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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루트의 여호와
    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2. 9. 9. 22:27

     

    레바논 , 이스라엘에 "점령한 레바논 영토서 철수하라"

     

    어제 9월 8일, 레바논 국방장관이 유엔대사와 회담 중 위와 같이 경고한 내용이 외신을 탔다. 그 발언이 주목받은 이유는 혹 과거와 같은 국지전이 되풀이될까 염려해서인데, 가뜩이나 러-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인해 어려워진 세계 경제가 더욱 악화되지 않을까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외신을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붕괴된 베이루트항의 샤일로 / 2020년 8월 4일 원인 모를 폭발로 파괴된 항구의 곡물창고 외벽이 얼마 전 자연 붕괴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비핵(非核) 폭발로 기록된 당시 폭발로 최소 214명이 죽고 6천여 명이 부상당했다.


    모리스 슬림 레바논 국방장관은 이 날 유엔의 레바논주재 임시부대(UNFIL) 사령관인 아롤도 라자로 셍즈를 만나 회담하는 자리에서 "레바논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주권과 영토를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면서 이스라엘과의 국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블루 라인을 지키게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블루 라인은 2000년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국경 분쟁으로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을 점령했을 때 유엔이 이스라엘의 완전히 철수를 판단하기 위해 설정한 국경선이다.

     

     

    골란고원의 위치와 블루라인

     

    지난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무장세력 간의 11일에 걸친 전쟁 이후에도 레바논은 전 지역에 걸친 폭력 사태와 포격으로 긴장이 유지돼 왔다. 레바논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헤즈볼라 외에 소규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도 활동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이스라엘에 여러 차례 로켓 공격을 가했으며, 이때마다 이스라엘은 기다렸다는 응징해 왔다. 그리고 그보다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종교박물관과도 같은 이 일대의 종교로서, 이들 교파 간의 이합집산이 앞으로의 향배를 더욱 힘들게 할 것이라 우려되고 있다. 

     

    흔히 레바논을 이슬람 국가로 착각하기 쉬우나 레바논은 우리나라처럼 국교가 없으며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이다. 분포를 보자면 이슬람교도(수니파와 시아파)가 가장 많아 50%가 조금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다음은 그리스도교도(마론파, 그리스정교, 기타 파들)로 40%가량이고, 드루즈파가 약 7%를 차지한다. 드루즈파는 열두 이슬람지파(유대교와 기독교의 12지파와 거의 동일한 개념)에서 파생한 이스마일파(Ismā’īl派)에서 갈라져 나온 이슬람계 종교로서, 신도는 주로 레바논ㆍ시리아ㆍ이스라엘 등지에 분포한다.

     

    여기서 변수가 되는 것이 마론파(Mārūn派)이다. 역사적으로 레바논은 동로마제국(비잔틴제국)의 영향력에 아래 있었다. 그리고  684년 유스티니아누스 2세는 이를 공고히 하고자 레바논을 침공하는데, 이 침략군을 크리스트교 총대주교 요한 마론(Yūḥanna Mārūn)의 지도 하에 격퇴함으로써 마론교회는 완전히 독립하게 되었다. 마론교회는 전통적으로 로마 교황청과 연결되는 가톨릭으로 분류되지만 본래 이 지역을 지배했던 단성론(單性論)* 사상을 받아들였던 바, 정통 기독교와는 다른 교리적 색깔을 띠고 있다.

     

     * 단성론(Monosyllabic) : 성부와 성자가 연합하기 전에는 두 본성이었으나 연합 후에는 한 본성이 되었다는 이론으로, 성부·성자·성령 일체의 삼위일체론과 대립된다. 

     

     

    이스라엘 나자렛 마을의 마론교회
    마론교회의 성직자

     

    역사적으로 볼 때는 기독교가 동서교회로 분리된  6세기, 시리아에서의 박해를 피해 도망친 그리스도교도들이 지금의 레바논 일대에 정착한 후 원주민들을 흡수하여 세운 것이 마론교회로 알려져 있다. 그 후 이 지역에서의 마론교회 신자들이 늘자 일대의 새로운 지배자로 등장한 오스만제국 내(內) 드루즈파와 반목이 일어났다. 이들의 반목은 1860년 드루즈파가 마론파 그리스도교도들을 학살함으로써 최악의 지경에 이르렀는데, 여기에 프랑스가 마론파 그리스도교도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끼어들며 더욱 혼란한 양상이 전개되었다.

     

    그러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그들이 싸우는 이유를 포인트만 짚어 들여다보자. 유대교ㆍ기독교ㆍ이슬람교가 싸우는 이유는 한마디로 그들의 교리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리의 충돌이 일어나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며 서로 제 잘났다고 싸우는 것인데, 따지고 들수록 복잡하고 또 헛갈리기 일쑤다. 그런데 그중 가장 중요한 신관(神觀)에서 기독교는 조금 배제돼 있다. 앞서도 몇 차례에 걸쳐 말했지만 기독교는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다. 하지만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유일신 하나님을 숭배한다.

