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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송 전형필과 위창 오세창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5. 22. 19:43

     

    서울 성북동의 간송미술관이 1년 7개월간 보수·복원 공사를 마치고 5월 1일 다시 문을 열었다.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4년 서울 성북구 일대에 마련한 북단장(北壇莊) 권역 내에 건축가 박길룡(1898∼1943)에게 의뢰해 완공한 보물 전시관 보화각(葆華閣)이 그 효시로서, 우리나라 근대 사립미술관의 시발점이 된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인 1938년의 일이다.     

     

     

    이번 전시회에 나온 '북단장' 글씨 / 한국 최초의 서화가 이한복(1897~1944)이 1934년에 썼다. 131x34.1cm
    이번 전시회에 나온 '보화각' 글씨 / 오세창(1864~1953)이 1938년에 썼다. 189.4x61.1cm

     

    이번 전시회의 특징 중의 하나는 박길룡이 설계한 북단장과 보화각 설계 도면이 최초로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당시 33살이던 전형필은 39살의 한국 1세대 근대건축가 박길룡을 만나 보물 전시관인 보화각을 의뢰하였는데, 금번 보수·복원 공사 중 박길룡이 직접 그린 설계도가 발견돼 그간의 설왕설래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되었다. 한때 보화각이 박길룡의 작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던 지라..... (박길룡에 대해서는 ☞ '종로에 남은 박길룡의 건축물') 

     

     

    전시회 포스터로 쓰인 박길룡의 설계도
    보화각 입구
    보화각의 앞뒷면 / 2019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또 이번 전시회에는 위창(葦滄) 오세창이 쓴 보화각 현판과 1938년 윤 7월 보화각이 완공될 무렵 함께 모습을 드러낸 위창 글씨의 정초석이 함께 전시되었다. 3.1 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으로 활약한 독립운동가이자 서예가이자 언론인이기도 오세창은 간송이 심미안을 키우는 데 더없이 도움이 된 인물로서, 간송과 함께 국가유산들을 구입, 보존하는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간송은 휘문고보 재학 시절 미술교사였던 춘곡(春谷) 고희동(1886~1965)을 통해 오세창을 만나게 되었다. 간송과 오세창의 첫 만남은 1928년으로, 당시 간송은 와세다 대학 법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오세창은 신간회, 천도교 활동과 더불어 우리나라 역대 서화가를 정리한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을 출간하며 미술 쪽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던 때였다. 당시 간송은 23세, 오세창은 65세였다. 

     

     

    간송과 위창

     

    오세창은 1834년 북단장 개설과 1938년 보화각 건립 때 간송을 위해 손수 그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으며, 보화각이 오래 존속되기를 기원하며 정초명(定礎銘)을 지어 돌에 새겼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때는 무인년 윤 7월 5일 간송 전군(全君)의 보화각 상량식이 끝났다. 북받치는 기쁨을 이기지 못해 명(銘)을 지어 축하하는 바이다. 우뚝 솟아 화려하게 북곽(北郭)을 굽어보며, 만품(萬品)이 뒤섞여 새집을 채웠도다. 서화는 매우 아름답고, 고동(古董)은 자랑할 만한데, 이 한 집에 모인 것은 천추의 정화(精華)로다. 근역(根域)의 남은 주교(舟橋)로 세밀히 살펴 연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 세상이 함께 보배로 여기고 자손 대대로 보존하자. 위창 오세창 

     

     

    이번 전시회에 나온 보화각 정초석 / 화강암, 47x31x9cm
    정초석의 탁본
    간송과 오세창과의 관계를 약술한 보화각 계단의 안내문
    보화각 개관일에 북단장 사랑에 모인 사람 / 왼쪽부터 이상범, 박종화, 고희동, 안종원, 오세창, 전형필, 박종목, 노수현, 이수환

     

    오세창이 살던 집은 돈의동 45번지로서, 종로 3가 지하철역에서 탑골공원 가는 쪽에 있었다고 한다. 집 앞의 개천은 이미 복개되고 주변도 크게 변하며 지금은 당시의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다행히 그 시절의 옛 그림이 남아 유추에 도움을 준다. 심전(心田) 안중식(1861~1919)이 그린 '탑원 도소회지도(塔園屠蘇會之圖)'가 그것으로, '탑원(塔園)'은 오세창 집 근방에 있던 백탑 부근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의 탑골공원에 있는 바로 그 탑이다. 

     

    '탑원도소회지도'는 오세창이 돈의동에 지은 자신의 집에 1912년 음력 정월 초하루, 친구 8명을 불러 '도소주(屠蘇酒)'를 마시며 시회를 가졌을 때의 그림이다. 도소주는 섣달그믐에 마시던 전통의 세밑술로로서 정초(正初)에 도소주를 마시면 축사(逐邪, 사악한 기운을 쫓음)와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술이다. '도소(屠蘇)'라는 말 역시 악귀를 물리친다는 뜻이다. 그림을 그린 안중식은 초대된 8명 가운데 한 사람인데 우연찮게도 이 그림 역시 간송박물관에 전한다. 

     

     

    탑원도소회지도 / 8인의 사람이 도소주를 즐기는 집 뒤로 희미하게 탑이 보이고 집 앞으로 흐르던 개천이 표현돼 있다. 23.4x35.4cm의 작은 화첩 그림이나 구성이 뛰어난 아름답고 격조 있는 그림으로 평가받는다.
    간송미술관 마당의 유명한 괴산 외사리 승탑
    간송미술관 마당의 삼층석탑
    삼층석탑 안내문
    대좌와 기단이 불상 및 석탑과 너무 동떨어져 보기 좀 불편했던 기타 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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