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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로장생의 비결(II)ㅡ도가의 단(丹)과 기(氣)
    신 신통기(新 神統記) 2022. 8. 6. 07:34

     

    옛부터 도교에서는 무위자연과 불로장생을 추구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이른바 도인(道人)이라는 사람들이 수도하는 광경이 나오는데, 대부분 폭포수 옆에서 결가부좌를 하고 있다. 그 이유가 있다. 중국의 도사들은 오랜 경험으로부터 폭포에서 심신을 맑게 해주는 무언가를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자들은 그것을 음이온이라고 부른다.

     

    음이온은 자연에서 물방울이 생성될 때 수천만 개 이상의 잉여전자가 물방울에 붙어 있다가 물방울이 공기 중의 입자와 충돌하며 발생하게 되는데, 폭포수의 경우는 세게 부딪힌 입자가 강한 음이온을 형성한다는 논리가 생성된다. 음이온이 몸에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논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기계적 장치에 국한된 이야기다.(기계적 장치에서 인공적으로 발생시킨 음이온은 전자파나 방사능이 동반돼 오히려 몸에 해롭다)  

     

    하지만 숲에서 발생하는 음이온이 몸에 좋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숲 속이나 계곡에서 상쾌한 기운을 느끼는 것은 나무에서 발생하는 자연 항균물질인 피톤치드가 음이온과 어루러져 상승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비 온 후 숲이나 물구비 급한 계곡에서 그 상승작용이 극대화되는데, 앞서 말한 대로 물방울에 붙어 있는 잉여전자의 운동이 활발해짐에 기인한다. 

     

     

    삼악산 등선폭포
    구도자가 신선이 되어 승천했다 하여 이름 붙여진 곳이다.

     

    내가 폭포수의 예를 든 것 음이온의 효능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라 환원의 논리를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앞서 말했듯 노화의 원인 이론 중 활성산소 이론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는 활성산소가 몸을 산화시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인데, 음이온은 몸 안의 활성산소를 제거할뿐더러 환원작용을 촉진시킨다. 쉽게 설명하자면, 쇠가 녹스는 것이나 종이나 사과의 갈변 등이 산화작용(과학적으로는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는 것)인데, 환원작용은 이에 대한 역작용으로 보면 된다. 

     

    '산화↔환원'은 요즘은 초등학교에서도 가르치는 것이니 (통상 중학교 물리·화학시간에 배우는 것이 원칙이지만) 따로 설명하기도 좀 그렇거니와, 요즘은 화장품 등의 효과를 설명할 때 '항산화'와 '안티 에이징'라는 말이 필수적으로 따라붙고, 웬만한 식품은 다 항산화 효과가 있는 건강식품이 강조돼 어쩌면 지겨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항산화는 인체의 (특히 피부) 산화, 즉 노화를 막으려는 인간의 애절한 소망에서 나온 말일 텐데, 환원은 여기서 더 나아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서 그 원래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도교의 도사가 추구하는 것이 바로 그 환원작용이다. 앞에서 말한 폭포수 옆에서 수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니 특별한 수고 없이 환원하려는 지혜인 것이다. (영화를 보면 가끔 직하하는 폭포수 밑에 앉아 있는 넘도 보았는데, 그럴듯한 씬을 얻어내기 위환 설정일 뿐 실제적으로 그 아래서는 단 1분도 견디기 힘들다) 그런데 내가 본 자칭 도사라는 넘들은 죄다 희끗한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제 딴에는 그것으로써 도력(道力)을 증명하고 싶은 모양이나 기실 이것은  도교의 논리에 어긋난다. 도인들이 지향하는 것은 흰 수염 늘어진 늙은이가 아니라 산뜻한 젊음이다.

     

    * 우리에게 낯익은 흰 수염을 가진 도가(道家)의 늙은이는 오래 산 천사(天師)들이거나 수백, 수천 년을 산 산신령이고, 수도자들은 장량처럼 말끔한 외모를 지향한다. 장량은 한신, 소하와 더불어 한고조 유방의 창업을 도운 3대 지략가이다. 한나라의 천하통일 후 한신 등의 1등공신들은 거의가 토사구팽 돼 비참한 말로를 맞았으나 도교에 심취된 장량은 이미 그전에 산으로 들어가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곳이 바로 장가계인데, 한신을 제거한 유방의 부인 여태후는 군사들을 풀어 장량마저 잡으려 했지만 그 깊은 산속 어디서 그를 찾겠는가? 장량은 그곳에서 더욱 도를 닦아 신선이 됐다는 전설이 전한다. 

     

    장량의 일반적 이미지
    장가계 석주림 / 장가계는 신선 장량이 사는 세계라는 뜻이다.

