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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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장은 어떻게 중원의 패자(覇者)가 되었나?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22. 8. 23. 05:09
명태조 주원장은 1328년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잘 알려진 그대로 주원장의 어린 시절은 비참하기 그지없었으니, 전염병으로 부모 형제를 잃은 후 비렁뱅이 고아로 떠돌다 호구지책으로 절에 들어가 중이 되었다. 그러다 스물다섯 무렵 자포자기의 심정으로서 머리에 붉은 띠를 매고 마을을 휩쓸던 도적의 무리에 합류했는데 바로 홍건적이라는 무리였다. 백련교라는 신흥종교에 뿌리를 둔 그들 홍건적의 무리는 세력이 커지며 어느덧 몽골족의 원나라에 대항하는 한족(漢族) 정치집단으로 성장하였고, 그 무리 중 두각을 나타낸 주원장은 아예 왕을 칭하며 한족의 중원 수복 전쟁에 나섰다. 그러면서 군웅할거한 주변의 다른 무리들을 차례로 제압하고, 한편으로는 원나라를 공격해 몽골의 세력을 만리장성 이북으로 몰아낸 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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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유명 환관들(II) ㅡ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정원장을 겸한 환관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21. 9. 28. 08:36
앞서 말한 왕진의 경우는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환자(宦者)가 임금과 나라를 어떻게 망가뜨리는가를 잘 보여준 예이다. 그런데 그와 이름이 비슷한 왕직(汪直) 역시 만만치 않았으니, 몇 대(代) 전의 일도 아닌 바로 전대(前代)인 아버지 영종 때의 비극이 그 아들 대에 되풀이됨이 차라리 신기하기까지 하다. 왕진의 국정 농단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더욱 기대가 클 환관 왕직에 대해 알아보자. 왕직은 헌종(명나라 8대 황제 성화제, 재위 1464-1487년) 때의 태감이었다. 태감이 환관의 우두머리 직함이라는 것과 그 권세가 얼마나 대단한 자리인가는 앞서 누누이 말한 바 있는데, 왕직의 경우는 그보다도 더 급이 높았다. 이유는 황제가 만든 비밀경찰 조직인 서창(西廠)의 우두머리를 겸했기 때문이니 요즘으로 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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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유명한 환관들(I) ㅡ 문고리 권력의 최후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21. 9. 27. 06:08
환관(宦官)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아마도 십상시(十常侍) 일 것이다. 중국 후한 말, 황제 영제(靈帝)를 황음에 빠뜨리고 정치권력을 독점한 그 열 명의 내시들은 각종 부정과 매관매직으로 나라를 망가뜨렸던 바, 결국 저 유명한 의 서막을 장식하게 된다. 즉 그들의 전횡이 황건적의 난이라는 농민 반란을 불러오고, 동탁, 여포, 원소, 조조, 그리고 손견(손권의 아버지)과 유비 삼형제를 차례로 역사의 무대 위로 불러올리는 까닭이다. 십상시는 동탁에 의해 소탕된다. 그에 앞서 진나라를 망가뜨린 조고(趙高)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유명한 바로 그 자이다. 진시황이 죽은 뒤 맏아들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황위(皇位)에 올린 환관 조고는 어느 날 황제 앞에 사슴 한 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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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과 당태종 죽음의 공통점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21. 6. 10. 07:09
서귀포 시 정방폭포 가는 길에 서복공원과 서복전시관이라는 곳이 있다. 몇 해 전 유배생활(?)을 할 당시, 처음에는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고, 또 별로 들어가고픈 생각도 안 들어 구경을 회피했는데, 우연찮게 들어가 보니 풍광이 장난 아니었다. 그리고 중국색과 중국인 관광객이 넘쳐났다. 까닭에 당연히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조영한 건물이겠거니 생각했으나 알아보니 5공정부에 부역했던 이세기 의원이 문체부 장관시절, 중국에 짜웅하러 낸 아이디어에 기인해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그때가 한중수교 무렵으로 그는 이후 한중친선협회 회장도 지냈다) 당시는 제주도 개발 붐이 불기 한참 전이었던지라 땅값도 싸고 장소도 널널했다. 그래서 서복전시관은 서귀포에서 가장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게 되었지만, 설립 후 만성 적자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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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족 멸문지화를 당한 혹리(酷吏) 왕온서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21. 2. 18. 02:43
