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따라 삼백만리
-
함흥차사 & 이성계가 여덟 밤을 잔 팔야리 전설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4. 8. 28. 22:49
지난 8월 10일 개통된 지하철 별내선을 이용해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면 팔야리에 다녀왔다. 별내면과 진접면은 인접해 있으나 지하철은 별내가 종점인지라 그곳에서 경춘선으로 갈아타고 사릉역에서 내린 후 다시 버스를 타야 했다. 내가 이렇듯 어렵사리 팔야리를 찾아간 것은 소싯적 보았던 400년 된 느티나무를 별내선 개통을 기회 삼아 다시 보고자 함이었다. 아. 나무는 그대로 있었다. 밑동 둘레 4.5m, 높이 25m의, 거칠 것 없이 푸르름을 뿜는 노거수.... 하지만 주변은 많이 변했으니, 멀리 보이는 철마산과 주금산, 그리고 황량한 밭 외에 아무것도 없던 고즈넉하던 벌판에는 총 21만㎡ 규모의 산업시설인 광릉테크노밸리가 들어서 있었다. 까닭에 나무를 힘들게 찾았는데, 뜻밖에도 이곳 산업시설에서 일하는 ..
-
중랑천 송계교(월릉교)에 얽힌 슬픈 사연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4. 7. 18. 22:00
'어쩌면 비가 저리 쉬지도 않고 내릴까? 이러면 수해가 나는 건 필연이다' 생각하면서 흙탕물 넘실대는 중랑천을 건넌다. 그러면서 해마다 반복되는 중랑천 수해는 어쩌면 조선시대 한 여인의 원통한 죽음과 관련이 있을는지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도 떠올린다. 조선초 중랑천 송계다리 공사에 동원됐던 어떤 민초에 관한 이야기다. 앞서 말한 대로 중랑천의 발원지는 임꺽정의 근거지였다는 양주 불곡산이다. 연봉(連峰)으로 이루어진 불곡산의 최고봉은 투구봉(468.7m)이며 그 외 암봉, 상투봉, 임꺽정봉 등이 늘어서 있는데, 상투봉과 임꺽정봉 사이의 ‘불곡샘'이 중랑천의 최고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 이 물은 이후 18개 지류를 만나며 45.3㎞를 흐르다 서울 왕십리·금호동 부근에서 한강과 합류한다. 는 중랑천의 이름..
-
양주 동이마을과 광주 펭귄마을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4. 3. 4. 23:23
최근 경기도 양주시가 정체성과 역사·문화적 가치를 담은 지역 상징물들을 설치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해서 그중 한 곳인 백석읍 동이마을을 구경삼아 다녀왔다. 유독 동이마을을 찍어 다녀온 이유는 첫째는 마을이름이 예뻤고, 둘째는 양주시에서 홍보용으로 공개한 사진 중 동이마을의 상징으로 설치한 우물 정(井)자, 혹은 해시태그로 쓰이는 # 모양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양주는 숨은 이야기와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대도(大盜) 임꺽정의 은거지였던 불곡산이나 고려말 조선초의 최대 사찰이었던 회암사지에 얽힌 이야기에 대해서는 앞서 몇 차례 썰을 풀 바 있는데, 그 양주 회암사지를 다녀오며 발견한 아래의 표석은 그간 몰랐던 또 하나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삿갓으로 잘 알려진 19세기의 유랑 ..
-
서울근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 ㅡ 조말생 묘가 있는 석실마을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4. 2. 3. 21:40
전설 따라 삼백만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발품을 팔며 보고 들은 것을 포스팅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간 보았던 서울 인근에서의 최고 비경을 공유하려 한다. 말한 대로 그 위치가 서울 인근이니 어쩌면 비경(秘景, Secret Place)이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하지만 크게 소문나지 않은 곳임은 분명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거두절미하고 우선 사진을 보자. 이 아름다운 고장을 옛사람들이 그냥 지나쳤을 리 없다. 우선 겸제 정선은 미호(渼湖)라는 제목의 그림을 2점 그렸다. 미호는 이 일대의 한강을 말하는 것으로서, 위에서 내려보면 뭍에 연접한 만곡부가 정말로 물놀이, 뱃놀이를 즐길만한 호수로 보인다. 미호의 미(渼) 자는 바로 그러한 뜻인데, 지금의 미사리 건너에는 뱃놀이를 즐기는 ..
