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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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타하리 배정자와 창신동 안양암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7. 5. 08:52
위 사진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 84에 위치한 '스탠포드 호텔 명동'이다. 이 자리에는 호텔에 앞서 국민은행 본점이 있었고 그에 앞서서는 일본 제일은행 경성지점 사옥이 있었다. 일본 제일은행 경성지점은 1921년 1월 신축되어 대한민국 건국 후에는 국민은행 본점으로 사용됐는데,(아래 사진) 그 중간인 1948년 10월부터 그 이듬해까지는 유명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가 있었다. 반민특위는 1948년 제헌국회에서 반민족행위 처벌법이 통과됨으로써 설치된 기관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한 자나 부역한 자를 붙잡아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리하여 1949년 2월 성북동에 숨어 살다 가장 먼저 붙잡힌 민족반역자 배정자를 필두로 화신백화점 사장 박흥식, 관동군의 나팔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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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임당 탑이 있는 남양주 흥국사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7. 3. 23:01
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 '혹성탈출(Planet of Apes)'은 지금도 같은 제목으로 리바이벌된다. 원숭이가 다스리는 미래의 땅 지구가 그만큼 우리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는 소리인데, 2024년 개봉된 뉴버전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한국 관객들을 위한 스페셜 포스터가 제작돼 눈길을 모았다. 폐허가 된 광화문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왜 주인공들이 폐허가 된 광화문을 배경으로 서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1968년 제작된 오리지널 '혹성탈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영화는 우주 여행길에 오른 주인공 챨튼 헤스턴이 우주선이 고장 나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곳은 원숭이가 다스리는 행성으로, 주인공은 그 행성에 머무르며 진화와 역행된 갖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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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궁집 내 친일파 송병준 집, 그리고 작금의 놀랄 만한 인물들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7. 2. 23:39
2016년 6월, 지금의 헌법재판소 건물 남쪽 청사 증축 대지(도서관 건축 예정지)에서 18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사이에 지어진 건물 6동의 유구(遺構)와 백자 조각, 분청사기, 기와 조각 등이 나왔다. 관례 대로 공사는 중단되었고, 유구에 대한 정밀 조사 결과 조선 영조의 막내딸 화길옹주(和吉翁主)가 시집간 뒤 살았던 집터로 확인되었다. 이후 건물 증축은 예정대로 이루어지되 유구의 일부는 살리기로 하는 어정쩡한 타협안이 마련되었던 바, 지금도 길을 걷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아래의 건물 유지(遺地)를 만날 수 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은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장소에도 화길옹주의 집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남양주 궁집'이 그것인데, 그 집 앞 안내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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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사라지는 곳, 성북동 길상사와 한국 언론사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7. 1. 23:31
