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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과 UFO(II) - 웨스터민스터 신학교의 피터 교수가 해임된 이유성서와 UFO 2019. 7. 15. 23:54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그 흔한 SNS를 나눈 적도 없지만 미국의 성서학자 피터 엔스(Peter Eric Enns)는 늘 친구 같은 느낌을 준다. 이것은 내가 신학을 공부하며 연배 비슷한 그의 저서들을 많이 접한 때문인데, 당연히 공감하는 바가 컸다. 그는 웨스터민스터 신학교, 하바드 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모교인 웨스터민스터 신학교의 교수가 되었고 그동안의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2005년에는 종신교수로 임명됐다. 그는 신구약의 해석학에 있어서는 확실히 독보적이었으니, 무엇보다 독자적인 합리적 해석이 눈길을 잡는 작자였다.
그가 쓴 '아담의 진화: 성서는 왜 인간의 기원에 대해 말해 말하지 않는가'(The Evolution of Adam: What the Bible Does and Doesn't Say about Human Origins)라는 책은 국내에도 원문 그대로의 제목과 부제를 달고(조금 순화되어) 출간됐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쉽고 재미있게 읽히면서 지식을 전달해주며,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양서(良書)의 조건을 다 갖춘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인류의 조상으로서의 아담을 인정하지 않는 발칙하고도 신선한 사고를 독자들에게 선사하는데, 특히 사도 바울이 바라본 아담(로마서 5:12-21)에 대한 견해가 매력적이다.
'아담의 진화, 성서는 왜 인간의 기원에 대해 말하지 않는가'는 우리나라에서 '성경은 인류 기원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다소 순화된 부제로 출간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제는 진화론을 팩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소신을 드러낸다.
이보다 더 재미있게 본 책은 아래의 '영감과 성육신: 복음주의자와 구약의 문제점'(Inspiration and Incarnation: Evangelicals and the Problem of the Old Testament)이다.(이 책이 먼저 출간됐음) 그는 이 책에서 크게 다음의 세 가지를 지적한다.(이 책은 이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1. 구약의 스토리는 왜 이스라엘 주변국의 문학과 유사한가?(혹시 표절은 아닌가?)
2. 구약에서는 왜 동일한 사안에 대해 상반된 목소리를 내는가?(하나님의 영감으로 쓰여졌다는 성서가 어째서 각 저자끼리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가?)
3. 신약은 구약과 연관이 있기는 한가? (신약의 저자들이 인용하는 구약의 내용은 정말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가? 혹 그것이 자의적 거짓말은 아닌가?)
사실 이상의 물음은 양식 있는 성서학자라면 누구라도 제기하는 것이니, 피터 엔스 혼자만이 품은 의문은 아니다. 정상적인 시력과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의문이기 때문이다.(다만 한국의 신학자가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글을 본 적은 없다. 이상하게도 한국의 관련 서적들은 오로지 할렐루야 일색인 바, 혹시 민족적 DNA가 유별난 것은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을 정도다. 신학대학이나 기독교계 학교가 수없고 교수 역시 부지기수일진대 이제껏 이렇다 할 명저 한 권 내지 못한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좌우지간 우리나라 교계는 성령이 어떻고 영성· 靈性이 어떻고 하는 소리만을 대해며 그저 아버지 하나님만 부르짖기 바쁘다 )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몸으로 태어남'을 이르는 말로, 원서의 '영감과 성육신'은 국내에서는 '성육신의 관점에서 본 성경 영감설'이라는 조금은 본말이 전도된 난해한 제목으로 출간됐다.그런데 그것이 하나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음일까, 그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서 짤렸고 종신교수직에서도 해촉됐던 것이다.(지난 2011년 그가 교수회의에 회부되었고, '18대9'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정직·停職이 결정됐다는 소식이 웨스터민스터 신학교의 홈페이지에 올라왔는데, 이제껏 복직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사실상 책상이 치워졌다 봐야 옳겠다) 이 책의 내용이 해촉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럴 가능성은 다분해 보인다. 과거 잘나가던 아리우스가 박살난 것이 신의 인성(人性)을 강조한 탓이었듯,(☞ '삼위일체의 진실 II') 그의 책에서도 부각된 것은 신의 신성보다 인성이었다. 한마디로 '불경죄'가 적용되었을 터이다.
