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성서의 외계인을 인지하지 못한 리처드 도킨스의 오류
    성서와 UFO 2019. 2. 25. 23:58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리처드 도킨스의 'THE GOD DELUSION'은 기독교의 허구성을 정확히 꿰뚫어 해부했다는 점에서 한번 쯤은 읽어볼 만한 책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만들어진 신'(김영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는데, 그 제목은 책의 내용이 오롯이 함축돼 있다. 영어권에서도 delusion(망상)을 같은 뜻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제목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것이 훨씬 훌륭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래 전 그 책을 접한 후 내용에 공감하는 바가 적잖았다. 흔한 표현대로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양서(良書)는 아니겠지만, '아, 이래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구나'하는 느낌만큼은 충분히 받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같은 느낌을 스티븐 와인버그(노벨상 수상자)는 보다 멋 있게 전달한다. "이 책이 줄곧 베스트셀러로 남아 있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유창하게 자신들을 대변할 특권과 힘을 지닌 누군가를 갈구해왔음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만일 이 책이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써지고 우리나라에서 출간됐다면 어땠을까? 물론 베스트셀러는 됐겠지만 의당 책이 불태워지는 신고식은 거쳐야 했을 것이고, 출판금지 가처분소송 쯤은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기독교인은 보통 극성이 아닌지라 아래와 같은 패러그래프가 버젓이 등장하는 그 책을 가만히 눈 뜨고 보고 있지만은 않았을 성싶다.




     

    '약성서'의 신은 모든 소설을 통틀어 가장 불쾌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시기하고 거만한 존재, 좀스럽고 불공평하고 용납을 모르는 지배욕을 지닌 존재, 복수심에 불타고 피에 굶주린 인종 청소자, 여성을 혐오하고 동성애를 증오하고 인종을 차별하고 유아를 살해하고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자식을 죽이고 전염병을 퍼뜨리고 과대망상증에 가학피학성 변태성욕에 변덕스럽고 심술궂은 난폭자로 나온다.'


    이 말은 'THE GOD DELUSION'의 'God Hypothesis(신 가설)' 챕터의 서두를 그대로 옮긴 것인데, 해석에 자신이 없어 김영사의 번역본 내용을 빌려왔다. 다만 '심술궂은 난폭자'로 번역된 마지막 문장의 malevolent bully는 아무래도 순화된 듯하니 원문을 살리자면 '악의의 깡패'가 더 어울린다. 그래도 이하 문장은 번역본을 빌리기로 하겠다.


    유아 때부터 그의 행동 방식을 주입받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런 행위들이 빚어내는 공포에 둔감해졌을 수 있다. (따라서) 때 묻지 않은 관점을 지닌 천진무구한 사람은 이 사실을 더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 윈스턴 처칠의 아들 랜돌프 처칠은 성서를 읽어보지 못한 채로 성년이 됐다.(그래서 나중에 주위에서 그를 깨우치게 하려 성경을 권했는데.....)


    "불행히도 결과는 우리가 바라던 것과 달랐다. 그는 전에 성경을 한 페이지도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끔직할 정도로 흥분했다. '장담하는데, 아마 너희들은 이 대목은 모를 거야'라면서 큰 소리로 성경을 읽거나, 허벅지를 철썩 때려가며 '신이라고? 뭐 이따위가 다 있어!'라고 웃어대곤 했다." 토머스 제퍼슨도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기독교의 신은 잔인하고 복수심 많고 변덕스럽고 불공평한, 끔찍한 성격을 지닌 존재다."


    이상의 내용은 내가 앞에서 인용한 성서 속 하나님의 행태와 정확히 부합된다. 아울러 기독교의 신에 대해 도킨스가 어떤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도 대변해준다. 까닭에 그는 기독교의 신이 '만들어진 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른바 신이라면 적어도 이와 같지는 않아야하거늘, 기독교의 신은 상식적으로나 종교적으로도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의 주장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내가 그에 대해 아쉬운 점은 그는 왜 이렇듯 잔인하고 불완전한 신을 비판만 할 뿐,(그래서 '만들어진 신'이라고 여길 뿐) 그 실체를 파악하려 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도킨스 생각과의 상이점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창세기 19장에 언급된 소돔 성 사람들의 집단 광란으로,(소돔 성을 찾아온 천사들 앞에서 보여준) 도킨스 역시 다른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을 동성 섹스를 요구하는 변태성욕자들의 광란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영어 성서로 보았으면 그 실체 파악이 더욱 용이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선 국역 성서의 내용을 보자.


