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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임팩트. 지구 최후의 날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8. 4. 17. 05:28
과거 공룡의 멸종 원인에 대한 학설의 대세는 기후설이었다.(기타 화산분출설, 속씨식물 번성설 등이 있었다) 빙하기 도래와 같은 날씨의 변화로써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었다. 이 대중적이고 설득력 있어 뵈는 학설이 도전을 받은 것은 어이없게도 운석 충돌설에 의해서였다. 수 억년 이상 번성하던 공룡들이 어느 날 지구를 내습한 운석에 의해 한방에 훅 갔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내놓은 사람은 80년 때 초 UC버클리 대학의 실험물리학자 루이스 월터 앨버레즈(1911-88) 교수로 지질학이나 생물학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운석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훗날 연구의 대상이 된 베를린 생물 다양성 과학연구소의 티라노사우르스 렉스 트리스탄
이걸 언뜻 들으면 공룡이 소행성이나 유성에 맞아 죽었다는 소리 같으나 그런 것은 아니고, 운석의 충돌이 지구의 급격한 기후 변화를 일으켰고, 그로 인한 한랭화가 공룡들을 몰살시켰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도 당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 그거나 이거나 다 비슷하게 황당하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의 주장은 세계 생물학자와 지질학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루이스 앨버레즈는 핵반응에 대한 연구로 196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물리학자이나 그보다는 운석에 의한 공룡멸종설로 대중에게 더 잘 알려졌다.
그가 주목한 것은 공룡 화석층에서 검출된 이리듐으로서, 이리듐을 포함한 10족 원소(주기율표의 열번 째 족에 속하는 원소)는 지구상에서 매우 귀한데 공룡화석층에서는 풍부했던 바, 운석에 의한 공룡멸종설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당시는 분위기는 확실히 그랬다. 다만 상대가 노벨상(물리학상) 수상자인지라 대놓고 까지 못할 뿐이었는데, 그런 가운데 1988년 앨버레즈 교수는 사망했다. 그런데 그 4년 후 멕시코 유카탄 반도 칙술루브(Chixulub) 지방에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거대한 크레이터(운석공)가 발견되었다. 비록 그 흔적은 희미하지만 이제껏 한 번도 발견된 적 없는 대규모 크레이터로서, 지구상의 생태 변화를 충분히 불러올 수 있을 만한 거대 운석의 박치기 흔적이었다. 이에 학자들은 이를 운석보다는 소행성의 흔적이라 여겼다.(‘운석≨소행성’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무난하다)
나아가 학자들은 이 흔적을 연구해 멕시코 칙술루브에 충돌한 운석이 공룡의 멸종을 야기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버클리대학 지질 연구센터와 영국, 네덜란드 국제연구팀이 화산재 연대 추적 및 암석 분석을 통해 약 6603만 8000년 전에 공룡이 지구상에서 멸종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그 연구결과가 멕시코 칙술루브의 운석 충돌 시기 및 공룡 멸종 시기와 일치하였던 바, 2010년 3월 4일 마침내 공룡의 멸종 원인이 운석 충돌 때문이라는 설이 확립되었다.