"대홍수와 신명기 28장 등의 신의 폭력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예수는 모세가 자신에 대해 기록했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했다."(요한복음 5:46-47)
이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니 역시 피터 엔스가 해임된 이유는 성서 내용의 오류를 지적해 성서 영감설과 무오설을 비판한 까닭이었다. 그중에서도 그는 다음의 3가지 사례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고 한다.(손가락 화살표의 글은 본 블로그에 게재했던 나의 견해임)
1. 여호수와가 점령했다는 여리고 성은 고고학적 증거가 나오지 않은 실체 없는 성이다.(따라서 여리고 성의 기사를 비롯한 성서의 일부 내용은 허구이다) ☞ '아브라함이 만난 UFO와 가나안 이주의 진실 III'
2. 모세와 여호수아가 히브리 민족을 이끌 당시 및 사사(士師) 시대에 보여준 하나님의 잔인성은(이를테면 아멜락 성 학살 사건과 같은) 신의 행위로 볼 수 없다.(따라서 성서의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 '악마를 찾아서'
3. 바울이 다마스커스에서 예수에게 일격을 당할 때, 앞에서는(사도행전 9:7) 같이 있던 사람들이 음성만 듣고 빛은 보지 못했다고 했으나, 뒤에서는(22:9) 그 빛을 보고 두려워했으나 음성은 듣지 못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모순은 신약성서의 주요 사건인 바울의 다마스쿠스 회심이 창작된 사건임을 말해주는 명백한 근거이다.(그와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을 수 없기도 하거니와 그 기록도 앞뒤가 다르므로) ☞ '바울의 UFO 사건(다마스쿠스 사건)을 해부한다'
피터 엔스의 이 같은 주장은 정말이지 올바른 신앙과 학자적 양심을 가진 자만이 할 수있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성서 속의 위와 같은 의문이 보이지도 않거니와, 설령 발견했다 하더라도 억지 꿰어 맞추기의 주장으로 사실을 은폐하려 애쓴다. 아마도 그렇게 꿰맞춰져 쓰여진 글은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적으로 단행본은 수 천 권, 논문 등의 형식으로 쓰여진 글은 수 만 편에 이를 것이라 여겨지는데, 여기에 과장을 조금 섞자면 그와 같은 글의 반은 우리나라 사람들에 의해 쓰여졌을 것이라 생각한다.(그만큼 우리나라 신앙인의 눈이 닫혀 있다는 소리다)
동병상련의 입장으로 나는 피터 엔스의 답답함이 충분히 이해가고도 남음이 있다. 게다가 해임까지 당했으니 요즘 말로 그는 참으로 깝깝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진실을 발견한 자의 댓가 같은 것인지도 모르는 바, (말하자면 가혹한 진실인 셈이다) 꼭 역전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혹 다음과 같은 예수의 말이 위안이 될는지 모르겠다.
구하는 자는 그것을 찾을 때까지 구함을 멈추지 마라. 찾았을 때 그는 고난을 당하고 놀랄 것이며, 모든 것 위에 군림하리라.(Jesus said, "He who seeks should not stop seeking until he finds. When he finds, he will be troubled, he will marvel, and, he will reign over all") - 도마복음 중에서 -
다만 나로서 한가지 이해 안 되는 사항은 바울의 다마스쿠스 사건에 대한 해석이다. 그와 같은 구체적 정황을 가지고도(피터 엔스가 그 사건을 구체적으로 지목한 일은 참으로 흥미롭다) 어찌해서 더 이상의 진척을 이루어내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바꿔 말하자면 나의 경우는 바울의 다마스쿠스 사건이 신약 해석에 있어서의 결정적인 전기(轉期)가 되었다. 솔직히 말해 구약의 여호와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외계인이라 단정하고 있었으나 신약의 예수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러한 내게 바울이 다마스쿠스 초입에서 맞은 빛과 소리는 예수의 부활과 승천을 모두 믿게 해주었고,(그는 그때 분명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라고 분명히 말했으므로/사도행전 9:5) 바울이 회심하여 열혈사도가 되는 이후의 과정을 모두 이해시켰다.(내가 바울과 같은 경우를 당했다면 나도 틀림없이 회심하여 그와 같은 열혈사도가 됐을 것이다. 아니 누구라도 그리 됐을 것이다)
* 그 당시 내가 생각하던 예수의 정체은 '자신이 신의 아들임을 믿는 과대망상증의 유대인 청년'이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예루살렘 감람산(올리브 산)에서 승천한 예수는 UFO에 올랐으되 바로 하늘나라로 간 것은 아니었다. 이후 그는 오순절에 모인 제자들 앞에 나타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사도행전 2:3) 베드로와 빌립의 기적을 도운 후 빌립을 태워 아소도까지 비행하기도 하였으며,(8:39-40/☞ '바울의 치유능력은 또 웬 거?') 이어 예루살렘 교회를 작살낸 사울(바울)이 다마스쿠스로 교인들을 잡으로 가는 것을 보고 그를 혼내주게 된다.(9:1-9/일전에도 언급했지만 바울은 제대로 걸려든 케이스다) 이후 회심한 바울 역시 치유의 신통력을 가지게 된다.(기독교인들이 바울 이후 신유의 은사가 끊어진 것에 대해 궁금히 여기지만, 이유는 실로 간단하다. 예수는 이후 비로소 영구히 하늘나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올리브 산 위의 예수 승천 경당
훗날 추정하여 세워진 베들레헴의 예수 탄생 교회와 달리 이곳 예수 승천 경당은 역사적 장소로 여겨진다. 예수가 승천을 했다면 산 꼭대기에서 했을 터, 이곳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지금 이곳은 무슬림 지역으로 이 건물 역시 십자군의 건물 터 위에 세워진 무슬림의 건축물이다.
예수 승천 바위(The Rock of ascension)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예수가 밟고 올랐다는 이 바위는 믿을 바가 못된다. 애써 돈을 내고 올라온(무슬림들이 입장료를 받는다) 관광객들을 위해 만든 볼거리로 여겨지는데, 필시 성전산 바위돔 사원 안의 '무함마드 승천 바위'를 흉내냈으리라.(☞ '하나님이 장난친 도시 예루살렘 II') 옆에 놓인 접시를 보니 부수입도 짭짤할듯. ^^
바울에 대해서는 3편에서 다시 글을 잇겠다. 끝으로 피터 앤스의 건투를 빌며 그의 새로운 역작(力作)을 기대해 본다. Fighting Pe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