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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적으로 발견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미학(美學) 2019. 12. 12. 23:59


    도난당했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이 엊그제 발견됐다. 우선 그것을 보도한 '연합뉴스'의 내용을 옮겨보겠는데, 그 전에 그 놀라운 그림부터 감상해보시길.



    발견된 '젊은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

     

    22년 전 이탈리아의 한 미술관에서 도둑맞은 유명 화가의 그림이 해당 미술관 벽 속에서 원래 그대로의 상태로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ANSA 통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도시 피아첸차의 리치 오디 갤러리 앞 정원에서 가지치기하던 한 인부는 작업하다 예상치 못한 발견을 했다. 갤러리 건물 외벽을 덮은 담쟁이덩굴을 손보다가 우연히 금속으로 된 작은 문을 보게 됐고, 그 문을 열자 검은 쓰레기봉투에 담긴 그림 한 점이 있었던 것. 해당 인부로부터 신고를 받은 갤러리는 해당 그림을 보고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22년 전인 1997년 2월 갤러리에서 도난당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그림은 '아르누보의 대가'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가 1917년 그린 젊은 여인의 초상화다. 말년인 1916∼1918년 사이 완성된 여러 개의 여인 초상화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이 그림은 당시 누군가의 침입 흔적조차 없이 감쪽같이 사라져 갤러리와 수사당국을 당혹케했다. 경찰은 누군가가 천장의 채광창을 통해 낚싯줄로 그림을 끌어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범인은 물론 도난된 그림도 끝내 찾지 못했다. 이탈리아 미술계에선 이 그림이 1969년 시칠리아의 한 성당에서 홀연히 사라진 카라바조 그림에 이어 두 번째로 가치 있는 도난 미술품으로 회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애타게 찾던 그림이 도난된 바로 그 갤러리 건물의 외벽 속에서 22년 만에 발견된 것이다. 그림이 발견된 공간이 원래 있던 것인지, 그림이 언제부터 그곳에 숨겨져 있었는지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갤러리의 한 관계자는 "그림 상태가 매우 훌륭하다"면서 감격스러운 심정을 전했다. 그는 "그림이 도난된 뒤 갤러리 전체를 샅샅이 뒤졌는데도 흔적조차 찾지 못했었다"면서 "이처럼 인적 드문 외진 벽 속에 고스란히 감춰져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갤러리로부터 해당 그림을 넘겨받아 다시 수사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아울러 전문가에 감정을 의뢰해 그림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2019년 12월 11일 로마, 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림이 발견된 벽 속 공간

     

    경찰이 공개한 그



    이후의 속보를 주목하니, 갤러리 소장 매시모 페라리는 경찰이 보관 중인 그림 뒷면에서 갤러리의 도장과 봉인 왁스를 확인했고, 범인이 천장의 채광창 곁에 버리고 간 프레임의 사이즈와도 일치하는 바, 진품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미술평론가 비토리오 스가르비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스타프 작품 회수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환호했다고 하는데, 나 역시 클림트 회화의 애호가로서 반갑고 놀랍기 그지없다.


    아마도 범인은 그곳에 그림을 숨겨놓고 경찰이나 언론의 관심이 잠잠해지길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다 사망이나 사고 등 범인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개연성이 높은데, 혹 자신이 그림을 둔 장소를 착각했거나 망각했을 수도 있다. 어디다 두었는지 전혀 생각이 안 나는 미치고 폴짝 뛰는 상황이 생겨났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너무 잘 보관해둔 물건이 오히려 더 깜깜이가 되는 경우를 우리를 종종 겪는다. 만일 범인이 살아 있어 이 뉴스를 봤다면 그 자리에서 심정지가 왔을는지도 모른다)



    림 발견 장소를 조사하는 경찰. AP 연합뉴스



    앞서 '놀라운 세계 최초의 벽화'에서도 언급했거니와  클림트의 작품은 확실히 시대를 앞서갔다. 그의 작품은 딱 지난 세기말의 취향인데,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100대 그림 목록에 무려 4개가 랭크되었다. 아래 그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가운데서 4위에 오른 작품이다.(2014년 기준/당시 경매가격으로 1억3천5백만 불, 우리나라 돈으로 1,416억4천만 원) 이번에 발견된 '여인의 초상'은 6천만 유로(약 788억) 정도가 호가됐다.



