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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스타프 클림트의 '리저 양의 초상'
    미학(美學) 2024. 4. 25. 18:44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그림은 나올 때마다 화제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는 '젊은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은 지난 2019년, 도둑맞은 지 22년 만에 그 도둑맞은 이탈리아 미술관의 외벽 속에서 고스란히 발견돼 크게 화제가 되었다. (☞ '기적적으로 발견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발견된 '젊은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
    '젊은 여인의 초상'이 발견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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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엊그제,(현지시간 24일)  모두가 사라진 줄 알았던 클림트의 그림 한 점이 임 킨스키 경매에 나왔고, 3000만 유로(약 441억원)에 팔려 다시금 화제가 되었다. 클림트가 1917년에 그린 '리저 양의 초상'(Portrait of Fräulein Lieser)이라는 그림이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그림은 클림트가 사망하기 1년 전에 오스트리아 빈의 부유한 사업가 집안인 리저 가문의 한 여성을 그린 초상화로서, 1925년 흑백사진 한 장만이 전시에 공개된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색채조차 알지 못했던 그림이 100년 만에 다시 나타났던 것이고, 경매에 나왔던 것이다.

     

     

    빈 임 킨스키 경매장에 걸린 '리저 양의 초상'
    임 킨스키의 경매사가 낙찰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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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고 품위가 느껴지는 그림 속 주인공 리저 양은 리저 가문에 속한 여성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정확히 리저 가문의 어떤 여성인지는 불분명하니, 가문의 대표격인 아돌프 리저의 딸 마가렛, 혹은 유스투스 리저의 두 딸 헬렌과 애니 중 한 명으로 추정될 뿐이다. 유대계 리저 가문의 아돌프, 유스투스 형제는 삼베와 마(麻)로 노끈과 선박용 밧줄을 제작해 팔아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그중 유스투스의 아내 헨리에트 아말리에 리저는 소문난 예술 애호가로서, 요즘의 재벌 사모님들이 하시는 아트센터 같은 것을 운영하며 예술가를 후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위 그림은 아말리에가 두 딸 중 한 명의 초상화를 의뢰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림은 1925년 빈에서 열린 클림트 전시회에서 '플로레인 리저'라는 제목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것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1938년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이후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자 두 딸은 오스트리아를 탈출해 영국으로 갔다. 하지만 아말리에 리저는 빈에 남았다가 1942년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이듬해 사망했다. 아말리에의 두 딸은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빈에 돌아와 어머니의 유품을 수습했지만 위 그림의 행방은 끝내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치에 의해 약탈되었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었다. 

     

    그림은 1960년대부터 오스트리아 친척 소유의 인근 빌라 응접실에 걸려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1960년대 중반 이후 몇 차례 상속을 거쳐 현 소유자에게 넘어갔는데, 임 킨스키 측은 "누가 클림트에게 그림을 의뢰했는지, 그리고 그림이 세 여성 중 누구를 묘사한 것인지는 법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며, 현 소유주와 리저 가문의 법적 후계자들이 지난해 공정한 해결책을 만들어 모두 동의한 가운데 경매가 이뤄졌다"고 했다.  

     

     

    '리저 양의 초상'의 경매 과정

     

    하지만 그림의 소유자는 낙찰가에 불만이었을 것 같다. 이 그림이 경매에 나올 때 추정가는 적어도 5500만달러(한화 700억원)였다. 그런데 그보다 한참 아래인 441억에 낙찰됐던 것이다. 이것은 지난해(2023.6.27)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8530만 파운드(약 1460억원)에 낙찰돼 유럽 내 예술작품 최고 경매가를 경신한 구스타프의 또 다른 초상화 '부채를 든 여인'(Dame mit Fächer / Lady with a Fan)에는 턱없이 미달된 가격이기도 하다. 

     

     

    소더비 경매에 나온 '부채를 든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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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말하자면 '부채를 든 여인' 이전까지 유럽 예술작품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2010년 약 1355억원에 낙찰된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 '걷는 사람'이었다. 국내에도 소개되었던 유명한 작품이다. 회화 중에서는 2008년 1045억원에 낙찰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최고가였는데, 얼마 전 이건희 컬렉션에 소개된 '수련'도 비슷한 거래가가 형성될 것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부채를 든 여인'은 클림트의 마지막 초상화라는 데 가치가 실렸을 것이다. 당시 소더비 측에서는 이 작품에 대해, "기술적으로 역작일 뿐 아니라 경계를 확장하려는 실험적 시도가 가득하다", "가히 절대미에 대한 진정한 찬가라 부를 만하다"라고 극찬했는데, 물론 커머셜 한 발언이었다. 유대인 여인을 그린 그림으로는 르누아르가 파리의 유대인 가족들을 위해 그린 초상화 중의 하나인 '이레느 깡 단베르 양의 초상'(Irene Cahen d'Anvers)이 유명하다.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721억에 거래됐던 이 그림과 거의 똑같은 걸작을 국내에서는 74,000원에 살 수 있다. 

     

     

    '이레느 깡 단베르 양의 초상' / 이레느가 11살 때인 1879년에 그려진 그림이다.
    거실에 진품 '리저 양의 초상'이 걸린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복제품 '이레느 깡 단베르 양의 초상'이라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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