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시화호에 얽힌 공룡 스토리와 공룡이 된 어떤 도지사의 치적

기백김 2025. 5. 27. 06:50

 

2021년 3월 안산시 대부도 탄도항 인근 해변에서 공룡 화석이 발견됐다. 산책 나온 시민에 발견된 4.5cm 정도의 이 공룡 화석은 1억2000만 년 전에 존재한 코리아케라톱스의 발가락뼈로 추정됐는데, 발가락뼈의 앞 뒤 부분이 거의 완전하게 보존된 상태였다. 이런 경우는 나도 처음이라 매우 관심 있게 보았고 추가 발견 기사를 기대했지만 더이상의 무엇은 없었다. 크게 기대를 했던 이유는 지난 2000년 인근의 대부광산 채석장에서 1억 년 전에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발자국 5개가 발견된 바 있기 때문이었다.  

 

 

발견된 코리아케라톱스의 발가락뼈
헛갈리시는 분을 위해.
공룡발자국 5개가 발견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산144-24 대부광산 채석장 / 안산시청 제공 사진
드론이 찍은 대부광산 채석장 퇴적암층 호수 / 출처 : 중앙신문
대부광산 채석장 퇴적암층에서 발견된 1억 년 전에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초식공룡 발자국 화석 / 지지네이쳐 제공 사진
안산문화재단과 서울예술대학이 2022년 대부광산 채석장에서 공연한 미디어파사드

 

인근에 있는 화성시에서도 공룡의 화석이 발견된 적이 있다. 코리아케라콥스로 이름 붙여진 유명한 뿔공룡의 화석이다. 2008년 5월 화성 전곡항에서 세계 요트 대회를 준비하던 공무원들에 의해 발견된 이 화석은 드물게도 척추와 늑골, 다리뼈 등이 완벽하게 드러나 있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공룡 화석은 '화성에서 발견된 한국 뿔공룡'이라는 의미에서 '코리아케라톱스화성엔시스(Koreaceratopshwaseongensis)'라고 명명되었다. 살던 시기는 백악기 전기인 1억 350만 년 ~ 1억 250만 년 전 쯤이다.    

 

코리아케라콥스는 트리케라톱스와 프로토케라톱스 같이 머리에 뿔이 있는 각룡류 공룡으로 추정됐지만 이제까지 발견된 공룡 뼈와 달리 꼬리뼈에서 척추뼈보다 5배가 더 긴 신경돌기와 독특한 모양을 가진 거골(복사뼈)이 확인됐다. 이 같은 골격은 납작한 꼬리로써 헤엄을 치는데 용이하게 사용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특히 네 발로 걷는 각룡류 공룡과 달리 두 발로 걸은 것으로 보여 각룡류 공룡이 머리와 몸집이 커지면서 사족보행을 하게 되었다는 진화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 까닭에 코리아케라콥스는 트리케라톱스와 프로토케라톱스의 조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트리케라톱스
화성 공룡알화석지 방문자센터에 재현된 프로토케라톱스
화성 공룡알화석지에 재현된 프로토케라톱스
코리아케라콥스의 화석
코리아케라콥스의 골격과 복원도 / 위의 그림 흰 부분이 발견된 하체 뼈이다.

 

다만 발견된 부분은 하체에 국한되었던 바, 나머지 상체 부분을 찾으려는 노력이 당연히 뒤따랐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찾을 수가 없었는데, 코리아케라콥스의 화석 돌이 방조제 건설에 사용될 목적으로 주변에서 옮겨온 것이라 현장에서 상체 화석을 찾기란 사실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부근의 시화호에서 여러 종류의 공룡알이 무더기로 발견된 바 있어 앞으로도 또 다른 공룡뼈 화석이 발견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겠다. 

 

시화호는 서해안 간척지 물막이 공사의 결과로 생긴 호수를 접경지역인 시흥시와 화성시에서 첫 자를 떼 와 붙인 지명으로, 경기도의 아픈 손가락, 대한민국의 애물단지로 존속되고 있다. 시화방조제로 막히기 전 일대는 군자만이라 불렸는데, 간척지 농지와 산업단지의 용수를 공급할 담수호를 만든다는 목적으로 1987년 시화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시작되었고 1994년 완공되었다. 

 

 

하늘에서 본 시화방조제와 시화호
시화방조제와 시화호 전경 / 연합뉴스 사진


서해안 거대한 시화호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하지만 처음의 계획과 달리 방조제로 갇힌 호수에 시화공단의 오폐수 및 생활하수가 유입되며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군자만에 살던 어패류 등의 생물이 몰살되었다. 더불어 그 생물들이 부패하면서 엄청난 악취가 발생했고 계속적으로 유입된 공장 폐수, 생활하수가 더해지며 시화호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죽음의 호수로 변하고 말았다. 군자만에서 바다와 함께 생활해 온 지역주민들의 삶은 문자 그대로 지옥화되었다. 

