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美學)
-
나혜석의 수원 그림미학(美學) 2023. 6. 26. 19:51
나혜석은 1896년 4월 18일, 경기도 수원군 신풍면 신창리(현재의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45번지)에서 태어났다. 근자에 복원된 화성행궁 바로 옆이다. 그가 태어난 해에 무능한 임금 고종이 저 혼자 살겠다고 러시아대사관으로 도망갔고, 그러면서 분풀이의 대상으로써 4차례씩이나 총리대신이 되어 난국을 이끌었던 김홍집에 대한 타살(打殺) 명령을 내려 결국은 길거리에서 맞아 죽게 만들었다. 서방 외교관들이 몹시 무능하게 본 고종은 도망가 목숨을 늘였고, 반면 인격적으로나 능력적으로 출중하다 평가했던 김홍집은 친러군인과 보부상에게 맞아 죽었다. 정월(晶月) 나혜석이 태어난 해는 그렇듯 조선이 본격적으로 망가지던 무렵이었다. 나혜석의 집안은 대대로 양반으로, 증조부가 호조 참판을 지냈고 이때부터 그의 집..
-
표암 강세황의 예술세계와 그가 살았던 이화동미학(美學) 2023. 2. 26. 16:58
단언하거니와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을 떠나서는 조선의 문인화를 말할 수 없다. 아니 한국의 회화사를 통틀어도 강세황은 다섯 손가락 안에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이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 그는 신라 솔거 이래로 가장 뛰었던 화가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유명 화가가 걸었던 긴 무명의 시간을 걸어야 했는데 그 무명의 시간은 대부분 배고픔과 동행한다. 그는 문인화가였으니 선비였음에 틀림없다. 태어난 곳도 한양 양반가로, 그의 아버지 강현(姜鋧)은 1675년(숙종 1) 진사시에서 장원급제를 하고 1680년 정시문과에 입격한 수재였다. 당연히 벼슬살이도 무난했으나 숙종대의 피튀기는 당파 싸움에서 소론 편에 섬으로써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는 앞서 '동호(東湖)의..
-
망우리의 이중섭미학(美學) 2022. 9. 10. 23:54
지금은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이름이 바뀐 망우리 묘지 내의 이중섭 화백 묘소에 성묘를 다녀왔다. 물론 나는 그와 아무런 친인척 관계가 존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성묘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사실 앞서 말한대로 망우리는 집에서 멀리 않다. 그래서 가끔 오는데,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무덤가는 운치가 있다. 그래서 오래 머물곤 한다. 오늘은 느즈막히 도착해 해가 떨어질 무렵까지 머물렀는데 그때까지는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 달 8월 31일, 이중섭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 여사가 일본에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향년 101세..... 1952년 부산에서 헤어진 이후 두 아들을 키우며 70년간 재혼하지 않고 살았다. 천국에 가서 남편을 만났을 것이라 생각하니 이번 ..
-
서귀포와 통영의 바다, 그리고 이중섭미학(美學) 2022. 8. 29. 05:58
과거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생활할 때 이중섭 미술관을 자주 찾았다. 서울에서 지인들이 왔을 때 반나절 코스로 구경거리로 가장 알맞은 곳이 「천지연 폭포ㅡ이중섭 미술관이 있는 이중섭 거리ㅡ서귀포 해변ㅡ칠십리음식특화거리」라는 것을 여러 번의 경험으로부터 알았기 때문이다. 이 코스는 모두 지척이므로 걸어다닐 수도 있고, 그럼으로 해서 구 도심 관광을 덤으로 얻을 수도 있다. 이 코스는 누구나 만족하며, 특히 해질 무렵 해변에 노을이라도 예쁘게 들면 (거의 매일 예쁘게 든다. 그래서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모두 기절한다. 그러면 나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 짓도 몇 번 하다보니 스스로는 심드렁하기 그지없으니 이중섭 초가(草家)에 살던 늙고 순한 잡종개의 마음을 알 듯도 하다. 걔는 복작대는 관광객 속에서도 늘 무..
-
로버트 인디애나가 노래한 사랑과 희망미학(美學) 2022. 6. 6. 16:23
미국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1928~2018)는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 팝아티스트 1세대로 치부된다. 미국 팝아트의 서막을 연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의 대표작 '러브(LOVE)'는 세계 주요 도시에 전시되어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뉴욕 센트럴파크와 모마(MOMA,뉴욕 현대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 사이 맨해튼 6번가에 설치된 원조 '러브'는 뉴욕의 핫플레이스로서 세계 관광객들의 포토존이 된 지 오래이다. 그의 '러브' 시리즈는 1964년 모마에서 거의 무명이다시피 한 팝아트 작가 인디애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 디자인을 의뢰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어릴 적 교회에서 보았던 "God is love"라는 간판에서 영감을 받은 '러브'를 만들어냈고..
-
불행했던 색면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의 삶미학(美學) 2022. 4. 12. 07:26
색면추상(色面抽想)은 20세기 말 태동한 추상표현주의의 한 장르임에도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 이유는 우리가 많이 보아온 까닭이다. 설명도 쉬워서, 넓은 색면에 강렬하고 단순한 색채로 표현한 회화를 말한다. 색면추상의 세계가 추구하는 것은 색채 자체의 이미지와 순수성으로서 이로 인해 다른 표현적 요소가 배제되는데,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가 더 빠르다. 이 그림들은 모두 색면추상을 대표하는 작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의 작품이다. 맨 위의 그림 '무제'는 그의 1965년 작으로 가격이 수백 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그림인데도 그간 우리에게 홀대받았다. 가격적으로 볼 때 일반인이 취급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니 홀대라는 표현은 적당치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검찰은 그랬..
-
팝아트와 올덴버그의 스프링미학(美學) 2022. 4. 7. 07:16
팝아트는 통속적인 이미지를 미술로 수용해 예술로 승화시킨 사조를 일컫는 것으로 10여 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생소한 분야였다. 그런데 그것이 2008년의 어느 날, 그야말로 느닷없이 우리에게 훅 다가왔다. 당시 삼성 비자금을 내사하고 있던 특검에 다음과 같은 제보가 들어와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삼성재단 홍라희 관장이 삼성 비자금으로 '행복한 눈물'이라는 그림을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고가에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 돈세탁이 목적이다." 그래서 서울의 한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라는 그림이 온 국민 앞에 선을 보였는데, 당시 이 그림에 대한 추정가는 300억 원을 상회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아니, 저런 만화가 300억이라고? 왜?"..
-
절대주의의 창시자 카지미르 말레비치미학(美學) 2022. 3. 18. 05:23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 중인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展」(4월 17일까지)이 날벼락을 맞았다. 3월 17일, 그림을 대여해 준 러시아측에서 이번 달 안으로 빌려간 그림들을 모두 돌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고 유례가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유는 명료하다. 지금 한창 전쟁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싸움에서 우리나라가 미국편을 들어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한 죄(?)를 물은 것이다. (이리저리 빼며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던 우리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래저래 난처하게 됐다) 신드롬까지는 아니지만 이번 전시회는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꽤 화제가 되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러시아 현대 유명 화가들의 그림이 대거 몰려왔기 때문이니, 바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