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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호라이즌스 호의 새로운 소식?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8. 6. 2. 23:59
한국 시간으로 어제 아침, 뉴호라이즌스 호가 보낸 사진이 떴다는 소식에 화득 잠이 깼다.(야행성이라 아침에는 사실 힘들다) 컴퓨터를 켜는 그 짧은 시간에도 별별 상상이 떠오르며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무엇보다 먼저 떠오는 생각은 명왕성 밖 카이퍼 벨트에 산재해 있을 아름다운 별별 모양의 소행성의 모습들과, 뉴호라이즌스 호가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잘 도착했구나 하는 안도감이었다.(내가 알고 있는 뉴호라이즌스 호의 카이퍼 벨트 도착 예정일은 6월 4일이었다)*
* 뉴호라이즌스 호와 카이퍼 벨트에 대해서는 '빛의 속도로 나는 게 전부는 아니다' 참조.
카이퍼 벨트와 소행성 명왕성의 궤도(노란색 타원)
카이퍼 벨트와 명왕성(근접 상상도)
소행성 명왕성과 그 바깥에 존재하는 카이퍼 벨트 등을 탐사하기 위해 발사된 뉴호라이즌스 호가 지구와 마지막 교신을 한 건 올해 2월 9일, 지구로부터 61억 2천만 Km 떨어진 지점에서였다. 뉴호라이즌스 호에 장착된 카메라 '로리(LORRI)'가 지나가는 길에 발견한 두 대의 소행성( '2012 HZ84'와 '2012 HZ85')을 찍어 보낸 것이었다.(* '빛의 속도로 나는 게 전부는 아니다' 참조) 이후 엔진을 제외한 모든 기기는 절전 모드로 들어갔고, 명왕성 밖의 얼음 고리 대(帶)인 카이퍼 벨트에 진입하면 모든 기기가 원상태로 돌아가 작동하게 된다.
뉴호라이즌스 호가 전송한 마지막 사진 소행성 2012 HZ84와 2012 HZ85
뉴호라이즌스 호와 근접 소행성 상상도
이상이 내가 알고 있는 뉴호라이즌스 호의 근황이었던 바, 콩딱콩딱 가슴 뛰는 나의 기대감은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은 뉴호라이즌스 호가 작년 7월에 찍어 보낸 사진으로, 그나마 새로운 분석도 없는 것이었다. 요지는 영국 플리머스대학의 지구물리학자 매트 테플러 박사 연구팀이 뉴호라이즌스호가 찍어 전송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명왕성 스푸트니크 평원과 알 이드리시 산맥 사이의 약 2,000㎢ 지역에 펼쳐져 있는 얼음 알갱이로 된 언덕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과학저널 ‘사이언스’)
* 스푸트니크는 1957년 구소련에서 발사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의 이름에서, 알 이드리시는 중세 아라비아의 지리학자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알 이드리시에 관해서는 '고선지 장군과 종교개혁 II' 참조)
이번에 올라온 사진(얼음 알갱이 언덕은 아래의 평편한 지형을 말한다)
과거 유투브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
작년 7월 'Astronomy'에서 공개한 사진. 명왕성 표면의 하트 지형이 톰보 영역이다.
대체 이게 뭐가 새로운 발견이라는 것인가? 이 사진은 그 위치만 조금 다를 뿐 이미 다각도의 분석이 끝난 사진이었다. 말하자면 톰보 영역(명왕성 표면의 하트 모양 지형으로, NASA는 이 특이 지형에 명왕성 발견자 톰보의 이름을 붙였다. * '빛의 속도로 나는 게 전부는 아니다' 참조)의 경계선에 있는 사진들을 새삼 들여다본 것에 불과하다. 그저 새로운 것이 있다면 그 언덕의 얼음 알갱이가 메탄으로 이루어졌다는 것 뿐인데, 따지고 보자면 이 또한 당연한 말씀이다. 메탄은 빙점이 낮아 지구에서는 얼음이 되기 힘들지만 표면 온도가 영하 230도인 명왕성에서는 얼마든지 빙점이 형성될 수 있는 노릇이다.
