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따라 삼백만리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0. 3. 28. 06:01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를 찾는 일은 음악의 원류를 찾는 일과 같다. 우리 인류는 언제부터 음악과 함께 했을까? 학자들은 현생인류가 출현한 4만년 전 이미 온음계를 갖춘 음악이 존재했으리라 여기고 있다. 그것을 추정할 수 있는 선사시대의 악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현생인류의 출현과 더불어 음악이 시작됐던 것이다. 그러나 정확히 언제 시작되었는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 당시 음악의 형태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추정은 불가능하다. 다만 동굴벽화와 같은 시각적 회화와 달리 청각적 음악은 장소의 구애를 받는 것이 아니니, 선사시대 사람들이 흥얼거리며 박수를 치거나 발을 구르거나 나무때기를 두드리는 것 모두가 음악의 기원일 수 있을 것이다. 최초의 음악과 악기는 이와 같은 형식이었을 것이다. 오른쪽 원..
-
전시안(全視眼, All seeing eyes)을 가진 편작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0. 3. 18. 20:54
신의(神醫) 화타에 어깨를 견주는 의사는 편작(扁鵲)이다. 그래서 흔히 '화타와 편작'으로 불려 동시대의 사람 같지만, 화타는 후한(後漢) 말의 사람이고 편작은 전국시대 사람이니 최대 620년의 시간차가 존재한다. 그런 시간차를 가짐에도 두 사람이 같이 거론되는 것은 그들이 그만큼 불세출의 인물이었다는 방증이다. 조조와의 일화로 유명한 화타의 뇌수술 가능성에 관해서는 앞서 설명을 마쳤던 바, 이번에는 편작의 전시안(全視眼, All seeing eyes)에 관한 가능성을 논해보기로 하겠다. CT나 MRI 같은 의료기기가 없던 옛날, 의사들은 진료를 모두 사진(四診)에 의존했다. 그 사진이란 첫째는 망진(望診)으로, 보고 진단을 하는 것이요, 둘째는 문진(聞診)으로, 들어서 진단을 하는 것이다. 즉 목소리,..
-
고대 명의열전 - 화타와 뇌수술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0. 3. 14. 23:57
뇌수술은 현대 의학에 있어서도 고난도의 수술에 속한다. 따라서 누구든 뇌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 절망한다. 마취 후 살아 깨어날 지 불귀(不歸)의 객이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에 나오는 조조도 같은 심정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화타(華陀)는 여전히 자신 있어 하는데 결국 그것이 화(禍)가 되고 말았다. 길게 얘기할 것 없이 요코야마 삼국지를 몇 장 넘겨보자. 화타는 탕약으로 전신마취를 시킨 후 두개골을 갈라 종양을 제거하면 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조조가 그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터, 관우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자기를 죽일 요량이라고 대노(大怒)하며 화타를 하옥시킨다. 그때 의원 지망생이었던 오압옥(吳押獄, 오씨 성을 가진 옥졸)이라는 자가 옥중의 화타를 정성껏 보살핀다. 그곳에서..
-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를 찾아라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0. 2. 26. 07:33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불행히도 한국이 그 중심에 들었다. 반면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가 한풀 꺾였고, 그러자 WHO에서는 "세계가 우한 시민들에게 빚을 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가당치도 않은 발표를 내보냈다.(WHO 브루스 아일워드 박사) 중국 당국이 우한을 과감히 봉쇄한 것에 대한 찬양이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중국은 대번에 한국을 까고 나왔는데, 참으로 어이가 없을 뿐이다.(☞ '페스트에 내몰린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대 I') WHO의 브루스 아일워드 박사가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AFP) 기고만장한 중국이 '자신들을 재평가해야 된다'고 난리 블루스를 추는 가운데 CBS 노컷뉴스의 안성용 특파원이 2월 25일 베이징에..
