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대가 시작된 그곳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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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선 협궤열차의 추억 V ㅡ 승기철교한국의 근대가 시작된 그곳 인천 2023. 11. 27. 00:05
승기철교는 1937년 수인선 남동역과 연수역 사이에 있는 승기천을 건너기 위해 가설됐던 철교이다. 수인선은 1995년 폐선되었으므로 약 70년을 고철로 남아 있는 셈인데, 그곳에서 가까운 소래철교가 인도교로 리모델링되며 옛 모습을 잃은 반면 승기철도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다. 철교 아래 승기천 주변에서는 '옛 승기철교 수인선 폐철교'라는 제목으로 설명된 수인선 철도에 관한 안내문을 찾을 수 있다. 수인선은 총연장 52km(송도역~수원역), 선로너비 0.762m로 1937년 8월 조선경동철도주식회사의 사설철도로 개통되었다. 경기만의 소래, 남동, 군자 등의 염전지대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수송하는 목적으로 부설되었다. 1977년부터는 화물수송이 중단되고 경기도 서해안 주민들의 주요한 교통수단으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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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염전과 주안신사한국의 근대가 시작된 그곳 인천 2023. 11. 16. 23:44
1963년 6월 2일, 인천에서는 답동의 무허가 화공약품공장에서 화재폭발이 일어나 18명이 사망하고 50여 명이 화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있었다. 그리고 1969년에는 콜레라가 발생해 137명이 사망했는데, 그 이듬해인 1970년 2월에는 용화사라는 주안의 사찰에서 백일기도를 올리기 위해 각지에서 모인 100여 명의 승려와 신도들이 유독가스에 질식되는 사고가 있었다. 인근 주안공단의 염산공장에서 누출된 가스가 사찰에 모인 사람들을 덮친 것이었다. 그중 30명은 상태가 위중해 병원치료를 받았지만 다행히도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 사고의 자료를 찾다가 당시 사고가 일어난 절을 방문하게 되었다. 앞서 '1999년 일어난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건과 그후'를 포스팅한 이후, 인천지역의 사건 사고를 좀 더 들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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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인천측후소와 기상캐스터한국의 근대가 시작된 그곳 인천 2023. 11. 16. 00:06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기상관측은 1883년 9월 1일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83년 6월 16일 인천해관(세관)이 창설되고 총세무사인 독일인 묄렌도로프의 지시에 의해 세관에서의 기상관측이 이루어졌는데, 당시의 개항장인 부산·원산·인천 항구에서 안전하고 원활한 배의 운항을 위해 각 항구의 세관에서 일기를 살핀 것이 우리나라에서의 첫 기상관측이었다. 현대적 의미의 기상관측은 1904년 부산·목포·인천·원산 및 용암포에 측후소가 설치되며 이루어졌다. 측후소의 업무는 일반적 기상관측업무 외에도 지상·고층·해상·항공·농업·위성·레이더 등의 특수 기상관측과 지진관측이 포함되나, 초기에는 일기·습도·풍향·풍속·기압과 같은 일반적 관측만 이루어졌을 것으로 짐작 진다. 아래 사진은 인천에 세워졌던 측후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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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일어난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건과 그후한국의 근대가 시작된 그곳 인천 2023. 10. 26. 17:21
오는 30일은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건이 일어난 지 24년이 되는 날이다. 이후로도 작년의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일어났지만 이 사고에 대한 나의 기억은 각별하다. 사고의 참혹함도 있지만 희생자의 유족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사건은 금방 잊히는 다른 사고와 달리 사회적으로 지금껏 메모리되고 있고, 인현동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주변의 모뉴먼트는 늘 관리되고 있다. 이번에 가보니 희생자 이름을 새긴 표석도 바뀌었고 전에 없던 안내 표석도 생겼다. 1999년 10월 30일 토요일 오후 7시경, 인현동 주점 골목에 있는 2층 라이브 호프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 노래방에서 인화된 불이 옮겨 붙은 것인데 전기가 나가며 56평의 호프집은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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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1호 도선사 유항렬의 집한국의 근대가 시작된 그곳 인천 2023. 10. 24. 21:39
