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들여다보기 3 - 카바신전 블랙스톤의 수수께끼
무슬림이 하지 기간 중 앞서 말한 자마라트보다 더 신성시하는 의식이 있다. 메카 대(大)사원의 중앙에 위치한 카바신전을 일곱 바퀴 도는 행위로서 이슬람 공동체가 일치단결하여 신을 찬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까닭에 이 의식은 하즈의 첫머리를 장식하는데, 역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관계로 자마라트 의식과 같은 압사 사고도 상존한다. 그런데 언뜻 무질서해 보이는 이들의 행위는 사실 어느 한 점을 지향하고 있는 바, 카바신전 외벽 모서리에 박혀 있는 검은 돌을 손으로 만지거나 입을 맞춘다.
원칙론적으로 말하자면 이것은 흑석(黑石) 숭배로서 우상 숭배를 엄금하는 이슬람의 원칙에 배제된다. 그럼에도 이상의 행위는 원칙에 초월해 행해지는데, 무함마드가 천사 지브릴(가브리엘)이 가져다 준 이 하늘의 돌에 입을 맞췄다고 하는 구전에 따라 후대 사람들도 이를 따라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아래 사진처럼 현실적으로는 입을 맞추기는 힘든 까닭에 손이라도 대려 애쓰는데, 사실 손으로라도 돌을 만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신비의 흑석은 당연히 유리 덮개 안에 보호되고 있는 까닭이니 그래서 이 유리에라도 손을 대려 애쓴다. 그 엄청난 노력을 다시 보자면 아래와 같다.
그 모서리에 이것이 있다.
그렇지만 하즈에는 몰려드는 순례객들로 인해 사실 유리에 손을 대기도 쉽지 않다. 한마디로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이슬람 세계에서는 외벽의 돌을 향해 손만 뻗어도 의식을 마쳤다고 인정해 준다고 한다. 그런데 이 돌은 대체 무슨 돌이기에 무슬림들이 이처럼 열광하는 것일까? 정말로 천사가 무함마드에게 가져다 준 하늘의 돌일까? 일설에는 이 검은 돌이 이슬람교가 세워지기 훨씬 이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고 아라비아의 토착민들로부터 추앙받던 성물이라고 한다. 또 (지금과는 모양이 달랐겠지만) 카바신전은 무함마드 이전부터 존재했고, 무하마드도 어린 시절에 카바신전의 흑석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 기록을 보자면 무함마드 전부터 돌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로 여겨진다. 당시 아라비아는 남신(男神)만 360명이 넘는 다신교 신앙이었다고 한다.
반면 이슬람의 설명은 다르다. <꾸란>과 <구약>에는 공통되게 이브라힘(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에게 내쫓긴 하갈 모자(母子)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라의 질투에 겨우 물 한 부대만 지고 사막으로 내쫓긴 하갈과 어린 이스마엘은 신의 가호로써, 아사 직전 나타난 천사의 도움으로 인해 목숨을 건진다. <꾸란>에는 이 뒷이야기가 실려 있다. 하갈 모자가 걱정된 이브라힘이 그들을 찾아 사막으로 나서는데 이때 신의 도움으로 무사한 모습을 발견하고, 이에 운석을 주어 제단을 세우고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바로 하갈과 이스마엘을 구해준 샘물 곁에 세운 제단이었는데, 이슬람에서는 그 제단이 메카 카바신전의 모태가 됐고 그때의 운석이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다고 믿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아담이 하나님의 신전을 세운 곳이 그곳이었다고도 한다.
카바신전의 내부
카바는 정방형을 의미하는 큐브(cube)의 뜻으로 회청색 화강암으로 둘러싸여 있다. 길이 12m, 폭 10m, 높이 15m이며 키스와라 불리는 검은색 비단에 덮여 있는데, 내부는 의외로 단순한 바, 카바신전의 정수는 모서리의 블랙 스톤을 지향함을 알 수 있다. 지금의 모습은 1663년 건립 때의 것이며 최근의 개축은 1996년 10월에 있었다.