성북동 길상사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의 글을 썼다. 두 번째 글인 '여간첩 김소산과 대원각 & 길상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장안의 유명한 요정이었던 대원각은 마담이자 주인인 김영한이 1995년 법정스님에게 부지와 건물 전체를 시주하며(7천여 평, 당시 시가 1천억 원) 길상사라는 사찰로 재탄생하였다. 이때 그는 "1천억원이란 돈도 그 사람(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라고 했다. 이후 김영한은 길상사의 한편에 은거하다 1999년 11월 생을 다할 무렵, "내가 죽거든 화장을 해 눈이 많이 오는 날 길상사 뒤뜰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 이후 길상사는 김영한과 시인 백석의 순애보가 묻힌 곳으로 기억되기도 하고,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소유했던 곳으로 상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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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근화동 당간지주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6. 30. 22:32
경춘선의 종점 춘천역에 내리면 버스 한 두 정거장쯤에 당간지주 정류장이 있다. 근화동 당간지주가 서 있기에 불려지는 이름이다. 모두 다 아는 대로 당간지주는 사찰 입구에 세워두는 기둥처럼 생긴 한 쌍의 돌로서(쇠로 된 외기둥 당간도 있지만) 절에 행사가 있을 때 당(幢)이라는 깃발을 달아 두던 돌이다. 그래서 당간지주는 사찰 입구임을 알려주는 석물이기도 한데, 가만 살펴보면 근자에 지어진 절들에서는 당간지주를 세우는 일이 생략돼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쉽게 여겨진다. 근자에 지어진 절들이 규모의 대소(大少)를 떠나 날아갈 듯 가볍게 여겨지는 것도 당간지주가 주는 무게감을 상실한 때문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에 근화동 당간지주가 주는 느낌은 남 다르다. 우선은 그 느낌이 장중하다.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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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판 쇼생크 탈출, 그러나 불행했던 광해군의 아들 이지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6. 28. 06:26
'쇼생크 탈출'은 1995년 나온 영화이니 벌써 30년이 흘렀다. 그럼에도 지금도 심심찮게 회자되는 것은 당연히 영화가 주었던 강한 임팩트 때문일 터인데, 그중에서도 압권은 아마도 노튼 교도소장이 앤디가 사라진 감방에 걸린 라켈 웰치의 전신사진을 휙 하고 뗐을 때일 것이니, 사진 뒤에서 앤디가 20년을 걸쳐 뚫은 땅굴이 드러났을 때 관객 모두는 경악했다. 이 임팩트를 더욱 살리기 위해 원작자인 스티븐 킹도 소설의 제목을 로 지은 듯하다. (앤디의 감방에 걸린 첫 사진은 리타 헤이워스였다) 개인적으로 감동 깊었던 장면은 사실 이것보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레드가 가석방된 후 앤디와의 약속 대로 벅스턴의 돌담을 찾았을 때, 그리하여 돌담 떡갈나무 밑에서 돈과 편지가 든 도시락통을 발견했을 때이다. 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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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전쟁과 영러전쟁, 그리고 시대를 전혀 읽지 못한 김홍집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6. 26. 18:42
얻어 온 중고 PC 문서 저장함에 있던 영미전쟁에 대한 짧은 글을 옮겨본다. 글은 '전쟁은 주로 3개의 전선에서 치러졌다'로 시작해 다음 글로 이어진다. * 오대호 지방 및 캐나다 전선 인디아나주의 주지사로 인디언 땅을 빼앗는데 열심이었던 미국의 윌리엄 헨리 해리슨 장군은 전쟁 발발 다음 해인 1813년 켄터키주로부터 민병대, 의용군 및 정규군의 부대를 이끌고 캐나다로 진군했다. 9월 12일 올리버 해자드 페리 제독이 이리호에서 영국 함대를 섬멸했다. 해리슨은 디트로이트를 탈환하고 캐나다로 진격하였다. 쫓기는 영국군과 영국과 동맹한 인디언들을 템즈 전투(Battle of Thames)에서 크게 이겼다. * 불타는 워싱턴 유럽 전선에서 나폴레옹군과의 전투에서 이겨 여유를 되찾은 영국 해군은 1814년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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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군 이하전 무덤에 묘표가 두 개 있는 이유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5. 6. 25. 17:29
경원군(慶原君) 이하전(李夏銓, 1842~1862)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인터넷 프로필을 보면 대강 다음과 같다. 조선 후기의 왕족 종실, 문신, 정치가이다. 제14대 국왕 선조의 사친(私親)인 덕흥부원군의 13대 사손(嗣孫)이며 도정궁(都正宮) 사손으로 도정궁에 거주하였다. 음서로 관직에 올라 참봉이 되었으며, 종친부 전부(典簿), 경모궁령 등을 지냈다. 출중하고 기개 있는 인물로서 헌종조와 철종조에 왕위 계승 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며, 안동김씨 세도 기간 중 철종에게 "이 나라가 이씨의 나라입니까, 아니면 안동김씨의 나라입니까?"라고 항의하였다가 이 발언이 결국 문제가 되어 1862년 전 오위장 김순성과 이긍선 등의 반역 일당에 의해 왕위 추대를 받았다는 무고로써 제주도로 유배되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