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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군 참전용사들은 무엇을 위해...?"라고 물은 문형배의 발언 이후 일어난 일들.
    그리 멀지 않은 옛날의 우화 2025. 6. 6. 07:06

     

    문형배 전(前) 헌법재판관이 아래와 같은 문제적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을 때, 나는 그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서울에 사는 내가 부산가정법원 출신 판사를 어찌 알겠는가? 서울가정법원의 판사도 알 까닭이 없는데 말이다. 그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척이라는 것과,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서울로 와 헌법재판관이 되었다는 사실 역시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국회에서 헌법재판관 청문회가 열렸을 때였는데, TV 속에서는, 조금 불쌍하게 보이는 마른 외모에 목소리까지 가는 사람이 여당의원의 공세에 쩔쩔매고 있었고, 그 모습이 인상적이라 필요 없는 이름까지 기억하게 되었다. 그가 바로 문형배였다. 그를 까고 있는 사람은 고(故) 장제원 의원이었으며, 그 이유는 문형배 후보자가 14년 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아래의 글 때문이었다. 그가 2010년 부산지방법원에서 근무하던 당시 유엔기념공원 내의 유엔군 묘지 정리 봉사활동을 다녀와 쓴 글이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 내의 유엔군 묘지

     

    "16개국 출신 유엔군 참전용사들은 무엇을 위하여 이 땅에 왔을까?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좋은 전쟁이란 낭만적 생각에 불과하다는, 인류의 보편적인 깨달음을 몰랐을까?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룬다면 완전한 통일이 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을까? 묘역을 돌면서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단어는 <평화>였다."

     

    문형배 후보자는 자신이 쓴 이 글로 인해 어지간히 혼이 났다. 6·25 때 한국을 도우려 참전했던 유엔군을 모독했다는 것과 마치 적화통일을 옹호하는 듯하는 내용 때문이었다. 아울러 북한이 주장하는 북침론과 궤를 같이 하는 내용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문장 순서와 문맥 상 첫 문장은 당연히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로 읽히는 바, 이에 대해 부산에 지역구를 둔 박수영 의원이 가장 먼저 다음과 같이 조목조목 지적한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문형배에게 묻는다.

    1.유엔군 참전용사들이 무엇을 위해 이 땅에 왔는지 정말로 모르는 것인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산주의 북한의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역만리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유엔군이 왔다는 걸 다 안다. 헌재 재판관은 정말로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가만있었으면 평화롭게 공산화되어 있을 텐데 왜 왔냐고 비난하는 것인가?

    2.정말로 참전용사들이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 했다고 믿고 있는 것인가? 문 재판관의 이 글은 북한이 주장하는 소위 "북침론"과 궤를 같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쓴 글인가 모르고 쓴 글인가? 우리가 통일을 위해 북침을 하고 그것을 돕기 위해 유엔군이 참전했다는 것인가?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가?

    3.평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머리를 떠나지 않는 단어가 평화'라고 썼는데 북한이 남침을 했는데 평화를 위해 아무런 저항도 반격도 하지 말고 바로 항복함으로써 평화를 지켰어야 한다고 믿는가?

    문형배 재판관은 위 세 가지 질문에 답하기 바란다. 답변이 궁색하다면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즉시 헌법 수호자의 지위, 즉 헌재 재판관에서 사퇴해야 할 것이다.

     

    이후 여러가지로 논란이 되자 문형배 후보자는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은 북한을 가리키고 그들의 침략을 규탄한다는 내용"이라는 어설픈 해명을 내놓았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비겁한 변명이었던 바, 누리꾼들의 "문맥을 봐라. 유엔군이 이 땅에 왜 왔냐고 물었으면 유엔군을 지칭한 거지 갑자기 북한이 왜 나옴?" "유엔군이 전쟁광처럼 묘사됐다" "중요한 탄핵심판 증거는 안 보고 자기 블로그 글이나 다시 보고 있네" "국민들을 바보라고 생각하나?"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말이 '비겁한 변명'이라는 것을 자신의 트위터 X에서 스스로 증명했다. 그는 X에 "굳이 분류하자면 (좌파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내부에서도 제가 제일 왼쪽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결코 자랑스럽지 않은 글을 자랑하듯 쓴 적이 있으며, 

     

     

    문형배가 올린 글들

     

    "한국은 북한이 자신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더욱 많은 대북 원조를 제공해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등의 글을 써 자신이 친북성향임을 익히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글 또한 문제가 되자 그는 무려 5470명이 팔로잉한다는 계정을 바로 폐쇄했고, 블로그의 문제가 된 글 또한 모두 삭제시켰다. 장재원 의원이 다그치자 문형배 후보자는 그래서 글을 모두 지웠다고 했고, 까닭에 또 다시 질타를 받았다.

