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네안데르탈인의 슬픈 죽음 (II)

 (I 편에서 연결됨)

그러던 중 2015년 4월,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 전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원인을 두고 학계의 의견이 여전히 분분한 가운데, 이들이 현생 인류와 달리 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이 멸종의 화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등 과학전문매체의 22일자 보도했다. 약 3만 년 전까지 유럽에서 서아시아지역에 걸처 분포한 초기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대륙에 등장한 뒤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보스턴대학교와 영국 배스대학교의 합동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이 호모사피엔스와 달리 불을 사용하지 않은 채 음식을 해 먹었고, 이것이 멸종의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일반적으로 불을 이용해 식재료를 조리할 경우 음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칼로리가 높아진다.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이 불을 이용해 조리를 했다면 1년에 순록 12마리를 잡아먹었을 때와 같은 양의 에너지를 더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불을 자유자재로 다를 줄 알았다. 호모사피엔스는 불을 이용해 음식을 가공할 줄 알았고, 여기서 얻은 더 많은 에너지 덕분에 식량 수확이 적은 시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연구를 이끈 보스턴대학의 안나 골드필드는 “불을 이용해 고기를 조리할 경우, 날고기를 먹었을 때보다 소화가 더욱 쉬워지는 장점이 있다. 소화가 잘 된다는 것은 더 많은 에너지가 체내에 쌓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안데르탈인이 불을 사용했다는 근거는 있지만 화석과 DNA 연구결과, 음식을 조리할 때에는 불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네안데르탈인은 광범위한 식물성 먹거리를 조달하고 호모사피엔스 못지않은 뛰어난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지만 음식 섭취 방법은 현생 인류와 달랐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의 멸망원인으로 호모사피엔스의 네안데르탈인 사냥, 갑작스러운 지구의 기후 변화, 이종교배로 인한 DNA 약화 등을 또 다른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고고학 학회(the Society for American Archaeology) 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 <2013년 4월 23일 '서울신문'>

 

이글을 읽고 난 뒤 나의 소감은 이랬다.

 "이제는 정말 별 이론이 다 나오는구나. 아예 내가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관심을 끊는 게 낫겠구나....."

 이 이론은 흡사 구운 고기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의 생각 같았다. 이 이론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차라리 당시에 불이 없었다고 주장해야 옳다. 그런데 여기서는 '네안데르탈인이 불을 사용했다는 근거는 있지만 조리할 때에는 불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뭔가 많이 언밸런스하다. 설령 네안데르탈인이 불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들이 구운 고기를 먹지 않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빵 문제'는 늘 삶의 화두일 터,  벼락 등으로 인한 산불에 그을려진 짐승의 고기는 나름대로 먹거리의 대안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럴 경우, 그 구운 고기 맛을 본 그들이 다시 날고기로 돌아간다는 상상은 하기 힘들다. 세상에 어느 누가 먹기 쉽고 맛이 뛰어난 고기를 버리고, 질기고 피 냄새 나며 소화조차 버거운 날고기를 택하겠는가? 개도 그것은 싫어할 듯싶다. 

내 생각으로는 인간이 불을 발명한 것은 추위보다 음식 때문이다. 추우면 더운 곳을 찾아 이동하면 되지만,(그들이 따로 직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자녀의 교육 환경 따위에 매달릴 필요도 없었을 것이기에)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때와 장소에 관계 없이 불이 필요하다. 정말로 인간의 혀처럼 간사한 게 또 어디 있으랴. 만일 날고기 이론을 고수하려 한다면, 차라리 과거의 '날고기 섭취에 따른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멸종'을 보완하는 게 더 나을 듯싶다.(한때는 이것도 꽤 눈을 끈 이론이었다)

이처럼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에 관한 이론이 점점 어이없는 방향으로 치닫는 즈음, 그런대로 설득력을 가진 뉴스를 하나 발견했다. 다름아닌 '소통의 부재로 인한 멸종'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의 4촌인 네안데르탈인은 소통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유럽과 중동, 서아시아 등지에서 석기를 사용한 네안데르탈인은 약 3만년 전에 완전히 사라졌다. 마지막 생존 지역은 유럽이다.

