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美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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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의 '리저 양의 초상'미학(美學) 2024. 4. 25. 18:44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그림은 나올 때마다 화제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는 '젊은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은 지난 2019년, 도둑맞은 지 22년 만에 그 도둑맞은 이탈리아 미술관의 외벽 속에서 고스란히 발견돼 크게 화제가 되었다. (☞ '기적적으로 발견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그런데 엊그제,(현지시간 24일) 모두가 사라진 줄 알았던 클림트의 그림 한 점이 임 킨스키 경매에 나왔고, 3000만 유로(약 441억원)에 팔려 다시금 화제가 되었다. 클림트가 1917년에 그린 '리저 양의 초상'(Portrait of Fräulein Lieser)이라는 그림이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그림은 클림트가 사망하기 1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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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역사문화공원의 권진규미학(美學) 2024. 1. 4. 21:19
지금은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이름이 바뀐 망우리 묘지 내의 이중섭 화백 묘소에 성묘를 다녀온 이야기를 앞서 실은 바 있다. 그때도 말했거니와 나는 그와 아무런 친인척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묘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그곳에 간 이유는 집에서 멀지 않기 때문으로, 요즘도 산책 삼아 가끔 간다. 재삼 느끼는 바이지만 그의 무덤가는 참 운치가 있다. 오늘은 처음으로 권진규의 무덤을 찾았다. 사실 권진규는 망우리 묘지를 가게 되면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되는 인물이다. 재작년 망우역사문화공원 입구에 관리사무소와 시민휴식공간이 건립되며 그 앞에 그의 자소상 두상을 조성해 놨기 때문에 오가는 모든 사람의 눈 속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가 누구인지 알든 모르든. 하지만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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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의 어두웠던 현실과 빛나는 지하 '홍제유연'미학(美學) 2023. 8. 23. 23:49
앞서 홍제동의 어두웠던 과거를 말했다. 연원을 따지자면 그 옆 홍은동도 임금의 은혜가 조금은 미쳤다고 할 수 있으니, 홍은동은 홍제동에 고양군 은평면이 합쳐져 생긴 이름이기 때문이다. 물론 홍은동이 생겨난 것은 훨씬 이후인 1950년으로 은평면의 구석을 떼어 홍제동의 마을 하나와 합쳐져 만들어졌다. 그러고보면 당시의 은평면은 엄청났던 듯하니, 지금은 서울시가 된 녹번리・응암리・역촌리・신사리・대조리・불광리・갈현리・구산리・구기리・평창리가 모두 속했다. 하지만 임금의 은혜 따위는 어디까지나 역설이고, 오히려 관(官)의 횡포가 유독한 땅이었을 듯하니 근방의 홍제원이 이를 방증한다. 한양 서쪽의 홍제원은 남쪽의 이태원, 동쪽의 보제원·전관원과 더불어 서울을 대표하는 4대 역원이었는데, 특히 홍제원은 중국 사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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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의 수원 그림미학(美學) 2023. 6. 26. 19:51
나혜석은 1896년 4월 18일, 경기도 수원군 신풍면 신창리(현재의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45번지)에서 태어났다. 근자에 복원된 화성행궁 바로 옆이다. 그가 태어난 해에 무능한 임금 고종이 저 혼자 살겠다고 러시아대사관으로 도망갔고, 그러면서 분풀이의 대상으로써 4차례씩이나 총리대신이 되어 난국을 이끌었던 김홍집에 대한 타살(打殺) 명령을 내려 결국은 길거리에서 맞아 죽게 만들었다. 서방 외교관들이 몹시 무능하게 본 고종은 도망가 목숨을 늘였고, 반면 인격적으로나 능력적으로 출중하다 평가했던 김홍집은 친러군인과 보부상에게 맞아 죽었다. 정월(晶月) 나혜석이 태어난 해는 그렇듯 조선이 본격적으로 망가지던 무렵이었다. 나혜석의 집안은 대대로 양반으로, 증조부가 호조 참판을 지냈고 이때부터 그의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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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암 강세황의 예술세계와 그가 살았던 이화동미학(美學) 2023. 2. 26. 16:58
단언하거니와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을 떠나서는 조선의 문인화를 말할 수 없다. 아니 한국의 회화사를 통틀어도 강세황은 다섯 손가락 안에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이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 그는 신라 솔거 이래로 가장 뛰었던 화가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유명 화가가 걸었던 긴 무명의 시간을 걸어야 했는데 그 무명의 시간은 대부분 배고픔과 동행한다. 그는 문인화가였으니 선비였음에 틀림없다. 태어난 곳도 한양 양반가로, 그의 아버지 강현(姜鋧)은 1675년(숙종 1) 진사시에서 장원급제를 하고 1680년 정시문과에 입격한 수재였다. 당연히 벼슬살이도 무난했으나 숙종대의 피튀기는 당파 싸움에서 소론 편에 섬으로써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는 앞서 '동호(東湖)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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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리의 이중섭미학(美學) 2022. 9. 10. 23:54
지금은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이름이 바뀐 망우리 묘지 내의 이중섭 화백 묘소에 성묘를 다녀왔다. 물론 나는 그와 아무런 친인척 관계가 존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성묘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사실 앞서 말한대로 망우리는 집에서 멀리 않다. 그래서 가끔 오는데,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무덤가는 운치가 있다. 그래서 오래 머물곤 한다. 오늘은 느즈막히 도착해 해가 떨어질 무렵까지 머물렀는데 그때까지는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 달 8월 31일, 이중섭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 여사가 일본에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향년 101세..... 1952년 부산에서 헤어진 이후 두 아들을 키우며 70년간 재혼하지 않고 살았다. 천국에 가서 남편을 만났을 것이라 생각하니 이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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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와 통영의 바다, 그리고 이중섭미학(美學) 2022. 8. 29. 05:58
과거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생활할 때 이중섭 미술관을 자주 찾았다. 서울에서 지인들이 왔을 때 반나절 코스로 구경거리로 가장 알맞은 곳이 「천지연 폭포ㅡ이중섭 미술관이 있는 이중섭 거리ㅡ서귀포 해변ㅡ칠십리음식특화거리」라는 것을 여러 번의 경험으로부터 알았기 때문이다. 이 코스는 모두 지척이므로 걸어다닐 수도 있고, 그럼으로 해서 구 도심 관광을 덤으로 얻을 수도 있다. 이 코스는 누구나 만족하며, 특히 해질 무렵 해변에 노을이라도 예쁘게 들면 (거의 매일 예쁘게 든다. 그래서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모두 기절한다. 그러면 나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 짓도 몇 번 하다보니 스스로는 심드렁하기 그지없으니 이중섭 초가(草家)에 살던 늙고 순한 잡종개의 마음을 알 듯도 하다. 걔는 복작대는 관광객 속에서도 늘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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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인디애나가 노래한 사랑과 희망미학(美學) 2022. 6. 6. 16:23
미국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1928~2018)는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 팝아티스트 1세대로 치부된다. 미국 팝아트의 서막을 연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의 대표작 '러브(LOVE)'는 세계 주요 도시에 전시되어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뉴욕 센트럴파크와 모마(MOMA,뉴욕 현대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 사이 맨해튼 6번가에 설치된 원조 '러브'는 뉴욕의 핫플레이스로서 세계 관광객들의 포토존이 된 지 오래이다. 그의 '러브' 시리즈는 1964년 모마에서 거의 무명이다시피 한 팝아트 작가 인디애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 디자인을 의뢰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어릴 적 교회에서 보았던 "God is love"라는 간판에서 영감을 받은 '러브'를 만들어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