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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에 관한 잡담 (I)거꾸로 읽는 천문학개론 2018. 4. 13. 23:59
흔히 우주의 방랑자로 불리는 혜성은 이상히도 반란이나 전쟁 등 재앙을 알리는 불길한 전조로서 인식돼 왔던 바, 따로 우주의 불청객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것은 그만큼 인류에게 전쟁이 빈번했다는 방증이기도 할 텐데,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사서에 등장하는 혜성 중에서 1811년 홍경래의 난 때 그 격문에 기록된 혜성이 가장 인상적이다. 1910년 조선이 망할 때 출현한 핼리 혜성은 역사상 가장 밝았던 혜성으로 알려져 있다.(0.6등급으로 숫자가 적을 수록 밝음)
1910년 핼리 혜성
191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나타난 핼리 혜성을 그린 그림
~ 조선 최대 민란인 홍경래의 난 때 출현한 서천(西天)의 혜성은 세계 여러 나라의 기록에 재앙과 공포의 대상으로 소상히 기록돼 있다. 이러한 기록은 홍경래 격문의 내용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으로 돼 있는데, 이를 미루어 볼 때 초고속으로 돌진해온 것으로 짐작되며 이로 인해 분류상 태양계 밖에서 날아온 '태양계 외 행성'으로 분류된다.(태양계 외 행성은 태양계 내 행성에 비해 지구권으로의 진입 속도가 현저히 빠르다고 알려졌는데, 얘네들은 거의가 한번 가면 다시는 안 온다. 아무튼 '1811년의 대혜성'은 홍경래만큼 화끈한 녀석이다)
~ 이 혜성은 지금까지 재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200년 이상의 주기를 가진 '장주기 혜성'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혹자는 그 주기가 3100년이라 말한다. 4910년에 되돌아올는지 두고 볼 일이다.(기억하는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통칭 '1811년의 대혜성(일명 플라우게르게스 혜성)'이라 불리는 이 놈은 76년 주기의 '핼리 혜성', '1843년 대혜성'과 함께 역사상의 '3대 혜성'으로 알려져 있다. 육안으로 관찰된 이 대혜성의 코마(coma: 혜성의 본체인 핵을 둘러싸고 있는 대기)는 최대 160만 km로 태양의 코마보다 컸으며 최장 관찰기록은 9개월이다.
~ 또 이 혜성은 일명 '대혜성 와인'으로 기네스 북에 올랐다. 1811년 프랑스 와인 명산지인 보르도 지방에서 생산된 샤또 디켐(chateau d'yquem)이란 와인이 $117,000(약 1억 3천만 원)의 사상 최고가로 거래된 것이다. 이는 혜성이 지나간 해의 와인 맛이 특출하다는 속설 때문으로 1811년의 혜성이 역대 최고의 혜성인 까닭에 값도 가장 비싸게 매겨지게 된 것이었다. 그 와인을 마신 행복한 사내가 아래에 있다.(병이 까매서 그렇지 화이트 와인이란다)
혜성에 관한 기록은 기원전 3000년까지 올라간다고 하나 가장 오래되고 정확한 기록은 중국의 '회남자(淮南子)'에 적혀 있다. 그 책에는 기원전 1057년 주나라 무왕(武王)이 은나라 주왕(紂王)을 공격할 때 혜성이 떴다고 돼 있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핼리 혜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사기'에 써 있는 643년 고구려 보장왕 때의 기록이 가장 오랜 것으로 연개소문의 신라 침공 및 당태종의 고구려 침입 등 한반도의 대격변이 시작될 무렵이다.(33년 주기의 템벨-터틀 혜성으로 추정)
혜성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당연히 핼리 혜성(공식 명칭은 1P/Halley)으로, 1705년 이 혜성을 관측하고 다음 출현 시기를 예측한 영국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1656-1742)의 이름이 붙여졌다. 그는 1456년, 1531년, 1607년, 1682년에 기록된 혜성이 모두 같은 혜성이라 단정하고 1758년 다시 나타날 것이라 예측하고 죽었는데, 정말로 1758년이 다 끝나가던 그해 12월 25일 성탄절에 거짓말처럼 출현하였다. 76년 주기의 단주기 혜성임이 밝혀진 것이었다.(멋있다!!)
