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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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이태원 참사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4. 10. 9. 22:54
이태원 할로윈데이의 비극이 발생한 지 벌써 2년이 가까워오고 있다. 불과 2년 전의 일이니 그 비극이 무엇인지는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2022년 10월 29일 그날 밤의 최종 사상자는 사망 159명, 부상자는 195명이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20대 청춘이었으며 외국인도 26명 있었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그 좁은 장소(18.24㎡)에서 그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좁은 장소라는 말은 어폐가 있을 수 있겠다. 장소가 좁고 비탈졌던 까닭에 밀림(PUSH)이 일어나 사람들이 쓰러졌고, 이후 계속 포개지는 '연쇄 깔림'이 일어났으며 그로 인해 장기 파손과 질식사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그래서 골목 입구, 위 푯말 있는 쪽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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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던 한국:팔레스타인전 축구시합의 선수와 감독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4. 9. 7. 01:35
앞서 내 평생의 가장 억울하고 분하고 아쉬웠던 경기에 대해 포스팅한 적이 있다. 1974년 홍콩에서 벌어진 한국과 호주의 1974년 서독 월드컵 플레이오프 게임이다. 당시 한국은 아시아 예선 최종전에서 이스라엘을 이긴 후 아시아·오세아니아 대륙에 주어진 단 1장의 출전 티켓을 차지하기 위해 호주와 3차례의 지역 결승전을 치렀다. (지금은 4.5장인 출전 티켓이 그때는 달랑 1장이었으니 정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말한 바 대로 한국은 아시아 예선 최종전에서 이스라엘에 이기며 FIFA의 큰 걱정거리를 덜어주었다. 지금은 팔레스타인이 아시아 그룹에 속해 있고 이스라엘은 유럽 쪽으로 갔는데, 당시는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은 아시아 그룹이었다. 당시 최종 예선에서 한국은 연장 접전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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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안의 평범한 혐한 발언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4. 5. 27. 23:57
엊그제 방송인으로 활동한 중국인 장위안이 한 발언이 지속적인 논란을 빚고 있다. 장위안은 과거 프랑스인 이다도시의 경우처럼 한국에서 외국어학원 강사로 일하다 방송계로 진출한 중국인으로, '비정상회담'을 비롯해 '냉장고를 부탁해', '안녕하세요' 등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탔다. 나도 그를 '비정상회담'이란 프로에서 다른 외국인 청년들과 함께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한국 생활을 접고 중국으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논란이 된 것은 그가 자신의 틱톡 방송에서 한 "한국이 중국 문화를 훔쳤다"등의 발언 때문이었다. 물론 듣는 대상은 중국인들이었겠지만, 한국인에 대한 노골적인 도발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곧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며 "(한국인이 중국 문화를) 훔치는 것에 대해서 묻겠다"고 했다. "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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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치솟을 때의 해결법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4. 5. 18. 19:36
살면서 화가 나는 일이 생기는 것은 다반사이나 대개는 일과성의 일이다. 그래서 사건이 경과하면 대부분 분노도 따라 사라진다. 다만 문제는 그 분노를 유발하는 사건이 습관처럼 반복될 때이다. 그러면 당하는 사람은 분노를 반복하게 되고 당연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갈수록 배가된다. 특히 가족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힘들다. 남 같으면야 극단적으로 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겠지만 가족은 그것도 어려우니 더욱 힘들다.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 2022년 입적한 베트남 스님 틱 낫 한의 '화를 다스리는 법'을 들여다보았다. (국내 번역본은 라는 좀 상투적인 제목을 붙였다)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그중의 한 가지는 해소책으로 확실해 보인다. '화가 날수록 말을 삼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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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4. 5. 11. 12:08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 초기의 대표적 경전인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문장으로 흔히 인용되는 명구(名句)이다. 이 문장을 접한지는 꽤 된다. 하지만 당시에는 별로 와닿지 않았다. 이후로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도 읽었지만 페미니즘 쪽을 다룬 주제여서 그런지 역시 와닿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읽었던 같은 작가의 다른 소설, 이를 테면 '인간에 대한 예의' 등은 재미있었던 반면. 그런데 최근 갑자기 이 문장이 떠 올랐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았는데, 과연 명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이 문장의 가치는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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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말한 ‘밤과 낮의 차이'와 70년 후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4. 1. 1. 20:37
지난해 31일 일론 머스크가 한반도의 밤을 비교한 위성사진을 SNS에 올린 것이 화제가 되었다. 아마도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기업)가 자체적으로 쏘아 올린 위성이 보낸 사진을 분석하다 한반도 남·북의 대비에 놀라 SNS에 공유한 듯싶다. 그에 곁들여 머스크는 '밤과 낮의 차이(Night and day difference)'라는 제목을 달아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보다시피 사진 속 한반도는 남과 북이 마치 낮과 밤처럼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그 위에 "미친 아이디어 : 한 나라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로 반씩 쪼개 70년 뒤 모습을 확인해 보자"는 글을 달았다. 이미 한반도는 79년 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로 나뉘어 분단된 만큼 이 제안이 엉뚱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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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위안스카이의 헛꿈과 싱 하이밍 중국대사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3. 6. 11. 06:55
* 1편에서 이어짐 위안스카이의 이 표정은 분명 당혹감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불안감도 여실하다. 그는 '곧 황제에 오를 내가 집전하는 천제(天祭)이거늘 반응이 왜 이렇게 썰렁한가' 의아해하고 있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주위를 살피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그가 주위 사람인 가족이나 측근들로부터, 혹은 매일 접하는 신문으로부터 보고 듣는 소식은 그야말로 "렬열한 환영" 일색이기 때문이었으니, 신문의 내용은 늘 "경애하는 위~대하신 대총통각하께서 하루빨리 황제에 오르기를 만백성이 우러러 기원합네다"였다. 하지만 현실은 180도 반대였다. 앞서 말한 대로 국민들은 위안스카이의 독재와 시대착오적인 황제 등극에 한마디로 넌더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불만은 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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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위안스카이, 황제가 되려는 시대착오적 꿈에 빠지다 I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3. 6. 10. 18:35
우리나라 최초의 짜장면 집 공화춘(共華春)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한 바 있다. 부연하자면, 이 건물의 효시는 산동회관(山東會館)으로, 현재의 자리가 아닌 청국 조계지에 음식과 호텔의 혼합형 숙소인 객잔(客棧)으로 건립되었다. 그러다 1911년 산둥성 출신의 회교 우희광(于希光, 1886~1949)이 현재의 자리로 옮겨 재개업하였고 이듬해 탄생한 중화민국을 기려 '공화국의 봄'이라는 뜻의 '공화춘'으로 이름을 바꿨다. 1911년 신해혁명의 결과로써 탄생한 중화민국은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이었다. 이로써 중국은 4천년 이상 존속돼 온 제왕의 통치가 사라지고 민주주의의 나라가 되었으니, 이는 충분히 기릴만한 일이었다. (애석하게도 지금의 대륙 본토는 다시 제왕적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지만) 청조(淸朝)를 멸망시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