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생명체는 우주로부터?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8. 4. 11. 19:28

    * '단순 생명체를 찾아서'에서 이어짐

     

    우리의 생활에서 생물의 자연발생설이 절로 믿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버려진 음식물에서 구더기가 생겨날 때나 바나나를 사 온 후 잠시 방치했을 경우다. 그 바나나에는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어마어마한 날파리들이 꼬인다. 주위에는 특별한 오염원도 없다. 물론 생물이 그렇게 쉽게 탄생할 리는 없겠지만 아무튼 이때 생물의 자연발생설은 쉽게 피부에 와 닿는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꼬여드는 날파리에 질려 비닐봉지 안에 바나나를 감출 경우, 혹은 랩으로 감쌀 경우 날파리들은 곧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이와 같은 의문을 처음으로 규명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의사이며 시인이었던 프란시스코 래디(1626-97)다. 1688년 그는 썪은 밀에 파리가 꾀는 것을 보고 한 가지 실험을 해보았다. 작은 병 A, B, 두 개에 부패된 고기를 넣은 후 A는 천으로 덮고 B는 열어놓았다. 경과를 보니 둘 다 악취는 늘었지만 A에는 구더기가 전혀 꾀지 않았고 B는 버글버글했다. 레디의 실험은 먼저 있던 파리가 썩은 고기에 알을 낳았고 그 알로부터 구더기와 파리가 파생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네덜란드의 생물학자 안톤 폰 뢰벤호크는 아주 작은 물체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광학기구를 고안해냈다. 말하자면 현미경의 원조로서 오늘날 문구점 현미경 정도의 배율이었다. 1675년 그는 이것으로 하수구 물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을 발견해냈는데, 이것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밝혀진 미생물 '프로토조아'다. 그리스어로 첫 번째 동물이라는 뜻이다. 이어 그는 개량된 현미경으로써 1680년에는 빵의 효모인 이스트에서, 그리고 1683년에는 박테리아라는 훨씬 작은 생명체도 발견해냈다.

     

     

    프로토조아는 편모 프로토조아와 섬모 프로토조아로 대별되며 탄소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휘발성지방산과 수소를 생성한다. 생성된 수소는 프로토조아 표면에 살고 있는 메탄생성 박테리아가 이용함으로써 서로 공생한다. 프로토조아는 박테리아보다 10,000~1,000,000배 정도 크므로 박테리아를 주요 먹이로 사용하며 종류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이런 미생물들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실험을 해보면 이같은 미생물들이야말로 자연발생적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왜냐하면 미생물들의 배양액을 펄펄 끓여 나노 필터로 걸려낼 때까지 걸러내도 잠시 후 배양액을 들여다보면 다시 미생물이 우글거리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보면 미생물이란 것은 태초부터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하지만 이것도 그렇지가 않은즉, 1767년 이탈리아의 생물학자 라자로 스패란자니(1729-99)가 이를 부정하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그는 배양액을 끓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밀봉까지 했는데, 그 결과 미생물이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밀봉하지 않은 배양액에서는 미생물이 우글거렸다. 병 위에 천을 덮은 래디의 실험 결과와 같은 경우로서, 공기 중에 있는 미생물이 배양액에 침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독일의 생물학자 데오도르 슈반(1810-82)은 이같은 결론을 다시 실험으로 증명했다. 1836년 슈반은 배양액을 멸균하고 실험실 내의 공기도 열을 가해 멸균시킨 결과, 그 공기에 노출돼 있는 배양액에서도 미생물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완벽할 수 있는 결론은 아니었다. 생물의 자연발생설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때 가해진 열이 생명이 없는 물질로부터 생명을 싹트게 하는 기본적인 '생명의 원리'를 파괴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즉 배양액을 끓이고 그것을 밀봉한 경우나 끓인 배양액을 가열한 공기 중에 노출시킬 경우, 이미 열이 가해졌으므로 미생물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당연한 노릇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복잡한 싸움을 정리한 사람이 루이 파스퇴르(1822-1895)였다. 그는 아래처럼 휘어진 긴 목의 플라스크를 만들어 이상의 이론을 실험했다. 그는 이 긴 목의 플라스크 안에 배양액을 넣어 멸균 상태까지 끓였는데, 밀봉을 하지도 않고 바깥 공기를 차단하지도 않았다. 바깥 공기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만든 것은 타인들이 말하는 기본적인 '생명의 원리'를 만족시키기 위함이었다.  