-
에베레스트, 누가 가장 먼저 올랐는가?전설 따라 삼백만리 2019. 10. 30. 06:56
1856년 이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8,586m의 칸첸중가였다. 하지만 1856년 측량을 위해 인도에 파견된 영국인 조지 에베레스트가 초모룽마라는 산을 측량하여 8,848m임을 밝혀냈다. 이후 '여신의 집' 초모룽마는 세계 최고봉의 영예를 얻었지만 그것도 잠시, 곧 발견자 에레베스트에게 그 이름을 양보해야 했다. 아니 빼앗겼다는 표현이 옳을지니 지금은 누구도 초모룽마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힘의 논리에 좌우된 결과였다. 그런데 이 산에서 1953년 또 한번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텐징 노르가이, 그는 최초 정복자의 영예를 에드먼드 힐러리에게 양보해야 했다. 아니 빼앗겼다는 표현이 옳을지니 그는 하루품삯 1루피(25원)를 받는 일개 셰르파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1953년 ..
-
장자못 전설 & 소돔과 고모라전설 따라 삼백만리 2019. 10. 24. 23:57
내가 사는 구리시 동네에 장자못이라 불리는 큰 못이 있다. 면적 107,000㎡로 연못이라 하기에는 크고 호수라 부르기에는 작은 규모이다. 정식 명칭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장자못호수라고들 부르는 모양이다. 내가 구리시에 들어온 30년 전 이곳은 악취 심한 똥물 소택지로 시의 골치거리였으나 지금은 수질개선과 함께 어느덧 풍치지구로 단장돼 괜찮은 도심 공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고 그 '괜찮음'에 걸맞은 전설도 어우러졌으니 당연히 '장자못 전설'이다. (☞ 내용은 아래의 안내판을! *^^*) 그런데 위의 전설은 다른 곳에서도 들어 본 듯해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니 전국에는 장자못 전설의 버전이 138종이나 되고, 실제 채록된 곳만 해도 39개 지역이었다.(최래옥, '설화와 그 소설화 과정에 대한 구체적 ..
-
스탈린은 왜 티무르의 무덤을 열었나?(II)전설 따라 삼백만리 2019. 10. 5. 23:57
1941년 6월 22일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소련군은 정신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잘 계획되고 훈련된 독일군의 공격이 워낙에 막강하기도 했지만 독·소 불가침조약만을 믿고 방비를 게을리 한 탓이기도 했다. 아울러 스탈린이 자신의 독재권력 강화를 위해 1차세계대전 때의 경험 많은 노장들을 모두 숙청한 탓에서 오는 지휘관의 부재도 큰 몫을 했다. 146개 사단 300만 명의 대군으로 북부 중부 남부의 3로(路)로 쳐들어오는 독일군에 소련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2,000대의 전투기와 3,000대의 전차를 앞세운 저들의 화력에 맞설 수 있는 무기도 부족했다. 이와 같은 독일의 대대적인 공격은 소련의 멸망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우크라이나 곡창지대와 카스피해 유전을 손에 넣어 전쟁에의 보급을 원활히하고 그..
-
스탈린은 왜 티무르의 무덤을 열었나? (I)전설 따라 삼백만리 2019. 10. 4. 23:58
아무르 티무르, 그는 어쩌면 칭기즈칸 다음 자리에 놓일 수도 있는 유명한 정복자로서 자신의 당대에 중앙아시아와 인도, 러시아와 옛 페르시아 땅을 휩쓸고 시리아에서 서인도에 걸치는 대제국을 건설한 사람이다. 하지만 확실히 우리에게는 익숙한 이름이 아닌데, 내게 티무르는 다음과 같은 기억으로 여지껏 남아 있다. 역사의 가정은 아무 의미 없는 일이지만, 학교 다닐 때 배운 세계사의 사건 중 가정을 하고픈 것 두 가지 중 그 이름 티무르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정의 첫 번째는 몽골 제국의 오고타이가 죽지 않았으면, 즉 동유럽을 점령한 몽골의 바투 원정대가 오고타이의 죽음으로 회군하지 않고 그대로 서유럽까지 진격했으면 세계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티무르 제국의 아미르 티무르가 병사하지 않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