멸종 원인을 놓고 고고학계 등에서 다양한 가설이 나왔다. 현생인류보다 달리기나 무기, 조직력, 사냥능력 등이 뒤져 도태됐다는 학설이 있다. 현생인류가 바늘로 옷을 만들어 입었으나 그들은 짐승 가죽에 의존한 탓에 추위를 견디지 못해 멸종했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영양분 섭취량이 존폐를 갈랐다는 분석은 흥미롭다. 네안데르탈인의 하루 필요 칼로리가 현생인류보다 60%나 더 많아 극심한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차량에 비유하면 연비가 나빠서 지구에서 사라진 셈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채식을 했으나 네안데르탈인은 주로 육식을 했다. 해당 가설은 모두 반론이 만만찮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학계 다수설은 진화 심리학자 로빈 던비 등이 만든 이론이다.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와 벌인 무력충돌에서 져 전멸했다는 것이다. 두 인종이 처음 만난 것은 약 4만 년 전 유럽에서다. 접촉 초기는 공존했으나 점차 생존투쟁을 벌였고, 그 기간은 5천 년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연료 자원과 음식, 서식지 등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보다 신체 능력이 뛰어났는데도 패배를 거듭한 끝에 결국 종적을 감췄다.

화석을 보면 두개골이 크고 턱이 강했다. 춥고 건조한 공기를 콧속에서 데울 수 있도록 큰 코도 가졌다. 현생인류 신체 구조는 상대적으로 연약했다. 전쟁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승패는 사회적 유대와 의사소통 능력에서 갈라졌다.

현생인류 서식지에는 악기와 회화, 소묘, 조각상 등이 발견됐다. 광활한 지역에서 발견된 유적은 매우 닮았다는 점에서 다른 무리와 접촉해 소통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생인류는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사회적 유대를 형성함으로써 기술 문명을 발달시켰다. 이런 역량이 쌓여 '5천 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네안데르탈인 거주지에서는 비슷한 유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폭넓은 사회 연결망이 네안데르탈인을 누르고 유럽을 지배한 힘의 원천이었다. <2016년 4월 27일 '연합뉴스'>

제법 그럴 듯한 이론이다. 원시사회가 현대사회처럼 소통에 목말라하지는 않았겠지만 어느 사회나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인간적 유대는 필수적이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그렇지 않으면 도태한다. 요즘 흔히 말하는 '오타쿠'나 '히키코모리'도 SNS나 인터넷은 해야 한다. 가만 보면 오히려 그들이 더 열심이다. 

크로마뇽인에 뒤졌다 뿐, 네안데르탈인도 소통은 했을 것이다. 아래 사진은 4만 5천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집단 거주지, 스페인 지브로올터(영국령) 곶에 있는 고함(Gorham) 동굴에서 발견된 표식으로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라 여겨지는 것이다. 그 뜻은 알 수 없지만, 이 4만 5천년 전의 표식이 소통을 위한 것이었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들도 서로간의 소통에 열심이었던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의 매장에 관한 풍습은 유명하다. 그들은 주위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시신을 방치하지 않았다. 곰의 가죽을 깔아 매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뭇가지들을 깔기도 했는데, 적어도 시신을 그냥 방치해 동물이나 풍화에 노출되게 하지는 않았다. 아래 네안데르탈인의 유골 사진은 웬지 심쿵하다. 무려 6만년 전의 것임에도 두개골만 풍화돼 사라졌을 뿐 매장 당시 그대로의 모습이다. 사람은 오래 전 죽었으나 정성은 살아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뛰어난 감수성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는 바, 아래의 사진이 바로 그것을 증거한다. 1908년 프랑스 라샤펠오생(La Chapelle-aux-saints)에서 발견된 이 네안데르탈인 유골은 시신의 주변에 장식된 꽃들로서 유명하다. 그리고 매장자는 늙은이로, 척추와 골반에 문제가 있어 오랫동안 거동이 불편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유골을 두고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처럼 매장을 하고 꽃까지 장식할 정도의 감수성이라면 아마도 매장자를 죽기 전까지 돌봐 주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현대인들보다 인간적이었던 원시인들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을 것도 같다. 인간 소통 단절의 원인은 대부분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시신 곁에 꽃들을 놓았는데 그것이 함께 화석이 되었다.

