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재발견
-
제주도의 고인돌탐라의 재발견 2024. 4. 27. 06:15
우리나라가 '고인돌 왕국'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로, 전 세계 고인돌의 40% 이상이 한반도에 위치한다. 전체적으로는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지방을 비롯한 유럽과 서아프리카, 서아시아, 동아시아 등지에 8만여 기가 분포하는데, 특히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남만주 지역과 일본의 규슈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 밀집해 있다. 그중 남한에서 확인된 것만 3만 5000기가 넘는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대충 짚더라도 북으로는 휴전선 근방인 연천, 양구, 철원 등지에서 고인돌 무리를 찾을 수 있고, 강화, 인천, 용인 등지를 거쳐 전북 고창에서도 한 무리가 출현하며, 다시 광주와 대구, 전남 화순, 김해 등에서도 한 무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특이한 돌은 바다를 건너 완도에서도 무리로..
-
제주해녀 항일운동탐라의 재발견 2022. 11. 14. 08:48
제주 해녀의 항일운동은 1930년대 성산과 우도, 구좌의 해녀들을 중심으로 일제의 생존권 수탈에 항거하여 일으킨 운동이다. 제주의 동부 지역에서 해녀 항일운동이 일어난 이유는 우선 이 지역에 해녀들이 많이 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물질로 생계를 영위하는 인구가 대부분이어서 여성들은 어릴 적부터 물질을 배웠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서는 이곳 해녀들의 남다른 의식수준을 들 수 있을 것이니, 해녀들이 배움의 기회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지역의 지식인 청년들이 보통학교에 야학 강습소를 개설해 당시의 해녀들을 공부시킨 바 있었다. 이들 해녀들은 한글과 우리 역사, 산수, 사회 등을 공부하며 청년 지식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민족의식을 전수받았다. 아울러 실질적인 지식도 습득하였던 바, 이를테면 저울 눈금 보는 법..
-
서울의 돌하르방탐라의 재발견 2022. 5. 29. 23:58
위의 사진은 제주시 관덕정 후원에 있는 돌하르방으로, 천진함을 담은 귀여운 웃음으로 인해 제주도에 있는 45개 돌하르방 중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석인(石人)이 되었다. 육지 사람들은 대개 이러한 모양을 연상하나 일반적 생각과 달리 제주의 돌하르방은 조선시대 행정구역인 1목2현의 것이 완전히 다르다. 앞서 '제주도 돌하르방의 미스터리'에서 살펴본 것처럼 제주의 돌하르방은 조선시대 행정구역에 따라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지역적 특색은 제주도의 돌하르방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그렇지만 이제껏 이러한 차이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들을 것 같지는 않다. 제주도 돌하르방이 탄생한 이유 자체에 대해서도 아직 밝혀진 것이 없는 마당이라.... 아무튼 대별하자면 아래와 같다...
-
영실오름 까마귀에 대한 오해탐라의 재발견 2022. 5. 10. 22:03
강릉 오죽헌에 가보니 그 앞에 전에 없던 조형물이 하나 서 있었다. 우리나라 5만원 화폐와 5천원 권 화폐를 내리붙여 놓은 조형물로서 필시 두 인물이 난 곳임을 강조하자는 뜻일 게다. 생각해보니 모자(母子)가 이렇듯 화폐 속 인물이 된 예는 세계적으로도 드물 듯하다. 잠깐 재미난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그런데 조폐공사에서는 이것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과거 5천원 권과 1천 원 권이 새로 발행되었을 때 퇴계 이황 선생의 후손들이 몰려와 '퇴계 이황이 율곡 이이보다 뛰어난 인물이거늘, 어째서 이이는 5천원 권의, 이황은 1천원 권의 모델이 되었는가' 따진 것이었다. 액면가에서 뒤지니 딴은 화가 날 법도 했다. 잘못하면 애써 발행한 화폐를 폐기시키고 다시 새로운 화폐를 찍어야 될지도 모를 이 ..