     

     

    서울의 정교회 사원
    서울의 이슬람 사원

     

    이상하게 들릴는지 모르겠지만, 이슬람권 세력 내의 기독교(콥트교회, 마론교회 등)에서 번역되는 성서에는 여호와 하나님이 모두 '알라'로 표기된다. '알라'는 아랍어로 '신'을 의미하며 아랍의 그리스도교도들도 동일하게 사용한다. 명칭의 기원은 셈족어에서 신을 가리키는 'Il' 또는 'El'로 ('El'는 구약에서 '야훼'와 동의어로 사용된다)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말하는 엘 샤다이는 알라와 동일한 신이다.

     

    경전 또한 같으니 유대인들이 간단히 '미크라'라고 부르는 그들의 성서(Shepharim Kithbe Haqqodesh)와 이슬람의 꾸란(Quran)은 그 뜻이 같다. '읽을 거리', '암송할만한 책'이란 의미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헤브루성서의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등의 5종의 책, 이른바 모세 5경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것은 기독교의 경전으로 쓰이는 '구약성서'도 같다. (물론 그것을 모세가 쓴 것은 아니다)

     

    한편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같은 것도 있으니 유대인은 예수가 누구인지 모르며 관심도 없다. (다만 예수에 대한 정의는 분명하니, 그는 유일신 여호와에게 배교한 배신자이자 메시아를 사칭한 사기꾼이다) 그러나 이슬람교에서 예수는 이사(عيسى)라고 하는 중요 선지자로서 존경받고 있다. 이사 이븐 마리암, 즉 '마리아의 아들 예수'라는 말은 꾸란에 16번이나 등장하며, 예수의 말을 모은 '인질'l(InJil·복음)은 그들의 중요한 교리서 중의 하나이다.

     

    꾸란에는 알라의 예언자 28명이 나오는데 아담, 노아, 아브라함, 모세, 다윗, 요나, 예수 등이다. (예수를 이슬람 5대 예언자로 말하기도 하는데, 물론 무함마드가 가장 위대한 예언자이다) 놀라운 것은 기독교의 중요 바탕 중의 하나인 예수의 동정녀 탄생설을 이슬람교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으로, 오히려 그로 인해 예수는 처녀의 몸에서 태어난 위대한 예언자 이사로서 존중받는다. (그렇지만 구원의 능력 같은 것은 없다) 반면 유대교에서의 예수는 한낱 사기꾼이요 신성모독을 행한 범죄자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기독교에 비해 마음에 드는 것은 성직자가 없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하나님과 나와의 사이에 갠새이 끼는 자가 없는 것으로, 그 두 종교는 신과 신앙인 사이에 직접 소통이 이루어진다. 그 두 종교는 구원자뿐만 아니라 신과 인간 사이에 그 어떠한 중재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에도 랍비와 이맘 같이 신부·목사와 비교되는 자가 있기는 하지만 성직자의 개념은 아니다. 그들은 그저 예배를 이끌어 나가는 신도일 뿐이고 역할은 행정직에 가깝다)  

     

    그런데 기독교(특히 한국의 천주교와 개신교)에는 언제부턴가 성직자가 나타나 신과의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치 자신이 신의 대리자인 것처럼 행사한다. 신자들도 어느덧 그것에 익숙해져 신과 인간과의 유일한 소통방법인 기도에마저 그들의 말씀을 통해야 효험(일명 기돗발)이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아마도 오랜 세뇌의 결과일 것이다. 그들이 신과의 소통을 매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신의 권능을 대행하는 일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기독교 교리 상으로는 신의 직통 계시는 이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목회자들이 신과 소통하는 자인 양, 나아가 신의 권능을 대신하는 자인 양 행세하는데, 여기에 1차적인 책임은 신도들에게 있다. 그들은 평소 성서를 읽지 않으며 오직 목회자들의 '말씀'만을 듣고 있으므로 그들의 엉터리 설교마저 사실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목회자들은 신도들이 성서의 내용에 관해 질문하는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마침내는 저들의 엉터리 종말론을 믿게 되고, 멀리 브라질까지 가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2022.09.06 /  MBC PD수첩 '사라진 아이들과 비밀의 왕국')  

     

    그 엉터리 목회자를 떠나서 그들의 엉터리 신은 어떠한가? 그 신은 베이루트항구의 사일로가 폭발해 최소 214명이 죽고 6천여 명이 부상당할 때 무얼했는가? 어디 시원한 데 가서 낮잠이라도 잤는가? 그곳 레바논은 알라, 제호바, 여호와 등 갖가지 명칭으로 부리는 이슬람, 로만 가톨릭, 마론파 기독교의 동일 신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다. 혹시 그들이 믿는 신이 힌두의 잡신처럼 여러 명이라면 그중의 어느 신의 무능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동일 신이라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베이루트의 신은 인간과 함께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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