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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백작의 억울한 누명(IV)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17. 12. 29. 07:22
이상 설명했다시피 드라큘라 백작은 평생을 바쳐 오스만 제국의 유럽 침공을 막은 인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이미지는 이와는 전혀 무관하니 모두들 다음의 것들만 기억한다.
중세의 고성에 살며 낮에는 관 속에서 잠을 자다 밤에만 나타나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뱀파이어..... 인간의 피는 드라큘라 백작의 식량인데, 꼴에 자기도 남자라고 특히 여자의 피를 좋아한다..... 그 뱀파이어는 십자가와 마늘과 햇빛에는 쥐약이지만 그 외는 불로장생 천하무적의 흡혈귀로 중세 때의 인물임에도 여지껏 살아 있다.....
게다가 그는 점점 강해져 옛날에는 촛대를 크로스시켜 십자가 문양만 만들어도 죽었지만 지금은 인간의 목에 걸린 십자가 쯤은 가볍게 떼어 내팽개친다. 이때 그저 손바닥에 화상만 조금 입는 정도..... 하지만 여전히 마늘 냄새에는 쥐약인데, 그래서 그는 한국에는 정착할 수가 없다.(이건 순전히 내 생각지만, 한국인의 마늘 트림을 한번 당한다면 천 년 묶은 뱀파이어도 분명 축! 사망에 이를 것이다)
1958년 '공포의 드라큐라(Horror of Dracula)
드라큘라 영화의 원조격에 해당하는데,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는 이 영화에서 강렬한 인상의 드라큘라를 연기해냄으로써 인생역전의 대박을 터뜨림과 동시에 영화 자체의 롱 런의 길을 열었다.
지금 보니 오히려 우스운데, 예전엔 반 헬싱 박사가 잠자는 여자 뱀파이어의 가슴에 말뚝을 박는이 장면은 정말 무서버써--;;
과거의 드라큘라는 이렇게만 해도 죽었음.
영화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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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모두 영화나 미국 TV 드라마 시리즈의 반영일지니 비교적 최근에 상영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라는 영화를 본 사람은 섹시하고 잘 생긴 뱀 파이어들의 얼굴과(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크리스천 슬레이터 등이 출현했다) 고뇌하는 흡혈귀를 떠올릴지 모른다.(게다가 그 영화는 여주인공들마저 모두 섹시해 자칫하면 스토리 흐름을 놓치게 된다)
더욱이 최근 영화 '트와일라잇(Twilight)' 시리즈의 엄친남 차도녀 캐릭터의 주인공들은 뱀파이어에 대한 공포심을 갖게하기는커녕 오히려 소년소녀들의 마음을 동정과 흠모로써 흔들다.(속편만도 4편이 나온 이 영화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태세다)
이 외에도 뱀파이어에 관한 영화를 소개하자면 그야말로 차고도 넘치겠지만 가장 최근에 개봉된 루크 에반스 주연의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이란 영화는 판타지 버전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제목답게 가장 역사적 사실에 충실했던 영화로서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여기서도 드라큘라는 왈라키아의 영주가 아닌 트란실바니아의 영주로 등장한다.(아마도 원작이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건 차치하고서라도 드라큘라 백작은 왜 민족의 영웅이나 투사가 아닌 흡혈귀로 둔갑됐을까? 그에 대한 책임을 묻자면 이는 100% 아일랜드의 작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탓일 게다. 우리가 알고 있는 드라큘라는 모두 그가 쓴 '드라큘라'라는 소설 속의 가공인물인 까닭인지라.....
브램 스토커(1847-1912)와 '드라큘라' 초간본
우리는 흔히 아일랜드의 작가라 하면 난해한 소설의 대명사로 꼽히는 '율리시즈'의 저자 제임스 조이스를 떠올리겠지만, 그가 아무리 유명세를 얻었다 한들 세간에 끼친 영향력은 절대 브램 스토커를 능가하지 못할지니 브램 스토커의 이름은 몰라도 드라큘라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세상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게다가 드라큘라는 그 인기가 사그라질만 하면 버전을 달리해 다시 살아나는 불사신과 같은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잠시 브롬 스토커의 약력과 창작 경위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일랜드의 더블린 대학교를 나온 그는 당대의 아일랜드의 사정을 반영하듯 이렇다 할 살 길을 찾지 못했던 바, 졸업 후에는 더블린 '더 메일(The Mail)'지에 무급, 혹은 푼돈을 받고 연극평론 등을 기고하다가 더블린 시청의 하급공무원으로서 약 10년을 근무한다. 하지만 그 역시 박봉이었을 터, 우연찮게 알게 된 영국 배우 헨리 어빙 경의 매니저로 들어가 일하게 되는데 이때 그의 나이 31세였다.
