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내 평생의 가장 억울하고 분하고 아쉬웠던 경기에 대해 포스팅한 적이 있다. 1974년 홍콩에서 벌어진 한국과 호주의 1974년 서독 월드컵 플레이오프 게임이다. 당시 한국은 아시아 예선 최종전에서 이스라엘을 이긴 후 아시아·오세아니아 대륙에 주어진 단 1장의 출전 티켓을 차지하기 위해 호주와 3차례의 지역 결승전을 치렀다. (지금은 4.5장인 출전 티켓이 그때는 달랑 1장이었으니 정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말한 바 대로 한국은 아시아 예선 최종전에서 이스라엘에 이기며 FIFA의 큰 걱정거리를 덜어주었다. 지금은 팔레스타인이 아시아 그룹에 속해 있고 이스라엘은 유럽 쪽으로 갔는데, 당시는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은아시아 그룹이었다. 당시 최종 예선에서 한국은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이겨 호주와의 마지막 플레이오프 전에 나서게 되었다.
당시 FIFA는 아시아 최종예선전에서 한국의 승리를 기원했다. 까닭인즉 이른바 '검은 9월단 사건'이라는 큰 사건 때문으로, 2년 전인 1972년 9월 5일 서독 뮌헨에서 개최된 하계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게릴라가 이스라엘 선수촌에 침입해 11명의 이스라엘 선수단을 인질로 잡고 협상을 시도했다. 이에 세상의 이목이 전부 뮌헨으로 쏠렸지만 독일 경찰의 서투른 진압작전으로 인해 선수단 전원이 살해되고 말았다. 이런 일이 월드컵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카메라에 잡힌 '검은 9월단' 테러범 중의 한 명
그 골칫거리를 한국이 해결해 주었던 바, 한국은 FIFA의 노골적인 격려 속에 결승전에 나섰다. 호주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한국은 0:0으로 비겼고 서울에서 벌어진 2차전은 2:2로 비겼다. 그래서 제3국인 홍콩에서 마지막 플레이오프 전이 벌어지게 된 것인데, 막판 체력이 달린 한국이 0:1로 지고 말았다
이로써 호주가 74년 서독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 진출 16개국에 끼게 되었고, 대한민국은 분패를 곱씹어야 했다. 이때의 대한민국은 1954년부터 1986년까지 32년간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가장 월드컵 본선에 근접했었지만 아쉽게도 꿈을 접어야 했다. 밤 늦게까지 라디오 잡음과 싸우며 중계를 듣던 어린 나는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잘 싸웠으나 다시 내일을 기약하며...."라는 아나운서 멘트에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당시의 신문 기사
이후 수많은 경기를 보았을 터인데, 다음으로 아쉬움이 남는 경기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경기이다. 이때 대한민국은 호주 · 일본 · 이란과 함께 아시아 대표로 당당히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당시의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인공 중의 한 명이자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청소년대표 감독을 맡아 동메달의 기적을 이룬 홍명보였다. 홍명보 감독은 본선 조추첨 후 "세 팀 모두 해볼만 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때 대한민국은 러시아 · 알제리 · 벨기에와 함께 H조에 속했는데, 러시아와 알제리는 행운이라 여길 만큼 만만한 상대였고, 톱시드 배정을 받은 벨기에마저 다른 톱시드 국에 비하면 그리 강팀으로 여겨지지 않은 까닭이었다.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들도 '이번에도 또 일내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팀은 기대에 달리 1무 2패에 그치며 조 최하위로 16강에서 탈락했다. 1차전은 러시아와 1:1로 비기며 그런대로 무난히 출발했지만 2차전은 전반 38분 동안 세 골을 얻어맞으며 2:4로 패했다.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에 패배한 첫 번째 경기이기도 했다. 3차전은 이미 2승을 거둬 본선 진출을 확정한 벨기에를 맞아 자비로움을 기대했지만 수적 우위 속에서도 결과는 0:1이었다. 한마디로 허무한 월드컵 16강전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인터뷰에서 (왠지 당당한 포스로) "우리 선수들이 이번 경기를 통해 많은 경험을 했을 것"이라며 자위했으나 이영표 해설위원은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입증하는 자리"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세간의 평가도 마찬가지로서 3경기 모두 전술 구사력이 부족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대표팀 구성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경기력 대신 친분을 따라 선수를 선발했다는 '의리 발탁', '정실 인사' 논란도 거셌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선발 원칙을 깨고 홍명보가 감독으로 있던 울산현대 소속 선수가 필드 플레이어의 다수를 차지했고, 홍명보가 이끌었던 런던 올림픽에서의 청소년대표 출신이 엔트리 중 무려 12명이나 됐기 때문이었다. 과거 전성기를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의 '비(非)정실인사'와는 정반대의 선발이었던 것이다. (만일 한국인 감독이었다면 명지대 출신의 박지성은 후보에도 못 올랐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도 선수선발에 문제가 있던 시절이었음)
게다가 엄청난 졸전에도 불구하고 마치 우승이라도 한 양 브라질서 광란의 회식을 즐기는 장면이 뉴스를 탐으로써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대표팀의 이과수폭포 관광 뉴스도 뒤를 이었다. 까닭에 선수들이 귀국한 공항 라운지에는 시민들이 던진 엿이 난무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구협회를 등에 업은 홍 감독은 2015년 호주 아시안컵까지 팀을 끌고 가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jtbs에 보도된 대표팀의 음주가무 회식감독의 영혼 없는 기자회견
