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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기에이아는 왜행성의 자격이 있을까?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9. 11. 17. 20:59


    히기에이아는(Hygieia)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건강의 여신이다. 세상에 건강만큼 중한 게 없으니 히기에이아는 비중있는 여신으로 등장해야 옳을 터,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그의 존재감은 미미하며 위치 또한 다분히 애매하다. 그 히기에이아는 천문학에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의 이름으로 붙여졌는데,(천문학에서는 영어 Hygiea로 등록됨) 이번에도 그 위치가 좀 애매하다. 어중간한 크기와 모양 때문으로, 히기에이아를 소행성으로 놔둬야 될지 아니면 명왕성이나 에리스 반열의 왜행성으로 격상시켜야 될지 갑론을박이 치열하다.('천문학 네이처')



    히기에이아의 조각상


    히기에이아의 위치



    그 진원을 따지자면 역시 명왕성의 퇴출로부터이다. 명왕성의 발견에서부터 태양계 행성군(群)에서 쫓겨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역정은 '지구의 또 다른 형제들'에서 충분히 언급한 바 있다. 재론하자면 이놈은 행성이라기에는 사실 처음부터 문제점이 많은 애였다.(크기가 너무 작고, 중력이 약해 궤도장악력이 없으며 공전 궤도가 태양계 형제들과 다른 형태라는 것 등)


    그래서 국제천문연맹(IAU)이 진작 호적에서 파내려 했지만 미국이 워낙 싸고돌아 힘들었다.(미국인에 의해 발견된 유일한 행성이므로) 덕분에 태양계 형제들에게 왕따를 당하면서도 꽤 오랜 시간을 친족으로 행세하였으며 족보 또한 만들어졌다.


    2006년 IAU 산하의 행성정의위원회(PDC)에서는 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태양을 돌고 둥글면 다 행성이다'라는 새로운 정의를 결정했었다. 그리하여 명왕성은 그동안의 자격 시비를 털고 명실공히 행성이 되었으며, 1978년에 발견된 위성마저 명왕(冥王) 플루토에게 인도하는 뱃사공 카론(Charon)의 이름이 붙여지며 행성이 되었다. 



    왕따당하는 명왕성


    명왕성과 위성 카론

    거리가 19,640km에 불과하며 크기도 2:1로 특이하다.(반지름 :1151 : 603km)



    하지만 그 기쁨도 잠깐, 그해 8월 24일 체코 프라하 회의에서 다시 정의된 행성의 원칙, 즉


    첫째, 별(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 천체일 것,

    둘째, 충분한 질량을 가져 구(球)의 형체를 유지할 것,

    셋째, 자체 중력의 궤도 장악력으로써 주변의 다른 천체를 지배할 수 있을 것


    이라는 조건에서 밀려나며 결국 외행성(Dwalf Planet, '왜소행성'으로도 부름)으로 분류되게 되었다. 명왕성은 이중 첫째 조건과 둘째 조건은 만족시켰지만 셋째 조건에서는 못 미쳤던 것이다. 즉 명왕성은 자신의 궤도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지 못해 궤도가 일그러지는데, 그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위성 카론의 질량이다. 카론의 질량은 명왕성의 공전 궤도를 흔들 정도로 막강하며 따라서 명왕성과 카론의 무게 중심은 둘 사이의 우주 공간에 위치한다. 지구와 달의 무게 중심은 지구에 있기에 달은 지구 중심으로 돌지만, 명왕성과 카론의 무게 중심은 둘 사이에 있으므로 서로 마주 보며 서로를 도는 양상이 되는 것이었다.




    도해하자면 이런 식임

    카론의 타원궤도 이심율은 -0.248로 매우 큰 편이며 궤도 거리는 20~49AU 정도이다.(약 44억 ~74억 km)


    시뮬레이션 사진


    명왕성의 행성 퇴출을 지지하는 노란 딱지


    76년간 행성이던 명왕성은 결국 그 지위를 잃었다.(2006년 8월 24일 체코 프라하 IAU 총회)


    따로 살림을 난 왜행성군 식구들

    크기는 작지만 세레스가 이 가운데의 맏형이다. 1800년 벽두에 발견되어진 세레스는 한때 태양계 적자(嫡子) 형제군에도 속했었다. 하지만 2006년 IAU에 의해 서자집단으로 밀렸고, 대신 그 왜행성의 첫번째로 넘버링됐다. 



    그런데 최근 소행성 히기에이아가 왜행성의 후보로 급부상했다. 앞서 말한대로 그 놈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군의 일원으로서 발견된지도 200년이 넘었다. 그런 히기에이아가 새삼스럽게 왜행성의 후보가 된 건 최근의 관측 결과 구(球)에 가깝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히기에이아는 왜행성의 조건을 갖추게 되었으니(공전은 진작부터 했으므로) 소행성 벨트의 다른 녀석들을 밀어내고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새로 제정된 왜행성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별(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 천체일 것,

    둘째, 충분한 질량을 가져 구(球)의 형체를 유지할 것,

    셋째, 공전 궤도 주변의 다른 천체에 대한 지배권이 없을 것,

    넷째, 다른 행성의 위성이 아닐 것.



    소행성대 식구 중에서는 나름 힘을 주는 놈들.

    베스타와 팔라스는 히기에이아보다 크지만 모양이 확인되지 않아 왜행성이 되지 못했고, 히기에이아 역시 모양이 이그러졌지만.....


    이처럼 깎은 밤톨 같던 형체가


    찌그런진 골프공의 과정을 거쳐


    지금은 구체(球體)라고 여겨지고 있다.(real?)


