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헐버트가 꼽은 한국의 위대한 문화유산
    한국을 사랑한 이방인들 2022. 1. 1. 23:45

     

    호머 헐버트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유수의 종합 월간지 ≪하퍼스≫에 1902년 <한국의 발명품(Korean Inventions)>이라는 7쪽 분량의 글을 기고했던 바,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조선 태종 시대에 만든 이동식 금속활자.(Movable metal type)

    한국인들은 영구적이고 내구성이 강한 활자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세계 최초로 구리 활자를 만들었으며, 지금도 그 활자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1403년 조선 최초의 금속활자인 '계미자'로 찍어낸 ≪동래선생교정북사상절≫ (일부)
    복원된 '계미자' / 구텐베르크에 40년 앞선 금속활자
    2021년 6월 인사동 땅 속에서 발견된 '갑인자' / 오른쪽 것은 1434년(세종 16년) 만든 활자로 추정되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갑인자'이다. 구텐베르크에 16년 앞선 활자이다.

     

    ~ 헐버트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문화유산을 국외 유수의 박물관에 전시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그는 사비를 들여 1898년 대영박물관에 1770년에 만들어진 엔사이클로피디어 같은 한국의 백과사전인 ≪동국문헌비고≫를 전시하였으며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금속활자를 전시하였다. 

     

     

    2. 거북선이라는 철갑선.(tortoise war-ship)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에 임해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 거북 모양의 철갑선은 빠른 속도와 철갑을 이용하여 과감하게 600여 척의 일본배를 공격하였다. 이 철갑선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일본 병사들을 거북선을 신이 만든 배라고 했다.(The enemies deemed the tortoise boat to be a work of superhuman origin)

     

     

    ≪하퍼스≫의 거북선 삽화 / 일본배에 충돌하여 깨뜨리는 모습을 그렸다.
    뉴욕공립도서관에 있는 거북선 그림 목판인쇄물

     

    ~ 헐버트는 1904년 미국을 방문하여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루이지애나 박람회에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모형을 전시하려 했으나 주최측이 협조하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만든 거북선에 크게 감동하여 이순신과 거북선에 관한 많은 글을 남겼는데, 자신의 회고록에서는 이순신을 16세기 말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한 영국의 드레이크 제독에 비견했다.

     

     

    3.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 현수교.(suspention bridge)  

    고대 안데스 산맥에 새끼줄로 만든 다리(rope bridge)가 있었지만 이것은 다리라고 부를 수 없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평양에 진주해 있던 일본군들이 남쪽으로 도망을 가자 이를 쫓던 조선과 명나라의 연합군이 임진강에 도달했다. 그러나 명나라 군사들이 강을 건널 수 없다고 버티자 조선 군사들이 현수교를 만들었다. 급할 때는 항상 빼어난 창의력을 발휘하는 조선 병사들이 칡넝쿨을 이용하여 나무를 묶고 나룻배를 이용하여 다리를 건설하였다. 다리의 길이는 150야드나 되었고, 12만명의 조·명연합군이 현수교를 건넜다. 

     

     

    ≪하퍼스≫의 삽화 / '꼬아서 만든 최초의 케이블'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4. 세계 최초의 시한폭한(bomb and mortar) 발명.

    조선군은 임진왜란 첫해가 지나가기 전, 적들을 꼭 물리쳐야 한다는 강한 신념에서 폭탄을 만들었다. 이 폭탄은 몸체와 함께 성벽 너머까지 날아갔고, 일본 병사들이 떨어진 물건이 무엇인지 조사하러 달려들자 폭탄이 폭발하여 몸이 찢어지거니 유황 연기로 숨이 막혀 죽었다. 발명의 비법은 남아 있지 않으나 그때 쓰던 대포가 서울 남쪽을 수비하는 남한산성의 창고에 아직 남아 있다.

     

    ~ 필시 화포에 실려 발사된 비격진천뢰를 가리키는 말일 듯싶다.

     

     

    비격진천뢰
    화포에 장전된 비격진천뢰
    전북 고창 무장현 관아와 읍성 출토 비격진천뢰

     

    5. 순수한 소리글자(pure phonetic alphabet)인 한글을 발명.

    한국은 자랑스러운 순수한 소리글자 한글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세계 최초는 아니지만 순전히 독창적으로 만들어졌음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 같은 위대한 한글이 노예해방이나 다름없는 문맹으로부터의 해방(emancipation proclamation)을 가져왔음에도 한국인들은 한글이 가진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 헐버트가 말한 한글의 우수성은 'III 헐버트ㅡ한글의 우수성을 발견한 최초의 외국인'에 자세히 피력돼 있다. 

     

     

    헐버트가 1889년 뉴욕 트리뷴에 기고한 칼럼 / "모든 소리를 표기하는 완벽한 문자 THE KOREAN LANGUAGE"
    헐버트가 만든 육영공원 교과서 ≪사민필지≫ 서문 / 중국 글자에 비해 크게 요긴한 한글의 가치를 오히려 한국사람이 알지 못하고 업신여기고 있음을 통탄하고 있다.

     

    이상의 발명품을 열거한 헐버트는 결론으로 '한국의 이러한 위대한 발명은 한국을 칭찬할 수도 있고, 아니 할 수도 있다'면서 한민족에 대한 불만도 표시했다. 이러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들이 한민족의 위대성을 말해주기는 하나 그러한 훌륭한 발명품들을 더 이상 발전시켜 활용하지 못하고 사장시켰기에 한민족을 칭찬만 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헐버트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한민족이 근본적으로 두뇌가 우수하고 성공 잠재력이 무한한 민족임을 발견하였다. 그는 교육투자에서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했다. 한민족의 잠재력을 담보하는 말이다. 또한, 그에게 한민족은 합리적이고, 우호적이며, 한번 결심하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가진 민족이었다. 그러나 한민족은 민족적 우수성을 활용하지 못할뿐더러 민족적 강점도 응집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헐버트는 한민족이 민족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큰 이유로 지정학적 위치와 관료들의 이기적인 태도를 들었다. 

     

    그는 1899년 ≪포럼≫지에 기고한 <한국과 한국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기묘하게도 중국, 일본, 러시아에 둘러싸여 힘겨운 삶을 살고 있으며 그들로부터 얻은 것은 약탈뿐이다'라고 했다. 요인으로 관료들의 수구적인 태도와 공공의식 결여를 지적했다. 

     

    그러나 헐버트는, 주변국의 시달림 속에서도 한민족이 이룩한 업적이나 생존전략으로 보아 한민족은 난관을 틀림없이 돌파할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한국평론≫ 1903년 4월호 사설 등 여러 글에서 한민족은 어떤 계기가 마련되고 기회의 장만 주어진다면 어느 민족보다도 가능성이 있는 민족이라며 한민족의 미래를 확신했다.

     

    이상은 김동진이 쓴 ≪파란 눈의 한국인 헐버트≫에서 발췌한 글이다. 올해 2022년이 바로 그와 같은 계기가 마련되고 기회의 장이 펼쳐지는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새해 벽두에 써 보았다.

    댓글

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