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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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문둥이들을 돌본 오웬과 윌슨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3. 12. 15. 21:02
지난 10월 29일 오스트리아 국적의 고 마가렛 피사렉(Margareth Pissarek, 한국명 백수선) 간호사가 오스트리아에서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대한간호협회 회관 앞의 고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 분향소를 찾아 방명록에 "고인께서 보여주신 고귀한 사랑과 헌신의 삶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셨다.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간호학교를 졸업한 피사렉 간호사는 동창생 마리안느 스퇴거(Marianne Stoeger, 한국명 고지선) 간호사(89)와 함께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을 봉사하다 고령에 활동이 여의치 않자 2005년 11월 21일 편지 한 장만을 남김고 소록도를 떠났다. 스퇴거는1962년에, 피사렉은 1966년에 각각 한국땅을 밟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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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의 쌀 박사 2대 고든 어비슨 & 참전용사 3대 버드 어비슨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3. 11. 4. 22:48
오늘 말하려는 고든 어비슨과 버드 어비슨은 앞서 말한 올리버 어비슨의 아들과 손자이다. 고든 어비슨은 1891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으나 1893년 7월 16일 부모의 손에 이끌려 한국 땅을 밟았다. 당시 3살이었다. 고든 어비슨은 이후 고국으로 돌아가 캐나다와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1919년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미국YMCA가 조선에 파견한 농업지도관의 자격으로서였다. 그는 28년 전의 올리버 어비슨처럼 부인 및 두 아이와 동행했다. 우연인지, 아니면 조선의 상황에 맞게 진로를 설정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한국에 온 것은 선교사가 아닌 농업전문가로서였다. 과거 갑신정변 주인공 중의 한 사람이자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었던 변수(1861~1891)*가 미국에서 전공한 것도 농학으로, 변수가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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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어비슨 가(家)의 3대에 걸친 봉사 - 1대 올리버 어비슨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3. 11. 3. 22:30
한국을 사랑하여 일생을 바친 외국사람은 수없이 많다. 나아가 대(代)를 이어 봉사한 가문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어비슨 가문은 특별하다. 한국을 위해 봉사한 가문의 경우 대개 의료나 교육, 선교 같은 분야에 집중돼 있는 반면 어비슨 가(家)는 3대에 걸쳐 각기 다른 방면으로 한국 사랑을 표현했다. 1대 올리버 어비슨은 세브란스병원의 설립자임에도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올리버 어비슨은 1860년 영국 요크셔 재거그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방직공장 노동자였으나 산업혁명의 기계화에 밀려 어느 날 갑자기 실업자가 되었다. 막연해진 그는 당시 대다수의 영국 빈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가족과 함께 신대륙행 배의 3등 칸에 몸을 실었다. 그의 가족은 미국을 거쳐 캐나다에 정착했고, 어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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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포크 두 번째 이야기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3. 7. 30. 01:30
