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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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위안스카이, 황제가 되려는 시대착오적 꿈에 빠지다 I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3. 6. 10. 18:35
우리나라 최초의 짜장면 집 공화춘(共華春)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한 바 있다. 부연하자면, 이 건물의 효시는 산동회관(山東會館)으로, 현재의 자리가 아닌 청국 조계지에 음식과 호텔의 혼합형 숙소인 객잔(客棧)으로 건립되었다. 그러다 1911년 산둥성 출신의 회교 우희광(于希光, 1886~1949)이 현재의 자리로 옮겨 재개업하였고 이듬해 탄생한 중화민국을 기려 '공화국의 봄'이라는 뜻의 '공화춘'으로 이름을 바꿨다. 1911년 신해혁명의 결과로써 탄생한 중화민국은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이었다. 이로써 중국은 4천년 이상 존속돼 온 제왕의 통치가 사라지고 민주주의의 나라가 되었으니, 이는 충분히 기릴만한 일이었다. (애석하게도 지금의 대륙 본토는 다시 제왕적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지만) 청조(淸朝)를 멸망시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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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과 만인혈석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3. 6. 6. 21:08
만인혈석과 타산지석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단어이다. 타산지석은 우리가 잘 아는 말로서, 「남의 산에 있는 돌이라도 나의 옥을 다듬는 데에 소용이 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 또는 허물과 실패까지도 자신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이용된다. 그래서 「이번 실수를, 혹은 아무개의 잘못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용례로 쓰이는데, 정말로 타산지석의 용례가 필요한 듯 보이는 정치권에서는 그저 옳다구나 싶어 비난용으로 활용하기 바쁘다. 늘 똥 묻은 개가 겨 뭍은 개 나무라는 식이다. 타산지석의 출전은 소아(小雅)편에 나오는 '학울음'(鶴鳴)이라는 시이다. 지은이는 이 시에서 같은 구절을 두 번이나 반복하며 타산지석을 강조한다. 학이 깊은 연못가에서 우니 그 소리가 들판에서 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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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의 비결(I)ㅡ영조가 장수한 진짜 이유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2. 8. 3. 08:53
* 블로그 1000개 포스팅 기념 특집 '불로장생의 비결' 4회 연재 예정 *^^* 영조 임금이 오랜 산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은 46.1세인데 반해 영조는 83살까지 살았으니 거의 두 배를 산 셈이다. 왕들의 평균 수명이 46세라니 너무 짧다고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평민의 평균수명은 24세에 불과하니 왕들 또한 배에 가까운 수명을 향유했다. 하지만 왕과 평민의 차이가 나는 것은 특별한 것은 없고 영·유아 사망률이 가른 듯하다. 당시의 영·유아 사망률은 50~70%로 매우 높아서, 우선 인큐베이터 시설 같은 것이 없었으니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는 거의가 사망했고 기타 홍역 등의 유행병을 극복 못하면 떼로 죽었다. 사망 원인 중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식량이니, 보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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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기를.....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2. 5. 3. 05:00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와 돈오돈수(頓悟頓修, 단박에 깨쳐서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의 인물로서 잘 알려진 성철 스님은 조계종 종정 시절, "전국 경내의 산신각과 칠성각 등의 제당(祭堂)을 철폐하라"는 명을 내린 바 있다. 불교 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때 정통불교를 신봉하는 대다수의 불자들은 크게 환영했다. 약 40년 전의 일이다. 앞서 '무속, 도교, 도사 & 삼청동 소격서'에서도 말했거니와 우리나라에서는 불교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산신신앙의 샤머니즘도 포용하여 산신각 등의 제당도 불교 전각 중에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는 불교 교리에 맞지 않으며 상반되기까지 하나 대한민국의 사찰에는 아직까지 신신각, 삼성각, 칠성각, 중악단 등 무속의 제당들이 버젓하다. 그 전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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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자존심 경춘선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1. 10. 23. 18:46
