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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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4. 5. 11. 12:08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 초기의 대표적 경전인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문장으로 흔히 인용되는 명구(名句)이다. 이 문장을 접한지는 꽤 된다. 하지만 당시에는 별로 와닿지 않았다. 이후로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도 읽었지만 페미니즘 쪽을 다룬 주제여서 그런지 역시 와닿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읽었던 같은 작가의 다른 소설, 이를 테면 '인간에 대한 예의' 등은 재미있었던 반면. 그런데 최근 갑자기 이 문장이 떠 올랐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았는데, 과연 명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이 문장의 가치는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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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말한 ‘밤과 낮의 차이'와 70년 후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4. 1. 1. 20:37
지난해 31일 일론 머스크가 한반도의 밤을 비교한 위성사진을 SNS에 올린 것이 화제가 되었다. 아마도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기업)가 자체적으로 쏘아 올린 위성이 보낸 사진을 분석하다 한반도 남·북의 대비에 놀라 SNS에 공유한 듯싶다. 그에 곁들여 머스크는 '밤과 낮의 차이(Night and day difference)'라는 제목을 달아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보다시피 사진 속 한반도는 남과 북이 마치 낮과 밤처럼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그 위에 "미친 아이디어 : 한 나라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로 반씩 쪼개 70년 뒤 모습을 확인해 보자"는 글을 달았다. 이미 한반도는 79년 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로 나뉘어 분단된 만큼 이 제안이 엉뚱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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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위안스카이의 헛꿈과 싱 하이밍 중국대사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3. 6. 11. 06:55
* 1편에서 이어짐 위안스카이의 이 표정은 분명 당혹감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불안감도 여실하다. 그는 '곧 황제에 오를 내가 집전하는 천제(天祭)이거늘 반응이 왜 이렇게 썰렁한가' 의아해하고 있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주위를 살피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그가 주위 사람인 가족이나 측근들로부터, 혹은 매일 접하는 신문으로부터 보고 듣는 소식은 그야말로 "렬열한 환영" 일색이기 때문이었으니, 신문의 내용은 늘 "경애하는 위~대하신 대총통각하께서 하루빨리 황제에 오르기를 만백성이 우러러 기원합네다"였다. 하지만 현실은 180도 반대였다. 앞서 말한 대로 국민들은 위안스카이의 독재와 시대착오적인 황제 등극에 한마디로 넌더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불만은 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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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위안스카이, 황제가 되려는 시대착오적 꿈에 빠지다 I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3. 6. 10. 18:35
우리나라 최초의 짜장면 집 공화춘(共華春)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한 바 있다. 부연하자면, 이 건물의 효시는 산동회관(山東會館)으로, 현재의 자리가 아닌 청국 조계지에 음식과 호텔의 혼합형 숙소인 객잔(客棧)으로 건립되었다. 그러다 1911년 산둥성 출신의 회교 우희광(于希光, 1886~1949)이 현재의 자리로 옮겨 재개업하였고 이듬해 탄생한 중화민국을 기려 '공화국의 봄'이라는 뜻의 '공화춘'으로 이름을 바꿨다. 1911년 신해혁명의 결과로써 탄생한 중화민국은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이었다. 이로써 중국은 4천년 이상 존속돼 온 제왕의 통치가 사라지고 민주주의의 나라가 되었으니, 이는 충분히 기릴만한 일이었다. (애석하게도 지금의 대륙 본토는 다시 제왕적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지만) 청조(淸朝)를 멸망시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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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과 만인혈석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3. 6. 6. 21:08
만인혈석과 타산지석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단어이다. 타산지석은 우리가 잘 아는 말로서, 「남의 산에 있는 돌이라도 나의 옥을 다듬는 데에 소용이 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 또는 허물과 실패까지도 자신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이용된다. 그래서 「이번 실수를, 혹은 아무개의 잘못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용례로 쓰이는데, 정말로 타산지석의 용례가 필요한 듯 보이는 정치권에서는 그저 옳다구나 싶어 비난용으로 활용하기 바쁘다. 늘 똥 묻은 개가 겨 뭍은 개 나무라는 식이다. 타산지석의 출전은 소아(小雅)편에 나오는 '학울음'(鶴鳴)이라는 시이다. 지은이는 이 시에서 같은 구절을 두 번이나 반복하며 타산지석을 강조한다. 학이 깊은 연못가에서 우니 그 소리가 들판에서 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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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숙의 선운각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2. 9. 21. 00:54
이른바 장안 3대 요정으로 불렸던 삼청각, 오진암, 대원각 세 곳 중 삼청동 삼청각과 성북동 대원각에 대해서는 앞서 말한 바 있다. 그 두 곳은 지금은 전통문화 학습공간과 길상사라는 이름의 사찰로 변신하였는데, 1950~1970년대의 밀실 정치가 이루어졌던 나름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일명 '요정정치'라고도 불렸던 음험하고 불법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던 그곳에서는 당연히 음주와 가무, 그리고 섹스가 어우러졌다. 혹자는 익선동 오진암 대신 우이동 선운각을 넣어 삼청각, 선운각, 대원각 세 곳을 장안 3대 요정으로 꼽기도 하고, 삼청각, 오진암, 선운각, 대원각을 4대 요정으로 들기도 한다. 물론 이런 분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낱 기방을 가지고 3대, 4대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까닭이다. 다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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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의 비결(I)ㅡ영조가 장수한 진짜 이유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2. 8. 3. 08:53
* 블로그 1000개 포스팅 기념 특집 '불로장생의 비결' 4회 연재 예정 *^^* 영조 임금이 오랜 산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은 46.1세인데 반해 영조는 83살까지 살았으니 거의 두 배를 산 셈이다. 왕들의 평균 수명이 46세라니 너무 짧다고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평민의 평균수명은 24세에 불과하니 왕들 또한 배에 가까운 수명을 향유했다. 하지만 왕과 평민의 차이가 나는 것은 특별한 것은 없고 영·유아 사망률이 가른 듯하다. 당시의 영·유아 사망률은 50~70%로 매우 높아서, 우선 인큐베이터 시설 같은 것이 없었으니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는 거의가 사망했고 기타 홍역 등의 유행병을 극복 못하면 떼로 죽었다. 사망 원인 중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식량이니, 보릿고개와 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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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기를.....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2. 5. 3. 05:00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와 돈오돈수(頓悟頓修, 단박에 깨쳐서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의 인물로서 잘 알려진 성철 스님은 조계종 종정 시절, "전국 경내의 산신각과 칠성각 등의 제당(祭堂)을 철폐하라"는 명을 내린 바 있다. 불교 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때 정통불교를 신봉하는 대다수의 불자들은 크게 환영했다. 약 40년 전의 일이다. 앞서 '무속, 도교, 도사 & 삼청동 소격서'에서도 말했거니와 우리나라에서는 불교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산신신앙의 샤머니즘도 포용하여 산신각 등의 제당도 불교 전각 중에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는 불교 교리에 맞지 않으며 상반되기까지 하나 대한민국의 사찰에는 아직까지 신신각, 삼성각, 칠성각, 중악단 등 무속의 제당들이 버젓하다. 그 전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