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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라산은 폭발할까?
    탐라의 재발견 2021. 11. 14. 20:36

     

    오늘은 '한라산은 폭발할까?'라는 자극적인 주제로써 내용을 꾸려볼까 한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한 이유는 자주 거론되고 영화까지 나온 백두산 폭발이 비해 전혀 무관심한 현실 때문인데,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한라산이 폭발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이 사실을 먼저 주지하고 가고 싶어용.

     

    한라산 분화가 아닌 작년 2020년과 올 9월 분화한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의 모습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라산은 활화산으로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조금 연세가 있는 분이라면, 화산은 활화산, 휴화산, 사화산으로 분류되며 한라산은 휴화산에 속한다고 배웠을 것이다. 즉 한라산은 완전히 화산 기능을 상실한 산은 아니지만, 적어도 활동을 하고 있는 산은 아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분류는 별 의미가 없으니 지금의 지질학적 분류는 단지 활화산이냐 아니냐 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아울러 활화산의 기준도 심플해, 지질 시대 구분으로 홀로세(Holocene)*에 화산 분출을 했다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활화산으로 규정한다.

     

    * 홀로세(Holocene)는 전부를 뜻하는 그리스어 홀로스(holos)에서 유래된 지질학적 구분(Epoch)으로서, 현세에서 발견되는 모든 화석이 새로운 것으로 구성된 시기(entirely recent)라는 의미로서 붙여졌는데, 일본학자들은 그 의미를 좇아 충적세(沖積世)라는 말을 만들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우리도 충적세라는 말을 썼으나 지금은 원어를 좇아 홀로세란 말을 사용한다. 시기는 마지막 빙기가 끝나는 약 1만년 전부터 가까운 미래를 포함한 현재까지이다. 최근에는 이 시기가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에 영향을 준 시기라는 의미로서 '인류세'(Anthropocene epoch)라는 말을 쓰자는 새로운 주장이 대두됐다. (2016년 1월 8일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24명의 다국적 연구진의 논문) 

     

    앞서도 언급했지만 1973년 갑자기 분화를 일으켜 많은 피해와 이재민을 발생시킨 엘드펠 화산(Eldfell Volcano)은 적어도 5000년 동안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다가 폭발한 경우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우는 허다하다. 백두산은 발해가 멸망하던 10세기의 3차례 폭발 외에 1403년, 1654년, 1668년에 분화가 있었고, 1903년과 1925년에도 분화가 있었다. 경망스럽게 표현하자면 '따끈따끈한' 화산인데, 사실이 그러하니 백두산 관광길에서 끓는 백두산물에 익힌 따끈따끈한 계란을 드신 분도 꽤 있을 것이다. 백두산의 폭발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1973년 폭발한 아이슬랜드 엘드펠 화산

     

    반면 한라산은 정확한 분화 기록이 없다. 하지만 제주도 '어느 산'에의 분화 기록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워 1002년과 1007년에 일어난 탐라도에서의 화산 분출 기록이 <고려사>에 전한다. 그중 1002년의 기록은 다음과 같다.


    "목종 5년(1002년) 6월, 탐라에 있는 산에 4개의 구멍이 뚫리며 붉은 물이 솟아 나오다 5일 만에 멎어 용암이 되었다. 탐라 바다 가운데서 서산(瑞山)이 솟아 나왔으므로 태학박사 전공지를 보내어 돌아보게 하였다. 탐라사람들이 말하기를 ‘그 산이 처음 나올 적에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여 캄캄해지면서 우레와 같은 진동이 나고, 7일 만에 날이 처음 개었다. 산 높이가 백여 발이나 되고 주위는 40여 리 되며, 초목은 없고 연기가 산 위에 자욱이 덮였다. 바라본즉 석유황 같으며 사람들이 무서워 가까이 가지 못하였다.’라고 하였다. 전공지가 직접 그 산 밑까지 가서 산의 형상을 그려 왕에게 드렸다."

     

    이 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노력이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회'에서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경로로서 연대분석 및 역사기록 재해석을 실시한 결과 모슬포 인근의 송악산이 가장 유력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이상의 분석은 제주도 지대 전체를 활화산으로 판명했다"고 밝혔던 바, 이 연구결과를 따르자면 한라산 역시 활화산이 되는 셈이다.

