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생창리 사라진 마을을 찾아서
강원도 김화군은 1945년 삼팔선이 그어지면서 동쪽의 양구군, 서쪽의 철원군, 남쪽의 화천군 등과 더불어 북한으로 들어갔던 지역이다. 그러다 1953년 한국전쟁의 휴전과 함께 그 일부가 대한민국의 영토가 되었던 바, 휴전에 임박해서는 남북한이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게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인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른바 '철의 삼각지대'에 속했던 것이다. 까닭에 그 역사의 현장에 남은 것은 하나도 없으니 김화읍 전체가 흡사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빈 땅에 1970년 10월30 재향군인 100세대가 이주해 재건촌을 형성했다. 그 배경에는 '수복 지역에 사람들을 이주시켜 농사를 짓게 하면 식량 증산이 가능할 뿐 아니라 북한의 침략에 즉각 대응하고 대북 심리전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정부당국의 취지가 숨어 있었는데, 그 장소로서 DMZ에 인접한 생창리가 선정됐다. 그 뜻이야 어찌 됐건 이후 생창리에는 이스라엘의 키부츠를 모델로 한 '농업+전투' 개념의 마을이 형성되며 비슷한 모양의 집들이 들어섰는데, 지금은 전투의 개념은 사라지고 그저 평화로운 마을로서 존속되고 있다.
말한 대로 감화읍은 그렇게 사라졌으며 이후 김화군도 사라졌다. 남북군사분계선 아래의 김화군은 1963년 1월 1일 자로 서쪽에 위치한 철원군에 병합되며 이름마저 사라지는 불행을 안아야 했는데, 그후 54년이 지난 2017년 12월 김화의 옛 추억을 되살리며 장소의 역사적 가치를 인문학적으로 복원하려는 공간이 생겨났다. 생창리 103-10번지에 위치한 124㎡ 규모의 '사라진마을 김화이야기관'이 그것이다. 철원군으로 편입 전의 김화군은 금강산 전철을 이용한 각종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곳이었다. '사라진 마을 김화이야기관'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