그렇다면 멕시코 칙술루브 크레이터의 크기는 과연 얼마나 되었길래 앨버레즈의 이론이 먹혀들었을까? 그것이 너무나 크고 또 한편으론 긴가민가하여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위성 촬영으로 분석된 아래 사진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 앨버레즈 교수가 내놓은 숙제를 풀기 위해 기실 수많은 과학자와 탐험가가 거대 운석공을 찾아다녔다. 그렇지만 1992년이 되서야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운석공이 발견되었는데, 이 크레이터의 발견이 어려웠던 이유는 운석이 떨어질 때 유카탄 반도 부근이 바다였기 때문이었다. 오늘날에는 크레이터 위에 많은 퇴적물이 쌓여 있고 지각변동도 있었으므로 육안으로는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공룡 왕국은 6600만 년 이전부터 공룡이 줄어들어 쇠퇴했다. 쇠퇴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거대한 공룡은 대부분 멸종한다. 몇몇 과학자는 화산분출설, 속씨식물 번성, 지구 한랭화 등을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다가 6500만 년 전에 있었던 거대 운석 낙하 사건이 일어나 공룡 왕국의 마침표를 찍는다. 이게 80 년대 초반에 제기된 운석충돌설이다.운석충돌설은 태양계 외각의 케이퍼벨트(오르트구름)에 거대한 열 번째 행성(행성 X)이 긴 타원궤도를 주기적으로 돌며, 근일점을 지날 때마다 거대한 운석들을 원래 궤도에서 이탈시켜 태앙계 중심으로 쏟아져 들어가게 만들었고, 이 운석 가운데 일부가 지구에 떨어져 (대)사멸을 일으켰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큰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운석공(크레이터)을 찾는 것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와 탐험가가 운석공을 찾아다녔다. 그렇지만 1992 년이 되서야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운석공이 발견됐다. 운석공 발견이 어려웠던 이유는, 운석이 떨어질 때 유카탄 반도 부근이 바다였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운석공 위에 많은 퇴적물이 쌓여 있고, 지각변동도 있어, 풍경이나 지도에 아무 흔적도 없다. 왼쪽 위 지도를 살펴봐도 아무런 흔적도 없다. 저 곳은 거대한 평원 같은 곳으로, 크레이터가 있는지 그냥은 도저히 알 수 없다.
출처: http://may.tistory.com/104011 [황금벌레의 옛 연구소]칙술루브 크레이터 범위
칙술루브 크레이터 주변의 작은 크레이터
결론은 650만년 전 유카탄 반도 칙술루브에 떨어진 운석이 허리케인과 같은 거대한 바람을 불러왔고, 이와 같은 기상현상이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 생태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미국 애리조나 벌판에 현존하는 거대한 운석공, 이른바 배린저 크레이터를 잠시 살펴보고 가기로 하자. 이 크레이터는 약 5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서, 분석에 따르면 이 크레이터를 만든 운석의 크기는 50m로 반경 3.4km 내의 모든 생물이 즉사했으며 10km 내의 생물은 화상을 입었고, 진도 5.5의 지진과 허리케인이 발생했다고 한다.(충돌시 속도 초속 18km)
미국 애리조나 주의 유명한 배린저 크레이터. 배린저는 1891년 이곳이 운석공임을 확인한 과학자의 이름이다.
오른쪽 끝 전망대의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그 엄청난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지름 1,186m, 깊이 210m)
그런데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소행성의 크기는 지름 10~15km로 추정되는 바, 그 위력은 지름 50m 정도였던 애리조나 운석에 비할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조선일보에서는 크기를 10km, 위력은 수소폭탄 170개를 동시에 터뜨린 충격이라했고, 영국 BBC에서는 크기를 15km, 속도는 시속 65,000km, 위력은 히로시마 원폭 100억 개를 합친 폭발에너지라고 했다)
지각과 충돌한 소행성은 지진과 화산 폭발을 일으켰고 수천 km까지 쓰나미가 덮쳤다. 아울러 하늘은 성층권까지 두꺼운 먼지 구름에 휩싸였던 바, 적어도 수개월 동안 태양빛이 차단됐고, 이에 식물부터 시작해 먹이사슬의 생물들이 연쇄적으로 죽었으며 나아가 지구 전역을 한량화시켰다. 이때 75%의 지구상 생물이 죽었는데, 가장 먼저 죽은 것이 덩치 큰 공룡들이었음은 당연한 노릇이었을 것이다.
시뮬레이션의 결과 그 소행성의 20분의 1인 500~750m 정도의 운석이 지금 멕시코 만에 떨어진다면 아래의 만화 같은 상황이 일어나는 바, 카리브 해 연안의 도시들은 물론 뉴욕에도 영화에서 본 그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들게 된다.
영화 '딥 임팩트'의 스틸컷
현실로 돌아와 얘기하면 지금 그만한 위력의 소행성 하나가 지구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 벨트에 살고 있는 '베누'라는 놈이다. 위 애리조나 운석의 10배 크기인 지름 500m 정도의 이 녀석은 소행성 벨트 바깥에 있는 1만 5천 개의 지구 충돌 후보군(?) 중에서도 가장 외각에 있어 공전 중 이탈하여 지구의 인력에 끌려올 확률이 가장 높은 놈이라고 하는데, 그 시기는 대강 2135년 정도로 예상된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대
소행성대에 있는 소행성 상상도
베누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의 크기 비교. 지름 500m 정도로 태양을 436일 주기로 공전한다. 미국에서는 72m의 행성 방어 로켓으로 요격할 거라 하는데.....