    '아델레 브로흐-바우어의 초상 1'. 1906년 (138X138cm)



    클림트의 작품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알려져 있는 그림은 역시 '키스'가 될 것이다. 그가 1907~1908년에 그린 높이 180cm의 이 대형 그림은 클림트가 애용하는 예의 금박을 입혔는데, 황홀한 표정의 여자가 남자의 성기 프레임 속에 갇혀 있다. 아마도 그 성기는 클림트 자신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실제로 전문가들은 그림 속의 남녀는 클림트 자신과 연인 에밀리 플뢰게를 그린 거라고 말한다) 변태는 아닐지라도 그는 외설적인 표현에 적잖이 집착했고 거기에 갖은 상상력을 부여했다.


    위 그림 '아델레 브로흐-바우어의 초상 1'과 우리가 잘 아는 '유디트'의 모델이기도 한 아델레 브로흐-바우어가 세상 사람들에게 지금껏 클림트와의 관계에 대한 저속한 궁금증을 선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델레 브로흐-바우어는 비엔나의 부유한 사업가 페르디난트의 아내이다. 페르디난트는 클림트에게 아내의 초상화를 의뢰했고 이후 클림트와 아델레는 12년 간의 만남을 갖는데, 키스는 '아델레 브로흐-바우어의 초상 1'이 그려진 1년 후의 작품이라는 게 따로 눈길을 끈다. '키스'의 여주인공이 지금껏 알려진 에밀리 플뢰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키스'(180X180cm)  


    '유디트 1'

    ※ 많은 작품해설서가 '유디트 1,2'를 설명하면서 유디트를 구약성서 속에서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딴 여인이라고 하고 있으나 구약성서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유디트는 외경인 '유딧서'(The Book of Judih)에 나오는 인물이다. 그림 속의 여자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이 홀로페르네스의 목이다.


    아델레 브로흐-바우어의 실제 모습


    구스타프 클림트와 아델레 브로흐-바우어로 여겨지는 또 다른 소묘



    '다나에'

    다나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우스의 딸이다. 바람둥이 신 제우스는 다나에의 미모에 관한 소문을 듣고 황금 비로 변해 그녀를 찾는다. 다나에의 육감적인 허벅지 사이로 파고드는 황금 비가 바로 제우스인데, 다나에의 벌개진 뺨과 표정은 예술과 외설의 거의 경계선이다. '키스'와 같은 시기인 1907~1908년에 연인 에밀리 플뢰게를 모델로 그려졌다. 

     



    그럼에도 클림트의 그림은 커피잔, 머그잔, 기타 어디에 사용돼도 고급지다.
    (예술성 같기도 하고 황금의 위력 같기도 하다)

     


    클림트 소묘 속의 낯선 얼굴


    '머플러를 한 여인'(50X50cm)



    이외에도 클림트에게는 마리아 짐머와 오토 슈미트 같은 많은 여인이 있었고,(그 두 여자는 애인이었음이 확실하다) 위의 소묘와 유화처럼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모델들도 있으나 대부분 주인공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유화 그림 속의 어린 여인은 정체가 좀 애매한데, 아래의 왼쪽 그림과 견주어보면 이 어린 여인 역시 클림트와 가까운 사이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클림트는 이 서양 여인을 한때 심취했던 일본 화풍으로 처리한 듯 보인다. (독신으로 살다 간) 클림트의 사후 무려 14명의 여인이 친자 확인 소송에 뛰어든 것으로 유명한데, 혹 이 여인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왼쪽의 그림 제목은 모르겠다. '젊은 여인의 초상' 1, 2로 하면 무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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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스페르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