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수의 명동과 임인식의 가회동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4. 4. 29. 00:03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임인식, 정범태, 한영수, 홍순태, 황헌만, 다섯 명의 사진작가가 찍은 서울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기획전 <동심(童心)>이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되고 있다. (2024년 4월 26부터 6월 30일까지) 임인식과 한영수 등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라 이번에는 빨리 전시회를 찾았다.
한남동 라니서울에서 개최되었다가 어제 끝난 한영수 작품의 전시회 'INNOCENCE: 순수의 시간'은 차일피일하다 그야말로 막차를 탔던지라 이번 전시회는 서둘러 나섰던 것이다. 차제에 말하자면 'INNOCENCE: 순수의 시간'은 기존에 알고 있던 한영수의 세계가 아닌 초현실을 다룬 전시회여서 이색적이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잠시 썰을 풀자면 내가 한영수를 알게 된 것은 아래의 '폭우 속의 청계천' 때문으로, 이후 그가 찍은 금호동 상계동 신림동 등의 사진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본 사진은 같은 시대의 다른 세계를 표현한 것이어서 한편으로 놀랍고 신기했다. 몇 컷만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사진 속 여성들은 도무지 그 시절(1956-1963)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요즘에도 이와 같은 멋쟁이는 드물다.
기획전 <동심>에 초대된 임인식, 정범태, 한영수, 홍순태, 황헌만, 5인은 이미 사진계의 전설로서, 생존해 있는 분은 없다. 참고로 생몰연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임인식(1920-1998)
정범태(1928-2019)
한영수(1933-1999)
홍순태(1934-2016)
황헌만(1948-2022)
이중 임인식은 최초의 한국전쟁 종군사진가이기도 한 관계로 많은 다큐필름에서 그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유명한 사진은 거의 그가 찍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소개하는 사진들은 50년대 가회동 골목 풍경에 국한된 것이지만 그 밖에도 80년대까지의 서울 달동네를 테마로 한 사진은 수 없다. 또 그런 것들을 찍다 경찰에 '간첩 아니냐'며 조사당한 것도 수없다고 한다.
맨 아래 사진은 임인식이 1955년 여름날 아침, 가회동 38번지 초가집 대문 앞에서 등교하는 아들과 딸을 촬영했다. 왼쪽이 임정의, 오른쪽이 임옥희이며, 임정의 역시 훗날 이름난 사진작가가 되었다. 아래 사진도 임인식이 가회동 집 부근에서 가족들을 찍은 것이라 하는데, 그 동네가 크게 변함없어 기획전을 보고 오는 길에 같은 장소를 한 장 찍어 봤다.
아래 사진은 1954년 여름, 임인식이 경비행기를 타고 라이카 카메라로 찍은 가회동의 항공사진이다. 집들이 다 똑 같이 보이는 이유는 일제강점기 건양사 대표 정세권이 1930년대의 경성 주택난 해소를 위해 요즘의 아파트와 같은 구획형 개발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정세권은 가회동 양반가 중대형 가옥을 매입한 후 필지를 쪼개 작은 개량한옥들을 대량으로 건축해 분양했다. (☞ '북촌의 모던보이 정세권') 비행기는 탈 수 없고 해서 최대한 높은 곳에 올라 가회동 지붕 사진 몇 장을 담았다.
▼ 덧붙이고 싶은 사진과 글
'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강의 무인도 밤섬 (2) 2024.05.02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교동·재동·미동초등학교 (2) 2024.04.29 용산의 부군당 (2) 2024.04.25 윤치왕과 윤치창이 살았던 가회동 집 (2) 2024.04.23 반계 윤웅렬과 그 아들 윤치호가 살던 집 (5) 202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