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美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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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와 가을을 그린 도천 도상봉미학(美學) 2024. 11. 15. 21:40
도천(陶泉) 도상봉(1902~1977)은 1902년 함경남도 홍원군 신익면 남당리(현 홍원군 남천노동자구)에서 태어났다. 홍원군은 우리에게는 낯선 지명이지만 산과 평야와 바다가 어우러진 매우 아름다운 고장이다. 이런 환경이 도천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던 것일까, 그는 1916년 보성고등보통학교 재학 시절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으로부터 따로 그림을 배웠다. 당시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도천은 학생시절인 1919년 3월 1일 서울 탑동공원에서 일어난 독립선언 행사에 참가했고 이어 계속 만세시위에 참가하다 3월 5일에는 남대문 역전에서 일본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는 이 일로 징역 6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출옥 후 1921년 일본에 건너간 그는 메이지대학 법과에 진학했는데, 부모님의 바람도 있었지만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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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불이선란도미학(美學) 2024. 8. 17. 21:07
과천 추사박물관에서는 지금 '추사 김정희의 난(蘭)'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2024. 6.12~8.31) 다른 전시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폐회에 임박해 다녀왔는데, 소감을 말하자면 "놓치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김정희의 대표적 난(蘭) 그림인 를 보다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흔히 김정희를 뛰어난 서예가로만 알고 있지만 실은 시·서·화에 모두 달통하였니 그가 남긴 한시는 377수나 된다. 아울러 역사학자이자 고증학자이기도 했는데, 금석학에 있어서는 조선 최고 경지에 올랐던 인물이다. 하지만 본업은 정치가로서, 정치가답게 다난하고 파란만장한 길을 걸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김정희가 제주도로 정배 된 이유는 이른바 윤상도 옥사 사건에 연루된 때문이다. 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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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기유첩과 안양 중초사지미학(美學) 2024. 7. 22. 00:01
19일 안양박물관이 '안양각색(安養各色): 안양에 이르다'라는 타이틀 하에 '삼성기유첩'(三聖記遊帖)을 공개했다. '삼성기유첩'은 조선후기 화가 운초(雲樵) 박기준(朴基駿, ?~?)이 관악산과 삼성산의 명승을 유람하면서 지은 시와 그린 경치를 담은 서화첩으로서, 올해 2월 28일 고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칸옥션 경매에 나왔던 물건을 안양시가 치열한 경합 끝에 낙찰받은 작품이다. 낙찰 가격은 3억9천여만원으로 알려졌다. 운초 박기준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화가는 아니다. 하지만 도화서 출신의 화공이기에 솜씨는 꽤 훌륭한 편이고, '삼성기유첩' 또한 현전(現傳)하는 서화 중 관악산 일대를 그린 유일한 회화작품으로 알려져 있어 희소적 가치가 높다. 안양시가 경매에 뛰어든 이유도 이 작품이 현재 안양박물관이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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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내원암 괘불도와 은류·금류폭포미학(美學) 2024. 5. 14. 23:02
경기도 남양주시 내원암에 소장되어 있는 19세기 괘불도는 흥미롭다. 여기서 괘(掛)는 '건다'는 뜻이고 불도(佛圖)는 부처님 그림이란 뜻이니 전체적으로는 '부처님 걸게그림'이란 소리다. 그런데 그 그림을 평소에는 걸지 않고 법회나 석탄일 같은 행사 때나 거므로 보기가 쉽지 않다. 다만 내원암 대웅보전 삼존불 후불탱과 영산전 후불탱이 이 괘불도를 모본으로 하고 있어 유추해 살펴볼 수 있다. (이 후불탱들은 근자에 제작된 것이다) 다른 괘불도와 마찬가지로 내원암 괘불도도 세로 548㎝, 가로 353.5㎝로서 규모가 크며 비단 바탕에 채색을 한 형태인데, 화기(畵記)에 1885년 11월 6일에 시작하여 15일 제작을 마치고 점안(點眼)한 사실이 기록돼 있어 명확한 제작연도를 알 수 있다. 불화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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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사 산령각 탱화미학(美學) 2024. 5. 13. 01:44