    저녁 때에 그 두 청사가 소돔에 이르니 마침 롯이 소돔 성문에 앉아 있다가 그들을 보고 일어나 영접하고 땅에 엎드려 절하며 이르되, 내 주여 돌이켜 종의 집으로 들어와 발을 씻고 주무시고 일찍이 일어나 갈 길을 가소서. 그들이 이르되, 아니라. 우리가 거리에서 밤을 새우리라. 롯이 간청하매 그제서야 돌이켜 그 집으로 들어오는지라 롯이 그들을 위하여 식탁을 베풀고 무교병을 구우니 그들이 먹으니라.


    그들이 눕기 전에 그 성 사람 곧 소돔 백성들이 노소를 막론하고 원근에서 다 모여 그 집을 에워싸고 롯을 부르고 그에게 이르되, 오늘 밤에 네게 온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 이끌어 내라. 우리가 그들을 상관하리라. 롯이 문 밖의 무리에게로 나가서 뒤로 문을 닫고 이르되, 청하노니 내 형제들아. 이런 악을 행하지 말라.


    내게 남자를 가까이 하지 아니한 두 딸이 있노라. 청하건대 내가 그들을 너희에게로 이끌어 내리니 너희 눈에 좋을 대로 그들에게 행하고 이 사람들은 내 집에 들어왔은즉 이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저지르지 말라. 그들이 이르되 너는 물러나라. 또 이르되, 이 자가 들어와서 거류하면서 우리의 법관이 되려 하는도다. 이제 우리가 그들보다 너를 더 해하리라 하고 롯을 밀치며 가까이 가서 그 문을 부수려고 하는지라.(창세기 19:1-9)


    앞서 '소돔과 고모라를 폭격한 UFO'에서 말했듯 성 안 사람들이 롯에게 몰려온 것은 그가 생김새와 복장이 다른 두 남자를 데려왔기 때문이었다. 이미 그들은 이방인(아브라함이나 롯)과 교류하는 상이한 모습의 어떤 인간군(群), 즉 외계인들에 대하여 듣고 보아 온 것이 있었는데, 이들이 야밤에 직접 성 안까지 찾아듦에 크게 위협을 느낀 것이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소돔 시민들이 롯의 집 앞에서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그들의 심성이 본래 흉포해서가 아니라 낯선 틈입자들에 대한 집단자위권의 발동이라 보아야 옳다. 그들 자신의 입으로도 밝힌 대로 그것은 일단의 틈입자들이 자신들의 지배자가 되려 한다는 위기감을 느낀 때문일 뿐 이방인들과의 성관계를 위해 몰려든 것은 아니다. 성서는 그 이유를 소돔 시민들의 육성 증언으로 분명히 밝히고 있음에도 도킨스는 다른 성서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딴소리를 해대며 확대 해석을 일삼는다. 그 역시, 몰려든 도시 사람들은 모두 동성애자라는 것이다.


    국역 성서에서는 소돔 시민들이 내놓기를 요구한 천사들이 단지 '이 자'로서 표현되었지만 영문 성서에서는 그 천사들이 구체적으로 표현돼 있고, 그 의미 또한 명확히 전달받을 수 있다.


    "Get out of our way," they replied. And they said, "this fellow came here as an alien, and now he wants to play the judgeWe'll treat you worse than them."


    문자 그대로 에일리언(alien) 같은 놈이 들어와 우리의 저지(judge)가 되려하기에 그들을 처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육성 증언을 무시하고 도킨스는 무조건 그들을 동성애자 폭도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더 이상의 설명은 '소돔과 고모라를 폭격한 UFO'에서 설명한 내용에의 중복이 될 터, 이만 줄이기로 하고 대신 도킨스가 위 내용과 연관돼 언급했던 사사기(판관기, judges)의 대목을 살펴보자.(도킨스는 이 두 패러그래프가 '섬뜩하게 반복된' 같은 종류의 일화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여기서도 강조하는 것은 부도덕한 섹스다)


    이스라엘에 왕이 없을 그 때에 에브라임 산지 구석에 거류하는 어떤 레위 사람이 유다 베들레헴에서 첩을 맞이하였더니, 그 첩이 행음하고 남편을 떠나 유다 베들레헴 그의 아버지의 집에 돌아가서 거기서 넉 달 동안을 지내매 그의 남편이 그 여자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그를 데려오고자 하여.....


