독부에서는 다시 본국에 보고해 오바 쓰네키치를 비롯한 몇 명의 화가를 지원받았다. 그들은 70일 동안 무덤으로 출퇴근하며 밑직업을 하였으니, 그림에 얇은 화선지를 여러 장 붙여 소묘를 한 후 다시 채색물감을 배색해 원본에 가까운 색깔로써 색을 입혔다. 오바는 오버(OVER)하지 않고 벽면에 흙물이 흘러내려 생겨난 자국까지 사실대로 모사하였고, 그렇게 완성된 2 본이 일본 도쿄대학과 도쿄미술대학으로 보내졌다.

     

    국립중앙박물관 강서대묘 벽화는 도쿄대학 소장 1차 모사도를 바탕으로 해서 이듬해 덕수궁 이왕가박물관에서 최종 완성한 그림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런데 일본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으니, 2012년 3월 도쿄예술대학의 미야사코 마사키 교수는 자체 보관 중인 1차 모사도에, 질감까지 표현할 수 있는 특허받은 복원기술로써 4면의 화강암벽에 고구려 사신도를 고스란히 재현해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화전시공간의 강서대묘 벽화 / 오른쪽이 청룡도, 가운데가 천정 황룡도, 왼쪽이 백호도이다.
    좌측 벽의 주작도와 백호도
    우측 벽의 현무도와 청룡도
    주작도는 현실 입구 좌우에 그려졌다.
    현무도
    중앙에 배치된 천정의 황룡도

     

    아무튼 국립중앙박물관의 강서대묘 벽화는 걸작이다. 우리가 설사 평양북도 남포시의 강서대묘를 직접 방문한다 해도 현장감은 느낄지언정 이와 같은 감동은 절대 느끼질 못할 것이다. 변색과 박락 때문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무덤은 개방돼 일단 바깥공기가 들어오면 그 순간부터 결로(結露)가 시작된다. 이어 변색과 박락이 진행되니 쌍영총 벽화를 비롯한 고구려 벽화들을 최근에 찍은 사진을 보면 말도 아니게 훼손돼 있다. 

     

    어떤 벽화들은 물이 줄줄 흐르는 것이 보이며 그림이 덩이 째 떨어져 나간 부분도 있다. 결로현상이 오래 지속돼 발생하는 일들이다. 그래서 위  국립중앙박물관 '강서대묘 모사도 특화 전시 공간'에 전시된 5점의 그림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감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림과 사진을 몇 장 덧붙여 본다.

     

     

     

    강서대묘 무덤방 북쪽 투시도
    강서대묘 천정화 / 봉황과 기린 그림
    천정화 아래 쪽 / 산악도와 봉황을 탄 선인(先人)
    우인(羽人)과 연꽃 그림

     

    ▼ 그 밖에 인상적이었던 전시물

    천추총 출토 와당
    태왕릉 출토 와당
    글자를 새긴 벽돌 / 오른쪽 태왕릉 출토 벽돌에는 '태왕릉이 산의 바위처럼 튼튼하길 기원한다'는 글이 새개져 있다.
    장군총 출토 와당
    광개토대왕비 탁본 / 1889년의 원석탁본이다.
    고구려 찰갑옷 / 경기도 연천 은대리성 부근 무등리 제2보루에서 출토된 갑옷으로, 성벽이 무너지고 불에 탄 흔적으로 보아 격전이 벌어졌던 것으로 여겨진다.
    연천 은대리성
    은대리성과 무등리 보루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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