앞서 북한산 삼천사를 말하며 눈이 가는 것이 마애여래입상밖에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생각해 보니 산령각 탱화인 아미타삼존도를 간과한 것 같다. 그래서 다시 가보았으나 며칠 사이에 공양미가 놓여 그림 아래에 있는 화기(畵記)를 읽을 수 없었다. 겨우 몇 자 읽기는 했는데, 작가의 이름은 없는 듯했고 불기(佛紀) 2563년의 글자만 확인했다. 그러니까 불과 3년 전인 2020년에 제작된 탱화이다. 비록 오래된 불화는 아니나 그림 솜씨는 매우 뛰어나다. 언뜻 남양주 봉영사 탱화를 그린 응성당(應惺堂) 환익(幻翼)이 문하가 그린 것도 같고, 사불산 화파 한규(翰奎)의 문하가 그린 듯도 한 빼어난 불화다. 옛 절터에서 수습된, 앞서 말한 대지국사(大智國師) 법경(法鏡)의 비편(碑片)을 보면 삼천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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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치오 젠틸레스키의 사실적인 성화와 비사실적인 성서미학(美學) 2024. 5. 9. 18:20
오라치오 젠틸레스키(Orazio Gentileschi, 1563~1639)는 17세기 이탈리아 바로크 화풍 시대의 화가로서 피사에서 태어났다. 그는 당시의 화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성서의 내용을 화폭에 옮기는 종교화를 많이 그렸는데, 다분히 카라바조 풍이다. 카라바조 풍은 성서의 내용을 그리되 성(聖)스럽게보다는 '속'(俗)스럽게 표현하는 작법으로,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를 개막한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1571~1610)가 채용한 작법이라 하여 그렇게 불린다. 그렇지만 '속'(俗)스럽다 하여 저속하게 그린 것은 결코 아니고 그저 그 당시의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를테면 의상이나 생활양식을 고대가 아닌 현실에서 가져오는 식이었다. 따라서 그림의 이해가 쉬웠다. 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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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여신 모건티나의 비너스(혹은 페르세포나)미학(美學) 2024. 5. 6. 16:46
모건티나(Morgantina)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가운데에 있는 고대 그리스·로마 유적지이다. 모건티나 유적은 크게 두 곳으로 분류되는데, 이중 시타델라 지역은 BC 11세기부터 BC 450년경까지 존속했으며, 셀라 올란도 지역은 BC 450년부터 AD 50년경까지 존재했다. 모건티나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BC 465?~400?)의 것이며, 로마의 역사가 테이투스 리비우스(BC 59?~17)가 남긴 '이 땅이 2차 포에니 전쟁 중 스페인 용병에게 전리품으로 주어졌다'는 기록이 주목받는다. 20세기 초 발굴조사 중 발견된 HISPANORUM이라고 각인된 동전 속 주인공이 그 용병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다. 로마 정치가 키케로는 이 땅을 무르겐티니(Mugentini)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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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의 '리저 양의 초상'미학(美學) 2024. 4. 25. 18:44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그림은 나올 때마다 화제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는 '젊은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은 지난 2019년, 도둑맞은 지 22년 만에 그 도둑맞은 이탈리아 미술관의 외벽 속에서 고스란히 발견돼 크게 화제가 되었다. (☞ '기적적으로 발견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그런데 엊그제,(현지시간 24일) 모두가 사라진 줄 알았던 클림트의 그림 한 점이 임 킨스키 경매에 나왔고, 3000만 유로(약 441억원)에 팔려 다시금 화제가 되었다. 클림트가 1917년에 그린 '리저 양의 초상'(Portrait of Fräulein Lieser)이라는 그림이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그림은 클림트가 사망하기 1년 전에 오스트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