     

     

    파스퇴르가 끓인 배양액은 설탕을 넣은 효모액이었다. 그는 이어 백금관을 통과시켜 무균 상태로 만든 공기를 플라스크에 주입해 효모액에는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효모액에 공기에서 걸러낸 먼지를 주입하자 2~3일 만에 미생물이 번식했다. 이로써 파스퇴르는 공기를 타고 들어오는 미생물이 먼지 속에 들어 있는 미생물과 같은 것임을 증명해 보일 수 있었다. 

                 

    다음은 공기 속의 먼지가 미생물을 옮기는 것이지 공기 자체는 아무 혐의가 없다는 것을 밝혀야 했다. 이를 위해 파스퇴르가 생각해낸 실험은 매우 간단했다. 그는 설탕을 넣은 효모액을 여러 유리 플라스크에 담고 그 중 몇 개는 플라스크의 목을 가열해 지름 1~2mm 정도로 백조의 목처럼 S자 모양의 길고 가는 곡선으로 늘렸다. 그리고 백조목 플라스크 속의 효모액을 몇 분간 끓여 멸균시킨 뒤 플라스크의 목을 통해 공기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놔뒀다.


    단순해 보이는 이 실험의 결과는 결정적이었다. 백조목 플라스크에서는 미생물이 전혀 자라지 않은 반면 곧은 목의 일반 플라스크에서는 미생물이 왕성하게 번식했다. 또 백조목의 굽은 목을 잘라내면 며칠 뒤 그 플라스크에서도 미생물이 번식했다. 백조목 플라스크에서는 공기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반면 먼지는 백조목에 고인 물에 걸려 효모액에 도달하지 못하지만 곧은 목에서는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실험의 결과가 나온 이후 '자연발생설'은 영원히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상으로 보면 생물은 자연발생한 것이 아니라 먼저 존재한 생명체로부터 기인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지구 혹은 제 3의 행성에서 어떻게 생명체가 탄생했는가를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내가 믿고 있는 라플라즈의 성운설과 같은 진화론적 입장에 따르면 행성이 있는 행성계에서는 어떤 곳에서도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고 하고 있지만)    

     

    그런데 이를 밝혀내기 위한 실험이 1953년 시카고 대학에서 있었다. 그 전제는 지구상 생물의 가장 중요한 분자구성 단위가 아미노산을 합유한 질소 화합물이라는 것이었다. 즉 루신, 리신, 발린과 같은 여러가지 다른 이름을 갖는 20가지 아미노산이 지구 상의 생명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때문이었다.(이러한 아미노산의 고리형 구조가 세포의 필수 요소인 단백질을 구성한다는 것은 이미 정설이 된지 오래다)                   

    아미노산(amino acid)의 구조 / 아미노산은 생물의 몸을 만드는 단백질 기본 구성단위이다. 단백질을 완전히 가수분해하면 암모니아와 아미노산이 생성된다.

     

    시카고 대학의 실험 촛점은, 그렇다면 최초의 아미노산은 어디에서 생겨났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 실험 역시 간단했던 바, 그들은 메탄, 암모니아, 물을 담은 플라스크로 실험실을 가득 채운 후(이 물질이 지구 대기 안의 주요 화합물이므로) 이 화합물에 일주일 동안 전기 스파크(모의 번개효과)를 가했다. 그러자 플라스크 안의 내용물이 아미노산을 포함하고 있는 다량의 유기분자로 구성된 갈색의 엿으로 변했다.  

