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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의 또 다른 형제들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8. 4. 17. 21:56


    앞서 소행성 벨트의 지구 위협 요인을 언급했음에도 태양계의 안정성을 느낄 때는 역설적이게도 소행성 벨트에서이다. 여기서 그 수식(數式)까지 열거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 태양계는 엄격한 배열 법칙이 존재한다. 태양을 기준으로 해서 있어야 할 자리에 행성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 과학자들이 계산해보니 화성과 목성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수식(티티우스-보데의 법칙)으로는 분명 행성 하나가 존재해야 했는데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1801년 소행성 세레스(Ceres)의 발견을 필두로 드디어 소행성대의 존재가 밝혀지게 되었다. 로마 신화 농업의 여신 케레스의 이름을 딴 이 소행성은 1801년 1월 1일 팔레르모 천문대에서 이탈리아 천문학자 주세페 피아치에 의해 운명적으로 발견됐다. 세레스는 발견 직후 태양의 뒤로 사라지면서 실종될 위기에 처했지만, 1802년 1월 1일 독일의 수학자인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가 정확히 계산한 궤도를 바탕으로 독일계 헝가리 천문학자인 프란츠 폰 차흐가 재 발견했다.('다음백과' 참조) 



    19세기 천문학 혁명의 서막을 연 세레스

    1801년 1월 발견된 거대 소행성으로 지름 946km, 주기는 4.61년이다. 가운데 크레이터에서 하얗게 빛나는 것은 액화된 황산마그네슘으로 추정된다.(탄산나트륨이라는 설도 있다) 2015년 3월 탐사선 돈(Dawn) 호에 찍은 사진이다.  




    북반구의 오케이터(Occator) 크레이터

    이 거대 크레이터 안의 흰 도트는 따로 세레알리아 백반(facula)으로 불린다.


    세레스의 크레이터

    세레스에서는 오케이터 외 '세레안(Cerean)', 단투(Dantu)' 등의 크레이터가 발견되었으며 130여 개의 황산마그네슘 도트가 확인됐다.

     


    세레스의 얼음 화산 아후나 몬스(Ahuna Mons)

    너비 18km, 높이 4km의 거대 화산으로 세레스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말해준다. 


    NASA의 탐사선 돈(Dawn) 호

    2015년 2월 NASA에서 보낸 탐사선 돈(Dawn) 호는 2011년 7월 소행성 궤도에 진입해 2012년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세레스는 발견 직후 수성, 금성, 지구, 화성에 이은 태양계의 5번째 적자(嫡子)로서 호적에 올랐으나 지구의 형제로서 지낸 기간은 안타깝게도 너무 짧았다. 불과 1년 후인 1802년 소행성대에서 팔레스가 발견되었고, 이어 쥬노(1804년), 베스타 등이 연이어 발견되며 별 거 아닌 걸로 취급되어 파양된다.(물론 소행성대에는 이 이외에도 수많은 소행성들이 존재한다) 세레스는 훗날(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이 서자 집단으로 따로 분류한 '왜소행성' 군(群)에서 그 첫 번째 지위(1번)를 부여받는 것으로써 서운함을 달래게 된다. 



    서운함을 달래는 세레스. "그래도 난 괜찮아. 명왕성이나 막내 에리스에 비하면...."


    2006년 8월 세레스는 IAU에 의해서 정의한 태양계 행성의 새로운 분류법에 따라 명왕성(Pluto), 에리스(Eris)와 함께 왜소행성(Dwarf Planets)으로 분류되었다. 왜소행성 번호는 세레스가 1번, 명왕성은 134340번, 에리스는 136199번.


    소행성대 집단 중에서는 나름 힘을 주는 놈들



       ɑ = 0.4 +0.3 x 2ⁿ


    세레스의 발견이 있게 한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은 뭐 이런 건데, 굳이 소개를 하는 건 이것이 캐플러의 법칙처럼 정확한 수학적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법칙이 아니라 그저 오랜 관찰상의 경험 수치에서 얻어진 계산식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게 무지무지하게 정확해서 이 수식이 나온 9년 후인 1781년, 영국의 존 허셜이 이를 근거로 천왕성(Uranus)을 발견해내는데,(3월 13일) 이 법칙이 지정한 위치해서 불과 1.95%의 오차를 보였을 뿐이다.(그저 놀랍기만!)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천왕성. 회전축이 엄청나게 기울어졌다는 것(97.77도) 외에 별다른 특이점이 없는 행성이다.  