대한축구협회가 있는 한 그의 의지는 실현될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국민들을 더욱 더 열받게 하는 뉴스가 터졌다. 월드컵을 앞두고축구국가대표팀이 소집돼 훈련하는 기간 동안 홍 감독이 수차례 땅을 보러 다녔으며, 한국판 비버리 힐스라고 불리는 신흥 부촌인 성남시 분당구 은중동의 땅을 구입했다는 뉴스였다. 보도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월드컵 경기에 애(愛)제자들을 중용하는 '의리 축구'로 화제를 모은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이번엔 부동산 업자와의 '진한 의리(?)'를 과시해 주목된다.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팀 훈련이 시작된 지난 5월 15일, 분당 소재 부동산 업자에게 약속한 토지대금을 완납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이투데이에 따르면 홍명보 감독은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일대 토지를 구입하기 위해 4월 초부터 가족들과 함께 수 차례 현장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운중동 인근 복수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이 가족과 함께 직접 찾아와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 관계자는 "평당 2,000만원에 형성된 토지부터 차례로 보여줬는데 홍명보 감독이 '생각보다 비싸다'며 중심에서 벗어난 평당 1,400만원짜리 토지를 보고 다른 중개업소를 통해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엔트리 발표 약 3주전인 지난 4월 18일 토지대금(11억원)의 10%인 1억1,000만원을 계약금으로 건넨 뒤, 대표팀 소집과 훈련이 동시에 진행되던 지난 5월 15일 잔금 9억9,000만원을 완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명보 감독이 매입한 땅은 운중동 XX번지 토지 78.35평으로, 평당 1,400만원~2,000만원 가량에 거래되는 '투자 유망지'로 알려졌다. 고급 주택들이 즐비한 운중동 일대는 저명 인사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홍명보 감독은 현재 초고층 주상복합형 아파트인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거주 중이다. 홍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직후 타워팰리스 3차 전용 53평형을 선분양받은 뒤 2004년께 입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의 시세는 1평당 약 5,600만원으로, 12년 새 5배가량 뛰어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수익가치가 높은 아파트의 '거주민'이 또다시 아무런 연고도 없는 땅을 기웃거린다는 것은 '투기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물론 홍명보 감독이 땅을 구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사선택'일뿐, 위법-탈법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엔트리 선발에 고심해야 할 시점부터 가족과 함께 서판교 땅을 보러 다녔다는 것은 그의 마음이 (월드컵이 아닌) 콩밭에 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하 줄임)
이후 거센 비난이 일며 여론이 악화되었고 홍 감독은 결국 2014년 7월 10일 신문로 축구회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한 후 대표팀 감독직에서 사퇴했다.
그 후 10년이 지난 2024년 7월 7일, 그가 다시 축구국가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 '땅명보', '돈명보'의 소리 외에 온갖 비난의 소리가 끊이지 않음에도 대한축구협회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이끌 차기 한국 축구 감독으로 그를 선택했다. 엊그제 일이니 그 비난이라는 게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한데, 그러한 분위기 속에 치러진 월드컵 아시아지역 B조 예선 첫 경기에서 한국은 최약체로 평가받는 팔레스타인과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어쩌면 질 뻔도 한 경기였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경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고 비길 수도 있다. 하지만 막판 벤치에 앉아 포기한 듯 경기를 지휘하지 않는 홍 감독의 모습은 아쉬웠다. 스스로가 "여러 가지로 매우 중요한 경기"라고 언급한 바로 그 경기였음에도.... (그는 경기 중 내내 야유를 받았다) 더욱이 김민재 선수는 팬들의 야유에 관중석으로 다가가 항의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는데, 내 평생 본 적 없는 진기한 광경이었다. 그는 경기를 마친 후 홀로 관중석에 인사를 하지 않고 외면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초반부터 팀이 못하지 않았음에도 응원을 하기는커녕 못하기를 바라는 관중들의 태도에 화가 났다고 했다. 하지만 자기 팀이 못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나 역시 무(無)전술의 졸전에 속이 터진 나머지 겉으로는 "차라리 져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한 골이라도 넣어 이기기를 얼마나 고대했는지 모른다. 필시 시합을 보는 모든 국민이 그같은 기원을 하며 마음을 졸였을 것이다.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팔레스타인 골키퍼의 선방을 칭찬하지만 그는 소속팀도 없이 홀로 훈련하는 선수....손흥민의 종료 직전의 슛은 골키퍼까지 제친 것이었지만 얄궂게도 크로스바를 때렸다김민재의 문제적 장면야유 속에 경기장을 나가는 사령탑
김민재는 과거에도 비슷한 언행을 보인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우루과이전 직후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진 상태다. 대표팀이 아닌 소속팀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제부터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소속팀 경기에만 집중하겠으니 체력 소모만 크고 별 이익이 되지 않는 A매치나 친선경기에 차출하지 말아 달라는 소리에 다름 아닐 터,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유럽 명문팀 선수로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더 이상 시혜를 베풀고 싶지 않다는 것이냐?"는 비난이 들끓자 분위기를 감지한 김민재는 급히 꼬리를 내렸다. 그는 이후 사과를 했음에도 또다시 어글리한 모습으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한편으로는 어리니까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되는데, 온갖 비난 속에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히 대한축구협회장직과 감독직을 수행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번에도 끝까지 버티는 추한 모습을 연출할 듯싶지만, 하루아침에 3류국가팀이 된 나라의 도약할 기회마저 빼앗지 않았으면 한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걸까? 이번에도 그라운드에는 울산현대 소속 선수들 일색이다. 그리고 감독은 이번에도 울산현대 출신이며 대한축구협회장 역시 그러하다.)
대패에 망연자실한 중국선수들 / 반면 일본은 중국을 7:0으로 이겼고, 일본선수들은 한국의 무승부 소식에 언빌리버블이라고 했다.VIP 석의 정몽규 축협회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태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