     

     

    * 1953년, 당시 시카고 대학 박사 과정 학생으로 실험을 주도했던 스탠리 밀러는 이 실험의 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하였고, 이것은 이후 오파린의 가설과 더불어 생명체 탄생 이론의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스승인 해럴드 유리(Harold Urey)와 함께 진행한 까닭에 '밀러-유리 실험'으로도 불린다.

     

     

    그들은 이 실험의 결과로서 번개나 태양 에너지에 의해 일어나는 이 단순한 화학작용이 생성된지 얼마 안 된 지구의 대기에서도 아미노산을 생성했으리라 판단했다. 그리고 이 결과 오늘날 우리는 40억 년 전의 대기가 메탄과 암모니아를 일부 포함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졌다고 믿게 되었다.(만일 이런 일이 실제로 지구 생성 초기의 대기에서 이루어졌다면 생명체의 구성 요소는 계속 빗물을 따라 바다나 호수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다)

     

    아무튼 이것은 지구 생명체의 탄생 가설로서 매우 그럴 듯한 것이었지만 한편으론 다른 관점도 존재한다. 생명체가 우주로부터 왔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그 이유는 유성, 소행성, 혜성 등에서도 아미노산을 함유한 물질들이 발견되기 때문인데, 최근 실험들은 우주 먼지, 즉 스타 다스트(* '빛의 속도로 나는 게 전부는 아니다' 참조)도 아미노산을 만드는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우리는 생명의 기원물질이 우주의 어느 곳에서 발생하여 우연찮게(먼지, 유성, 혜성, 소행성 등에 의해) 이 지구에 유입될 때 함께 유입되었다는 가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그에 관한 증거들도 찾아볼 수 있는 바,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69년 호주 머치슨 지방에 떨어진 머치슨 운석이다. 이 무더기로 떨어진 운석들에서 지구 상에서 발견된 아미노산 및 미발견의 새로운 아미노산까지 검출된 것이었다. 

     

     

    1969년 9월 28일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 머치슨에 떨어진 운석
    그 다량의 운석들을 일괄해 머치슨 운석이라 부른다.
    또 다른 머치슨 운석
    머치슨 운석에서 발견된 아미노산
    머치슨 운석에서 발견된 아미노산

     

    이 운석을 분석한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존 크로닌 박사 등은 그 안에 포함된  90개 이상의 아미노산 중 오직 19개만이 지구에서 발견된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운석에서 나온 19개의 아미노산의 성분(글리신 , 알라닌, 노르발린 등)이 시카고 대학 밀러-유리 실험에서 검출된 아미노산 성분들의 조성비율과 거의 유사하다는 사실이었다.(이상은 지구 외의 행성에 지구와 유사한 생명체가 서식함은 물론, 지구보다도 더 다양한 생물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방증이다. 아미노산 등의 유기물을 포함하는 운석은 그 뒤에도 다수 보고되었다)

     

    그 외에도 운석에서는 생명체의 근간이 되는 염기와 카복실산 등이 발견되었는데, 이에 못지않게 주목을 받은 것은 운석 안에 포함된 다량의 수분이었다. 생명체 뿐 아니라 지구 상의 물 또한 외계에서 왔을는지 모른다는 또 하나의 유력한 가설이 성립되게 된 것인 바, 다음 장에서는 루이 파스퇴르가 부정했던 생명체의 자연발생이 지구의 역사에서 딱 한번 일어났다는 A. I. 오파린의 가설과 외계로부터 온 물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Daum백과] 머치슨 운석과목별 학습백과 공통과학 고등 (조현수), 천재교육 편집부(조현수 외), 천재학습백과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다음백과', '과학동아' 구자현 님의 글, '천재교육 학습백과(과학)' 조현수님의 글, 아시모프의 '외계문명에 관하여' 등 참조

     

    댓글

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