도선사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직업일 수 있다. 나 역시 그래서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직업이 도선사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우선은 도선사라는 명칭부터 생소했다. 그래서 알아보니 도선사가 하는 일은 의외로 단순했다. 배가 항구에 정박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일이었다. 한자로는 '인도할 도(導)'에 '배 선(船)' 자를 쓴다. 도선사(導船士, pilot 혹은 maritime pilot) 국가에서 인정하는 도선사 면허를 취득한 후 항만에서 선박을 원활하게 조종하여 항행 또는 접안 및 이안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 대한민국 항만에 입·출항하는 선박의 바닷길을 안내하고 접안 일을 돕는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니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흔히들 비행기의 이착륙보다 어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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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에 개방된 인천 내항과 백범 강제노역의 자취한국의 근대가 시작된 그곳 인천 2023. 10. 23. 23:39
단언컨대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었을 때의 모습을 지금 찾기는 불가능하다. 우선은 간척으로 바닷가 쪽 지형이 모두 바뀌었고 그 위에 인천항이 건설되며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까닭에 굳이 당시의 흔적을 찾겠다 하면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 부근의 ‘기념탑교회’ 내부를 들여다보는 길이 유일하다. 교회 안의 바위는 인천 교회사를 연구하던 박철호 목사가 2008년 발견한 바위로, 옛 제물포항에 존재하던 것이다. (☞ '알렌보다 먼저 상륙한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들') 그 바위가 지금 교회 안에 있는 것은 돌을 옮겨온 것이 아니라 그 돌이 있는 곳에 교회를 지었기 때문이다. 즉 과거에는 지금의 바다로부터 한참 안쪽인 이곳이 항구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항구에 어떤 시설물이 있던 것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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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정율성 거리와 인천 백범김구 거리한국의 근대가 시작된 그곳 인천 2023. 10. 10. 21:14
대한민국의 주요도시에는 연고를 가진 유명인의 이름을 딴 거리나 공원 등이 조성된 예가 꽤 있다. 최근에 가타부타 말이 많은 광주의 정율성 공원도 그중의 하나인데, 차제에 말이거니와 이것은 절대 아니 될 말이다. 그가 뛰어난 작곡가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은 중국 국립묘지 '팔보산(八寳山) 혁명 공묘'의 정율성 묘 비문에 새겨져 있는 글로써 충분한 방증이 가능하다. 인민은 영원하며, 율성동지의 노래도 영원하다. 중국인민은 그의 노래를 부르면서 일제 침략자들을 몰아냈고, 낡은 중국을 뒤엎었으며, 새 중국을 건립했다. 정율성은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사회주의에 경도된 그는 중국으로 가 1938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했는데, 그 해 '팔로군 행진곡'(중국공산당 군가)을 작곡했다. 그의 본명은 정부은(鄭富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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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장 독일조계지와 파울 바우만 저택한국의 근대가 시작된 그곳 인천 2023. 10. 9. 22:44
오래전 양꼬치 집에서 우연히 마시게 된 칭다오 맥주에 감탄했던 기억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중국 맥주의 기대 밖의 맛에 놀라 그 연유를 살펴보았던 것이다. 다시금 말하지만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니, 제국주의 독일이 1898년 중국 산동반도 교주만(膠州灣) 일대의 땅 552㎢를 조차(租借)한 결과이다. 청나라가 비실비실할 때의 이야기다. '조차'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양측의 조약에 의해 한 나라가 다른 나라 영토의 일부를 일정 기간 빌려서 통치함'으로 정의돼 있다. 하지만 당시 독일은 교주만 일대를 빌렸다기보다는 빼앗았다 봄이 옳다. 아편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의외의 허약함이 드러나자 독일은 1897년 11월에 일어난 독일인 선교사 피살사건을 핑계로 자국의 군대를 파견해 교주만에 주둔시키고, 이듬해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