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美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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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와 통영의 바다, 그리고 이중섭미학(美學) 2022. 8. 29. 05:58
과거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생활할 때 이중섭 미술관을 자주 찾았다. 서울에서 지인들이 왔을 때 반나절 코스로 구경거리로 가장 알맞은 곳이 「천지연 폭포ㅡ이중섭 미술관이 있는 이중섭 거리ㅡ서귀포 해변ㅡ칠십리음식특화거리」라는 것을 여러 번의 경험으로부터 알았기 때문이다. 이 코스는 모두 지척이므로 걸어다닐 수도 있고, 그럼으로 해서 구 도심 관광을 덤으로 얻을 수도 있다. 이 코스는 누구나 만족하며, 특히 해질 무렵 해변에 노을이라도 예쁘게 들면 (거의 매일 예쁘게 든다. 그래서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모두 기절한다. 그러면 나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 짓도 몇 번 하다보니 스스로는 심드렁하기 그지없으니 이중섭 초가(草家)에 살던 늙고 순한 잡종개의 마음을 알 듯도 하다. 걔는 복작대는 관광객 속에서도 늘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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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인디애나가 노래한 사랑과 희망미학(美學) 2022. 6. 6. 16:23
미국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1928~2018)는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 팝아티스트 1세대로 치부된다. 미국 팝아트의 서막을 연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의 대표작 '러브(LOVE)'는 세계 주요 도시에 전시되어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뉴욕 센트럴파크와 모마(MOMA,뉴욕 현대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 사이 맨해튼 6번가에 설치된 원조 '러브'는 뉴욕의 핫플레이스로서 세계 관광객들의 포토존이 된 지 오래이다. 그의 '러브' 시리즈는 1964년 모마에서 거의 무명이다시피 한 팝아트 작가 인디애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 디자인을 의뢰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어릴 적 교회에서 보았던 "God is love"라는 간판에서 영감을 받은 '러브'를 만들어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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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했던 색면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의 삶미학(美學) 2022. 4. 12. 07:26
색면추상(色面抽想)은 20세기 말 태동한 추상표현주의의 한 장르임에도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 이유는 우리가 많이 보아온 까닭이다. 설명도 쉬워서, 넓은 색면에 강렬하고 단순한 색채로 표현한 회화를 말한다. 색면추상의 세계가 추구하는 것은 색채 자체의 이미지와 순수성으로서 이로 인해 다른 표현적 요소가 배제되는데,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가 더 빠르다. 이 그림들은 모두 색면추상을 대표하는 작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의 작품이다. 맨 위의 그림 '무제'는 그의 1965년 작으로 가격이 수백 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그림인데도 그간 우리에게 홀대받았다. 가격적으로 볼 때 일반인이 취급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니 홀대라는 표현은 적당치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검찰은 그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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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와 올덴버그의 스프링미학(美學) 2022. 4. 7. 07:16
팝아트는 통속적인 이미지를 미술로 수용해 예술로 승화시킨 사조를 일컫는 것으로 10여 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생소한 분야였다. 그런데 그것이 2008년의 어느 날, 그야말로 느닷없이 우리에게 훅 다가왔다. 당시 삼성 비자금을 내사하고 있던 특검에 다음과 같은 제보가 들어와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삼성재단 홍라희 관장이 삼성 비자금으로 '행복한 눈물'이라는 그림을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고가에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 돈세탁이 목적이다." 그래서 서울의 한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라는 그림이 온 국민 앞에 선을 보였는데, 당시 이 그림에 대한 추정가는 300억 원을 상회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아니, 저런 만화가 300억이라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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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주의의 창시자 카지미르 말레비치미학(美學) 2022. 3. 18. 05:23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 중인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展」(4월 17일까지)이 날벼락을 맞았다. 3월 17일, 그림을 대여해 준 러시아측에서 이번 달 안으로 빌려간 그림들을 모두 돌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고 유례가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유는 명료하다. 지금 한창 전쟁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싸움에서 우리나라가 미국편을 들어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한 죄(?)를 물은 것이다. (이리저리 빼며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던 우리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래저래 난처하게 됐다) 신드롬까지는 아니지만 이번 전시회는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꽤 화제가 되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러시아 현대 유명 화가들의 그림이 대거 몰려왔기 때문이니, 바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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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와 '빛의 제국'미학(美學) 2022. 3. 13. 04:57
르네 마그리트는 1898년 11월 21일, 벨기에의 레신이라는 마을에서 양복 재단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미술가로서의 길을 반대한 다른 대부분의 부모들과 달리 마그리트의 아버지는 아들의 예술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했으므로 그는 그리 질곡 없는 예술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졸업 후 벽지공장의 디자이너로서 한동안 원하지 않는 일을 한 적은 있지만) 그래서 그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인지 그림에는 양복과 중절모가 중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환경이 작품에 투영됨은 모든 장르의 예술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일일 터, 마그리트 역시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뭔가 심오한 내면의 깊이가 느껴지는 '양복과 중절모'의 일련의 그림들은 따로 '볼러 햇 맨'(Bowler hat man) 시리즈로 불려지며 인기가 높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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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화가 뒤샹 ·달리·미로· 마크리트미학(美學) 2022. 3. 12. 06:59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표현이 난해함에도 초현실주의 화가의 그림은 의외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그림들을 자주 보아왔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림들은 상업광고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초현실주의 화가의 작품으로 누구나 한두 번쯤은 보았을 그림이다. 엊그제, 지금껏 유럽에서 팔린 그림 중 둘째로 비싼 가격으로 낙찰돼 화제가 된 '빛의 제국'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역시 초현실주의 화가로, 마르셀 뒤샹,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등과 함께 20세기 초현실주의를 대표한다. 문학에 있어 초현실주의는 '비합리적 인식과 잠재의식의 세계를 추구하고 표현의 혁신을 꾀한 전위적 문예사조'로 정의되나 말 자체는 좀 어렵다. 하지만 미술에 있어서는 이해가 쉬우니, 문자 그대로 초현실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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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간송미술관이 내놓은 불상과 불감미학(美學) 2022. 1. 15. 07:01
어제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국보 불상과 불감이 케이옥션에 출품됐다. 국보가 상업 경매에 나온 첫 사례인지라 세간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 간송미술관이 자식과도 같은 미술품을 내놓은 이유는 전과 마찬가지로 재정난 때문인데,(☜ '경매에 나온 간송미술관의 불상 2점') 이번에는 그에 대한 논평 없이 작품만을 논해 보기로 하겠다. 시장에 나온 미술품은 국보 제73호 금동삼존불감(1962년 지정)과 국보 제72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1962년 지정)으로, 먼저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부터 살펴보자.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金銅癸未銘三尊佛立像)은 6세기 초 동아시아에서 호신불로 많이 제작된 일광삼존불(一光三尊佛立)의 형태로서 삼성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금동보살삼존상 · 금동신묘명금동삼존불입상과 함께 북위(北魏)의 영향을 받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