 

상실된 치아가 연로한 사람이었음을 말해준다.(위 사진의 확대)

사실 세상을 살다보면 상대와 말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답답한 게 없다. 더구나 그 상대가 어쩔 수 없이 같이 일을 해야만 되는 동료라면 정말 미친다.(그 상대가 상사라면 오히려 좀 낫다. 어디를 가도 어차리 겪어야 될 일이려니 하고.....) 이럴 때 우리는 일탈을 꿈꾼다. 아니, 일탈보다도 탈출이나 해방을 꿈꾼다. 그리고 개중 말이 통하는 상대를 붙잡고 하소연 한다. 

  "직장 때려칠까? 여기 아니면 뭐 밥 못 먹겠어? 솔직히 세상 어디 가도 여기보다는 날 것 같애."

그럴 때 대개는 좋게 다독이지만, 개중 이렇게 싸가지없이 말하는 놈들도 있다. 

  "탈출, 해방? 그런데 그게 반드시 좋은 건 아냐. 새장을 벗어난 새가 포수의 총에 맞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아야지."

이럴 때 상대가 정말 얄밉다.  아닌 게 아니라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말이 맞다. 지금은 자신의 울타리가 자신을 가두는 곳 같지만, 그 울타리를 벗어났을 때 대부분 이렇게 느낀다. 그 울타리가 실은 나를 보호해주는 곳이었구나.....

선사시대에도 이런 일은 있었을 것이다. 아니, 정말로 있었으니 아래의 네안데르탈인이 필시 그러했을 것이다.  10만 년 전, 자신의 집단과는 소통이 안 돼 멀리 잠비아 땅까지 흘러온 한 네안데르탈인이 조우한 외계인의 총에 맞아 객사했던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자면 정말로 그렇게 추정할 수밖에 없다. 

1921년 아프리카 잠비아(당시 로디지아)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유골. 10만년 전에 형성된 18m 아래의 땅속에서 발굴되었다. 당시 이 두개골을 감정했던 독일의 법의학자는 왼쪽 하부에서 상부 방향으로 올려 쏜 고속의 총알에 맞은 흔적이라는 의견과 함께 사격자의 고의 살상 의지를 덧붙였다. 이 두개골을 감정한 탄도학 전문가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는데, 특히 반대쪽 두개골의 함몰 정도로 보아 매우 지근거리에서 사격이 이루어졌음을 부언했다. 이 유골은 현재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다른 방향에서 찍은 두개골(화살표가 총알 자국)

위 두개골과 동일한 해골

 

이탈리아 로마에서 발견된 10만년 전의 네안데르탈인. 이 해골도 총에 맞은 것 같으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보완을 마치는대로 추가 설명을 올릴 예정임)

   

  기타, 총에 맞은 크로마뇽인의 해골

 

그밖의 슬픈 네안데르탈인에 관한 이미지 사진

네안데르탈인의 장례 의식이 발견된 디데리예(Dederiyhe) 동굴. 시리아 다마스쿠스시 북쪽 400km 지점에 위치한 폭 15m 높이 8m의 동굴이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조사가 이루어졌다. 

1997년 발견된 이 여자 아이는 동굴 안임에도 매장을 하였고, 그 머리맡에 의식용 석회석과 작은 부싯돌이 놓였다.

2세 가량의 간난아이가 발견됐던 자리에도 석회석 돌과 부싯돌이 놓여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시 교외의 네안데르탈 박물관

  

 박물관 후면

박물관을 둘러보는 네안데르탈인. 네안데르탈인의 모형인데, 인류학자 요한슨의 말처럼 네안데르탈인이 정장을 입고 지하철 옆 자리에 앉아도 모른다. 

네안데르탈인 부녀. 따님은 원래 박물관 입구에 앉아 있었는데, 촬영을 위해 올라 온듯하다. 

 

박물관에 전시된 네안데르탈인의 양식. 구운 고기로 바꿔 놓고 싶다.

 

매표하는 네안데르탈인?

도널드 요한슨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하철 매표소에서 거스름 돈을 받으며 표를 사고, 표를 인식할 수 있을까? 물론 할 수 있다. 그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일을 할 수 있다. 그는 6만∼10만 년 전에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그런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멸종했을까? 우리가 아직 몰라서 그렇지 사실 우리의 몸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저들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성서의 불편한 진실들 국내도서 저자 : 김기백 출판 : 해드림출판사 2016.01.26 상세보기

 * 이미지 출저: Google Japan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