    천왕성은 맨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첫 번째 행성으로 근대에 들어서야 발견되었는데, 처음에는 행성이 아닌 다른 별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엄연한 태양계의 적자였던 바, 바로 호적에 올려졌다. 우라노스(Uranus)는 그리스 신화 1세대 천신(天神)으로 제우스의 할아버지이다. 이에 우라노스는 일본학자들에 의해 천왕성으로 번역되었다. 


    그런데 1840년 쯤 프랑스의 천문학자 알렉시 부바르가 천왕성 궤도에서 기존의 행성과 다른 궤도의 변화를 발견했다. 그는 이것을 인근 다른 행성의 중력 간섭 때문이라 추론하여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을 들이대 새로운 '행성 X'를 찾으려 했지만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티티우스-보데의 적용범위는 천왕성까지였다. 이에 프랑스 수학자 라플라스는 새로운 수학적 계산법을 고안해내게 되었고 위르뱅 르베이라(1811-77)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행성의 위치를 계산해냈다.(1846년 9월 23일)


    그리고 그 얼마 후 독일의 요한 고드프리트 갈레가 르베리에가 예측했던 위치 범위 안에서 정말로 해왕성(Naptune)이라는 새로운 행성을 관측해냈던 바, 이에 르베이라는 '펜 끝으로 행성을 발견한 남자'로 불려지기도 했다. 행성의 수학적  발견은 천문학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1980년 8월 25일 보이저 2호가 찍은 해왕성과 지구와의 크기 비교(지구의 44배)



    해왕성은 태양계의 핏줄이 아니라는 하자를 발견할 수 없었던 바, 곧장 태양의 아들로서 태양계 형제들의 호적에 입양되었다. 넵툰(Neptune)은 그리스 신화의 해신(海神) 포세이돈이므로 그대로 해왕성으로 번역되었다.(해왕성이 발견되고 얼마 뒤에 해왕성의 제1위성인 트리톤이 발견되었지만 나머지 13개 위성은 19세기가 다 끝나갈 무렵에야 발견되었다)



    1989년 보이저 호가 촬영한 트리톤 

    지구의 달보다 약간 작은 정도. 



    명왕성은 1930년 미국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해왕성의 궤도를 통과하는 행성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된 특이한 케이스로,(그것들을 찍은 사진 중에서) 명계(冥界)의 왕인 플루토의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이놈은 행성이라기에는 사실 처음부터 문제점이 많았다.(크기가 너무 작고, 중력이 약해 궤도장악력이 없으며 공전 궤도가 태양계 형제들과 다른 형태라는 것 등)


    그래서 국제천문연맹(IAU)이 진작 호적에서 파내려 했지만 미국이 워낙 싸고돌아(미국인에 의해 발견된 유일한 행성이므로) 힘들었다. 덕분에 태양계 형제들에게 왕따를 당하면서도 꽤 오랜 시간을 친족으로 행세하였으나,


    ~ 2006년 IAU 산하 '행성정의위원회(Planet Definition Commite/PDC)'에서는 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태양을 돌고 둥글면 다 행성이다'라는 새로운 정의를 결정했었다. 그리하여 명왕성은 그동안의 자격 시비를 털고 명실공히 행성이 되었으며, 1978년에 발견된 그 위성마저 명왕(冥王) 플루토에게 인도하는 뱃사공 카론(Charon)의 이름이 붙여지며 행성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위의 세레스 역시 행성으로 승격되었고 기타 카이퍼 벨트의 소행성 제나(Xena)도 정식 행성이 되었으며, 기타 12개 소행성도 후보로 대기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해 8월 재 제정된 원칙에 따라 이상은 모두 없던 일이 돼버렸던 바, 명왕성은 영원히 호적에서 지워지게 되었다.(그 중간에 PDC가 위와 같이 엉뚱한 판단을 내린 건 필시 미국의 입김 내지는 다른 회원국들이 미국의 눈치를 본 결과일 터였다)