     

    이번에는 "본인이 떳떳하다면서 왜 글을 왜 내렸냐, 왜 그렇게 비겁하냐"는 질타였다. 이에 문 후보자는 "판사이기에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어쩌구하며 말을 흐렸는데, 아무튼 청문회는 그렇게 끝나고 그는 (문재인) 대통령 지명 몫의 헌법재판관이 되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으로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의 주심 재판관이 되었다. 아울러 그때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한 발언으로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문형배 · 이재명 · 정성호 세 사람이 과거 연수원 시절 동기로서 노동법학회를 함께하며 호형호제하는 가까운 사이로 지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었다. 문형배 재판관의 X 계정이 폐쇄된 이유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계정을 팔로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가 남긴 글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라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문제의 장면 / 정성호는 2023년 12월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저희 동기 중에 제일 가까웠던 이재명 지금 대선후보였고, 현직에는 문형배 헌법재판관, 이런 분들이 또 가까웠던 분들이고”라고 발언했다.

     

    아무튼 문형배 대행의 노력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파면됐고 두 달 후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고 만기 퇴임한 야인 문형배는 아마도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2019년 청문회 때 순하디 순한 양이었던 이 사람은
    초시계까지 동원해 재판을 진행하는 사나운 늑대로 돌변했고
    2025년 4월 5일 마침내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했다.
    어리버리 컨셉의 무서운 반전....
    그는 한달 후 옛 은인을 만난 자리에서 판결이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 '대통령의 파면을 만장일치로 결정하기 위해서이며, 재판관끼리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는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걸 왜 당신이...? 다른 7명 재판관 개인의 판결을 무시하고 당신 멋대로...? 이건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자 중국의 시진핑이 축전을 보내왔다. 수교 때의 초심을 잃지 말자고 했다.(이건 뭔 소리?) 그런데 미국의 트럼프로부터는 연락이 없었고,(민주당에서 시차 때문에 그런 거라고 해서 오늘까지 3일을 기다렸지만) 유럽의 나토 회원국 정상들로부터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저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전직 장관이 올린 상투적인 인사말을 리트윗함으로써 그 성의 없음에 대한민국을 놀라게 했을 뿐이다. 

     

     

    데이빗 램미의 글을 리트윗한 키어 스타머 총리

     

    백악관의 반응이 없자 기자들이 직접 물었는데, 여기서도 시니컬한 반응이 나왔다. 백악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에서 한국 대선 관련 반응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그렇다"며 연단의 서류를 뒤적이다가 "어, 없네. 분명 여기 어딘가 있었는데. 구해다 주겠다"며 마치 조롱과도 같은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한참 뒤에 국무장관의 개인 답변이 나왔는데, "당선을 축하한다. 한미동맹은 철통 같다.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에 개입하고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하고 반대한다"고 했다. (이건 또 뭔 소리...?)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한국 대선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은 뒤 답변지를 뒤적이고 있다.

     

    생각해보니 축하는 분명 아니고 한·중 모두에 대한 경고성 발언 같았다. 비공식적으로는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했다. (그래서 분노한다)"는 반응도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은 X에 레빗 대변인의 영상을 리트윗하면서 "한국은 망했다(Korea has fallen)"는 주장을 하기도 했으며, 그보다 더 격한 반응을 보인 여성 정치가도 있었다. 모두가 대선 기간 중에 보인 이재명의 발언, 혹은 그전에 내뱉은 "미군은 점령군"과 같은 발언의 영향으로 보인다. 또한 이재명의 대북 불법 송금 혐의에 대해 미국이 크게 분노하고 있는 것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다.  

     

     

    이재명의 혐의를 적시한 연방의회 조사국(CRS)의 공식문서.

