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스페르츠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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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공동묘지 변천사와 개포동 구룡마을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3. 10. 00:09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구룡마을 재개발이 확정되었다는 소문에 서둘러 길을 나섰다. 오랫동안 강남땅을 지켜왔던 개포동 구룡마을의 마지막 모습을 담기 위해서였다. 그간 꾸물대다 놓친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어서 (최근엔 집에서 멀지 않은 상봉 시외버스터미널의 마지막 모습도 담지 못했다) 이번에는 곧장 현장으로 갔다. 어쩌면 구룡마을은 옴봄이 가기 전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가면서 논현동 사거리, 강남 개포아파트, 도곡동 그랑프리 백화점, 타워팰리스를 지났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모두가 크고 작은 역사가 새겨진 장소들이다. 논현 사거리는 1990년 초까지만 해도 학동이던 곳으로 일대의 야산에 학(鶴)이 많아 학동으로 불리었다. 그 야산은 논현동 고개로 흔적을 남겼지만 학동이라는 지명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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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 동빙고와 서빙고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3. 7. 00:25
지난 5일이 경칩(驚蟄)이었다. 경칩은 겨우내 땅속에 숨어 자던 개구리가 놀라 잠을 깬다는 뜻이다. 즉 경칩은 봄이 왔다는 자연의 알람이니, 우수(雨水)·경칩이면 얼었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속담도 생겨났다. 이것을 보면 예전에는 확실히 지금보다 추웠던 것 같다. 지금은 웬만해서는 한강이 결빙된 광경을 보기 힘든데 그것은 위도가 북쪽인 대동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구의 온난화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듯하니 내 어릴 적만 해도 겨울철에는 늘 한강이 꽁꽁 얼어붙었다. 그리고 우수 ·경칩이 오기 전, 한강에서는 막바지 채빙(採氷)작업이 벌어졌다. 사빙고(私氷庫)를 운영하던 얼음업자들이 한강의 얼음을 채취해 빙고(氷庫)에 얼음덩이를 재 놓는 장빙(藏氷)을 서둘렀 것이나,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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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대왕, 후연(後燕) 및 왜(倭)와의 싸움잃어버린 왕국 '왜' 2024. 3. 6. 00:49
광개토대왕은 즉위년인 391년(영락 1년) 7월에 백제를 공격해 석현 등 10성을 빼앗고, 이어 10월에는 군사를 7개 방면으로 나누어 수군으로써 관미성(關彌城, 파주 오두산성)을 공격, 20일만에 함락시켰다.(冬十月 攻陷百濟關彌城 其域四而蛸絶 海水環繞 王分軍七道攻擊二十日乃拔 / ) 백제도 곧 반격을 시도하여 392년 고구려의 남쪽 국경을 공격하였고, 393년(아신왕 2년) 8월에 백제장군 진무(眞武)가 1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관미성 탈환을 시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이후 395년 시마무렌 강 유역의 비려를 정벌한 광개토대왕은 396년(영락 6년) 직접 수군을 이끌고 '왜'와 백제를 토벌하였다. 396년 광개토대왕의 수군 원정은 391년의 수군 원정과 달리 멀리 영산강에 상륙했다. 관미성 수군기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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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동이마을과 광주 펭귄마을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4. 3. 4. 23:23
최근 경기도 양주시가 정체성과 역사·문화적 가치를 담은 지역 상징물들을 설치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해서 그중 한 곳인 백석읍 동이마을을 구경삼아 다녀왔다. 유독 동이마을을 찍어 다녀온 이유는 첫째는 마을이름이 예뻤고, 둘째는 양주시에서 홍보용으로 공개한 사진 중 동이마을의 상징으로 설치한 우물 정(井)자, 혹은 해시태그로 쓰이는 # 모양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양주는 숨은 이야기와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대도(大盜) 임꺽정의 은거지였던 불곡산이나 고려말 조선초의 최대 사찰이었던 회암사지에 얽힌 이야기에 대해서는 앞서 몇 차례 썰을 풀 바 있는데, 그 양주 회암사지를 다녀오며 발견한 아래의 표석은 그간 몰랐던 또 하나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삿갓으로 잘 알려진 19세기의 유랑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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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야로 잘못 해석되고 있는 고성의 왜(倭)잃어버린 왕국 '왜' 2024. 3. 3. 00:35
최근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의 내부 사진을 공개하며 이를 소가야 왕국의 것으로 설명하는 기사를 보았다. 그러면서 소가야가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는 고자미동국(古資彌凍國)으로, 에는 고차국(古差國)으로, 에는 고사포국(古史浦國), 에는 고자국(古自國)으로 나온다고 설명하였다. 표기만 다를 뿐 모두 같은 나라일 것이라는 한국 학계의 지배적 견해를 반영한 기사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아무튼 지금 이 지역은 소가야의 영역으로 굳어진 듯하다. 그런데 이 소가야의 무덤군이라는 송학동 고분은 다른 가야제국의 무덤과는 달리 왜(倭)의 양식이다. 돌을 쌓아 무덤방을 만들고 천장에 붉은 칠을 한 무덤양식은 일본 규슈지역에서만 110여 기가 확인된 바 있다. 그래서 2000년 8월 동아대박물관이 송학동 고분군에 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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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이 충돌하는 남양주시 풍양궁 터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3. 1. 20:37
앞서 말한 인빈 김씨의 무덤 순강원이 있는 경기도 남양주 진접읍 내각리에서는 또 조선시대 대궐지를 만날 수 있다. 흔히 부르기를 내각리 대궐터라 하는데, 근방에는 대궐터라는 기막힌 명칭을 사용하는 아파트 단지도 있다. 이런 시골에 무슨 대궐터가 있겠냐 싶겠지만 사실이다. ' 내각리 대궐터' 버스 정류장 부근의 동네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를 증명하는 비석 2기가 서 있다. 이름하여 '풍양궁 구궐유지비'(豊壤宮 舊厥遺祉碑)다. 간단히 말하자면 풍양궁지(豊壤宮址)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내각리 723-21 일대에 있던 조선 왕조 이궁(離宮)의 터로서, 풍양궁은 1419년(세종 1) 상왕이 된 태종의 명으로 건립됐다. 풍양(豊壤)은 지금의 남양주시 진건읍·진접읍·오남읍 일대를 이르는 지명으로, 조선시대 말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