    왕따 당한 명왕성



    명왕성이 퇴출된 이유인즉, 그 크기보다도 우선은 궤도 장악력이 문제였다.(IAU가 거론한 가장 큰 이유임) 명왕성은 자신의 궤도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지 못해 궤도가 일그러지는데, 그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위성 카론의 질량이다. 카론의 질량은 명왕성의 공전 궤도를 흔들 정도로 막강하며 따라서 명왕성과 카론의 무게 중심은 둘 사이의 우주 공간에 위치한다. 지구와 달의 무게 중심은 지구에 있기에 달은 지구 중심으로 돌지만, 명왕성과 카론의 무게 중심은 둘 사이에 있으므로 서로 마주 보며 서로를 도는 양상이 되는 것이다.(* 이하 홍티 과학 선생님의 글 '명왕성 퇴출에 대한 애정학적 고찰' 참조)   



    명왕성과 카론의 공전


    명왕성의 공전 궤도



    다음으로 문제가 된 건 공전 궤도였다. 행성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원에 가까운 타원 궤도를 도는데, 그 궤도면이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명왕성은 보란 듯이 삐딱하게 공전한다. 다른 행성 궤도보다 약 17° 정도 기울어진, 그것도 길고 가느다란 타원형으로…. 행성들은 명왕성을 바라볼 때 17° 기울어진 방향으로 올려보거나 아니면 내려다봐야 한다. 그러니 명왕성을 바라보는 행성 형님들의 시선은 당연히 삐딱할 수밖에….  심지어 명왕성은 1977년 1월부터 1999년 2월까지 해왕성의 안쪽으로 공전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명왕성의 긴 공전 주기와 길쭉한 타원 궤도가 원인이었다. 



    카론과 명왕성

    뉴호라이즌스 호가 찍은 카론과 명왕성



    하지만 명왕성이 퇴출당한 건 뭐니뭐니 해도 그 크기 때문일 것이었다. 1978년 위성으로는 너무나 큰 카론이 발견되고, 그후 명왕성과 비슷한 천체들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상황은 점점 꼬여갔다. 2005년에 발견된 에리스(Eris, 그리스 신화에서 분쟁의 신, 처음엔 제나라고 불림)는 여러 가지로 명왕성과 닮은 천체였다. 에리스를 발견한 천문학자는 에리스를 열 번째의 행성으로 인정해 줄 것을  IAU에 요구했다. 그의 주장은 이랬다. “명왕성은 되면서 에리스는 왜 안 되는 건데?” *


    * 에리스는 2005년 9월 캘리포니아 공대 마이클 브라운 교수에 의해 발견된 이후 강력한 태양계 행성 후보군에 올랐으나 2006년 8월 IAU 총회에서 명왕성이 행성에서 밀려나며 동반 탈락했다.(☞ '히기에이아는 왜행성의 자격이 있을까?')



    에리스의 위치


    지구, 달, 명왕성, 에리스의 크기 비교(※ 수치는 정확치 않을 수 있음)



    에리스의 경우는 확실히 억울한 면이 있다. 에리스는 수성(Mercury)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지만 다른 왜소행성 중에서는 가장 큰 편이고,(아래 그림 참조) 위성인 디스노미아도 종속적이며, 그 궤도도 다른 왜소행성들에 비하면 비교적 태양계 행성들에 가깝다.(명왕성, 마케마케, 세드나, 2012VP113에 비해) 그렇다고 그것을 무리해가며 태양계로의 편입을 요구하고 싶지는 않고, 다만 태양계 밖에서도 그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많은 우리의 형제들이 살고 있다는 것만큼은 인식시키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지금 그곳 카이퍼 벨트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뉴호라이즌스 호가 더욱 기대된다. 뉴호라이즌스 호의 도착 예정일은 오늘 6월 4일이다.(* 카이퍼 벨트에 대해서는 '빛의 속도로 나는 게 전부는 아니다' 참조)



    카이퍼 벨트의 식구들


    세드나와 2012VP113의 궤도

    명왕성과 에리스까지는 그래도 좀 괜찮은데, 세드나와 2012VP113는 확실히 이질감이 느껴진다.(2012VP113는 2015년 7월에 발견된 소행성이다)


    에리스와 마케마케의 궤도


    에리스 상상도


    에리스와 위성 디스노미아(오른쪽)


    에리스의 위성 디스노미아와 그 궤도


    그런 의미에서 뉴호라이즌스 호를 다시 한번 소개한다. 현재 뉴호라이즌스 호는 운항 외 다른 작동이 중단되는 최소 절전모드로 비행 중이나 6월 4일 카이퍼 벨트에 도착하면 모든 기능이 정상으로 복귀되어 작동하게 된다. 


    * 사진 및 그림의 출처: Google 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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