     

     

    파타고니아 코리아 제공 송악산 사진 / 현재 송악산은 입산금지 지역으로서 오르지 못한다. 당연히 환경보존을 위해서인데, 최근 중국의 한 기업이 '뉴오션 유원지 조성사업'(가칭)이란 이름으로 송악산 191,950㎡를 훼손하려 꿈틀댄다고 한다. 파타고니아 코리아는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이다.
    송악산 위에서 본 산방산 / 비짓제주 사진


    실제로 지난 2014년 서귀포시 상창리와 신양리 인근에서 5000년 전의 폭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화산이 분출했다는 증거로는 용암에 불탄 나무인 탄화목과 용암수(鎔巖樹) 등이 있으며, 이 지역의 현무암층은 용암이 분출해 내륙의 사면으로 흘러내리면서 조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밖에도 한라산 분화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용암수 /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서귀포층 화산석 / 1928~1929년에 걸쳐 일본인 지질학자 하라구치(原口九萬)는 제주도의 지질을 조사하고 제주도 최초의 지질도를 작성하였다. 이 지질도에서 '서귀포층'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신양리층 화산석 /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화구호를 연상케 하는 화산섬 제주의 비경
    대표 측화산 중의 하나인 성산 일출봉과 우도 현무암 절벽

     

    그렇다면 한라산을 비롯한 360여 개의 측화산(오름)은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있을까? 다행히 전문가들의 의견은 부정적이다. 제주도의 화산들은 다시 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재폭발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화산 분출이 일어나기 전에는 지진이나 화산가스·유황 분출 등 징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제주도 내 오름이나 한라산에서 이 같은 징후가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한라산에 존재하는 마그마방이 백두산보다 훨씬 아래쪽에 위치해 있는 것도 폭발 가능성이 낮은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늘 목마른 한라산의 분화구이다. 애써 한라산을 오르신 분들은 실망감을 공감하시겠지만 한라산에는 백두산과 같은 장대한 칼데라호(湖)가 없다. 그저 한쪽에 몰린 연못인지 웅덩이인지 알 수 없는 약간의 물이 존재할 뿐이다. 백록담의 만수(滿水) 풍경은 한라산 비경 중의 비경으로 꼽히지만 이 신비스러운 풍경을 드러내는 날은 1년에 건 고작 5~6일로, 장마철 큰 비가 지나갔을 때만 잠시 아래와 같은 광경을 연출한다. 

     

     

    만수를 이룬 한라산 백록담 /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제공
    2020년 9월 7일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후 일시 만수가 된 백록담 풍경을 만끽하는 등산객들 / 연합뉴스

     

    그밖에는 절대 이와 같은 장면을 볼 수 없는데, 그나마 약간 고인 물이라도 보기 위해서는 기상이 좋아야 하는 전제가 따른다. 백두산 천지만큼은 아니더라도 백록담도 매양 볼 수 있는 호수는 아니니, 거기에 위와 같은 광경까지 보려면 그야말로 3대가 공덕을 쌓야할 것 같다. 그런데 한라산 백록담에 고인 물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때로는 범람도 하고,(예전에 서귀포시 서흥동에서 범람시 한라산 산록을 타고 흐르는 폭포수의 장관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광경이 됐다) 때로는 옆으로 새, 올 6월의 사면(斜面) 붕괴와 같은 사고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6월 30일 붕괴가 일어난 백록담 남서쪽 사면 모습 / 김홍구 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 제공 사진

     

    바로 그 물이 지하의 마그마를 식이는 데 일조를 하지 않나 여기고 있는 것이다. 다른 측화산도 마찬가지이니 앞서 '원당오름의 재발견'에서 말한 것처럼 제주도 368개의 오름 중 분화구에 물이 있는 곳은 사라오름, 물영아리오름, 물장오름, 물찻오름, 원당오름 정도이고, 그밖에는 우기에 화구호에 모인 물들이 모두 바닥으로 빠진다. 나는 이 물들 역시 지하의 마그마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참고로 한라산 정상 분화구 총 면적은 21만여㎡, 최고 높이는 108m인데, 최대 만수시에도 2만㎡만 채워지는 바,(전체 분화구 면적의 약 10%, 높이의 3.7% 정도) 전체적으로 물빠짐이 이루어질 수 밖에 구조이다.

     

    2005년 제주대와 부산대 난대림연구소 공동연구팀은 '한라산 백록담 담수 보전 및 암벽붕괴 방지 방안'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백록담 담수 면적과 수위 높이가 줄어드는 원인으로 물빠짐 속도가 빠른 화산암반 퇴적층(토사층)을 들었다. 아울러 등산객들의 답압(踏壓, 밟는 압력)도 사면 붕괴와 백록담 담수량 감소의 원인으로 꼽으며 장기적으로는 사전 예약제와 등산객 총량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농담 같은 얘기는 레알(real)인데, 물빠짐 속도가 빠른 화산암반 퇴적층이 화산 분화를 제어한다는 레알은 농담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왠지 안쓰러운 한라산 백록담
    하지만 최고 만수 때도 이 정도에 불과하다.

     

    * 어제 모슬포 앞바다에서 일어난 지진은 위에서 말한 제주도 분화 기록의 장소로 추정되는 모슬포 송악산과 불과 12Km에 불과하다. (서귀포 서남서 41 Km해상)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회'에서 지목한 송악산 앞바다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공교롭다. 

     

    지진 발생 지역과 송악산의 위치(●)
    송악산 분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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