     

    도가에서는 환원의 노력을 단(丹)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그것을 연구하는 학문을 단학(=양생학, Tao's curing and mind cultivation theory)이라고 하는데, 크게 외단학(外丹學)과 내단학(內丹學)으로 나뉜다. 외단학은 단의 효능을 밖에서 구하자는 자들로, 신체의 단련과 더불어 단약(丹藥, 혹은 仙藥으로도 부른다)을 먹어 불로장생하자는 주의(主義, ism)다. 외단학주의자들 중에서도 신체의 단련보다 단약에 더 의존하는 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을 흔히 단정파(丹鼎派), 그 단약을 만드는 자를 연단술사(煉丹術師)라고 불렀다.

     

    연단술사는 그보다 더 오랜 직업인 연금술사(鍊金術師)에 비견돼 유래된 말로 보이나 '연'자가 다르다. 연금술사는 당연히 쇠금 변이 들어간 '단련한 연(鍊)' 자를 쓰지만, 연단술사는 불화 변이 들어간 '불릴 연(煉)' 자를 쓰는데, 그들이 이것저것을 섞어 불에 끓여 만드는 만드는 까닭이다. 앞서 '드라큘라 백작과 동로마제국 최후의 날'에서 말한 것처럼 1453년 5월 메흐메트 4세가 이끄는 오스만제국의 군대가 천년제국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킬 때 사용된 화약도 그들의 작품으로 옮겨 적자면 다음과 같다.

     

    ~ 이때 동원된 대포는 발명자인 헝가리인 우르반의 이름을 빌어 우르반 대포라 불렸지만 이때 사용된 화약의 최초 발명자는 중국인이었다.(화약이 중국의 4대 발명품 가운데의 하나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화약은 발명과 연구의 산물이 아니라 중국 도가(道家)의 불로장생술에서 비롯되었다. 위진시대의 이른바 도인들은 불로장생의 단약(丹藥)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였는데, 이들은 연금술사에 비견돼 연단술사로 불렸다.

     

    이들 연단술사들은 여러 재료를 배합하는 과정에서 초석(질산칼륨)과 유황과 숯을 배합하면 엄청난 폭발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를 따로 화약(火藥)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북송시대에 이르러 군용으로 쓰이게 되었고, 이후 아랍을 거쳐 오스만 제국에 이르러서는 대포에 실려 발사되는 강력한 군사 무기로서 등장하게 된 것이었다. (연단술은 영어로 chinese alchemy다) 

     

     

    최초로 대포가 사용된 콘스탄티노플 성 전투

     

    반면 내단학주의자는 단을 내면에서 구했으니 심신수양 및 식이요법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심신수양법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氣)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자연의 기운을 체내에 흡입해 몸의 기운을 북돋게 만드는 것으로서, 앞서 말한 음이온을 받아들여 항산화 효과를 얻는 것도 수양법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심신수양에는 지고지순한 도덕심이 동반돼야 했으니 (바른 마음이 아니면 자연의 정기를 받아들여도 기가 통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이 기 이론은 훗날 송대(宋代)에 이르러 성리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편으로 내단학은 무협지의 바탕이 되기도 하였으니, 유명한 무당파(武當派 / Wu Tang Clan)는 중국 호북성 무당산(武當山)에 자리를 잡고 심신단련을 하던 내단학주의자들을 가리키는 명칭이다. 그들은 심신단련의 방법으로써 자신 나름대로의 무예법을 개발해 익히기도 했는데, 그것이 송대에 이르러 신소파와 청미파로 갈라졌고 남송과 원대(元代)를 거치며 다시 여러 분파로 분화하다 명대(明代)에 이르러 무당파로 통일되었다. (무당파는 청대에 이르러 다시 청문파와 오류파로 나뉜다)

     

     

    호북성 무당산의 도교사원들
    무당산의 실제 기훈련 중인 도인
    이 꼬마 도인은 넘 귀여워 ^^

     

    식이요법은 생식과 소식(少食)이 대종으로 현미나 귀리 같은 곡물을 물에 한참 동안 불린 후 한참 동안 씹어 먹는데, 자신의 체질에 맞는, 혹은 허(虛)함을 보(補)할 수 있는 약재, 과일 등과 함께 먹기도 한다. 소식은 기본으로, 앞서 I편에서 말한 '소식을 하면 베타-하이드록시뷰티레이트(β-Hydroxybutyrate)라는 물질이 분비돼 혈관을 젊게 유지시키고 노화를 늦춘다'는 연구 결과내단학주의자의 생각과 정확히 부합되는 예라 하겠다.

     

    언뜻 단약을 연구한 외단학주의자(특히 단정파)가 허황되다고 생각될지 모르겠으나 그들의 이러저러한 연구이론서는 동양 의학과 과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자면 위진시대 위백양이 저술한 세계 최고(最古)의 연단술서 <주역참동계周易參同契>,  동진(東晉) 사람 갈홍이 지은 불로장수 비법서 <포박자(抱朴子)> , 중국의 도가 경전인 <도장경(道藏經)>에는 같은 책에는 훗날 강장재로 사용된 불로장생의 약들 외에 화약의 제조비법 등도 실려 있다.  

