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홍제동의 어두웠던 현실과 빛나는 지하 '홍제유연'
    미학(美學) 2023. 8. 23. 23:49

     

    앞서 홍제동의 어두웠던 과거를 말했다. 연원을 따지자면 그 옆 홍은동도 임금의 은혜가 조금은 미쳤다고 할 수 있으니, 홍은동은 홍제동에 고양군 은평면이 합쳐져 생긴 이름이기 때문이다. 물론 홍은동이 생겨난 것은 훨씬 이후인 1950년으로 은평면의 구석을 떼어 홍제동의 마을 하나와 합쳐져 만들어졌다. 그러고보면 당시의 은평면은 엄청났던 듯하니, 지금은 서울시가 된 녹번리・응암리・역촌리・신사리・대조리・불광리・갈현리・구산리・구기리・평창리가 모두 속했다. 

     

    하지만 임금의 은혜 따위는 어디까지나 역설이고, 오히려 관(官)의 횡포가 유독한 땅이었을 듯하니 근방의 홍제원이 이를 방증한다. 한양 서쪽의 홍제원은 남쪽의 이태원, 동쪽의 보제원·전관원과 더불어 서울을 대표하는 4대 역원이었는데, 특히 홍제원은 중국 사신들이나 중국으로 가는 조선 사신들까지 이용한 터라 주민들에 대한 이러저러한 간섭과 부당한 차출이 빈번했다.

     

     

    홍제원 터 표석
    홍제원이 있었던 홍제동 138번지 일대 / 뒤로 힐스테이트 홍제원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1820년대 김정호가 제작한 <수선전도> 속의 홍제원(●) / 왼쪽으로 홍제천과 홍제교가 보인다.

     

    홍제동과 홍은동은 근래에 들어서는 북한의 공격에 대한 마지노선 비슷한 역할을 하였던 바, 1970년에 지어진 유진상가(이하 유진상가아파트)는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건립된 건물이라는 설명을 이미 마쳤다. 부연하자면 유진상가아파트는 1972년 만초천 위에 건립된 서소문아파트와 더불어 천 위에 지어진 대규모 건물로, 도로 위에 지어진 낙원상가아파트와 함께 대지지분이 없는 건물이다. 유진상가아파트가 지어질 때와는 달리 건축법이 바뀌어 지금은 하천 위에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이 불가능하게 되었는데, 까닭에 슬럼화될 것 같았지만 안은 의외로 깨끗하며 럭셔리하다.  

     

     

    1966년의 홍제동 / 홍제동에서 무악재 쪽을 찍었다.
    지금의 홍제삼거리
    1977년의 홍제동 / 왼쪽으로 유진상가가 보인다.
    현재의 유진상가아파트
    물 위의 집 유진상가아파트
    의외로 력셔리한 내부
    90년대 거짓말처럼 잘려나간 유진상가아파트 B동
    오른쪽 유진상가아파트 A동과 비교해보면 어떤 사태가 일어났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유사시 북의 남침에 대비한 대전차방어 목적으로 지어진 태생적 불안을 안고 출발한 유진상가아파트는 1992년에는 내부순환도로 공사로 B동 상층부가 잘려나갔고, 국회의원 선거 때는 입후보자들이 철거하네, 재개발하네 말도 많다. 하지만 변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 2020년 오히려 어둡고 냄새나던 유진상가아파트 밑의 홍제천에서 이변(?)이 생겼다. 깜깜한 지하 홍제천에 예술가들이 빛을 불어넣은 것인데 이름하여 '홍제유연'(弘濟流緣)이다. 지하 입구의 안내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예술이 흐르는 물길 홍제유연 : 홍제유연은 50년만에 다시 흐르는 홍제천과 유진상가의 지하 예술공간을 부르는 새로운 이름이다. 흐를 '유'(流)와 만날 '연'(緣)의 이음과 화합의 뜻을 담아 예술과 함께 '유연'한 태도로 다양한 교류를 이어나가는 새로운 문화발상지를 의미한다. 

     

     

    '홍제유연' 안내문
    예술가들이 지하에 빛의 공간을 연출한 취지를 썼다.
    '홍제 마니차' 안내문 / '내 인생의 빛나는 순간, 내 인생의 빛'을 주제로 시민 1000여 명의 메시지를 새겼다. 불교 경전을 새긴 마니차처럼 손으로 돌려가며 감상할 수 있다.
    팀코워크의 '숨길'
    팀코워크의  '온기(溫氣)' / 42개 기둥을 빛으로 연결한 조명 예술 작품이다. 기둥에 있는 손 모양 동판에 손을 대면 공간을 채우던 조명이 다양한 색으로 변한다.
    '온기' 안내문
    지하 홍제천을 건너는 다리
    '흐르는 빛, 빛의 서사'
    윤형민 작가의 'SunMooonMoonSun, Um....'
    '홍제유연' 입구 / 입·출구가 따로 없다. 이 홍제교 다리 밑으로 들어가면 된다.
    다리 입구의 왜가리 / 얘가 가끔 다리 밑으로 날아들어 사람 놀래킨다.
    홍제천의 또 하나 명물, 인공 같지 않은 인공폭포 / 유진상가에서 스위스 그랜드호텔 방향으로 가면 볼 수 있다.
    자연 절벽과 강을 살린 까닭에 인공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댓글

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