    기브아에 가서 유숙하려고 그리로 돌아 들어가서 성읍 넓은 거리에 앉아 있으나 그를 집으로 영접하여 유숙하게 하는자가 없었더라. 저녁 때에 한 노인이 밭에서 일하다가 돌아오니 그 사람은 본래 에브라임 산지 사람으로서 기브아에 거류하는 자요, 그 곳 사람들은 베냐민 자손이더라.....


    그 노인이 이르되, 그대는 안심하라. 그대의 쓸 것은 모두 내가 담당할 것이니 거리에서는 유숙하지 말라 하고 그를 데리고 자기 집에 들어가서 나귀에게 먹이니 그들이 발을 씻고 먹고 마시니라. 그들이 마음을 즐겁게 할 때에 그 성읍의 불량배들이 그 집을 에워싸고 문을 두들기며 집 주인 노인에게 말하여 이르되,

    네 집에 들어온 사람을 끌어내라. 우리가 그를 관계하리라 하니, 집 주인 그 사람이 그들에게로 나와서 이르되, 아니라. 내 형제들아 청하노니 이같은 악행을 저지르지 말라. 이 사람이 내 집에 들어왔으니 이런 망령된 일을 행하지 말라. 보라. 여기 내 처녀 딸과 이 사람의 첩이 있은즉 내가 그들을 끌어내리니 너희가 그들을 욕보이든지 너희 눈에 좋은 대로 행하되 오직 이 사람에게는 이런 망령된 일을 행하지 말라.(사사기 19:1-23)


    요약하자면 위 사사기(판관기)의 내용은 이러하다. 어떤 레위인(사제)이 첩과 함께 기브아로 여행하다 유숙할 곳이 마땅치 않게 되었는데, 이때 다행히 마음씨 좋은 노인을 만나 후한 대접을 받으며 그 집에 묶게 된다. 그런데 그들이 저녁을 먹고 있을 때 마을 불량배들이 몰려와 그 유숙하고 있는 자들을 내놓으라고 을러댄다. 우리가 그를 '관계하겠다'는 것이다.


    사사기에서의 불량배들이 관계하겠다고 한 말은 말 그대로 성관계를 의미한다. 그래서 그 전 개역성경의 '상관하겠다'는, 개역개정판에서 '관계하겠다'로 바꿔졌다. 영역 성서에서도 이 대목은 'so we can have sex with him'으로 명확하다. 말하자면 사사기의 폭도들은 써 있는 그대로 '불량배들(wicked men)'인 것이다. 그리고 창세기 롯의 집에 몰려왔던 폭도들과는 달리 이들은 내어진 레위인의 첩을 밤새도록 집단 강간하고 날이 밝자 그녀를 보내준다. 그 여자는 동틀 무렵 남편이 머무는 노인의 집 문 앞까지 와서 쓰러져 죽는다. 그러자 그 남편인 레위인은 칼을 들어 그 첩의 시신을 뼈째로 열두 조각으로 잘라서 이스라엘의 모든 해안으로 보낸다.(그리고 이 사건은 훗날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사사기 19-20장)


    도킨스는 이 대목에서 무척이나 흥분한다. 성서의 이 끔직한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좋겠냐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즐겨쓰는 알레고리의 해석을 비웃기도 한다.


    '알레고리로?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알레고리인가? 찬사를 받을 만한 것은 전혀 없는데 말이다. 도덕적 교훈으로? 하지만 이 끔직한 이야기로부터 어떤 종류의 도덕을 이끌어낼 수 있단 말인가?'('만들어진 신' 366쪽)