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이 메탄 얼음 알갱이에 질소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친다고 했는데, 이 또한 이상한 말인다. 뜻인즉 질소가 지구의 대기를 이루는 가장 큰 요소이기 때문에 명왕성에도 대기가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 같으나,(지구와의 유사상을 강조하고 싶어) 메탄이라는 것 자체가 질소 원소를 포함하고 있는 물질이 아닌가?
가만 읽어보니 과연 그랬다. 과학자들은 명왕성의 대기층이 극도로 얇아 얼음 알갱이 언덕을 만들 정도의 바람은 없을 것으로 추정해 왔으며 이 때문에 이번 발견을 매우 놀라운 결과로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것도 놀랄 일 정도는 아니니, 말한 대로 질소 성분을 포함한 메탄 가스가 대기층을 형성했을 수도 있고,(천왕성이나 해왕성처럼) 또 예상되고 있던 그 극도로 얇은 대기층이 원을 그리는 자체 자전의 영향으로 얼음 알갱이의 쏠림 현상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명왕성의 궤도 장악력이 약해 위성 카론과 서로 마주 보며 돈다는 설명은 이미 마친 바 있다.(카론의 질량이 무거운 탓에 그 천체의 무게 중심이 두 소행성의 가운데 형성되게 되므로)
결론은 그것인데, 이왕 글을 올린 김에 명왕성의 발견자 클라이드 톰보의 남 다른 일생에 관해 몇 자 적어보기로 하겠다. 결국 태양계 행성의 족보에서 퇴출되기는 했지만, 미국이 명왕성에 대해 오랫동안 집착한 이유는 미국인이 발견한 유일한 행성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앞서도 한 적이 있다. 사실 명왕성은 행성으로 여기기에는 그 크기부터 문제가 있었으니, 지구의 달보다도 작은 행성이었고, 그렇다면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세레스와 명왕성 밖의 소행성 에리스도 행성으로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2006년부터 한때는 그들도 정식 태양계 족보상에 오른 지구의 형제들이었다.(* '지구의 또 다른 형제들' 참조)
지구와 명왕성과 달의 크기 비교
에리스와 명왕성의 크기 비교
에리스와 명왕성의 위치
*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AIU)이 정한 태양계 행성의 새로운 분류법에 따라 명왕성, 세레스, 에리스는 태양계 행성 족보에서 지워지며 왜소행성으로 분류되었다.
클라이드 톰보는(1906-1997) 원래 천문학자가 아닌 평범한 농부였다. 이에 그는 변호사 출신으로서 20세기 최고의 천문학 업적을 이룬 에드윈 허블에 비견되기도 하지만, 그의 천문학에의 접근은 허블보다 훨씬 어려웠다. 허블은 천문학자 엘러리 헤일이 끌어주어 윌슨 산 천문대에 쉽게 들어설 수 있었지만,(* '북 아메리카의 유명 천문대' 참조) 캔자스 주 스트리터 팜에서 농사를 짓던 톰보는 오직 천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퍼시벌 로웰이 세운 애리조나 플래그스태프 사설 천문대의 문을 두드렸고, 그곳의 보조 천문원으로서 어렵게 천문학을 시작했다.(* '퍼시벌 로웰과 조선' 참조)하지만 그는 하루 4시간만 자는 투혼 끝에 퍼시벌 로웰 천문대의 최고 업적인 명왕성을 발견해냈는데, 이는 천왕성이 불규칙하게 운동하는 이유가 해왕성 외의 또 다른 행성인, ‘행성X’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퍼시벌 로웰의 연구를 계승한 결과였다. 하지만 천왕성의 불규칙 운동은 단지 그 회전축이 엄청나게 기울어서 일 뿐,(97.77도) ‘행성X’로 추정된 또 다른 행성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허블 천체망원경이 찍은 천왕성. 기울기를 확실히 알 수 있는 흔치 않은 사진이다.