오랜만에 포크에 대해 쓴다. 뭔가 테마를 잡아 쓰려고 했는데, -이를 테면 조선을 무던히도 괴롭히던 위안스카이에 맞서 싸우다 미국정부에 의해 조선공사대리에서 해임된 이야기 같은 것- 딱히 분량이 나오는 스토리가 없어 그냥 이것저것 쓰기로 했다. 그가 조선의 개혁파와, 그중에서도 서광범과 친했다는 얘기는 앞에서도 한 적이 있다. 그는 일찍이 방미사절단(보빙사)의 일원인 민영익, 서광범, 변수를 데리고 체스터 아서 미국 대통령이 그들에 대한 배려로 내준 트렌튼호를 타고 유럽과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을 돌아 조선의 부산항에 도착한 적이 있었다. 그 여행기간 동안 서광범과 변수는 서구의 문물에 관심을 갖고 모르는 것은 묻고 배우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민영익은 허구한 날 중국의 고전만 읽었다. 포크는 민영익의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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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봉사에 매진하다 요절한 성공회 선교사 랜디스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3. 4. 11. 00:09
인천광역시 개항로 45번길에 있는 중세 유럽풍의 교회 건물은 1890년 영국 성공회 존 코프 주교에 의해 건립된 한국 최초의 성공회 교회당이다. 본래의 교회 건물인 성미카엘 성당은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고 현재 건물은 중구 내동 성누가병원 자리에 1956년 6월 다시 세워진 것이며, 겉보기와는 달리 지붕은 한국의 전통 목구조에 기와를 앉은 한·양(韓·洋) 절충의 건물이라는 것이 안내문의 설명이다. 성공회와 우리나라와의 인연은 1890년 9월 29일, 조선 초대주교로 서품을 받은 영국인 존 코프(한국명 고요한) 신부가 제물포 항에 도착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전국에 100여 개의 교회를 두게 되었는데, 서울시 중구 정동에 있는 성공회 서울 주교좌교회 건물을 비롯해 모두가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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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기의 미국공사대리 조지 포크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2. 7. 8. 00:31
1882년(고종 19) 5월 22일 조선국 전권대관 신헌 (전권부관 김홍집)과 미국 전권대사 로버트 슈펠트 제독 사이에 수교조약문이 체결되었다. 이로써 미국은 서양제국 중 조선과 국교를 체결한 최초의 나라가 되었는데, 양국이 국교를 맺는 데는 의외로 청나라 북양대신 이홍장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당시 청나라는 아이훈 조약과 베이징 조약 알선의 대가(1860년 북경을 점령했던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철수하게 만든 대가)로 흑룡강 이북과 연해주의 거대한 땅을 러시아에 빼앗긴 상태였는데, 그럼에도 러시아는 동아시아 진출을 위한 부동항을 찾아 남하하고 있었다. 그런데 청나라는 이렇듯 열강의 침입에 너덜너덜해진 상태였음에도 조선만은 속방으로 두어 대국의 체면을 지키고 싶어 했던 바, 어떻게든 러시아의 남하를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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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대감마님 묄렌도르프(II)-거문도 사건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2. 3. 6. 23:42
* I편에서 이어짐. 알렌이 외과적 수술을 통해 빈사의 민영익을 살려낸 일은 매우 유명하다. 알렌의 밤샘 수술을 어의(御醫)를 비롯한 조선의 의사들은 침묵으로 지켜봐야 했다. 이에 알렌은 고종과 명성황후의 큰 신임을 얻었고, 갑신정변 실패 이후 폐가가 된 재동 홍영식의 집을 인수받아 최초의 서양식 병원 제중원을 세운 일에 대해서는 앞서 '박영효와 홍영식'에서 설명한 바 있다. * 호러스 알렌은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에 앞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이기도 하니 그가 조선에 온 이유도 의료가 아닌 선교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민영익을 회생시켜 고종의 신임을 얻은 이후에는 조선의 각종 이권에도 개입하였으니 대표적으로 조선 최대 금광인 평안남도 운산금광의 채굴권을 획득했다. 서울 행촌동의 '딜쿠샤'는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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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대감마님 묄렌도르프(I)-갑신정변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2. 3. 5. 00:25
파울 묄렌도르프는 구한말 외아문협판(外衙門協辦, 외무부 차관)이라는 고위직을 역임한 전무후무한 외국인 관료이다. 그는 외교뿐 아니라 조선의 여러 개혁을 주도하다 영 · 미 · 일의 견제로 인해 이 땅에서 물러가게 되는데, 역설적이게도 그를 이 땅에 불러들인 것은 1882년에 맺은 조·미수호통상조약이었다. 앞서 '청일전쟁이 남긴 것(I)ㅡ한미수교를 대신 체결한 청나라 리훙장'에서 말한 대로 1882년 5월 균세론(均勢論, 동아시아에서의 세력 균형론, POWER OF BALANCE)을 바탕으로 미국을 끌어 들어 조선정부를 대신해 조선과 미국의 수교를 맺었다. 그리고 바깥세상에 깜깜인 조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독일인 묄렌도르프를 고종의 외교고문으로 추천했는데, 이홍장과 묄렌도르프 사이에는 이미 스파이 계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