이후 27년 간, 헨리 어빙 경이 죽을 때까지 그 밑에서 갖은 일을 도맡던 그는(그중 가장 많이 한 일이 어빙 경의 팬 레터에 답장을 해주는 일이었는데 하루 평균 50통 정도를 썼다고 한다) 말년에 이르러 '그간 배운 도둑질'을 이용해 소설을 쓰고자 나섰다.(사실 팬 레터의 답장이라는 건 모두 소설일 테니까)
그는 나름대로 독특한 소설을 쓰고자 노력했던 것으로 보이니, 1890년 '뱀 길(The Snake's Pass)' 등의 소설을 발표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였다. 이에 전전긍긍하며 소재거리를 찾아 도서관 등지를 헤메던 그는 런던의 한 도서관에서 블라드 체페슈, 즉 드라큘라 백작에 관한 소책자를 발견하였다. 앞에서도 소개됐던 바로 그 판화가 표지로 그려져 있는 책자였다. 판화 위의 글귀는 다음과 같았다.
난폭하고 피에 굶주린 인간 드라큘라의 잔혹하고 소름끼치는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그는 사람들을 나무기둥에 꽂거나 불에 태웠고, 가마솥에 넣어 삶기도 했다. 또한 사람들의 가죽을 벗기고 양배추 썰 듯 썰기도 했으며, 아이들을 불에 태워 죽인 후 그 어머니에게 자식들을 고기를 먹이기도 했다. 그의 끔직한 만행은 그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책자는 유럽에 인쇄술이 갓 시작됐을 당시 그 악마적 기획이 통해 당대의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었다.(표지에 자극적인 유인 문구를 실어 독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이 당대의 출판수법이었던 듯하다) 표지를 본 브램 스토커는 무릎을 쳤다. 드디어 자신이 원하던 무엇을 발견한 것이었으니, 피에 굶주린 트란실바니아의 영주가 행했다는 잔인한 처형술이었다.
1499년 발행된 소책자의 표지
단숨에 책을 독파한 브램 스토커는 이후 집안에 처박혀 소책자의 내용을 모티브로 새로운 소설을 썼다. 그는 우선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에 살고 있는 불로장생의 흡혈귀를 영국의 고성(古城)으로 옮겨왔고, 그렇게 시공(時空)을 이동한 드라큘라가 자신의 양식(糧食)인 피를 구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는데, 결국은 반 헬싱 박사라는 인물이 나타나 드라큘라의 약점을 이용해 처지한다는 스토리를 완성했다.
드라큘라 성
루마니아 브라쇼브 시에 있는 브란 성(Bran Castle)이다. 13세기 십자군 기사단이 세운 요새 자리에 건립된 성으로 드라큘라 백작이 기거했다는 전설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드라큘라 전설이 있는 또 다른성
트란실바니아에 있는 고성으로 드라큘라 백작의 부인 크나에자 바토리가 투신자살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큘라 백작 묘소
드라큘라 백작이 묻혔다고 전해지는 스나고브 수도원 내의 장소다. 나중에 열어보니 시신이 없었다는, 또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무덤 자리에 그를 새긴 동판이 놓였다.
수도원이 있는 스나고브 호수의 전경
1897년 그의 나이 50세에 발표된 '드라큘라'라는 이 소설은 한 마디로 대박이 났다. 그리하여 연극으로 제작되기도 하였으니, 이에 힘입은 브램 스토커는 이후 전업 작가의 길을 걸으며 '바다 속의 수수께끼'(1902), '북두칠성이 새겨진 장신구'(1904), '수의를 입은 여인'(1909)' 등의 소설을 발표하였으나 전작만큼의 인기를 끌어내지 못했고 작품의 질도 전작에 미치지 못하였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고뇌는 있었겠으되 '드라큘라'가 벌어준 돈은 있었던 바, 말년은 풍요로웠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드라큘라 광풍에 대한 루마니아 정부와 국민들의 반응으로, 우리나라 같으면 민족 영웅을 희화화시켰다고 항의하며 난리쳤겠는데, 루마니아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지내며 오히려 이를 상품화시켰다.(차라리 현명하다) 그리하여 지금은 루마니아의 1호 관광지가 되었던 바, 그와 관계된 곳들은 더욱 기괴하고 공포스럽게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드라큘라 성 앞으로는 전에 없던 대로(大路)까지 생겨났다. 다만 그들 역시 드라큘라 백작의 생몰연대를 알 수 없었던 듯 성 앞에는 아래의 두 개를 모두 새겨 놓았는데, 더욱 알 수 없는 것은 그 앞에 세워 놓은 커다란 돌 십자가이다. 드라큘라가 안에서 꼼짝하지말고 돈을 더 벌어달라는 뜻일까....?
* 그림 및 사진의 출처: google jp.
- 성서의 불편한 진실들
- 국내도서
- 저자 : 김기백
- 출판 : 해드림출판사 201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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