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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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열차를 타고 가는 둔지미 과거로의 여행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3. 31. 22:56
어릴 적 보았던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영화를 자주 인용한다. 일본 만화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SF 만화영화 속 운송수단이었던 은하철도 999는 안드로메다 성운의 어느 별로 가기 위해 우주 공간을 달린다. 그 열차의 탑승객인 호시노 테츠로(철이)와 신비의 여인 메텔이 중도에 정거장과 같은 여러 별에 기착하며 별의별 상황에 처하고 또 극복해가는 과정이 그려진 스토리는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꽤 무거운 주제였음에도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그래서였는지 시청자층의 연령도 어린이에 국한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신비의 여인 메텔이 안드로메다로 가는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철이의 경우는 분명하니 안드로메다의 어느 별에서 무료로 시술되는 기계인간의 몸이 되어 영생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저 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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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남은 개성 현화사와 연복사의 흔적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3. 24. 21:37
고려 수도 개경의 현화사(玄化寺)와 연복사(演福寺)는 개성을 대표하는 사찰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큰 절이었다. 이중 현화사는 고려 현종(재위 1009∼1031)이 돌아가신 부모 명복을 빌기 위해 경기도 개성군 영북면 영추산 남쪽에 지은 사찰이다. 앞서 '합스부르크 왕가와 고려왕조의 근친혼'에도 말했지만, 현종은 부모의 근친상간 + 불륜으로 태어난 자식인 데다 어미 아비가 모두 일찍 죽는 바람에 보호막이 없이 성장했다. 그럼에도 그 부모를 그리워해 즉위 후 대찰 현화사를 완공했다. 현종은 성장과정도 기구했으니, 당시의 실권자인 천추태후(981~997)는 불륜상대 김치양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제위에 올리고자 왕손인 현종을 북한산 신혈사(지금의 진관사)로 보낸 후 여러 번 암살을 시도했다. 현종은 다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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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장수 · 새우젓장수가 살았던 마포 염리동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3. 20. 22:01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때 염리동이 소금동네(鹽里)라는 의미임을 알았지만 소금과 관계된 무엇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 동네에 과거 염창(鹽倉, 소금창고)이 있어 유래된 말이라 했고, 또 어떤 이는 염전(鹽廛, 소금시장)이 있어 그렇게 불려졌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후자가 좀 더 정확한 말인 듯하다. 소금창고에서 유래된 보다 확실한 지명은 강서구 염창동일 것이다. 조선시대 서해에서 올라온 소금이 한강을 통해 도성으로 이동되는 루트에 만들어진 임시 관영소금창고가 그곳에 있었고, 그래서 유래된 곳이 염창동이다. 사상(私商)들은 따로 지금의 동막역 부근에 창고를 지어 서해에서 올라온 소금을 저장했는데, 그 소금들이 염리동 염전에서 거래됐다. 근자에 설치된 염전머릿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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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3. 17. 00:02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백사마을의 철거가 시작됐다기에 빗속에 서둘러 현장을 다녀왔다. 백사마을의 마지막 풍경을 담기 위해서였다. 앞서도 말했지만 철거가 결정 나면 곧바로 움직여야지 조금이라도 꾸물거리면 공터나 공사판과 대면하게 된다. 다행히 비는 오후 들며 그쳤지만 되돌아온 추위가 만만치 않았다. 백사마을은 노원구 중계본동에 있다. 노원구는 조선시대에는 경기도 양주군 노원면에 속했는데 그 노원면을 지금은 남양주시(별내동), 구리시(갈매동), 서울시(상계동·중계동·하계동·월계동·공릉동)의 3개 지방자치단체가 나누어 가진 형국이 됐다. 옛 경기도 땅을 2개 지방자치단체가 나누어 가진 경우는 흔하지만 3개로 나뉜 곳은 이곳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상계동과 중계동에 대한 어릴 적 기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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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걸어본 남산길(I) - 경성미술구락부에서 외교구락부까지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3. 7. 23:38
지난 주말 서울 남산을 찾았다. 예전에는 당연히 둘레길 한 바퀴 도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살라미로 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가 됐다. 요즘 많이 쓰이는 살라미의 뜻은 하나의 큰 목표를 여러 개의 작은 단계로 나누어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방법으로, 고대 이탈리아에서 고기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짐승의 고기를 작게 썬 후 소금을 발라 염장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 전략이 통해 목표한 남산 소파로를 무사히 걸었다. 출발은 지하철 4호선 명동역 2번 출구로부터 시작되었다. 2번 출구 바로 앞에서 만날 수 있는 프린스호텔은 앞서 설명한 대로 일제강점기 경성미술구락부가 있던 곳이다. 경성미술구락부는 1920년대 식민지 조선에 불기 시작한 조선 미술품 수집 열풍에 편승해 세워진 미술품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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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동 보문사와 남로당 박헌영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2. 27. 21:36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에 위치한 보문사는 고려 예종 10년(1115)에 담진국사에 의하여 창건되었다고 하는 확실한 기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적기(寺跡記)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이어지는 기록도 없어 고려시대 창건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노릇이다. 사적기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퇴경(退耕) 권상로(1879~1965)가 저술한 로서 이 절이 예로부터 비구니 사찰임을 말하고 있다. 그러다 2017년 대웅전 중수 공사 중 1747년(영조 23) 최초 중건되었다는 상량문이 나와 사찰의 연혁이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는데, 1972년에는 조계종이나 태고종 등에 속하지 않은 대한불교 보문종이라는 독립된 종단을 설립함으로써 세계 유일의 비구니종단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 독보적 길을 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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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동 보광사와 둔지미 부군당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2. 25. 23:37
전국에 보광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찰이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파주 보광사로, 대웅보전을 비롯해 은근히 많은 국가유산을 보유한 사찰인데, 최근에는 보광사 동종이 보물로 지정되어 모두 9개의 국가유산을 자랑하게 되었다. 보광(普光)은 '부처님의 지혜와 광명이 널리 사해에 미친다'는 뜻이라고 하니 사찰명으로는 더 없이 적합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남양주 천마산 아래에서도 보광사를 만날 수 있으니 남양주시 화도읍 수동리의 보광사가 그것이다. 이 절은 일반인에게는 그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계곡에서 추사 김정희의 글씨들을 대면할 수 있는 뜻밖의 장소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글은 사찰 입구 다리 앞 바위의 '碧波洞天'(벽파동천) 및 계곡 바위에 새겨져 있는 '石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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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 박세채의 황극탕평론과 마포 창랑정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2. 21. 22:18
서울시 마포구 현석동은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을 나오면 만나게 되는 동네다. 앞서도 말했지만 광흥창(廣興倉)은 조선시대 관원의 녹봉(祿俸)으로 쓰일 양곡을 저장하는 창고이데, 단순한 양곡창고라기보다는 호조에 딸린 관청으로, 봉급날 관리나 그 대리인이 이곳에서 녹패(祿牌)를 제시한 후 녹봉을 받아갔다. 비슷하게 중요한 창고로서 염창(鹽倉, 소금창고)이 있었는데, 지금의 동막역 부근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광흥창과 관계된 지명으로는 창내(倉川)가 있었으나 지금은 복개되어 사라지고 창천동과 창전동(倉前洞, 창내의 앞 동네)의 동명만 남았다. 창전동에는 공민왕 사당이 지어졌는데,(연대 미상) 지금도 광흥창 옆에 존재한다. 사당 안에는 공민왕, 공민왕의 비(妃)인 노국대장공주 및 왕자, 공주, 옹주, 충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