 

평화로운 시골 어촌이 지옥이 되는 데는 채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에 당국에서는 1997년 해수를 유입하기 시작했고 2000년 12월부터는 시화호의 담수화를 포기하고 해수화를 선언하였던 바, 사실상 돌대가리 사업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철칙을 무시하고 벌인 일이었으니 돌대가리라 불러도 과언은 아니다. 바닷물을 막고 담수를 유입시키면 담수호가 된다는 단순함은 더욱 놀라울 뿐이다. 어찌 담수만이 흘러들 것이라 생각했을까? 

 

하지만 그 와중에 한가지 건진 것은 있다. 1999년에 화성시 남쪽 간척지 지역의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공룡알들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었다. 전에는 섬이었지만 간척 사업으로 육지가 된 송산면 고정리 일대(도로명 주소: 화성시 송산면 공룡로 659)에서 30여 개의 알 둥지와 200여 개의 공룡알 화석이 발견됐는데, 한 지역에서 공룡알이 이처럼 대량으로 발견되는 경우는 중국과 몽골의 화석산지에서도 유래가 드문 매우 희귀한 경우라고 한다.

 

이후 고정리 16km²(483만평)가 천연기념물 제414호 '화성 고정리 공룡알화석 산지'로 지정되었는데, 주변의 뻘로 덮인 땅 속에서는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보다 훨씬 더 많은 화석이 숨겨져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외형만큼은 그저 황량하고 쓸쓸할 뿐이다. 따라서 뭔가를 기대하고 찾아간다면 황량한 벌에 자리한 기암괴석 몇 개와 공룡알 화석 몇 개를 볼 수 있을 뿐인즉, 화석에 관심이 지대한 분이거나, 작심하고 황량한 벌의 쓸쓸함을 즐기고 싶은 분이 아니라면 굳이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다.  

 

 

공룡알이라 하는 것은 뭐 이 정도이고
벌판은 그저 이러하다. / 연기는 2018년 화재로 인한 것이다.
어떤 정신 나간 사진작가가 간지나는 사진을 얻으려 연막탄을 피웠다가 불티가 갈대로 튀어 발생한 화재다. / YT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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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화성시 공룡알화석 산지를 방문한 세계의 자연과학자들은 노천의 환경이 제공하는 원시성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공룡알 화석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고, 당장이라도 공룡이 나타날 것처럼 현장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아무튼 공룡알화석의 발견은 그 나비효과도 지대해 적어도 고정리 16km²의 너른 벌판은 개발의 위협에서 벗어나 자연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다. 공룡알화석 발견이 없었다면 이곳 역시 어설픈 개발로 황폐화되고 결국은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피해를 주었을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시흥시 시화방조제 아래쪽에 위치한 거북섬 웨이브파크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시흥 유세에서 거북섬 내 인공 서핑장인 웨이브파크를 유치한 것을 자신의 경기지사 재임 시절의 치적으로 내세우며 뜨거워진 곳이다. 이재명 후보가 자신이 이것을 부산으로부터 (뺏아와) 유치했다며 스스로 자랑거리라며 떠들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에서는 "거북섬이 지금은 유령섬이 됐다"고 공격했고, 지금껏 상호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거북섬 웨이브파크의 위치
개발되기 전의 거북섬 / 왜 거북섬이라 부르는지 알 수 있다.
인공섬 거북섬 개발계획도와 웨이브파크 위치
개발이 완료된 거북섬 / 그러나 공실률 87%의 '유령섬'이 됐다.

 

있는 그대로를 가감 없이 말하자면, 이재명은 자신의 말 그대로  경기지사 시절인 2018년, 시흥시 정왕동 일대 거북섬 부지에 해양레저 복합단지 '웨이브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리하여  2018년 2월 12일, 대원플러스그룹이 해당 사업의 민간 사업자로 선정되었고, 같은 해 11월 22일 이재명 지사는 대원플러스와 MOU를 체결했다.  

