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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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리 공원묘지에 묻힌 아사카와 타쿠미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2. 2. 9. 23:59
망우리 역사문화공원의 아사카와 타쿠미(淺天巧, 1891-1931) 묘소에 다녀왔다. 집에서 30분이 채 안 되는 거리임에도 이제 왔다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사카와 타쿠미는 조선총독부 산림과의 직원으로, 먼저 조선에 와 있던 형 아사카와 노리다카의 권유로 조선 근무를 자원했다. 1914년 24세로 조선에 온 그는 산천의 민둥산을 보고 놀랐다. 오랫동안 신탄(薪炭, 장작)을 연료로 쓴 결과였는데, 더불어 일제의 목재 수탈도 한몫을 했다. 그는 조선의 민둥산을 울창하게 하는 것이 하늘이 자신에게 준 소명이라 생각했다. 그는 산림과 직원으로서 전국을 다니며 조선의 지형과 토양에 맞는 수종을 채택해 식목하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아울러 수종을 개발하고, 종자를 싹 틔우는 방법도 연구했다. '조선오엽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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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장지락)의 아리랑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2. 1. 12. 05:00
님 웨일스는 1941년 뉴욕에서 을 발간하며 책의 표지에 '한 한국인 혁명가의 일대기'(The Life of a Korean rebel)라는 설명을 달고, 그 책의 저자를 자신과 김산이라고 했다.(by Kim San and Nym Wales) 자신이 쓰긴 했으되 김산의 구술을 받아 쓴 것이므로 공동저자 식으로 표현한 것인데, 이 김산이라는 이름은 주인공 장지락을 보호하기 위해 쓴 가명이라는 사실을 앞서 I편에서 말한 바 있다. 에 서술된 장지락의 일생은 대강 아래와 같다. 장지락은 1905년 5월 12일 평안북도 용천군 북중면 하장리에서 태어났다. 1903년 러시아가 조선 정부로부터 조차한 압록강 입구의 작은 포구를 두고 영일(영국과 일본)과 러시아가 격하게 대립하였고,(이른바 용암포 사건) 그리하여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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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웨일스의 아리랑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2. 1. 8. 02:38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에드거 스노(Edgar Snow, 1905-1972)는 대단히 친(親) 중국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중국정부의 그에 대한 사랑은 지대했으니, 그가 말년에 스위스에서 암 투병 중일 때 중국 공산당의 저우언라이(주은래) 총리는 중국의 저명 의사들을 파견해 보살피기까지 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배척받았으니 그는 미국에 정착하지 못하고 결국 제네바에서 사망하였다. 에드거 스노가 1937년에 쓴 은 1936년 대장정(大長征)을 마친 마오쩌둥(모택동)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그때까지 서방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을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한 책이 되었다.(물론 긍정적으로) 그는 중국에 7년간 체류하면서 중국의 홍군과 공산주의 운동에 대한 많은 것들을 친 공산당적인 시각으로 서방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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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외모와 기질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2. 1. 3. 02:15
"한민족은 중국인처럼 상술에 능하지도 못하며 일본인들처럼 무사적인 기질을 가진 민족도 아니다. 기질적인 면에서 보면 그들은 중국인이나 일본인보다 오히려 앵글로 색슨 민족에 가까우며, 극동에 사는 민족 중에서 가장 우호적인 민족이다." 이상은 호머 헐버트의 한국인에 대한 촌평이다. 그리고 심도 있는 관점으로서는 한국민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였던 바, 이에 대해서는 앞서 '헐버트가 꼽은 한국의 위대한 문화유산'에서 피력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그와 같은 우수한 두뇌와 우호적 기질을 지닌 나라가 정체돼 있는 이유에 대해 관료들의 이기적이며 수구적인 태도와 공공의식 결여를 꼽았다. 이는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을 쓴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비숍 여사의 지적과도 상통한다. "내가 본 조선의 양반들은 극도로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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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버트가 꼽은 한국의 위대한 문화유산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2. 1. 1. 23:45