    지구에서 관측된 히기에이아

    실제 관측해보지는 않았지만 10x50 쌍안경으로도 보인다고 한다.


    VLT가 있는 칠레 파라날 천문대


    VLT에서 반사되는 레이저는 대기에 의한 빛의 산란을 보정해 보다 정확한 관측 결과를 얻으려는 시도이다.(☞'칠레의 신라 천문대')



    히기에이아의 발견은 이미 1849년에 이루어졌다.(1849년 4월 12일, 나폴리 천문대의 아니발레 데 가스파리스에 의해) 그 작은 소행성의 발견은 앞서 말한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에 따른 것으로 그 수식에 따라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소행성군을 찾아냈고, 그 가운데서 큰 편에 속하는 히기에이아를 찾아냈던 것이었다.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을 다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하지만 1801년 소행성 세레스(Ceres)의 발견을 필두로 드디어 소행성대의 존재가 밝혀지게 되었다. 로마 신화 농업의 여신 케레스의 이름을 딴 이 소행성은 1801년 1월 1일 팔레르모 천문대에서 이탈리아 천문학자 주세페 피아치에 의해 운명적으로 발견됐다. 세레스는 발견 직후 태양의 뒤로 사라지면서 실종될 위기에 처했지만, 1802년 1월 1일 독일의 수학자인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가 정확히 계산한 궤도를 바탕으로 독일계 헝가리 천문학자인 프란츠 폰 차흐가 재 발견했다.('다음백과' 참조) 



    출처: https://kibaek.tistory.com/137 [나는 왜 UFO를 믿는가]


    이 법칙은 독일의 천문학자 J. D. 티티우스가 1776년 최초로 언급했고, 그의 동료인 J. E. 보데에 의해 1772년 이후 널리 알려졌다. 이 법칙에 따르면, 수열 0, 3, 6, 12, 24..... 등을 쓴 뒤 이 수에 4씩 더한 후 각각의 결과를 10으로 나눈다.

     

    이 법칙으로 구한 처음 7개의 값(0.4, 0.7, 1.0, 1.6, 2.8, 5.2, 10.0) 중 2.8을 제외한 6개에 천문단위(천문단위 1 AU는 태양과 지구간의 거리인 1억4900km)를 붙이면 티티우스가 이 법칙을 고안할 당시 알려졌던 6개의 행성(수·금·지·화·목·토)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와 거의 일치한다. 그뒤 태양에서 약 2.8AU 떨어진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소행성이 발견되었다.


    이 법칙은 약 19AU 떨어져 있는 7번째 행성인 천왕성에는 유효하지만 8번째 행성인 해왕성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태양에서 9번째 행성인 명왕성의 실제거리(39AU)는 이 법칙으로 구한 8번째 행성의 거리와 거의 같다.


    이상은 비교적 쉽게 풀이된 '다음백과'를 참고했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태양계 각 천체의 위치는 무질서하게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법칙에 의해 배열돼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는 아무 것도 없었던 바, 이상해서 찾아보니 소행성군이 나름대로의 질량으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고, 그 가운데서 덩이가 큰 세레스나 히기에이아를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수식을 근거로 9년 후인 1781년, 영국의 존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해냈던 바,(3월 13일) 이 법칙이 지정한 위치에서 불과 1.95%의 오차를 보였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이 천왕성의 궤도가 지금껏 발견된 다른 행성들의 그것과 모순되는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또 다른 '행성 X'가 천왕성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미지의 '행성 X'를 찾아나섰는데, 문제는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이 천왕성 이후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라플라스를 비롯한 여러 수학자와 천체 과학자의 노력 끝에 결국 '행성 X'로 여겨지는 해왕성과 명왕성을 찾아내게 되었다.(☞ '지구의 또 다른 형제들')


    그런데 해왕성의 명왕성의 발견에 지대한 공을 세운 이 '행성 X'의 가설은 1993년 목성 밖 태양계를 탐험한 보이저 호에 의해 박살나게 된다.(☞ '태양계의 끝') 보이저 호가 보내온 자료에 의해 계산한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정확한 질량값에 의해 기존 천체의 궤도가 모순 없이 설명되어졌기 때문이었다. 명왕성이 퇴출된 것도 사실은 이와 같은 새로운 자료에 의해서였으니 그로 인해 천왕성과 해왕성의 질량이 조정되자 그 둘의 궤도는 명왕성 없이도 설명됐던 것이었다. 한마디로 태양계 행성들과의 연관 관계가 사라졌다 할 수 있었다.


    아래의 명왕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시위 사진을 보면 위의 분석에 지대한 역할을 한 캘리포니아 공대의 마이클 브라운 교수를 크게 지탄하지만, 명왕성의 퇴출은 그저 냉정한 자연계의 법칙일 뿐이었다. 나는 히기에이아의 왜행성 자격도 이와 같은 자연계의 법칙에 의해 정리되리라 본다. 인체를 소우주라고 부르는 것은 그 복잡성에도 기인하기도 하겠지만 생로병사의 냉정한 법칙에 지배당하는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2006년2006년 8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의회는 플루토의 명왕성의 행성 지위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명왕성을 축출한 국제천문연맹을 규탄하는 시위를 가졌다.


    미국 뉴멕시코주 의회는 공동발의문을 통해 ‘플루토는 행성이며 2007년 3월 13일을 플루토 행성의 날로 선포한다’고 발표하고, 칼텍의 마이클 브라운 교수를 지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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