 

이재명 후보는 웨이브파크 조성 사업을 자랑하고 싶었던지 (그는 실제로 자랑이라고 스스로 말했다) 5월 24일 시흥 유세에서 웨이브파크를 언급하면서 "(내가) '경기도 거북섬에 오면 우리가 나서서 해줄 테니까 오라'고 유인을 해서 인허가와 건축, 완공까지 2년밖에 안 되게 해치웠다"며 "이재명 경기도가 그렇게 신속히 큰 기업을 유치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5월 25일 재명 대표 측과 민주당은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 해당 사업을 한국수자원공사가 수행하고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국정 과제 사업이라는 점을 들며 "거북섬 개발은 국가 주도 사업으로, 남경필 지사 때 추진된 일이며 (이재명의) 경기도는 보조적 역할에 불과했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그 이유는 유튜브 채널 '여우대장'에서 '16억 영끌해서 거북섬 상가를 분양받은 3대 모녀의 최후'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퍼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문제의 동영상

 

유튜브 내용을 요약을 하자면, 2021년 시흥시 거북섬에 있는 건물 1층 상가 두 개 호실을 할머니·어머니·딸의 모녀 3대가 공동명의로 분양을 받았다. 전용 면적이 16평과 13평인 상가는 분양가가 각각 9억원, 7억 5000만원이었다. 이들은 약 4억원의 돈을 소유하고 있었던 바, 계약금을 지불한 뒤 상가를 담보로 은행에서 총 12억 5000만원을 대출받아 중도금과 잔금을 치렀다.

 

2022년 건물이 완공되자 이들은 소유권 이전을 마쳤다. 이제 임차인을 구해 임대료를 받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임차인은 구해지지 않았다. 거북섬은 '관광객들로 넘쳐날 것'이라는 애초 기대와 달리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높은 분양가로 임대료도 높게 형성돼 이곳에 들어오려는 임차인은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은행 이자는 꼬박꼬박 갚아야 했다. 모녀 3대가 매달 내야 하는 대출이자와 관리비는 총 600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결국 2년 만에 대출이자조차 내지 못하게 되었다. 상가는 압류되어 경매에 부쳐졌고, 모두 5번의 유찰 끝에 13평짜리는 1억 2806만 9000원에, 16평짜리는 1억 7005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16억 5000만원을 투자해 분양받은 상가가 2년 만에 3억원도 안 되는 돈으로 돌아왔다. 결론적으로 투자금 1억에 이자·관리비 1억4000만원을 손해본 셈인데, 문제는 대출금 12억원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우대장'은 거북섬의 상가 공실률이 87%에 이르고, 다른 상가들에서도 파산한  모녀 3대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옆에는 다른 건물들이 세워지고 있다고 분개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이재명은 거북섬의 돌아가는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필시 몰랐겠지만) 방탄유리 안에서 대중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이재명 : "시흥에 거북섬이라고 있죠?"

사람들 : "네~ "

이재명 : "거북섬에 거 '웨이브파크'라고, 요즘 장사 잘 되는가 모르겠네요?"

사람들 : "잘 안 돼요~ "

이재명 : "잘 안 돼요? 잘 안 되면  안 되는데.... 거기가 고용 규모도 꽤 있고 그러지 않나요?" 

 

사람들이 분명 장사가 안 된다고 하였고, 이재명은 그 사실을 되물어 확인까지 했음에도, 이어 자신이 그곳 웨이브파크를 유치한 사실을 스스로 자랑이라며 떠들었다. 그러면서 나라 살림을 애정을 가지고 하는 사람, 충직하게 일하는 실력 있는 사람하고 권한을 가지고 어떻게 뭘 해먹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하고는 성과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했다.

 

 

문제의 연설 장면

 

맞는 말이다. 그는  나라 살림을 하면서 적어도 애정을 가지거나 충직하게 일하지는 않은 듯하니, 오죽하면 자신이 치적으로 자랑하는 거북섬 웨이브파크가 잘 되는지 안 되는지조차, 더 나아가 이처럼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투자자와 임대인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것조차 모르고 있겠는가? 거북섬을 누가 개발했는지는 사실 중요한 일이 아니다. 민주당이 했든, 다른 당이 했든, 민간업체가 했든.

 

문제는 자신이 끌어들여 만들었다고 하는 웨이브파크가 지금 어떤 꼴인지조차 모르는 행정가가 더 큰 일을 맡겠다며 표를 달라고 외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성남의료원, 대장동 개발 등 과거 이재명이 추진한 사업들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상황에서 거북섬 사례까지 드러나며 '이재명 일 잘한다'는 주장은 점점 공허해지고 있다. 

 

민주당 윤여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5월 13일 "지도자의 자질은 도덕성과 유능성이 핵심인데, 이런 비상시국엔 도덕성보다는 유능함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이재명은 도덕성은 물론 유능성까지 의심받고 있는 지경이다. 할아버지께서 지금도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발언하는 윤여준 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