서울 롯데 타워 빌딩(555m)과 거의 비슷한 크기의 이 베누가 지구에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학자들이 말하는 위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8만 배로, 낙하 지점 반경 10km 이내의 사람들은 대부분 사망할 것이라 하며 그 밖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한 동안의 핵겨울을 견뎌내야 한다고 한다. 충돌하며 생긴 먼지 등이 일종의 대기층을 형성해 햇빛을 막기 때문에 오랜 동안의 기온 강하 현상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여기서 운좋게 살아남은 인류들은 그저 추위와만 싸우면 되는 걸까? 아니다. 핵겨울이 형성되면 식물이 자라지 못함은 물론 그 식물을 양식으로 삼는 초식동물 및 육식동물의 먹이사슬이 연쇄적으로 끊어지게 돼 인간이 거의 살 수 없는 환경에 이를 것이다. 그렇다면 딥 임팩트, 즉 지구 충돌 순간의 가시적인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것은 다만 상상으로만 가능할 터,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을 추려 유추해 보면 아래와 같다.
지구를 향해 돌진한 소행성은
빠르게 대기권을 통과하여
미국 버지니아 상공의 피난 행렬을 지나(이들은 운이 좋은 걸까?)
유럽 쪽 대서양에 떨어진다.
그 충격은 가까운 파리와
런던 등의 도시를 파괴시키고 거대한 쓰나미를 일으키는데
그 쓰나미는 앞서 도망가던 버지니아의 피난 행렬을 덮치고(운 좋은 게 아니었음;;)
뉴욕, 동경 등의 해안 도시를 차례로 쓸어버리는데,
그 피해가
우리나라만 피해갈 리도 없겠지만,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들도
곧 핵겨울이나
빙하기 정도의 혹한을 맞이해야 하는 바,
결국은 모두 이렇게 돼버리고 말 것이다.
얘네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운석에 대해서는 앞서 '외계로부터 온 것들'에서 소개한 바 있다. 이처럼 운석은 우리에게 가까운 천체 물질로서, 1년에 평균 2,000개 정도가 지구에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칙술루브의 것처럼 거대한 운석은 통상 5000만 년에 한 번 떨어진다고 하니 우리 인류가 그것을 마주할 기회는 사실 0%에 가깝다.(참고로 호모 사피엔스라 불리는 인류의 조상이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겨우 20만 년 전이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그와 같은 거대 운석이 우리의 가시권에 들어왔다. 베누와의 충돌이 예상되는 2135년이라야 불과 100년 남짓이다. 그래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 난무한데, 핵폭탄을 발사해 부숴버리거나 우주선을 충돌시켜 진로를 바꾸는 방법 등이 실제로 연구 중이다. 부숴버릴 경우에는 약 300만 킬로 톤의 핵폭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 경우 그 파편이 지구로 날아들 가능성이 높아 이 또한 걱정이라고 한다.(참고로 히로시마에 투하에 원자탄은 17 킬로 톤, 나가사키의 것은 21 킬로 톤이었다)
소행설 충돌을 다룬 대표적인 영화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에서는 결말이 상충된다. '아마겟돈'에서는 주인공의 거룩한 희생으로 거대 운석의 파괴에 성공하지만, '딥 임팩트'에서는 파괴시킨 운석의 반쪽이 날아와 결국 지구 최후의 날을 맞는다. 현실적으로는 과연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 짝이 없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때를 볼 수 없다. '딥 임팩트'에서는 최후의 날에 대한 군상(群像)의 패닉과, 날아오는 소행성을 바라보며 처연히 최후를 맞는 티아 레오니의 라스트 신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인상적이었다.
'아마겟돈'에서 분전하는 거룩한 성자 부르스 윌리스
'딥 임팩트'에서 결국 체념을 택하는 티아 레오니
* 사진 및 그림의 출처: Google jp
- 성서의 불편한 진실들
- 국내도서
- 저자 : 김기백
- 출판 : 해드림출판사 201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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