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美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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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하후(唐破風) 도리이 돌이 얹혀진 석굴암 기둥미학(美學) 2021. 4. 18. 06:19
석굴암 주실 입구 본존불 앞 기둥에 얹힌 홍예석이 본래부터 있었는가의 문제는 오래전부터의 숙제였다. 그리고 그 숙제를 아직도 풀지 못한 탓에 지금도 홍예석은 어엿해 차마 보기 안습이다. 이미 결론을 말했거니와 그 홍예석은 일제가 석굴암 1차 공사를 한 1913~1915년 사이 얹힌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전 사진에는 없던 돌이 공사 후 갑자기 생겨났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고(故) 성낙주 선생이다.(작년 6월, 조금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다) 성낙주 선생은 석굴암 원형탐구에 나름 이바지하신 분이다. 그분은 평생을 교직에 봉직하면서도 따로 '석굴암미학연구소'를 차려 석굴암 원형 찾기에 천착했다. 그리하여 2014년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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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관람 유감 - 조속한 전실 개방을 촉구한다미학(美學) 2021. 4. 17. 06:02
석굴암 원형 탐구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이어보려 한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석굴암 관람에 대해 문화재 당국에 건의드릴 게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입장료 6000원이라는 비싼 관람비용에 대한 대가를 국민들에게 지불해달라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우리가 애써 토함산을 올라 비좁은 목조 전각 안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유리 보호막 속으로 보이는 석굴암 전실과 주실 안의 본존불 모습뿐이다. 방금 말한 거대한 유리가 전면을 통째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유리막은 1971년 설치됐다) 여러 번 말했거니와 관람객들은 이 유리막 밖에서도 절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플래시 빛이 석굴암에 손상을 주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되나 그렇다고 다른 문화재처럼 플래시 없이 찍는 것이 허락되지도 않는다. 일일이 제재하기 귀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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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원형 탐구(I) - 광창(光窓)과 홍예석의 문제미학(美學) 2021. 4. 16. 08:11
석굴암은 따로 말이 필요 없는 우리나라 최고의 걸작 문화재요, 나아가 동양 무비(無比)의 예술품이다. 신라 경덕왕 10년(751년) 김대성이 20여 년에 걸쳐 완성시킨 이 석굴은 이후 천년의 사랑을 받았으니 조선조 불교의 쇠퇴 속에서도 그 사랑이 이어졌다. 그러던 석불에 한일합병 직후 일제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1912년부터 일제에 의한 대규모 보수 공사가 진행됐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이때 석굴암의 원형이 훼손되었는데, 그중 지금까지 문제가 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들이다. 1. 석굴암 전체를 시멘트로 덮어버린 것 → 당시는 최초 석굴암에 대한 건축원리를 파악하지 못했고 연구 또한 부족했음에도 빗물과 세월로부터의 보호를 구실로 그 전체를 1미터 두께의 시멘트로 덮어버렸다. 이는 석굴암을 숨 쉬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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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회루 차경(借景)의 미(美)미학(美學) 2020. 7. 11. 23:50
한국의 예술과 건축을 논할 때 자연과의 관계를 빼놓으면 딱 절반만 얘기하는 것이다. 한국의 예술과 건축은 규모가 크던 작던 간에 자연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쳤던 바, 그것이 반(半)을 먹고 들어간다. 이렇듯 자연이 예술과 건축을 좌우하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 외에는 없을 듯싶다. 우리는 그것을 늘 보아 왔고 그래서 너무 눈에 익은 탓에 오히려 모르는 경우가 있지만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예술·건축과 자연과의 조화를 경탄해마지 않는다. 그것을 흔히 차경(借景)이라 부른다. '(예술과 건축에) 경치를 빌려다 놓는다'는 것인데 이런 말 역시 우리나라밖에 없을 듯싶다. 얼마 전 문득, 새삼 그 차경을 느낀 뷰(view)가 있어 포스팅하려 한다. 언젠가는 쓰일 때가 있겠거니 해서 찍어온 사진들을 훑어보다가 스쳐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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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불국사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이유(II)미학(美學) 2020. 7. 8. 00:00
김대성이 불국사를 조영할 때 가장 염두에 둔 곳은 자하문과 청운교 백운교 구간으로 그의 노력과 정성은 지금도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감동을 선사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의 뜻은 전달되지 않는다. 앞서 I편에서 말한 대로 구품연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니 보랏빛 물안개가 피어난다는 자하문(紫霞門)이나 물 위에 뜬 누각 같다는 범영루(泛影樓), 물 위의 흰 구름과 푸른 구름 같은 다리, 백운교(白雲橋) 청운교(淸雲橋)도 그 맛이 살아나지가 않는 것이다. 구품연지의 상실은 그외에도 또 다른 문제들을 제기하는데 그중 하나는 이곳이 원래부터 올라갈 수 없는 다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없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백운교와 청운교는 연못 속에 섬처럼 떠 있는 곳으로 처음부터 오를 수 없게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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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불국사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이유(I)미학(美學) 2020. 7. 5. 21:06
불국사와 석굴암은 1995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그것이 1호 유산으로 등재된 건 우리나라의 대표적 유적이라는 소리일 텐데 지금 생각해 보면 세계문화유산 하나를 손해 본 기분이다. 무슨 뜻인가 하면, 불국사와 석굴암을 묶지 않고 각각을 등재 신청했어도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았을 유적을 괜히 쫄아(?) 어셈블리로 신청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 두 곳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유적으로서 세계의 어떤 유물 유적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바이다. 이에 유홍준 교수도 오래전 에서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우리의 모든 문화유산이 다 사라진다 해도 석굴암만 남아준다면 한민족이 쌓아온 문화적 긍지는 손상받지 않을 것"이라고 석굴암을 극찬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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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에 나온 간송미술관의 불상 2점미학(美學) 2020. 5. 25. 06:32
오는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에서 열리는 경매에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보물 문화재 두 점이 나온다고 한다. 아래의 불상 두 점으로, 간송미술관이 보유한 문화재를 경매에 내놓은 것은 문을 연 이후 82년 만에 처음이란 점에서 떠들썩하지만 사실 이 불상들은 간송미술관 명의의 보물이 아니라 개인 소장품이다. 얼마 전 타계한 전성우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이 가지고 있던 물건이라는 얘기다. 뉘앙스가 언뜻 몰래 소장하고 있던 물건이라는 느낌을 주나 그것은 절대 아니고 엄연히 보물로 지정되어 간송미술관 보화각에 전시돼 있던 불상이다. 그리고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경매에 내놓았다고 하니 재단을 확장하기 위한 무리한 경영 같은 것을 염두에 두는 사람도 있지만 그 직접적인 이유는 막대한 상속세다. 위에서 말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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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파르테논미학(美學) 2020. 4. 21. 19:50
단언하거니와 완벽한 아름다움을 논하는 것은 어렵다. 미(美)에는 일반적 개념이 통용될 수도 있지만 주관적 기준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사람이나 사물이라 할지라도 흔히 말하는 '내 취향'이 아니면 적어도 나의 아름다움의 기준에서는 배제된다. 이에 18세기의 독일 사상가 바움가르텐(Baumgarten, A. G.)이 '미학'이란 단어를 만들어낸 이래 개인적 미의식(aesthetic consciousness)은 미학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거론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미학’이라고 번역해서 쓰고 있는 영어의 ‘에스테틱스(aesthetics)’는 바움가르텐이 ‘감성적 인식에 관한 학(scientia cognitionis sensitivae)’을 명명하기 위하여 감성을 뜻하는 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