호머 헐버트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유수의 종합 월간지 ≪하퍼스≫에 1902년 이라는 7쪽 분량의 글을 기고했던 바,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조선 태종 시대에 만든 이동식 금속활자.(Movable metal type) 한국인들은 영구적이고 내구성이 강한 활자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세계 최초로 구리 활자를 만들었으며, 지금도 그 활자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 헐버트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문화유산을 국외 유수의 박물관에 전시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그는 사비를 들여 1898년 대영박물관에 1770년에 만들어진 엔사이클로피디어 같은 한국의 백과사전인 ≪동국문헌비고≫를 전시하였으며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금속활자를 전시하였다. 2. 거북선이라는 철갑선.(tortoise war-ship) 이순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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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호머 헐버트와 성삼문과 신숙주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1. 12. 25. 07:12
한국의 우리나라 역사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던 헐버트는 15년간의 집념 어린 연구와 발품을 아끼지 않은 노역으로 ≪한국사(The History of Korea)≫와 ≪대한제국 쇠망사(The Passing of Korea)≫라는 두 권의 명저를 탄생시켰다. 이중 ≪한국사≫는 ≪대한제국 쇠망사(The Passing of Korea)≫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그 또한 역작인 듯 ≪파란 눈의 한국인 헐버트≫를 쓴 김동진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한국사≫는 2권으로 되어 있으며 각각 409쪽과 398쪽으로 800쪽이 넘는 360,000개의 단어로 쓰인 초대형 한국 역사책이다..... 헐버트는 단군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의 방대한 역사를 기록한 ≪동사찬요(東史纂要)≫를 공부하면서 한국 역사에 흠뻑 빠졌다고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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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호머 헐버트와 주시경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1. 12. 24. 06:09
1891년 육영공원 교사 계약기간이 만료 후 미국으로 돌아간 헐버트가 1893년 아펜젤러 등의 감리교 선교사들의 초청으로 1893년 다시 한국에 돌아온 일은 앞서 말한 바 있다. 이후 그는 조선 정부와 새로운 계약을 맺고 교사들을 양성하는 한성사범학교의 교장 겸 교사로서 강단에 서게 되는데, 그에 앞서 잠시 배재학당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아울러 감리교 선교사의 본분으로 아펜젤러가 운영하는 삼문출판사(Trillingual Press)의 책임자로서 아펜젤러와 함께 성서번역사업을 추진했다. ~ 영어 Trillingual은 ' 세 언어'라는 뜻이나 흔히 '3개 국어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유럽제국의 언어는 어형과 어미의 변화로 문장을 만드는 라틴어 계통의 굴절어군(群)에 속함으로써 단어만 알면 문장을 엮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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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헐버트ㅡ한글의 우수성을 발견한 최초의 외국인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1. 12. 22. 06:26
흥미로운 썰을 먼저 늘어놓자면 한글의 우수성을 발견한 최초의 외국인은 호머 헐버트가 아닌 중국인 위안스카이(원세개)였다. 1884년 개화파가 일으킨 쿠데타 갑신정변의 진압을 위해 내한한 23살의 위안스카이가 이후 조선 정부에 얼마나 모욕적인 짓을 하고 다녔는지는 앞서 '청일전쟁이 남긴 것(I)ㅡ한미수교를 대신 체결한 청나라 리훙장' 등에서 누누이 설명했다. 정말이지 그놈은 못된 자식이었는데, 이 하급 장교는 훗날 황제가 되었다. 인품을 떠나 명석한 구석은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그는 조선에 주재하는 동안 한글의 우수성을 발견하였고 이에 매료된다. 그는 중국 글자인 한자는 그 수가 너무 많고(언필칭 5만 자) 익히기 어려운 문자로서 중국 국민의 높은 문맹률은 그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정확한 진단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