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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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동 보문사와 남로당 박헌영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2. 27. 21:36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에 위치한 보문사는 고려 예종 10년(1115)에 담진국사에 의하여 창건되었다고 하는 확실한 기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적기(寺跡記)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이어지는 기록도 없어 고려시대 창건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노릇이다. 사적기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퇴경(退耕) 권상로(1879~1965)가 저술한 로서 이 절이 예로부터 비구니 사찰임을 말하고 있다. 그러다 2017년 대웅전 중수 공사 중 1747년(영조 23) 최초 중건되었다는 상량문이 나와 사찰의 연혁이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는데, 1972년에는 조계종이나 태고종 등에 속하지 않은 대한불교 보문종이라는 독립된 종단을 설립함으로써 세계 유일의 비구니종단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 독보적 길을 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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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동 보광사와 둔지미 부군당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2. 25. 23:37
전국에 보광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찰이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파주 보광사로, 대웅보전을 비롯해 은근히 많은 국가유산을 보유한 사찰인데, 최근에는 보광사 동종이 보물로 지정되어 모두 9개의 국가유산을 자랑하게 되었다. 보광(普光)은 '부처님의 지혜와 광명이 널리 사해에 미친다'는 뜻이라고 하니 사찰명으로는 더 없이 적합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남양주 천마산 아래에서도 보광사를 만날 수 있으니 남양주시 화도읍 수동리의 보광사가 그것이다. 이 절은 일반인에게는 그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계곡에서 추사 김정희의 글씨들을 대면할 수 있는 뜻밖의 장소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글은 사찰 입구 다리 앞 바위의 '碧波洞天'(벽파동천) 및 계곡 바위에 새겨져 있는 '石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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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 박세채의 황극탕평론과 마포 창랑정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2. 21. 22:18
서울시 마포구 현석동은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을 나오면 만나게 되는 동네다. 앞서도 말했지만 광흥창(廣興倉)은 조선시대 관원의 녹봉(祿俸)으로 쓰일 양곡을 저장하는 창고이데, 단순한 양곡창고라기보다는 호조에 딸린 관청으로, 봉급날 관리나 그 대리인이 이곳에서 녹패(祿牌)를 제시한 후 녹봉을 받아갔다. 비슷하게 중요한 창고로서 염창(鹽倉, 소금창고)이 있었는데, 지금의 동막역 부근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광흥창과 관계된 지명으로는 창내(倉川)가 있었으나 지금은 복개되어 사라지고 창천동과 창전동(倉前洞, 창내의 앞 동네)의 동명만 남았다. 창전동에는 공민왕 사당이 지어졌는데,(연대 미상) 지금도 광흥창 옆에 존재한다. 사당 안에는 공민왕, 공민왕의 비(妃)인 노국대장공주 및 왕자, 공주, 옹주, 충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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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동 정양원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2. 5. 22:22
서울 성동구 금호동은 지금은 유명 연예인이 많이 거주하는 부촌이 됐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서울의 내로라는 빈촌의 하나였다. 특히 인구밀도가 엄청났다. 이유는 분명 있었다. 이른바 문안(사대문 안)이라 불리는 서울의 중심지와 가까웠고 그에 반면 지가는 헐한 편이기 때문이었다. 까닭에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거주지가 되었고, 경제성장과 산업화에 맞물리며 필연적으로 판자촌 달동네가 생겨났다. 도심에 가까운 편임에도 지가가 헐한 이유는 주택지의 대부분이 산기슭에 의지해 형성되었던 까닭으로, 금호동에 가기 위해서는 약수동으로부터 가파른 금호동 고개를 넘거나, 왕십리로부터 논골 고개를 넘거나, 한남동 고개를 넘어야 했다. 넓게는 남산 자락, 좁게는 해병대산 · 대현산(수도국산) · 매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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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연주암에서 생각해본 효령대군의 장수비결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1. 29. 23:52
을사년 새해 첫날, 어디를 가면 의미기 있을까 고심하다 관악산 연주대를 선택했다. 등산보다는 연주대 부근에 있는 효령각을 찾아볼 생각에서였다. 사실 30~40대에 미쳐 있던 헬스(보디 빌딩)로 인해 얻은 무릎 관절질환에 등산은 기피하는 편이나, 연주대는 해발 629m로 그리 높지 않아 관절염 약을 먹고 출발했다. 무릎을 다친 것은 하체 운동기구의 하나인 레그 프레스에 과도하게 집중한 때문으로 보이며, 양쪽 연골판이 모두 파열돼 수술을 해야 했고 이후로도 오른쪽은 또 한 차례 수술을 했다. 서두에 주제와는 상관없는 얘기를 길게 하는 것은 운동을 함에 있어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이다. 특히 마라톤이나 헬스 등은 운동중독을 불러오기 쉬운데, 이때 분비되는 도파민이라는 쾌락물질은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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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왜성대공원과 한양공원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1. 4. 22:36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공원은 인천항 개항 초기인 1888년 인천 응봉산(鷹峰山) 일대에 조성한 각국공원(지금의 자유공원)이다. 각국공원이란 명칭은 이 공원이 주변 조계지에 사는 외국인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붙여진 듯 보이는데, 공원을 설계한 사람도 우크라이나인 사바틴이다. 이 공원은 광장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전경과 석양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 최초의 공원은 종로 탑골공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시기가 명확지 않으니, 입구 안내문에서는 공원 조성 연대를 1890년대라고 두루뭉술하게 설명하고 있다. 기타 대부분의 책에서도 '당시 개항장의 해관(관세청)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고빙되었던 영국인 총세무사 죤 브라운(Brown, J. Mcleavy)이 1897년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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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벽두에 찾아본 남산 갑오역기념비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5. 1. 1. 20:36
앞서 '서울의 노기(乃木) 신사'라는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다. 그것이 2019년 12월로 벌써 5년 전이다. 이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 남산 노기신사 터를 들렀는데, 일대는 여전히 공사 중이다. 여기서 일대라 함은 남산 밑 예장동 8번지 부근의 옛 조선총독부 터, 노기신사 터, 경성신사 터, 갑오역 기념비 터 등으로,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일대 16만7000㎡에는 미래 창조산업, 즉 확장현실(XR), 영상, 미디어, 웹툰, 게임 분야를 지원할 산업별 인프라 6개소가 2027년까지 조성될 예정이다. 이른바 '서울 창조산업허브' 계획이다. 여기서 옛 조선총독부 터, 노기신사 터, 경성신사 터에 대해서는 누차에 걸쳐 언급되었던 바, 오늘은 갑오역 기념비 터에 대해 말해보기로 하겠다. 서울 창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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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곳 중 하나는 사라질 한남동 부군당토박이가 부르는 서울야곡 2024. 12. 31. 22:35
앞서 '용산의 부군당'에서도 언급했거니와, 서울에서도 용산에만 부군당이 유독 많은 이유에 대해서 누구도 시원한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누구라도 한강의 일부였던 옛 용산강과 관련짓기를 주저하지 않으니, 뱃일로 삶을 영위하는 마을 주민들이 안녕을 기원한 장소일 것이라 미루어 짐작한다. 이태원·동빙고동·서빙고동·한남동의 부군당 외에 용문동 고개에 있는 남이장군 사당이나 보광동 오산중·고등학교 부근의 흥무대왕 김유신 사당도 부군당에 속한다. 아무튼 전래의 무속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이상의 장소를 두루 살펴보았으나 유감스럽게도 한남동에 있다는 두 곳의 부군당을 찾지 못했다. 이 일에 대해서도 앞서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오늘 그 두 곳의 장소를 모두 찾았던 바, 한 해의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