-
제주 갯담을 아시나요?탐라의 재발견 2022. 5. 8. 22:07
갯담은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고기잡이 방식으로서 육지의 독살과 비슷하다. 즉 해안가에 돌로 긴 담을 쌓아 밀물 때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갇히게 만들어 그것들을 수확하는 전통 어로 방식으로, 육지에서는 돌 외에 목책이나 어망 등의 어구도 사용되나 제주도에서는 오직 구멍 숭숭 난 현무암만 이용된다. 말하자면 제주의 그 흔한 현무암이 어망을 대신하는 셈이다. 갯담 어로 방식이 육지와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어획물이 마을 공동소유라는 점이다. 그것은 예부터 제주의 너른 바다에 대해 소유 의식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니, (그럴 필요가 없었으므로) 주민 공동으로 갯담을 쌓아 어획물을 분배하는 형식을 갖추었다. 갯담은 지역마다 이름이 조금씩 달라 원담으로 부르기도 하고 멀튼개라고도 부르기도 하고 그냥 개라..
-
한라산은 폭발할까?탐라의 재발견 2021. 11. 14. 20:36
오늘은 '한라산은 폭발할까?'라는 자극적인 주제로써 내용을 꾸려볼까 한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한 이유는 자주 거론되고 영화까지 나온 백두산 폭발이 비해 전혀 무관심한 현실 때문인데,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한라산이 폭발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이 사실을 먼저 주지하고 가고 싶어용.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라산은 활화산으로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조금 연세가 있는 분이라면, 화산은 활화산, 휴화산, 사화산으로 분류되며 한라산은 휴화산에 속한다고 배웠을 것이다. 즉 한라산은 완전히 화산 기능을 상실한 산은 아니지만, 적어도 활동을 하고 있는 산은 아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분류는 별 의미가 없으니 지금의 지질학적 분류는 단지 활화산이냐 아니냐 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아울러 활화산의 기준도 심플해, 지..
-
천주교도 정난주 마리아의 삶과 프랑스의 침략탐라의 재발견 2021. 11. 3. 23:30
'세기'(Centry)의 개념은 서양 것이기는 하나, (동양은 60갑자) 조선의 18, 19세기를 구분 지음에 매우 유용하다. 탕평으로 정치와 민생이 안정되고, 그리고 그 바탕에 학문 또한 진작되어 '조선의 르네상스'라고도 칭해지는 영·정조의 시대가 18세기와 함께 끝나고, 노론 일당독재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19세기가 새로운 왕 순조의 즉위와 함께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연찮게도 19세기가 시작된 1801년이 순조의 즉위년이다) 그 19세기는 시작부터 불안했다. 알렉시오 세례명을 가진 황사영이라는 자가 조선의 천주교 박해에 간섭해 달라며 프랑스 군대의 조선 침입을 청하는 외세 청병(請兵) 행위를 했고, 그와 같은 요구를 적어 북경의 프랑스 주교에게 보내려던 편지인 이른바 '황사영 백서'(黃嗣永 帛書)..
-
스파이더맨 양헌수 장군의 생전에 세워진 비석들탐라의 재발견 2021. 11. 1. 00:30
대동법을 실시한 조선 최고의 경제관료 잠곡(潛谷) 김육에 대해 포스팅하며 전국에 있는 그의 공덕비를 열거한 적이 있다. 그것이 한두 개라면 부도덕한 위정자의 공치사 흔적쯤으로 치부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으나 이 정도면 고개가 수그려질 수밖에 없을 터, '잠곡 공 선정불망비(潛谷公善政不忘碑)'는 충남 아산과 예산, 전북 익산과 군산, 경남 함양, 개성직할시 등지에서 볼 수 있고, 평택에는 특히 대동법 시행을 치하해 세운 '김육 대동균역 만세불망비(金堉大同均役萬歲不忘碑)'가 있으며, 묘소가 있는 남양주 소쿠리 마을에는 따로 신도비가 세워졌다. 그런데 올 가을 제주도를 답사하던 중 잠곡 김육비에 못지않은 비석이 우연찮게 연이어 눈에 띄었다. 고종 초에 제주목사를 지낸 하거(荷居) 양헌수(梁憲洙, 18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