     

    미국과 영국이 분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 두 나라는 6.25전쟁 때 신생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가장 많은 군대를 파병한 나라이다. 당시 영국군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총 56,000명의 병력을 파견했다. 그리하여 저 유명한 장진호 전투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싸웠으며, 약 5,000명이 사망, 부상, 실종, 포로가 되는 희생을 치루었다.(전사 1,078명 부상 2,764명 실종 179명 포로 978명) 이는 이후 영국이 치른 포틀랜드 전쟁,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의 전사자 숫자보다 많은 것이었다. 

    산책로로 유명한 런던 템즈 강변의 템즈 엠뱅크먼트를 따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영국 국방부 건물의 뒤뜰에는 영국의 한국전 참전을 기리는 메모리얼 모뉴먼트가 서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상념에 젖은 토미 앗킨(Tommy Atkins, 영국 최하위 병사의 지칭)이 다음과 같은 글을 딛고 서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한 영국군 장병들의 희생에 감사드립니다. (With gratitude for the secrifices made by the Brutish Armde Forces indepence  of freedom and democracy in the Repubric of Korea.)

     

     

    런던 영국군 참전 기념비

     

    미국은 더 말할 것도 없으니, 가장 많은 1,789,000명을 파병해 사실상 유엔군을 이끌었다. 희생 또한 가장 커서 사망 36,574명, 실종 약 1,000명, 부상 103,284명, 포로 92,134명을 냈는데, 영하 40도의 극한에서 싸운 장진호 전투에서는 미 해병 1사단 700여 명의 전사자 외 200여 명의 실종자, 3500여 명의 부상자를 냈다. 전체적으로는 지금까지 미국이 치른 전쟁 중 5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전쟁이었다. (1위는 남북전쟁, 2위는 2차세계대전, 3위는 1차세계대전, 4위는 베트남전, 5위가 한국전쟁)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전 참전기념공원에는 장진호 전투에 참여한 미 제1해병사단 장병들의 모습을 조형한 모뉴먼트가 서 있다. 그 조형물 앞에는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글귀와, "잘 알지도 못하고,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지켜달라는 부름에 응한 미국의 아들, 딸들을 기리며"라고 새겨져 있다. 그와 같은 고귀한 희생을 도외시한 채 "16개국 출신 유엔군 참전용사들은 무엇을 위하여 이 땅에 왔을까?"라고 묻는 사람에 동조하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자유 민주주의 나라들이 어찌 분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국전참전 기념공원에 장진호 전투 기념물

     

    이런 가운데, 어제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 당선인이 영국과는 통화를 했다고 해서 놀랐다. 그런데 알고 보니 민노당 후보 권영국과의 통화였다. 어찌 됐든 한 바탕 웃을 수밖에 없었는데, 순간, 권영국을 잉글랜드 권으로 표기한 블로거가 떠오르며 다시 웃을 수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웃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는지 정말로 걱정에 또 걱정이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의 영국군 전적비 / 후퇴시 영국군 희생자를 감춘 동굴 앞에 전적비를 세웠다.
    부근에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이 건립됐다.
    자유와 우정의 탑 / 설마리에서는 1951년 4월 중공군과 영국군 29여단 1대대(일명 글로스터 대대)의 대규모전투가 벌어졌다. 당시 중공군의 규모는 영국군의 거의 10배에 달했다.
    글로스터 대대의 베레모를 형상화한 추모 조형물 /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글로스터 대대는 후퇴가 결정되었으나 부대원 800명 중 무사히 귀환한 자는 겨우 59명이었다.
    임진강을 건너 영국군 진지로 진격하는 중공군
    방어하는 글로스터 대대
    야포 공격을 가하는 글로스터 대대
    방어 후 후퇴하는 영국군 조형물
    그러나 이들의 사흘간의 필사적 저항으로 인접 전선의 유엔군들은 후퇴할 시간을 벌었고, 미군과 국군은 전열을 재정비해 서울을 지킬 수 있는 귀중한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결국 중공군의 춘계대공세는 뜻을 못이루었고 서울 재점령의 꿈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영국군이 후퇴한 설마치 계곡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모뉴먼트 / 하지만 우리는 벌써 이들을 잊은 듯하다. 잊더라도, 왜 왔나고 하는 망언 따위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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