혹리(酷吏)란 가혹한 관리를 이른다. 이에 반대되는 말은 순리(循吏)인데, 사마천은 사기열전을 쓰며 과 을 두었다. 여기서의 '순' 자는 순할 순(順) 자, 혹은 순수할 순(純), 순박할 순(淳) 자 등을 쓰지 않고 순환한 순(循) 자를 쓰는 바, 물이 순환하는 것처럼 무난한 정치를 하는 관리를 이름이다.(※ 물론 뜻풀이 가운데는 착하다는 의미도 있기는 하지만) 반면 혹리에 대해서는 다른 의미는 없으니 그저 가혹한 다스림을 보인 관리를 이를 뿐이다. 그 에 나오는 왕온서(王溫舒, ? -BC 104)라는 관리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왕온서는 전한(前漢) 중기의 관료로 양릉현(陽陵縣) 사람이다. 그는 젊었을 때 사람을 죽여 암매장하는 등 간악한 짓을 저질렀으나 후한 시대의 서서(徐庶, 삼국지 인물)도 젊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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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작과 예방의학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21. 1. 26. 20:53
후한의 역사가 반고(班固, AD 32-92)가 쓴 《한서(漢書》에는 갈관자(鶡冠子)라는 도인(道人)에 대해 언급한 구절이 나온다. "갈관자는 초나라 은자(隱者)로서 성과 이름을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깊은 산중에 살며 산꿩인 갈(鶡) 깃을 모자에 꽂고 다녔으므로 사람들이 그를 갈관자(鶡冠子)라 불렀다. 그가 쓴 책은 없어져 전하지 않으니 지금 전하는 《갈관자》 3권은 후대 사람의 위서(僞書)이다." 그럼에도 《갈관자》는 도가(道家)의 입장에서 본 의학을 다루고 있어 가끔 그에 관한 논문이 소개되기도 하는데,( ※《갈관자》의 번역본은 없으나 원문으로는 구입할 수 있다) 오늘 말하려는 것은 《갈관자》에 나오는 편작(扁鵲)이라는 명의에 관한 예화다. 그 책의 편에는 '누가 가장 뛰어난 의사인가(孰最善醫)'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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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되는 법(I) - 조간(刁間)의 경우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20. 1. 22. 07:18
부자가 되고픈 마음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래서 10여 년 전 "부자되세요~"라고 외치는 광고가 등장했을 때, 나는 그것이 좀 경박하다고 여겼지만 그 광고는 의의로 반응이 좋아 장수했으며 당대 최고의 유행어가 되었다. 그걸 보고 내가 느낀 점은 다음과 같았다. "아. 나는 역시 돈하고는 거리가 먼 모양이로구나." 하지만 부자가 되는 법은 보고 들어 알고 있는 바, 동양사에서 익힌 그 부자되는 방법을 공유해 볼까 한다. 명저 에 써 있는 방법이니 사기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 있게 추천하는 바이다. '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 사는 법' 중의 한 챕터로 마련한 '부자되는 법'은 대략 10편 정도 연재될 예정이지만 굳이 사기열전의 순서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며 재미 없는 대목은 과감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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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장료라는 인물동양사에서 배우는 세상사는 법 2020. 1. 12. 23:57
에 나오는 위나라 장수 장료(張遼, 169?-222)는 그다지 유명한 인물은 아니다. 그렇다고 마니아 급의 인물 또한 아니니, 를 한 번이라도 정독한 사람이면 웬만큼 기억에 담겨지는 정도의 장수다.(다만 삼국지 게임 마니아 사이에서는 용감무쌍한 캐릭터로 인해 인기 짱이라고) 장료는 병주(幷州) 안문군 마흡현(현재 산서성 삭주시 삭성구) 출신으로 본래 섭씨(攝氏)였으나 그 조상 섭일(攝壹)과 흉노와의 원한 때문에 장씨로 성을 바꾸었다.* 이름인 료는 요동(遼東)의 요(遼, 멀 요) 자이므로 장요로 불려져야 원칙이겠는데, 대부분의 책에서 '장료'로 기록하고 있어 여기서도 통례에 따라 그렇게 쓰기로 하겠다.** * 전한 무제(武帝) 시절 흉노를 토벌할 때 한나라 장수 섭일이 흉노족을 유인하여 섬멸시키려 한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