천왕성이 푸른색이나 녹색을 띠는 이유는 그 대기가 메탄 가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명왕성은 부피와 중력이 너무 작아 천왕성의 운행에 영향을 줄 수 없었다.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한 것은 오직 관찰의 결과로서 해왕성을 지나가는 미지의 천체를 꾸준히 추적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앞서 말한 바대로 명왕성의 천문기호는 퍼시벌 로웰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그의 이름 두 문자 P와 L을 합성한 로 정해졌고, 명왕성, 즉 PLUTO라는 이름도 그로부터 기원됐다. 그는 자신을 받아준 스승 퍼시벌 로웰의 은혜를 그렇게 보답했다.클라이드 톰보는 해왕성 일대의 하늘을 작은 지역으로 나누어 그 일대를 찍은 사진을 일일히 분석했다.(사실 로웰은 이 천체를 이미 발견했지만 천체가 워낙 작았기 때문에 로웰의 조수들이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말도 있다/찰스 빌 '우주의 별 형성 역사') 그는 사진을 찍은 뒤 그 반짝임을 비교해 그 전에 없던 특정 천체가 존재하는지를 되풀이하여 확인했는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지 10개월만인 1930년 2월 18일, 마침내 그 특정 천체를 찾아내기에 이른 것이었다. 미지의 천체에 대한 확신과 인내가 빚어낸 위대한 발견으로, 불과 24살의 청년이 이룬 열정의 업적이었다.
명왕성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명한 사진. 1930년 7월 23일과 같은 해 7월 29일의 비교 사진이다.
그는 명왕성 발견 후 유명세를 얻어 미국 천문학회의 장학금을 받게 되었는데, 그는 이때 자기 자신을 낮추어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농촌 아마추어 천문학자의 우연한 발견'이라는 겸손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업적은 비단 명왕성의 발견 뿐만이 아니었으니 혜성 1개, 성단 6개, 초은하단 1개, 소행성은 무려 800여 개를 찾아냈다. 이후 그는 캔자스 대학 천문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1938) 노던애리조나 대학교의 강사가 되었으며, 이어 뉴멕시코 주립대학교의 부교수(1961~65)와 정교수를 지냈고(1965~73) 1973년부터는 명예교수로 재직했다.
1992년 톰보는 NASA로부터 2003년 예정된 명왕성 탐사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받았다. 이에 톰보는 뛸듯이 기뻐하며 그 요청을 수락했다고 하는데, 1997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에 톰보는 애석하게 뉴호라이즌스 호가 명왕성에 이르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되었지만, 대신 무인우주선 뉴호라이즌스호는 톰보의 유해 일부를 싣고 명왕성을 향해 날았다. 2006년 1월 19일의 일이로서, 지금 알아보니 뉴호라이즌스 호의 카이퍼 벨트 도착 예정일은 7월경이라고 한다.
명왕성을 발견한 열정의 청년 클라이드 톰보
힘들었던 톰보의 젊은 날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글
"내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알기에 나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동정을 느낀다.
나는 미래의 삶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가, 나는 생계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톰보가 젊은이들에게 길을 예시한 글
"나는 항상 앞만 내다보았다. 나는 모든 종류의 것을 오락 도구로 썼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는 라디오도 없었고 TV도 없었다. 공공 도서관도 30 마일이나
떨어져 있어서 서부 캔자스 농원의 막대기를 사용해 산수 연습을 하곤 했다."
열렬한 UFO 애호가이기도 했던 클라이드 톰보
이 사진은 'UFO Sightings Daily'에 실린 그의 UFO 목격담으로, 편집자는 그가 무턱대고 '비행접시'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며, 엄청난 광채와 스피드를 내며 사라진 물체를 강조하고 있다. 자신도 UFO를 목격했거니와 그의 스승 퍼시벌 로웰 역시 죽을 때까지 화성인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은 사람이었으니 톰보의 외계인 사랑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퍼시벌 로웰과 화성의 운하' 참조)
클라우드 톰보의 UFO 목격담
1949년 8월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어머니와 함께 목격한 UFO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타계 1년 전인 1996에 찍은 사진
톰보는 스페인의 천문학자 요한 알베르토 프란시스코와 함께 대표적인 UFO 신봉자였다.
톰보의 유언에 따라 그의 유해는 뉴호라이즌스 호에 실려 새로운 지평선을 향해 날았다.
(죽어서라도 외계인을 만난 볼 심산이었던 듯)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클라우드 톰보의 외손자임.
류현진의 수비 능력에 놀라는 커쇼.
류뚱과 하이파이브 ^^
* 사진 및 그림의 출처: Google. 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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