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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빈치 해부도의 새로운 발견
    미학(美學) 2019. 9. 2. 22:12
     

    정말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한 이른바 르네상스 시대의 3대 화가가 모두 해부학을 공부한 것을 보면 당대의 화가, 또는 조각가에 있어 어쩌면 해부학은 필수 코스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훗날의 용어를 빌리자면, 사실주의 표현기법의 진작을 위해서는 해부학이 필수였다는 얘기다. 조르죠 바사리(Giorgio Vasari)가 쓴 '예술가들의 삶'에는 라파엘로가 나체를 연구하기 위해 해부에 관여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미켈란젤로 역시 해부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바, 피렌체 성 프란체스코 성당의 목제 예수상 제작을 위해 성당에서 제공한 시체를 연구했다는 일화는 제법 유명하다.(미켈란젤로는 해부학자 레알도 콜롬보의 절친이기도 했다)



    죠르죠 바사리(Giorgio Vasari, 1511-1574)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겸 건축가. 미켈란젤로의 제자로 우피치 궁전(우피치 미술관) 등의 대작을 설계했으나 아래의 명저 '예술가들의 삶'으로 인해 예술가보다는 저술가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죠르죠 바사리의 '예술가들의 삶'

    르네상스 시대 미술가 200명의 삶과 작품을 기록한 책


    1986년 국내 번역본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가 전(傳)'이란 제목으로 출간됐고,(전 3권/탐구당) 2000년 '이태리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이란 이름의 다이제스트판이 나왔으나 지금은 모두 절판됐다. 몇 년 전, 헌 책방에서 이 책을 구한 어떤 이로부터 정가보다 더 비싼 값에 샀다는 기쁨 반, 불만 반의 소리를 들었는데, 그런 분들 때문인지 최근 이 책이 복간됐다.


    복간된 전설의 책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

    1986년 출간돼 초판 3쇄만 찍고 절판된 '전설의 책'이 복간 10개월 만에 완간됐다.(한길사) 33년 전 번역 오류를 바로잡고 외국어 표기를 현재 기준에 맞췄다. 당시에는 넣을 수 없었던 칼라 도판과 함께 작가별 해설도 추가했다.(2019 4월 2일, 경향신문 홍진수 기자)




    어릴 적부터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보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일찌감치 아버지의 친구인 조각가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1435-1488)의 제자로 들어간다. 베로키오가 젊은 라이벌 미켈란젤로와 함께 해부학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므로 다 빈치가 그로부터 해부학을 배웠을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다 빈치가 남긴 글과 그림을 보면 회화와 조각에 있어 해부학이 왜 필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근육이나 힘줄에 대해 잘 아는 화가는 사지가 움직일 때 어느 힘줄이 얼마나 움직여 동작을 만드는지 잘 안다. 또 수축할 때 어떤 근육이 힘줄을 수축시키는지, 나아가 어떤 힘줄이 얇은 연골로 변해 근육을 덮고 보호해주는지도 잘 안다. 이를 아는 화가는 갖가지 정교한 방법으로 인체의 여러 자세나 동작 속에서 각종 근육을 표현하려고 한다. 인체가 어떤 동작을 취하든 팔이나 등, 기슴과 다리의 근육을 똑 같은 식으로 처리하는 화가가 많은데, 근육과 힘줄을 잘 아는 화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는 사소한 잘못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회화론'에서)


    이 같은 그림을 보면 회화에 있어서의 해부 효용론이 인정되지만,


    이 같은 그림에서는 또 다른 목적이 읽혀진다. 그는 감각의 경로와 사고의 구조를 찾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죠르죠 바사리의 '예술가의 삶'에는 15세기 피렌체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안토니오 델 폴라이우올로(1429-1498)가 인체의  표층해부를 통해 '근육이 인간의 몸속에서 어떠한 형태로 배열돼 있으며 그것이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가'에 대한 연구를 처음으로 했다고 나와 있다. 화가나 조각가에게 해부의 필요성을 가르쳐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19세기 말 프랑스의 신경학자 조세프 바빈스키는 르네상스 화가들이 그린 아기 예수의 발가락을 보고 이른바 바빈스키 반사(Babinski Reflexes) 이론을 언급했다. 아기 예수의 엄지발가락이 위를 향해 굽어져 있는 것은 대뇌의 운동중추에서 말초신경에 이르기까지의 신경전달로가 미완성인 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었다.


    산치오 라파엘로의 '의자에 앉은 성모'


    산드로 보티첼리의 '세례자 요한과 어머니'


    앵글로 브론지노의 '성가족'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카네이션과 성모' 



    다 빈치의 그림이 주는 감동은 어쩌면 이와 같은 세세함이 복합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여러 장의 해부도를 보면 그는 사실주의 표현의 진작을 위해 해부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사실 다 빈치의 해부학적 연구가 그의 그림을 돕는 데 어느 정도의 의미가 있었는지, 즉 어느 정도 도움이 됐는지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를테면 아래의 심장 해부도는 인간의 심장이 4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으며 2개의 심방과 심실이 서로 수축하고 이완됨으로써 혈액이 순환된다는 것과, 피의 역류를 방지하는 판막의 기능까지 설명하고 있다.



    밀라노 시절(1502-1512) 산타마리아 누오바 병원 해부실에서 그린 심장 해부도



    더 놀라운 것은 한 노인의 사체로부터 동맥경화증을 찾아낸 것으로, 다 빈치는 최근 독해된 자신의 '해부노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그는 암호 같은 문자를 사용해 '해부노트'를 작성했다)


    건강했던 한 노인이 갑자기 사망했다. 이는 혈관이 두꺼워짐에 따라 혈액이 통과하기 점점 어려워졌기 때문이며 이런 현상은 동맥에서부터 모세혈관까지 이어진다. 혈관이 두꺼워지면 완전폐색에까지 이르며 모세혈관 부분에서 먼저 생겨난다. 


    노인의 사망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혈관까지 까뒤집어 봤다는 얘기인데, 이 기록으로 인해 그는 최초로 모세혈관을 관찰한 사람으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그의 '해부노트'에서는 현대의학과는 다른 잘못된 기록도 발견되지만, '모두가 자고 있는 깜깜한 밤에 홀로 일찍 깨어난 사람'이란 프로이트의 말이 진실로 어울린 인물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




    모세혈관 관찰도


    너무 일찍 깨어났던 빈치 가문의 레오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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