    그러면서 도킨스는 한 가지 살짝 양보하는데, 이 사사기의 이야기는 창세기의 롯의 이야기가 오래전 어느 필사실(성서를 베끼는 곳/당시는 인쇄술이 없었으므로)에서 우연히 잘못 끼워진 데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롯 스토리의 키 포인트 단어 'know'를 완곡어법이라 치부한다. 그의 사고에는 그것이 오로지 성관계로만 인식돼 있는 까닭이니, 그것은 다음의 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남자 천사 둘이 롯에게 천벌이 닥치기 전에 도시를 떠나라고 경고하기 위해 소돔으로 왔다. 롯은 천사들을 극진히 집으로 맞아들였는데, 얼마 뒤 소돔의 모든 남자들이 몰려들어 롯에게 비역질을 할 수 있게(달리 뭘 원하겠는가?) 천사들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 밤중에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가? 그들을 우리에게 건네면 우리가 알아보겠노라."(창세기 19장 5절) 그렇다. '알아보다(know)'는 공인 판본에서 흔히 쓰이는 완곡어법으로, 여기서는 아주 우스운 것이다.('만들어진 신' 361쪽)


    하지만 분명히 말하거니와 이상의 두 이야기는 엄연히 다른 스토리다. 성서에 써 있는 그대로, 창세기의 폭도들이 천사들을 요구한 것은 정말로 그들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함(know)이었고, 사사기의 폭도들이 유숙한 자를 요구한 것은 그들과 섹스하기 위함(so we can have sex with him)이었다. 실제적으로 창세기의 폭도들은 롯이 내주겠다는 그의 두 딸들을 마다하고 오로지 천사와의 대면만을 요구한다. 반면 사사기의 폭도들은 내어진 여자를 밤새도록 죽을 정도로 강간하여 소기의 목적을 이룬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여자는 정말로 죽고 만다)


    창세기의 폭도들이 자신의 어린 두 딸을 내주겠다고 한 롯에게 한 말은 '(그런 거 필요없다) 너는 물러거라. 외계인 같은 놈이 들어와 우리의 판관이 되려고 하는즉 우리가 그들을 직접 처리하겠다'는 것이었다.(창세기 19:9)  하지만 폭도들은 롯의 두 딸을 마다한 일로 인해 오로지 남성 섹스만을 즐기는 미치광이 집단 변태로만 인식되고 있는 바, 그들로 볼 때는 그 또한 억울한 노릇이다.(정말로 미친 놈은 제 두 딸을 내주겠다는 롯이겠거늘)


    일전 설명한대로, 사태가 이렇듯 급박하게 돌아가자 천사들은 폭도들의 눈을 어둡게 만들어 그들이 문을 찾느라 헤매는 틈을 타 탈출하고, 마침내 UFO로부터 원자폭탄을 투하해 소돔과 고모라의 두 도시를 불바다로 만든다.


    * 그 탈출 방법이 천사답지 못했음과, 즉 천사답게 영적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폭도들의 눈을 어둡게 만드는 물리력을 사용한 것과,(필시 레이저 건 같은 것으로) 롯이 가까운 소알 성으로 피신한 사실, 이어 그 즉시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유황과 불이 소돔과 고모라에 비같이 내린 사실, 그리고 이어진 핵폭풍으로 인해 그 성들과 온 들과 성에 거주하는 모든 백성과 땅에 난 것이 다 엎어 멸하여진 사실, 더불어 그 방사능 낙진으로 인해 사해 5도시가 모두 멸해지고 롯과 그의 두 딸이 방사능 낙진을 피해 산의 동굴에서 살게 된 사실 등을 '소돔과 고모라를 폭격한 UFO'에서 자세히 밝혔다.



    '롯이 소알에 들어갈 때에 해가 솟았더라"(창세기 19:23)

     

    그렇다면 도킨스는 신을 분석함에 있어 외계인의 존재를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던 걸까? 아니다. 그는 자신의 책 '만들어진 신'의 챕터 'God Hypothesis(신 가설)'외계인과 신'이라는 섹션을 만들어 그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 실린 패러그래프는 나의 생각과 온전히 일치한다. 그럼에도 그는 '성서의 신=외계인'이라는 등식은 부정하고 있는 바, 다음회에서는 그 이유를 잠시 들여다보고, 아울러 '라엘'(라엘리언 무브먼트의 창시자)이라는 자가 주장하는 외계인 주장의 황담함 또한 짚어보도록 하겠다.


    * 그림 및 사진의 출처: google jp.


    성서의 불편한 진실들
    국내도서
    저자 : 김기백
    출판 : 해드림출판사 2016.01.26
    상세보기


    댓글

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