1986년 핼리 혜성(호주 천문자료실)
핼리 혜성이 유명한 것은 그것이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역동적이며 가장 밝은 유일한 천체이기 때문이다. 더러 더 밝은 혜성도 존재하지만 수천 년 주기의 장주기 혜성이라 아주 운 좋은 세대를 제외하고는 실제적인 관측은 불가능하다. 또 76년 주기 핼리 혜성의 76이라는 숫자도 매우 오묘해, 한 사람의 생애에서 어쩌면 두 번 볼 수가 있고 어쩌면 한 번도 볼 수 없다.
1986년 4월 11일 나는 운 좋게 그것을 볼 수 있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김이 팍 샜다. 평생 한번 보는 것이니 만큼 적어도 위의 광경을 상상했지만 소문과는 달리 밝기가 떨어졌고(2.1 등급) 지구에서(특히 북반구에서) 멀리 날아 아쉬웠다.(역사상 최악의 관측 조건이었다고 한다. 우-;;) 다음은 출현은 2061년인데 물론 그때 나는 그것을 볼 수 없다. 한국에서 가장 확실히 관찰될 수 있는 날짜는 2061년 7일 28일로, 0.3등급의 매우 밝은 밝기를 자랑할 것으로 예상된다.(와인 한잔 드시며 즐감하시길)
1986년 3월 16일 관측된 핼리 혜성
핼리 혜성의 궤도
탐사선 지오토 호가 촬영한 혜성의 핵. 1986년의 핼리 혜성을 처음으로 근접 촬영한 것으로 핵의 크기는 15x8 km다.
나사에서 촬영한 1986년 핼리 혜성. 2061년에는 맨 눈으로도 이 정도이지 아닐까 여겨진다.
핼리 혜성이 기록된 중국 사서
핼리 혜성이 기록된 바빌로니아 토판
이 같은 혜성이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별로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태양계 내 혜성들은 태양계를 만들고 남은 잔재들이라는 데 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하는 바, 명왕성 밖의 카이퍼 벨트(* '빛의 속도로 나는 게 전부는 아니다' 참조)는 단주기 혜성의 고향으로, 오르트 구름(Oort cloud)은 장주기 혜성의 고향으로 간주된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계 가장 바깥쪽에 위치했을 것이라 짐작되는 둥근 형태의 혜성 구름으로, 그 위치상 당연히 먼지와 얼음덩이로 구성돼 있다.
카이퍼 벨트와 오르트 구름
NASA에서 만든 카이퍼 벨트 상상도
그런데 카이퍼 벨트는 믿어지지만 오르트 구름은 어쩐지 구라 같아서 블랙홀과 더불어 잘 믿기지가 않는다.(학자들이 있다고 하니까 그러려니 하고들 있지만 사실 블랙홀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카이퍼 벨트는 실재하는 천체인 반면 오르트 구름과 블랙홀은 아직까지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상의 천체이다) 또 한가지 내가 부정하는 건 오리게네스의 아래 주장이다.
초대 교회의 가장 위대한 신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오리게네스(대략 185-354)는 자신의 저서 '콘트라 셀숨(Contra Celsum)'에서 예수 탄생 때 나타난 베들레헴 상공의 별을 혜성이라고 규정했지만, 나는 그것이 혜성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혜성이 아니라는 데 내 돈 모두 하고 손모가지 건다. 아니, 돈은 없으니 손모가지만 걸겠는데, 그 이유는 '성서와 UFO/예수 탄생 때 출현한 베들레헴 상공의 UFO' 참조!)
"오르트 구름이 저 끝이 있다는데요?"
"혜성을 보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경배하러 왔어요"('동방박사의 경배'. 지오토 디 본돈)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시라는 뜻에서.....^^
여기 '예수 탄생 때 출현한 베들레헴 상공의 UFO' 꾹!
* 사진 및 그림의 출처: Google. 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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