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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토국제고 교가에는 동해 바다를 건너 야마토 왜를 세운 왜국의 역사가 실려 있다.
    잃어버린 왕국 '왜' 2024. 8. 24. 18:16

     

    어제 교토국제고 야구팀이 마침내 고시엔(甲子園,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준결승에 오르면서부터 한일 언론에 집중 조명된 교토국제고는 특히 교가가 한국어로 되어 있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그 한국어 교가는 승자의 교가가 합창되는 고시엔의 전통에 따라 몇 번이나 고시엔 구장에 울려 퍼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네모 안은 일본어 번역)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한신 타이거스 의 홈구장  한신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열려  통칭 고시엔이라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지역예선 토너먼트를 거친 전국의 고교 야구팀이 모여 겨루는 대회로 일본인들의 국민적 대축제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엄청난 시합이다. 일본 내 고교 야구팀이 워낙에 많다 보니(약 4000개) 지역 예선에서 우승하여 고시엔을 밟는 그 자체로도 영광이라는 말을 듣는데, (LA 다저스의 오타니도 고교시절 고시엔을 밟았으나 1회전 탈락했다고 함) 대회 시청률이 무려 20%에 이를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금번 교토국제고의 우승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이 학교의 전교생이 남녀 통틀어 약 160명에 불과하며 야구부 역사 역시 25년밖에 안 되었을 뿐더러 학교 운동장 외에는 연습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에서 우승을 일구어냈기 때문인데, 그 저변에는 이 학교가 한국인이 세운 한국계 고등학교라는 데 관심의 초점이 있다. 일본 지지(時事)통신 등에 따르면 교토국제고는 1947년 교토시 히가시야마구에 세워진 사립학교로서, 1947년 재일 교포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교토조선중학교로 개설됐다가 1958년 학교법인 교토한국학원으로 법인 승인을 받았다.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간토다이이치고(관동제일고)를 2-1로 꺾은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관중석에서 재학생들과 기쁨을 나누는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 / 연합뉴스 사진
    교토국제고와 야구부 개요 / 연합뉴스 자료


    이 학교가 국내 언론의 관심을 받은 것은  2021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해 4강의 자리를 차지하며부터이다. (이듬해는 본선 1차전에서 패했고 2023년에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 물론 나도 이때 이 학교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사실 그때는 조총련 계의 조선학교라 지레 짐작하고 별 관심늘 가지지 않았다. (일본 내 한국계 학교는 조종련 계가 압도적이므로)

     

    하지만 교토국제고는 조총련 계가 아닌, 재일동포 중심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산하 교토 한국학원에서 운영하는 민단계 학교이다. 게다가 한일 양국 정부로부터 정식 학교 인가를 획득하여, 졸업하면 일본과 한국 양국의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산케이 신문 보도) 학생수는 현재 중고교 합해 합계 약 160명(여자 약 90명)으로, 약 80%가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고교 학생 약 140명(여자 약 70명) 중 남학생의 약 90%에 해당하는 61명이 야구부에 소속돼 있다고 한다.

     

     

    교토국제고 정문
    교토국제고 학생들의 교복 / 기숙사 앞의 천하대장군 장승이 이채롭다.

     

    2004년 교토한국학원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의 학교교육법 제1조의 인가를 받은 교토국제고는 이후 한일 양국으로부터 중고등 일괄 학교로 인정받아 교토국제중학·고등학교가 됐으며, 현재 백승환 교장이 학교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야구부는 1999년 59명의 부원으로 창단했는데, 백승환 교장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강한 정신력이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교토국제고의 우승 후 SNS에 올라오는 혐한 글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얼마나 심한지 교토부의 지사가 기자회견을 갖고 자제를 촉구했을 정도인데, 대강 훑자면, "교토국제고의 고교야구연맹 제명을 요구한다"거나 "한국어 교가가 기분 나쁘다"거나, "교토의 수치", "왜 다른 나라 학교가 고시원 대회에 나왔나" 등으로서, 가장 큰 불만은 역시 한국어 교가였다.

     

    고시엔 전통에 따라  NHK 등에서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교토국제고 한국어 교가가 계속 되풀이됐을 터,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일본인들이 화를 내는 것도 딴은 이해가 간다. 앞서 2021년 여름 고시엔 본선에서 4강에 처음 진출했을 때도 한국어 교가를 문제 삼는 협박 전화가 학교에 걸려 왔다는데, 우승까지 한 이번에는 오죽했으랴. 

     

     

    승리 후 한국어 교가 부르는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

     

    그런데 이걸 아는가? 교토국제고 한국어 교가 속의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는 신라 진흥왕에 쫓긴 '한반도의 왜'가 동해바다를 건너 열도 땅에 야마토 왜를 세운 역사적 사건을 말한다는 사실을?

     

    본 블로그 '잃어버린 왕국 왜' 카테고리에서 내내 설명했듯, 옛 한반도에서 신라를 위협하고 대국 고구려에도 엉기던 왜는 훗날 강성해진 신라에 밀려 6세기경 바다를 건너가 여러 소국을 점령하고 야마토 왜를 세운다. 그 야마토 왜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 <일본서기>로, <일본서기>는 과장된 언어로 과거 한반도에서의 호시절을 임나일본부라는 이름으로 추억한다. 못난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를 부풀려 과장되게 자랑하듯.   

     

    아무튼 한번도의 왜는 그렇게 바다를 건넜고, 그것은 일부 일본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또 그것과는 별개로, 야마토 정권이  3~4세기 경 성립했다는 학설은 아예 폐기되고, 7세기가 정설이 되었다. 과거 일본내 역사 시험문제에서 고대국가 성립 시기를 3~4세기로 하면 정답이었지만 지금은 오답 처리된다. 나아가 교토국제고의 교가는 야마토 정권을 세운 왜가 동해 바다 건너 한국에서 왔으며, 야마토 정권의 수도 교토는 도래(渡來) 왜인이 꿈을 펼친 옛적의 그곳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왜가 지배한 한반도 영토, 즉 임나일본부 자체를 허구로 몰기 급급할 뿐 한반도에 존재했던 왜국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없으며, 또한 불신한다. 전문학자로 여겨지지는 않지만, 어떤 이는 나의 주장을 부정하며, 

     

    왜가 언제 누구에 의해 건국되었으며, 언제 누구에 의해 멸망되었는가? 건국과 멸망 사이에 몇 명의 왕이 있었으며, 유명한 왕은 누구이며, 수도는 어디에 있었으며, 중앙과 지방의 통치제도는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되었는가 등을 따져묻는다. 한반도의 전방후원분이 왜왕의 무덤이라고 하자, 영산강 유역 전방후원분에 묻힌 사람의 이름 3명만 대보라고도 한다. 

     

    이럴 때는 참 딱하다. 왜의 역사를 그렇게 명확히 알 수 있다면 내가 따로 '한반도의 왜'를 주장할 필요도 없다. 이미 학계에서 수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왔고 교과서에도 벌써 실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듯, 깡그리 잃어버린 '한반도 왜'를 찾는 고독한 사가(史家)이거늘, 기존 삼국의 역사보다 더 구체적인 왜의 역사를 요구하니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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