카바 신전의 검은 돌과 카바신전 이미지
카바신전의 장변(긴쪽)은 남쪽하늘의 가장 밝은 별인 카푸노스가 뜨는 쪽을 향한다. 무슬림이 기도하는 방향, 즉 북위 21도 25분 24초, 동위 49도 24분의 키블라(qiblah)는 바로 카바신전의 위도이며 세상의 모든 모스크도 이 방향으로 건립되었다.
문제의 검은 돌은 알하자르 알 아쓰와드(Alhajar Al-Aswad)라고 불려지는데 유대교나 기독교에서의 성궤처럼 신성시여겨 마지않지만 그것과 마찬가지로 신령스럽지는 않다. 그 돌 역시 블레셋인에게 빼앗겼다 되찾은 성궤처럼 외적(外敵)에게 빼앗긴 적이 있다. 서기 930년, 메카를 침공했던 급진 시아파 전사집단인 카르마시안(Qarmatian) 일파가 이 돌을 훔쳐 바레인으로 가져갔던 것인데, 내가 신령하지 않다고 한 것은 그것이 블레셋에게 빼앗길 때의 성궤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그 와중에 부숴져 조각이 났던 바, 이에 돌을 되찾아 온 이후로는 은으로 만든 끈으로 묶고 은 못으로 박아 고정시키고 유리로 막아 놓았다.
따라서 아무리 유심히 들여다본다 해도 아래 사진 이상의 것을 살필 수 없는데, 본래 가로 25cm 세로 30cm 크기의 돌이 깨진 것이라고 한다. 종류는 현무암, 흑요석, 운석 등으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내가 볼 때 적어도 현무암이나 흑요석은 아니다. 현무암이 아님은 주변 돌과 성인(成因)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고, 흑요석이 아님은 파편이 날카로운 박리를 이루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규산염 광물의 석질 운석(Stony Meteorite)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단정할 수는 없다. 이 돌은 과학적 테스트를 거친 적이 없으므로 지금까지의 모든 연구 결과와 주장은 다만 추정에 불과하다.
* 독일 연구자 하랄드 카우츠펠라(Kautz Vella)는 애오라지 운석이라 주장하고 있고 옥스퍼드 대학 앤소니 햄프톤(Anthony Hampton)의 주장도 운석으로, 블랙스톤 주변의 모래 샘플에서 이리듐의 함량이 높은 것에 착안한 것이다. 이리듐은 운석에 의한 공룡멸종설을 주장한 UC 버클리 대학의 루이스 앨러레즈 교수가 주목했던 물질로 그의 주장은 현재 정설이 되었다.
** 반면 일리노이 대학의 로버트 디에즈(Robert S. Dietz)와 죤 맥흔(John McHone)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그저 '짱돌'에 불과하며, 익명의 아랍 지질학자는 그 돌이 확산띠(diffusion banding)현상을 보이는 마노석이라 주장했다.
그 추정에 한 마디를 더 얹자면 이 돌은 외계의 돌이기는 하되, 외계인이 자신의 별에서 직접 가져다 준 돌일 수도 있다. 이것은 물론 전설에 근거한 것이지만, <구약>과 <꾸란>에서 보이는 하나님의 잔인한 불신의 기록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럴 경우 앞에서 말한 기독교와 이슬람에서 모두 곤혹스러워 하는 기록의 양립(兩立)까지 해결시킬 수 있다.(☜ '하나님이 장난친 도시 예루살렘 II') 그런데 여기서 나는 <꾸란>의 것을 믿고 싶은 바, 전설이긴 하지만, 이슬람에서는 이와 같은 하나님의 잔인한 시험을 말리는, 훗날 '사탄'이라고 불린 올바른 사고의 외계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슬람 들여다보기 I - 수니파와 시아파, 그리고 이브라힘의 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