-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의 전설과 진실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4. 1. 6. 21:40
2024년 용의 해라고 해서 양평 용문사에 걸음해 봤다. 용문사는 앞서 말한 수종사와 더불어 양평 지역을 대표하는 사찰로서 두 사찰 모두 거의 10년 만의 방문이다. 그리고 두 절에서 모두 상쾌한 느낌을 받았다. 옛 모습과 크게 변함없는 데서 오는 느낌이니, 예전의 고졸함을 견지하고 있음이 한편으로는 고맙게도 여겨진다. 요즘은 하도 많은 절들이 뽀샵질을 해대고 있고, 그중 어떤 절은 마치 성형중독에 걸린 인간처럼 고치고 또 고쳐 아예 옛 모습을 상실한 예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양평은 과거 의병운동이 일어났던 충절의 땅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도 실렸던 아래의 구한말 의병 사진은 영국 의 프레더릭 매켄지(F. A. Mckenzie)가 1907년 경기도 양평군 지평리에서 조우한 의병들을 촬영한 것이..
-
전설이 된 이소룡과 법주사 팔상전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3. 9. 1. 22:56
과거 세대에는 엄청난 팬덤을 형성한 이소룡( 李小龍, Bruce Lee)이었지만 지금 세대는 그의 이름을 거의 모른다. 하긴 그가 죽은 지도 벌써 50년이니 기억을 바라는 것도 무리일지 모르겠다. 그는 1940년 11월 2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1973년 7월 20일 홍콩에서 사망한 영화배우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에 이주했던 중국인이며 어머니는 중국-독일 혼혈인이다) 그래도 younger인 30대 무리들이 반색하며 그를 기억해 냈는데, 흥미롭게도 그의 영화에 대한 직접적인 기억이 아니라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영화를 통한 간접 기억이었다. 하긴 근자에도 TV에서 '말죽거리 잔혹사'의 재방영을 본 적이 있으니..... 그러고 보니 유하 감독의 그 영화는 이소룡에 대한 오마주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
-
종의 기원 (V) ㅡ 금강산 유점사 종과 강원도아리랑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3. 6. 23. 18:21
금강산 유점사(楡岾寺)는 사명대사가 머물렀던 관동 제일 가람으로 장안사, 표훈사, 보살사 등 60여 개 사찰을 말사로 거느렸다. 고려 후기의 문인 민지(閔漬, 1248~1326)가 작성한 에 따르면 인도에서 조성한 53불이 중국의 월지국(月氏國)을 경유해 항해한 지 900년 만인 AD 4년(신라 남해왕 1)에 금강산 어귀인 안창현 포구에 도착하여 유점사가 창건되었다. 발견 당시 그 53불이 느릅나무 아래 놓여 있었고, 소식을 들은 남해왕이 유점사를 창건하도록 명령했다는 것으로, 유점사의 뜻은 '느릅나무 고개의 절'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야야기는 그저 전설에 불과할 터, 당시는 인도에서도 불상이 만들어지지 않던 시기일뿐더러, 남해왕 1년인 AD 4년은 신라에 불교가 전래되었다는 신라 눌지왕(재위 417..
-
이한치열(以寒治熱)-추운 나라에 사는 귀신 이야기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3. 5. 17. 20:13
어제 5월 16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0도로, 올 들어서 가장 더웠다. 그리고 강릉과 대구가 33도, 경주는 무려 34도로 폭염 수준의 더위까지 출현했다. 예보에서는 오늘부터는 좀 누그러질 것이라고 했는데, 덥다 싶어 핸드폰을 열어보니 30도로 어제와 같다. (느낌상으로는 어제보다 더 덥다) 어제, 기상캐스터의 말로는 예년 수준과 비교한다면 7월 하순 정도에 해당하는 기온이라고 하니 올여름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무더위로 난리라는 태국 방콕의 오늘 기온을 찾아보니 체감기온 44.5도로 예년 기온보다 10도 이상 높다. 베트남 호치민시도 45도. 기상 관측 사상 최고라고 한다. 그와 같은 기상 이변이 올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공교롭게도 어제 한전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