     

    단정파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물질은 수은이었다. 중국의 수은은 대개 단사(丹砂, HgS)에서 채취되었는데 그들은 단사를 가열하면  액체 상태의 수은이 되고 이 액체가 황금과 섞인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그들은 진귀한 액체 광물인 수은을 시체 등의 부패를 막아주는 방부제, 피부병 치료제, 흉터 치료제, 피부를 곱고 하얗게 만드는 화장품 등의 용도로 사용했다. (독성이 있어서 그렇지  피부미백제로서 수은만 한 것이 없다. 그래서 얼마 전 미량의 수은을 섞어 만든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다 된서리를 맞은 사건도 있었다)

     

     

    중국 호남성 출토 단사

     

    이 수은의 용법을 두고 단정파는 다시 유홍파(硫汞派), 금사파(金砂派), 연홍파(鉛汞派)로 나뉘었다. 유홍파는 단약에 유황과 수은을 , 금사파는 황금과 단사를, 연홍파는 납과 수은을 주원료로 사용했다. 진시황이 복용한 불로장생제도 분명 이 가운데 하나였을 텐데, 앞서 '진시황과 당태종 죽음의 공통점'에서 말한 그들의 사인(死因)을 옮겨 적자면 다음과 같다.

     

    진시황은 기원전 210년 9월 천하 순수길에 4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당시로서도 이른 죽음이었다. 원인은 필시 격무와 그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한 심신쇠약일 터인데, 최근에는 수은 중독이라는 설도 등장했다. 수은을 강장제로 여겨 즐겨 마신 탓에 그 독성에 중독되어 일찍 갔다는 것이다. 진위를 떠나 이 말은 꽤 일리가 있다. 과거에 수은은 그렇게도 쓰였기 때문이다. 비단 수은이 아니더라도 진시황은 이것저것 몸에 좋다는 것은 죄 복용했을 터이고, 검증의 과정이 없었던 그 건강보조식품(?)들은 필시 간에 무리를 주었을 터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오히려 죽음이 앞당겨졌을 것이다.

     

    당태종은 649년 5월 인도 출신 방사(方士=도사)가 만든 불로장생의 약을 먹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 당 51세로 진시황보다는 두 해를 더 살았다. 이때 인도 출신의 방사가 한 말은 "이 약을 먹으면 200살까지 너끈히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달을 넘지 못했으니 모르긴 해도 그 인도 방사도 향후 2개월 이상은 살지 못했을 것 같다. 이른바 불로장생을 표방하는 약들은 비방(秘方)이라 하여 알려주지 않으니 당태종이 무엇을 먹고 죽은 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아래 그림을 보면 그가 먹은 것도 수은을 원료로 하는 단약임을 짐작할 수 있다.  

     

     

    단약 다리는 광경을 그린 진홍수(1598~1652)의 '연단도(煉丹圖)'
    작자 미상의 '연단도' / 인도의 방사로 추정되는 이가 들고 있는 것 또한 단약이다.

     

    연단술사들이 수은에 집착함은 그것이 갖고 있는 불멸성 때문이었다. 연단술사들은 밀폐된 용기에서 가열하거나 식히는 방법을 반복하여 단사에서 수은을 얻기도 하고( HgS + O2 Hg + SO2) 수은에서 단사를 얻기도 했다.(Hg + S → HgS) 그리고 부반응으로써 산화수은(HgO)이 생성되기도 하였지만 HgO는 외관상 HgS와 차이가 거의 없으므로 HgO 단사로 착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산화수은을 가열하면 다시 수은을 얻을 수 있으므로(2HgO 2Hg + O2) 이와 같은 일련의 실험 속에서 수은의 불멸성을 깨닫게 되었으며 그것을 인간의 신체에 접합시키려는 노력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은 진시황과 당태종 이하 여러 명의 황제를 일찍 저 세상으로 보냈고,(당현종 목종 경종 무종 성종 등도 단약으로 갔다) 그 밖에도 장수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반대의 결과를 제공했다. 

     

    그렇다고 그들을 욕할 수도 없다. 소량의 수은을 복용하면 피부에 혈색이 돌고 일시 혈행이 빨라져 마치 기운이 솟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니 연단술사들은 이 반응에 의지해 수은에 여러 가지 약재를 첨가했고, 이와 같은 것이 이른바 비방(秘方)이라는 이름으로서 명·청대까지 이어졌다. 모르긴 해도 지금도 중국에서는 그와 같은 전래의 불사약(不死藥, elixir of life)이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니 그것이 가끔은 하늘국경을 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것을 찾는 사람들을 욕할 수도 없다. 불로장생(不老長生) 즉 사람이 늙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은 태고 이래로 지속돼 온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고대부터 지금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를 실현을 위한 온갖 방법을 고안되었고,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이 노화 방지와 불멸의 생을 위한 연구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것의 성공 사례가 발표된 적은 없다. 다만 몇 가지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알아냈을 뿐이다. 

     

    * 3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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