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스페르츠의 단상
-
김천 갈항사지 석탑 글씨는 김생의 것일까?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9. 5. 00:17
일차 얘기한 바 있지만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마당 한켠에는 국보·보물 및 이에 준하는 석물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다. 이름하여 국립중앙박물관 옥외전시장으로, 여기에 있는 국가유산은 과거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시절 마당에 놓였던 석물들을 2005년 이관 때 일괄 옮겨온 것이다. 그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시절의 석물들은 1915년 조선총독부가 조선 지배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조선물산공진회의 산물이다. 조선물산공진회는 공산품을 위시한 조선과 일본의 산업생산물들을 전시·소개한 일종의 박람회로서, 조선총독부는 이때 부대(附帶)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탑, 불상, 승탑, 석등 등의 석물들을 전시장인 경복궁으로 옮겨왔다. 그 중에는 국보로 지정된 것도 다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위의 개성 ..
-
김정희가 찾아낸 후 기쁨으로 절규한 경주 무장사 비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9. 3. 18:07
경주와 울산의 경계쯤에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무장산이 있다. 등산객들은 대부분 무심코 스쳐가지만 산정에 오르기 전 만나게 되는 절 터가 있다. 38대 원성왕의 아버지가 그의 숙부를 위해 지었다는 무장사라는 절의 흔적이다. 그곳에는 주변의 부재를 모아 복원한 삼층석탑이 있고, 옛 비의 쌍거북 돌받침과 머릿돌이 남아 있다. 지금은 경주시에서 망실된 비신까지 만들어 복원시켜 놓았지만 비석의 귀부와 이수는 오랫동안 방치된 상태로 있었다. 무장사 터는 경주시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으로 경주역으로부터 차로 30분 이상 이동해야 한다. 신라시대에는 더욱 멀고 깊은 골짜기였을 터, 암곡동(巖谷洞)이라는 지명이 이를 방증한다. 이 바위덩어리의 깊은 산골에는 신라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한 후 병기(兵機)와 투구(鍪)를..
-
삼국통일의 성지 연천 대전리산성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9. 2. 00:39
일차 언급한 바 있지만, 역사적으로 우리나라가 대륙 세력에 완전히 병합될 위기가 세 번 정도 있었다. 첫 번째는 당나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신라까지 넘볼 때, 두 번째는 몽골이 세계대제국을 형성했을 당시 원나라에 의해, 세 번째는 티베트와 위구르와 대만을 병합시킨 청나라가 조선의 편입을 망설였을 때였다. 그 첫 번째 위기를 막아낸 나라는 신라였다. 흔히들 신라가 외세를 끌어들여 삼국을 통일한 점, 그리고 그것이 고구려의 영토를 상실한 불완전한 통일이라는 점을 들어 감점을 주고 있지만, 신라는 당나라 50만 대군과 벌인 7년 간의 싸움에서 승리해 한반도를 지켜냈던 바, 통일의 가치가 폄훼되거나 평가 절하될 일은 아니다. 만일 이때 신라가 패했더라면 아마도 한민족과 한민족의 역사는 절단났을 것이다..
-
전설과 억측이 혼재된 망우리와 동구릉 건원릉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4. 8. 30. 17:33
앞서 말한 '함흥차사 & 이성계가 여덟 밤을 잔 팔야리 전설'을 잇자면, 태조 이성계는 한양으로 돌아온 후 전과 달리 괄괄했던 성격이 사라지고 매우 얌전히 지냈다. 말수도 급격히 줄어 태종에게도 달리 하는 말이 없었는데, 그도 이미 나이 쉰을 바라보고 있었던 바, 딴은 기력이 부칠 만도 했다. 전설에 따르면 이성계는 이때부터 제 묏자리를 보러 다녔다고 한다. 당시의 이야기가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의 망우리 고개와 망우동 295-2에 있는 양원샘에 얽혀 전한다. 먼저 현 망우리 고개 안내판에 쓰여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1934년 도읍을 정하고 사직의 기초를 세웠으나 아직 자신이 죽은 뒤 묻힐 명당을 찾지 못해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국에 지관(地官)을 파견하여 명당을 찾게..