앞서 1904년 경의선 공사 당시 '철도방해죄'로 붙잡혀 처형당한 3인의 의병을 이야기를 다뤘으나 우리나라의 철도는 그보다 7년 앞선 1897년 착공된 경인선이 최초였다. 처음에는 조선정부도 생각이 없지 않았으니 철도와 광산만큼은 국책사업으로 하려 했다. 그리하여 최초 철도인 경인선은 일본의 협궤식(狹軌式)이 아닌 1889년 주미공사였던 이하영이 귀국하며 소개한 미국의 대륙횡단철도를 모델로 삼아 민족자본으로 착공하였다. 공사는 1897년 설립된 대한철도회사가 맡았다. 하지만 그것이 한두 푼이 들어가는 일이 아니었던 바, 곧 자금난에 봉착하였고 이에 일본은 1894년 체결된 '조일 잠정합동 조관'을 근거로 부설권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1895년 삼국간섭으로 일본의 지위가 추락하고 1896년 고종의 아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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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공망 여상이 이르기를.....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1. 8. 28. 20:03
태공망(太公望) 여상이란 인물이 귀에 설을지는 모르나 강태공은 누구나 알고 있다. 태공망 여상이 곧 강태공이다. 강은 성이요 태공은 별명으로 보아도 무방한데, 그가 젊은 시절,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렸다는 고사에서 낚시꾼의 대명사처럼 쓰이게 된 것이다. 여상의 사상이나 낚시 등에 얽힌 일화에 대해서는 앞서 아래의 글들에서 익히 설명한 바 있다. 강태공과 그의 아내 젊은 시절, 주변에서 장가를 잘 갔다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그 부인의 품성 같은 것을 알 리 없을 터, 장가를 잘 갔다 함은 처가에 돈 푼이나 있다는 뜻일 게다. 오랫동안 안 나 kibaek.tistory.com 태공망 여상과 육도삼략(六韜三略) 태공망이라는 호칭의 유래에 관해서는 앞서 '강태공과 그의 아내'에서 설명한 바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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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사에서 온 한국 소녀 알렉사의 '이즈 잇 온'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1. 6. 12. 10:02
지난 3월 미국 출신의 K팝 가수 알렉사(AleXa. 한국명: 김세리)가 미국 대형 에이전시와 계약하고 미국 진출에 나선다고 알려졌다. 계약을 맺은 에이전시는 '아이씨엠(ICM) 파트너스'로 미국 LA에 본사를 두고 뉴욕·런던 등지에 지사가 있는 대형 미디어 에이전시라고 하는데, 알렉사의 독특한 콘셉트와 뛰어난 실력이 미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아이씨엠은 알렉사의 가수 활동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 영화, 드라마 등에서도 활약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는 바, 또 한 명의 월드 스타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알렉사는 2018년 엠넷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48'에 출연하며 처음 얼굴을 알렸는데, 이후 방탄소년단, 엑소 등의 뮤비를 제작한 콘텐츠 제작업체 지비레이블에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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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래공수거, 인생은 결국 나그넷길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1. 1. 3. 22:26
한 남자가 도량이 깊기로 소문난 수도승을 방문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도승의 방은 너무나 작고 초라했다. 가구라고는 덩그러니 놓인 앉은뱅이 책상 하나가 전부였다. 남자는 수도승에게 인사를 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구는 전부 어디에 있습니까?" 수도승이 그에게 되물었다. "당신의 가구도 여기에 없지 않소?" 남자가 어이 없다는 듯 대답했다."저야 이곳에 잠시 다니러 온 나그네가 아닙니까?" 그러자 수도승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도 이 세상에 잠시 다니러 온 나그네라오." 길상사 진영각의 법정스님 의자무소유를 강조하던 그가 남긴 것은 정말로 이것이 거의 유일하다. 서울 길상사는 스님의 책 '무소유'에 감명받은 대원각이라는 요정 주인(법명 길상화)이 요정 건물을 시주해 만들어진 절이다.(사진: 단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