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따라 삼백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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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왕 반지와 무령왕릉 팔찌의 글귀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2. 9. 4. 21:41
"이 또한 지나가리라." 최근 어느 연예인의 좌우명으로서 언급된 후 새삼 조명받기도 한 이 명구(名句)에는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다윗 왕과 솔로몬 왕자의 이야기가 따라 붙는다. 그 대강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다윗 왕이 궁중 세공사를 불러 명했다. "나를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게 하며,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담할 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는 지시였다. 세공사는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으나, 그 링 안에 새겨 넣을 글귀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에 몇 날을 고민하다가 지혜롭기로 소문난 왕자 솔로몬을 찾아가 도움을 청해 얻은 글씨가 위의 명구라는 것이다. 이 말이 명구라는 것은 그 짧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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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소니 린치사건의 진실(II) - 이성순과 김두한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2. 7. 27. 05:05
시라소니가 맨발대장 이영순과 김동회를 꺾었다는 소식에 가장 긴장한 사람은 물론 김두한이었다. 그는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의 모든 주먹패 및 일본 야쿠자 세력들까지 제압하고 주먹황제로 등극한 이래 한 번도 그 자리를 위협받은 적이 없었다. 6.25전쟁 후 월남해 명동에 둥지를 틀은 이화룡이나 변두리 동대문 상권을 잠식하며 주먹계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동대문 상인연합회의 이정재도 아직은 김두한의 발아래 있었다. 그런데 대륙을 평정하였다는 전설의 주먹 시라소니가 출현한 것이었다. 자고이래로 하늘의 태양이 두 개인 적은 없었다. 주먹황제 김두한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명동에서 김동회를 꺾은 시라소니는 며칠 후 종로 우미관의 김두한을 찾아 나섰다. 이를 멋모르는 김두한의 부하들이 막아섰다 이내 나자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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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주먹 시라소니 린치 사건의 진실 (I)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2. 7. 25. 06:26
청계천 22개 교량 중의 중요 다리였던 장통교(廣通橋)는 장통방(長通坊)의 다리라는 의미로서, 장통방은 조선시대 한양이 52개 방으로 구획되었을 때의 한 구역이다. 장통방은 현재의 행정구역으로는 남대문로1가, 관철동, 종로1·2·3가, 서린동, 무교동, 관수동 일대를 포함하는 지역이다. 장통교는 2005년 청계천 복원과 함께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앞과 청계천 젊음의 거리 사이에 옛 모습 비슷하게 복원됐는데, 예전에는 그곳이 아니라 삼일대로가 통과하는 삼일교 자리에 있었다. 오늘부터 2~3회에 걸쳐 다루려 하는 시라소니 린치 사건은 당대 최고의 싸움꾼 시라소니가 1953년 8월 그 다리를 건너며 시작된다. 잘 알려진 대로 6.25전쟁 후 어수선하던 서울거리에 자리 잡은 두 주먹 세력이 이화룡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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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의 전설이 서린 성거산 천흥사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2. 7. 16. 21:29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천흥사 종은 1969년 7월 이전에는 구덕수궁미술관에 소속됐던 것으로 덕수궁미술관이 이왕가(李王家)미술관이던 시절에 마키노 츠도무(牧野務)라는 일본인 골동상으로부터 거금을 주고 사들인 것이다. 우리의 것을 우리 땅에서 일본인 골동품상으로부터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한 것인데, 안내문에는 시대의 아픔을 말해주는 듯한 「1910년 구입, 덕수 2445」라는 암호와 같은 글이 쓰여 있다. 마키노가 이왕가박물관에 이 종을 판 날은 1910년 7월 28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정식으로 한일합병 조약이 체결되기도 전이다. 그때 이미 국가의 보물이 거래될 정도로 조선은 절단났다 보면 될 것 같다. 자세한 경위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천흥사 폐사 후 이 동종은 이 절, 저 절 옮겨 다녔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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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다리 효과'는 진실일까?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2. 7. 6. 01:43
관광수입을 노려 전국의 산과 강에 세워진 서스펜션 브리지가 200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부르는 명칭도 하늘다리, 구름다리, 출렁다리, 흔들다리 등 제각각인데, 여기서는 가장 오래된 명칭인 흔들다리를 차용하겠다. 어찌 됐든 이 흔들다리는 각 지자체가 저마다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까닭에 한달에 1~2개씩의 다리가 새로 지어졌고, 지금은 가히 포화상태로 여겨지는데도 계속 건설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리의 길이 경쟁이 필연이 됐다. 그래서 관련 보도는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니, 2016년까지 국내 최장을 자랑하며 관광객을 독식하던 충남 청양군 천장호 흔들다리(207m)의 왕관은 2019년 인근 예산군이 이보다 두 배 긴 예당호 흔들다리(402m)를 완공시키며 뺏어갔는데, 이 또한 2년 만에 인근 논산시의 탑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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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도착한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 분출물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1. 11. 5. 23:49
에트나 화산(Etna Volcano)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동부에 있는 화산으로 폼페이를 멸망시킨 베스비우스 화산과 함께 이탈리아 반도의 유명한 활화산이다. 이 에트나 화산이 최근 자주 뉴스를 탄다. 이유는 물어보나 마나 자주 분화를 하기 때문이니 지난 2020년 12월 13일에 이어 올해 2월 16일 다시 분출한 후 소규모 분화를 거듭하다 지난달 23일 오후 5시(한국시간)에 또다시 대규모 폭발을 했다. 에트나 화산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으로(해발 3,350m) 그동안 휴화산으로 있다 아이슬란드의 엘드펠 화산(Eldfell Volcano)과 함께 20세기말 활동을 개시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에트나 화산은 거인 티폰(Τυφών)이 갇힌 산인데, 티폰은 역대 가장 강력하고 무서우며 엄청난 힘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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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이단아 백호 임제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1. 8. 5. 11:20
조선 중기의 풍류 시인 백호(白湖) 임제(林梯, 1549-1587)는 과거 고등학교 교과서에 그의 시조가 실린 까닭에 보통 사람들에게도 제법 알려진 역사적 인물이다. 그 시조는 임제가 평안도 평사(評事)의 발령을 받아 가던 길에 송도(개성)에 들러 당대의 날리던 기생이었던 황진이의 묘소 앞에서 읊은 것으로, 아마도 그는 평소에 셀럽 황진이와 질펀하게 놀아보는 게 소원인 듯했다.(물론 시문도 논하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가 송도에 갔을 때 황진이는 이미 고인이 되었던 바, 그 무덤가에서나마 시를 읊으며 애통해한 것이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느냐 누윘느냐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구나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것을 슬퍼하노라 실화인지 야담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자신이 읊은 이 시조가 공직자 윤리법에 저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