-
함흥차사 & 이성계가 여덟 밤을 잔 팔야리 전설전설 따라 삼백만리 2024. 8. 28. 22:49
지난 8월 10일 개통된 지하철 별내선을 이용해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면 팔야리에 다녀왔다. 별내면과 진접면은 인접해 있으나 지하철은 별내가 종점인지라 그곳에서 경춘선으로 갈아타고 사릉역에서 내린 후 다시 버스를 타야 했다. 내가 이렇듯 어렵사리 팔야리를 찾아간 것은 소싯적 보았던 400년 된 느티나무를 별내선 개통을 기회 삼아 다시 보고자 함이었다. 아. 나무는 그대로 있었다. 밑동 둘레 4.5m, 높이 25m의, 거칠 것 없이 푸르름을 뿜는 노거수.... 하지만 주변은 많이 변했으니, 멀리 보이는 철마산과 주금산, 그리고 황량한 밭 외에 아무것도 없던 고즈넉하던 벌판에는 총 21만㎡ 규모의 산업시설인 광릉테크노밸리가 들어서 있었다. 까닭에 나무를 힘들게 찾았는데, 뜻밖에도 이곳 산업시설에서 일하는 ..
-
삼봉 정도전의 집터와 무덤 터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8. 26. 19:17
2023년 12월,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 앞 세종로가 3년 간의 정비를 끝나고 새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첫 느낌은 과거로의 회귀에 성공했구나 하는 것이었다. 크게 눈에 띄는 것은 광화문 월대가 복원된 것과 조선시대의 육조거리를 재현하려 애쓴 흔적이었다. 이를 테면 육조의 표석을 세우거나 삼군부, 사헌부 등의 발굴된 유구를 노출시키는 노력 같은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광화문 월대*를 제외하고는 한양 정도(定都) 초기 모습이 어느 정도 투영되었다. * 월대는 1394년 이성계가 경복궁을 건설할 때 만들어진 시설물이 아니라 1866년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조성되었다. 그리고 1924년 전차노선이 가설되며 사라졌던 바, 길게 잡아도 존속기간은 60년에 불과하다. 이처럼 일천한 역사의 건축물을 거금..
-
교토국제고 교가에는 동해 바다를 건너 야마토 왜를 세운 왜국의 역사가 실려 있다.잃어버린 왕국 '왜' 2024. 8. 24. 18:16
어제 교토국제고 야구팀이 마침내 고시엔(甲子園,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준결승에 오르면서부터 한일 언론에 집중 조명된 교토국제고는 특히 교가가 한국어로 되어 있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그 한국어 교가는 승자의 교가가 합창되는 고시엔의 전통에 따라 몇 번이나 고시엔 구장에 울려 퍼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네모 안은 일본어 번역)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한신 타이거스 의 홈구장 한신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열려 통칭 고시엔이라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
-
김정희와 북한산 승가사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2024. 8. 22. 21:34
과천 추사박물관에서 추사를 만나고 온 후, 내친김에 북한산 승가사(僧伽寺)까지 갔다. 잘 알려진 대로 승가사는 추사 김정희가 자주 찾던 절이다. 그가 왔을 때는 지금처럼 뽀샵으로 번잡해진 절이 아니었을 터, 만일 현재의 모습이라면 김정희도 질색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입구의 화려한 청운교 돌계단을 오른다. 내가 승가사를 찾은 이유는 두 가지로, 첫째는 이 절에 있다는 추사 김정희의 각서(刻書)를 찾아보려 함이고, 두 번째는 약사암에 있는 승가대사의 등신대 석상을 만나보기 위함이었다. 김정희는 기본적으로 유학자였으나 불교 사상에도 상당한 식견을 자랑하였으니, 대표적으로 1843년 승려 백파긍선(白坡亘璇, 1767~1862)이 지은 의 내용을 두고 오랜 기간 백파율사(=백파긍선)와 논쟁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