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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계의 끝
    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9. 11. 17. 06:59


    뉴호라이즌스 호의 소식만 기다리다가 보이저 호는 아예 뇌리에서 잊혀졌었다. 그런데 쌍둥이 탐사선 보이저 2호에서 지난 11월 5일 자신이 태양계 끝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보내왔다. 물론 나는 뉴스를 듣고 알았다. 그런데 우주탐사선 보이저 2호가 태양계의 가장 바깥 지대인 성간우주(星間宇宙), 즉 인터스텔라에 진입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18년 11월 5일이었다. 보이저 2호는 그때부터 관측자료를 보내왔을 텐데 일반에는 하나도 공개되지 않고 NASA의 과학자들만 받아보다가 그 자료들을 분석한 연구논문 5편을 발표하며, 보이저 2호가 태양계의 끝 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더불어 공개한 것이었다.



    발사되는 보이저 2호

    1977년 8월 20일 2시 29분 00초 케이프 케네버럴 기지에서 타이탄 3E 센타우르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1호가 먼저 발사되어야 했으나 결함이 발견돼 2호가 한달 앞서 발사되었다.


    보이저 2호의 항해

    그 탐사선이 어느덧 태양계의 끝에 이르렀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탐사의 임무를 충실히 마친 후의 마지막 여정이었다.


    숫자로 보는 보이저 2호

    1호와 함께 쌍둥이 무인 태양계 탐사선인 보이저 2호는 연 2억9천만 마일의 속도로 이 우주를 41년간 182억km 항해했으며 4개의 행성을 방문했다.


    보이저 2호가 찍은 해왕성

    1989년 8월 25일 보내온 사진이다. 보이저 2호는 해왕성의 위성 6개를 발견했고 해왕성의 오로라와 퍼펙트 스톰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보이저 2호가 찍은 해왕성의 위성 트리튼

    미세한 유기물 깃털이 붙어 있는 신비한 모습이 공개됐다.



    '네이처 천문학'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태양계의 끝은 과학자들의 예상대로 태양에서 오는 입자가 줄어들고 다른 별에서 온 입자들이 늘어났다고 하며,(이건 당연한 거 아니가?) 보이저 호가 관측한 태양계의 끝은 좁은 타원형으로 뭉툭한 탄환과 같은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도된 자료에서는 그에 관한 사진이 없고 시뮬레이션 그림만 한장 덜렁 걸렸던 바, 그 사진을 찾으려 NASA 홈페이지를 다 뒤졌지만 실물 사진은 결국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태양계의 끝 시뮬레이션

    지금 보이저 1호는 220억km 지점에, 보이저 2호는 182억km 지점에 위치한다. 나중에 발사된 발사된 보이저 1호가 더 먼 거리에 가 있는 건 목성과 토성 탐사만의 임무를 띤 까닭이었다.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지구

    보이저 1호의 최대 업적은 바로 이 사진이다. 보이저 1호가 61억 km 지점에서 문득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려 찍은 이 외로운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으로 명명됐다. 유명한 칼 세이건의 <Pale Blue Dot>는 이 점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저술한 책이다. 

     


    쉽게 말해 나는 태양계의 끝을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이나 생각해보니 나의 생각은 미련한 것이었다. 물론 보이저 2호는 많은 자료를 전송했겠지만, 행성을 찍은 위의 사진과 달리 육안으로 살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특수한 장비로서만 분석이 가능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NASA의 과학자들이 보이저 호가 태양계 끝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아낸 건 어떤 특정한 사진을 통해서가 아니라 보이저 호 주변의 플라즈마 성질의 변화를 통해서였다는 것이다.


    ~ 플라즈마는 태양 표면처럼 엄청나게 온도가 높을 때 원자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간 상태를 이르는데, 태양권은 플라즈마 온도가 높고 밀도가 낮지만, 성간우주는 온도가 낮고 플라즈마 밀도가 높은 관계로 이를 분석하면 보이저 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이 태양권 플라즈마는 외계 별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의 70%를 차단해 지구와 다른 행성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믿기 힘든 노릇이지만) 태양계의 계면(Heliopause)은 폐가 숨쉬는 것처럼 11년을 주기로 늘었다 줄었다 하는데, 이 역시 이번에 보이저 호를 통해 입증되었다 한다. 즉 2012년 보이저 1호가 태양권 계면에 닿았을 때의 거리가 122.6AU(천문단위 1 AU는 태양과 지구간의 거리인 1억4,900만km)였으나 보이저 2호는 119.7AU에서 태양권 계면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날 때는 태양활동의 극대기였고, 보이저 2호는 태양활동이 최저점에 가까울 때 태양권 계면을 넘어선 때문이라 한다.


    이와 더불어, 서로 진로를 달리한 1, 2호로 인해 태양권이 서로 대칭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는데,(위의 그림 참조) 캘리포니아 공대의 물리학 교수이자 보이저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에드워드 스톤박사는 "보이저 2호는 태양이 우리은하의 성간우주를 채우고 있는 물질들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가를 보여줬다"면서 보이저 2호가 보내온 새로운 자료가 없었다면 (먼저 성간우주에 도달했던) 보이저 1호를 통해 본 것이 특정 부분이나 시간대의 현상인지 태양권 전체의 현상인지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보이저 2호는 원래 목성에서 해왕성까지를 탐사하는 4년 짜리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성간우주까지 진출하는 등 아직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발사 당시 최신공법인 스윙바이(Swing by, 중력도움) 항법*을 사용해 동력을 크게 절감시킨 덕이다. 또 당장 필요하지 않는 장비의 작동을 멈추고 보온장치를 꺼 에너지를 절약했다고 한다.(동력은 플루토늄의 열을 전기로 전환해 얻는다)


    * 행성 가까이에 이르러서는 액체연료로 작용하는 추진기를 끄고 행성의 중력에 의한 가속으로 운행하다 방향을 전환시킬 때만 추진기의 동력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같은 스윙바이 항법을 채택한 뉴호라이즌스 호는 시속 5만8천km로 운항하다 목성궤도를 지나면서부터는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시속 7만5,200km로 더욱 빨라졌으며, 보이저 호 역시 이 기법을 이용해 목성 구간에서 그 중력으로 추가 연료의 소모 없이 시속 6만km의 증속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태양계의 끝과 성간우주, 그리고 현재 보이저 2호의 위치


     

    이 보이저 탐사선에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의 제안으로, 우주에서 조우하게 될지도 모를 외계인을 위한 1장의 금제 디스크를 실었다. 우리 지구를 알리기 위한 음악, 그림 등과 55개국의 인사말이 담긴 디스크인데 물론 한국어도 있다. 애석하게도 탐사선은 5년 후에는 동력이 떨어져 지구로 자료를 보내지 못할 것이라 하는데, 하지만 그 후에도 우주를 떠돌 터, 칼 세이건의 희망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혹시 알겠는가, 그 디스크를 발견한 외계인이 자신들의 동력을 이용해 NASA에 자신들 별의 존재를 알릴지.....



    탐사선에 실린 골든 디스크


    응? 이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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