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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 최초의 천문기록, 우리나라 고인돌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8. 4. 24. 07:33

     

    각 나라 화폐의 도안에는 대개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나 유물 유적, 그림 등이 들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1만 원권 화폐에 조선시대 천체 관측기구인 '혼천의'와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가 들어간 것은 매우 뜻있는 일이라 하겠다. 이 각석(刻石) 그림은 조선초의 것으로 1247년 제작된 중국의 '순우천문도(淳祐天文圖)' 다음으로 세계에서 오래된 상세 천문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바탕은 고구려 천문도에 있다. 이 각석에 새겨진 별자리는 놀랍게도 고구려 평양성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것으로서, 여기에 고려말·조선초의 천문학자인 류방택이 세월이 흐르며 달라진 별자리를 수정, 보완했음을 조선초 학자 권근(1352-1409)의 기록에서 살펴볼 수 있다.   

     

     

    만원권에 그려진 '혼천의', '천상열차분야지도'와 국립보현산천문대의 망원경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 '하늘의 형상을 차례에 입각해 분류해놓은 그림'이란 뜻으로 조선 태조 4년(1359)에 제작되었다. 이성계는 우연히 입수하게 된 고구려 ' 천상열차분야지도' 탁본을 천문학자 류방택으로 하여금 새로 제작하게 하였다 (1.2x2m/국보 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에 그려진 별은 모두 1,467개로 북반구에서 관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별이 등급(밝기) 별로 표시돼 있다. 원 가운데의 동심원은 황도(ecliptic/태양의 연중경로)로 서양의 천체 개념까지 도입됐음을 알 수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목판본의 복각본
    '천상열차분야지도' 목판본

     

    이 고구려 천문도가 세계 최고의 자리를 놓친 것이 아쉽다면 충남 청원군 가호리 고인돌 무덤 속에서 발견된 4500년 전의 돌판을 위안 삼아도 무방하다.(지금껏 알려진 세계 최초의 천문도는 바빌로니아 토지 경계비로 기원전 1200년 대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고인돌 덮개돌에서 발견되었다 해도 뜻깊은 일이 될 터인데, 이 돌판은 무덤의 부장품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게다가 거기 새겨진 별자리는 매우 정교하고 정확하기까지 하다.(뿐만 아니라 그 고인돌의 덮개돌에도 246개의 별자리 구멍이 새겨져 있다)

     

     

    충남 청원군 문의면 가호리 아득이 마을 고인돌 무덤에서 발견된 별자리 돌판 (32.6x23.5cm)
    돌판에는 작은곰자리, 용자리, 세페우스 자리 등 총 65개의 성혈이 표시돼 있다.
    관련 논문
    청원군 문의문화재단지로 이전된 아득이 고인돌 (사진출처: '중부매일'신문)

     

    그 밖에도 별자리가 새겨진 고인돌은 양평 양수리 두물머리 고인돌, 전남 화순 절산리 고인돌, 경남 고성 송학동 고인돌, 경남 함안 동촌리 고인돌, 경북 영일 칠포리 고인돌, 대구시 동내동 고인돌 등을 비롯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보지는 못하지만, 북한에서는 대동강 유역에서 발견된 200여 기의 별자리 고인돌을 세계 최초의 것이라 보고 있다.(기원전 2500년 이전) 그중 평남 증산군 용덕리 외새산 10호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는 무려 기원전 2900년의 것이다. 

     

     

    두물머리 고인돌의 성혈
    위 고인돌 안내문
    대구시 동내동 고인돌의 성혈
    경남 함안군 동촌리 고인돌의 성혈
    경남 의령군 가례면 고인돌의 성혈 (출처: 연합뉴스)
    경남 고성군 송학리 고인돌의 성혈
    대전시 비래동 1호 고인돌 성혈(1, 2호 모두 성혈이 존재함)
    대구시 북구 함지산 고인돌의 성혈
    경남 진주 남강댐 수몰 지역에서 발견된 덮개돌의 성혈
    황해도 은천군 고인돌의 성혈
    평남 증산읍 용덕리의 별자리 고인돌 / 이 고인돌 덮개돌에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는 11개 별자리가 새겨져 있다.( 무덤 출토 그릇의 분한식 핵분열비적법에 의한 연대값은 4,926 土 700년이다)
    평남 증산군 고인돌 / 북한지정문화재 국보급 30호로 지정돼 있다. 남한의 대표적 고인돌인 아래 강화도 하점면 고인돌과는 거의 쌍둥이다.(사진 출처: 북한지역 정보넷)
    강화 부근리 고인돌
    함경남도 함주군 지석리 고인돌과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 고인돌의 성혈

    평남 원화리 고인돌(사진 출처: 북한지역 정보넷)

    우리나라가 고인돌 왕국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 세계 7 만기 고인돌 중 4 만기 이상이 한반도에 존재한다.(북한에 1만5천)

    2000년 12월 남한 것이 뭉뚱그려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그 외 중국 랴오닝성 지방의 316기, 일본 규슈 지방의 600기 역시 한민족이 만들었거나 그 영향을 받은 유물이다. 위 원화리 고인돌은 북한지정문화재 국보급 1682호로 지정돼 있다.

     

     

    이처럼 많은 고인돌 별자리 중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별자리가 큰 곰자리의 북두칠성이다. 이에 학자들은 우리 조상들이 북두칠성을 '농사의 풍요 및 생명을 관장하는 별로 여겼다'고 입을 모으는데, 이를 부정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나아가 우리 조상들은 북두칠성을 '죽은 영혼이 돌아가는 별'로 여겼다고도 하는 바, 망자의 시신을 안치하는 칠성판, 그리고 망자의 죽음을 '돌아가셨다'고 칭하는 언어 습관도 여기서 유래됐다 말한다. 영혼이 별로 돌아가 안식한다는 의미가 담긴 표현이라는 것이다. 

     

    남북한의 어느 것이 선후(先後)든 간에 우리나라 고인돌, 혹은 그 부장품에서 나온 유물이 세계 최초의 천문기록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울러 이 같은 천체 관측 기록은 고구려와 고려의 벽화, 그리고 조선의 '천상열차분야지도'로 면면히 이어졌던 바, 우리가 세계 천문학의 선도(先導) 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이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다음 장에서는 고구려와 고려의 천문도 벽화 및 일본에 전파된 천문도를 심도 있게 소개하고자 한다.    

     

    * '민족의 얼, 북두칠성(I)'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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