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근화동 당간지주
경춘선의 종점 춘천역에 내리면 버스 한 두 정거장쯤에 당간지주 정류장이 있다. 근화동 당간지주가 서 있기에 불려지는 이름이다. 모두 다 아는 대로 당간지주는 사찰 입구에 세워두는 기둥처럼 생긴 한 쌍의 돌로서(쇠로 된 외기둥 당간도 있지만) 절에 행사가 있을 때 당(幢)이라는 깃발을 달아 두던 돌이다.
그래서 당간지주는 사찰 입구임을 알려주는 석물이기도 한데, 가만 살펴보면 근자에 지어진 절들에서는 당간지주를 세우는 일이 생략돼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쉽게 여겨진다. 근자에 지어진 절들이 규모의 대소(大少)를 떠나 날아갈 듯 가볍게 여겨지는 것도 당간지주가 주는 무게감을 상실한 때문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에 근화동 당간지주가 주는 느낌은 남 다르다. 우선은 그 느낌이 장중하다.
근화동 당간지주는 보기와 같이 장중하며 아무런 꾸밈새가 없는 간결한 형태이다. 다만 마주 보고 있는 두 기둥 사이에 2단으로 이루어진 당간의 받침돌(竿臺石)을 놓고 그 윗단에 16개의 연꽃잎을 조각해 놓은 깨알 기교를 보이고 있다. 이 연꽃잎을 새긴 수법으로써 고려 중기의 작품으로 간주되기도 하는데, 3.52미터의 높이로 당당하며 보존 상태가 거의 완전해 1963년 보물(제76호)로 지정됐다.
그 외 이 당간지주에 대해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은 없다. 즉 이것이 고려시대 어느 절의 입구에 서 있었는가를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인데, 혹자는 소양로 한가운데 위치한 춘천 칠층석탑과 연계 짓기도 한다. 2018년 원래의 자리로부터 서북쪽으로 약 30미터 떨어진 현재의 자리로 옮겨졌지만 봉의산 충원사(冲元寺)*라는 절에 속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이 탑은 높이가 6.2미터이며, 두 개의 기단(본래의 기단 위에 연화문을 새긴 널판 같은 돌을 얹었다) 위에 7층의 탑신이 놓여 있는 고려의 이형(異形)탑계 양식의 불탑이다.
* 인조반정으로 파직당해 낙향한 충원현감(忠原縣監) 유정립(柳鼎立)이 이곳에 있는 석등 부근에 집을 세우려고 터를 닦다가 지층에서 ‘冲元寺’라고 새겨진 불기(佛器, 그릇)를 발견했다는 기록이 있다. (출처 : 춘천시민의 신문 <춘천사람들>)
탑은 1층부터 4층까지 아래층 지붕돌과 위층 몸돌이 각각 하나의 돌로 만들어져 고려시대 지역적 특성을 나타내기는 하나 근화동 당간지주와 연관짓기는 좀 어렵다. 석탑은 인화동에 위치해 있는 바, 당간지주와는 무엇보다 동명을 달리 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까닭이다. 내 생각으로 당간지주와 소양로 석탑은 별개의 절에 자리했으리라 여겨진다. 그래서 더욱 신비하고 미스터리하기까지 여겨지는 근화동 당간의 주위에는 춘천을 호반의 도시로 부르게 만든 의암호가 있고, 또 이제는 거의 전설이 된 소양강 처녀가 있으며, 근자에 설치된 스카이워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