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치솟을 때의 해결법
살면서 화가 나는 일이 생기는 것은 다반사이나 대개는 일과성의 일이다. 그래서 사건이 경과하면 대부분 분노도 따라 사라진다. 다만 문제는 그 분노를 유발하는 사건이 습관처럼 반복될 때이다. 그러면 당하는 사람은 분노를 반복하게 되고 당연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갈수록 배가된다. 특히 가족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힘들다. 남 같으면야 극단적으로 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겠지만 가족은 그것도 어려우니 더욱 힘들다.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 2022년 입적한 베트남 스님 틱 낫 한의 '화를 다스리는 법'을 들여다보았다. (국내 번역본은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라는 좀 상투적인 제목을 붙였다)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그중의 한 가지는 해소책으로 확실해 보인다. '화가 날수록 말을 삼가라'는 것이다. 그 소제목 아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우리는 고통받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 사람에게 고통을 줄 말이나 행동을 해 되갚으려 한다. 그러면 우리의 고통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에.....
"그대로 갚아줄 거야. 네가 내게 고통을 주었으니까 나도 네게 고통을 줄 거야. 네가 나보다 더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면 난 기분이 훨씬 나아질 거야."
다수의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 그 사람은 더욱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함으로써 위안을 얻으려 할 것이다. 그리하여 날이 갈수록 서로가 더 마음을 아프게 하고 상처가 깊어지게 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애정과 도움이다. 어느 쪽도 앙갚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상 틱 낫 한 스님의 말은, 말이야 옮지만 그저 교과적인 얘기일 뿐 현실적으로는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맞는 말이긴 하므로 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그는 그 방법으로써 우선 '말을 퍼붓지 말고 삼가하라'고 역설한다.
경험으로 보자면 이는 매우 옳은 방법이다. 처음부터 분노를 쏟아부으면 속이 시원할 것 같지만, 실상은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을 부르는 바닷물과 같다. 오히려 당시 못한 말이 (자신의 생각으론 꼭 했어야 했으나 놓치고 만) 두고두고 아쉬워 더욱 큰 후회와 분노를 불러오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뱉어진 많은 말은 (혹은 그중의 한마디가) 상대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혀 잊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상대는 나를 평생의 원수로 삼을 것이다.
그렇다고 화가 나는 데 마냥 참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인간이므로 화를 표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은 또 사회적 동물이므로 향후의 사회생활을 위해, 절제하고 어느 선까지만 표현해야 한다. 현명한 사람을 그 선을 지키고 무식한 자는 마냥 퍼부으며 선을 넘는다. 그런데 그 선을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추천하거니와 우선은 말을 삼가고 자리를 피하라. 그리고 여건이 허락되면, 건물 옥상에 올라가 바람을 쐬며 주위를 환기시켜라. 분노에 휩싸인 공기를 새로운 공기로 바꾸라는 것이다.
이건 회사에서 화가 났을 경우이고, 가정의 경우는 동네공원이나 어린이놀이터를 배회하며 머리를 식히면 도움이 된다. 화가 많이 났다면 더 멀리 가는 편이 좋다. 반드시 걸어서. 그러면 걷는 동안 화도 조금은 가라앉고 때로는 상대에 대한 미안함 감정이나 연민까지도 이는 경우가 있다. 역지사지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실 여기까지는 힘들다. 인간은 신이 아니므로.
주변에 산책로가 있거나, 산이 가깝다면 차를 타고 가도 무방하다. 그렇게 공기와 시야를 바꾸면 확실히 도움이 된다. 반대로 혼술은 위험하다. 혼술은 우울함을 부를 수밖에 없는 구조에다 자꾸 생각을 되풀이하게 돼 오히려 화가 깊어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까운 산을 오르며 새로운 시야와 공기를 접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화가 삭혀지게 된다. 산에서의 그 감정을 회사나 집으로 가져오면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