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백김 2025. 6. 30. 22:32

 

경춘선의 종점 춘천역에 내리면 버스 한 두 정거장쯤에 당간지주 정류장이 있다. 근화동 당간지주가 서 있기에 불려지는 이름이다. 모두 다 아는 대로 당간지주는 사찰 입구에 세워두는 기둥처럼 생긴 한 쌍의 돌로서(쇠로 된 외기둥 당간도 있지만) 절에 행사가 있을 때 당(幢)이라는 깃발을 달아 두던 돌이다.

 

그래서 당간지주는 사찰 입구임을 알려주는 석물이기도 한데, 가만 살펴보면 근자에 지어진 절들에서는 당간지주를 세우는 일이 생략돼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쉽게 여겨진다. 근자에 지어진 절들이 규모의 대소(大少)를 떠나 날아갈 듯 가볍게 여겨지는 것도 당간지주가 주는 무게감을 상실한 때문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에 근화동 당간지주가 주는 느낌은 남 다르다. 우선은 그 느낌이 장중하다. 

 

 

춘천 근화동 당간지주

 

근화동 당간지주는 보기와 같이 장중하며 아무런 꾸밈새가 없는 간결한 형태이다. 다만 마주 보고 있는 두 기둥 사이에 2단으로 이루어진 당간의 받침돌(竿臺石)을 놓고 그 윗단에 16개의 연꽃잎을 조각해 놓은 깨알 기교를 보이고 있다. 이 연꽃잎을 새긴 수법으로써 고려 중기의 작품으로 간주되기도 하는데, 3.52미터의 높이로 당당하며 보존 상태가 거의 완전해 1963년 보물(제76호)로 지정됐다.

 

그 외 이 당간지주에 대해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은 없다. 즉 이것이 고려시대 어느 절의 입구에 서 있었는가를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인데, 혹자는 소양로 한가운데 위치한 춘천 칠층석탑과 연계 짓기도 한다. 2018년 원래의 자리로부터 서북쪽으로 약 30미터 떨어진 현재의 자리로 옮겨졌지만 봉의산 충원사(冲元寺)*라는 절에 속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이 탑은 높이가 6.2미터이며, 두 개의 기단(본래의 기단 위에 연화문을 새긴 널판 같은 돌을 얹었다) 위에 7층의 탑신이 놓여 있는 고려의 이형(異形)탑계 양식의 불탑이다.

 

* 인조반정으로 파직당해 낙향한 충원현감(忠原縣監) 유정립(柳鼎立)이 이곳에 있는 석등 부근에 집을 세우려고 터를 닦다가 지층에서 ‘冲元寺’라고 새겨진 불기(佛器, 그릇)를 발견했다는 기록이 있다. (출처 : 춘천시민의 신문 <춘천사람들>)

 

 

춘천 칠층석탑 (보물 제77호)
한국전쟁 당시의 총탄 흔적과 불에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다.
원래 자리의 춘천 칠층석탑 사진

 

탑은 1층부터 4층까지 아래층 지붕돌과 위층 몸돌이 각각 하나의 돌로 만들어져 고려시대 지역적 특성을 나타내기는 하나 근화동 당간지주와 연관짓기는 좀 어렵다. 석탑은 인화동에 위치해 있는 바, 당간지주와는 무엇보다 동명을 달리 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까닭이다. 내 생각으로 당간지주와 소양로 석탑은 별개의 절에 자리했으리라 여겨진다. 그래서 더욱 신비하고 미스터리하기까지 여겨지는 근화동 당간의 주위에는 춘천을 호반의 도시로 부르게 만든 의암호가 있고, 또 이제는 거의 전설이 된 소양강 처녀가 있으며, 근자에 설치된 스카이워크가 있다.

 

 

근화동 당간지주
의암호 풍경
일제가 화천댐을 건설할 당시 설치했던 케이블 교각의 잔재에 조성한 소양강 쏘가리 상
소양강 처녀 노래 발상지 관광명소화를 위한 물고기 조형물 당선작이다.
소양강 쏘가리 상 안내문
소양강 처녀 상
소양강 처녀 노래비
유료인 듯 보이는 소양호 스카이워크 /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하늘을 걷는 느낌을 준다고.
춘천의 역사와 애환을 담은 소양2교 / 최초에 '포니 브리지'라는 이름으로 건설됐다.
포니 브리지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미군 62건설공병대대가 군사작전과 군수물자 보급을 위함 절실함 속에 지금의 소양2교 자리에 단 25일 만에 완공시켰다. 다리 이름은 1950년 11월 청천강 전투에서 전사한 미 19공병단의 프랭크 포니 대령을 추모하기 위해 명명되었다.
프랭크 포니 대령 기념비
해 지는 의암호
의암호의 다리들
춘천 소양1교 (MS TODAY DB) / 1933년 준공된 춘천 지역의 남과 북을 잇는 최초의 다리이다. MS TODAY는 아래 사진과 함께 노후된 소양1교의 붕괴 원인이 될 수 있는 세굴 위험 방치를 지적했다.
2020년 붕괴된 평창 송정교 / 태풍 마이삭으로 영향으로 유속이 빨라지면서 교각 기초의 토사가 유실돼 붕괴됐다.
의암호의 다리들 / 춘천시청 제공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